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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내시경을 끝내고 처음 영상을 보며 의사는 암을 확신했다. 그래도 조직검사를 넘겼으니 기다려보자고 했다. 기다리는 일주일은 악몽의 시간이었다. 한 주가 이렇게 길게 느껴진 적이 근래에 없었던 것 같다.
작은 정보에도 가족 모두가 휘청거렸다.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결과가 나왔고 미리 예약한 종합 병원으로 갔다. 의사를 만나고 다시 영상을 가지고 길게 얘기했다. 암에 대한 진단은 바뀌지 않았다. 세상이 무너진다는 느낌은 순식간에 일어나고 바로 잊히는 것이 아니었다.
다시 더 복잡하고 정밀한 진단이 시작되었다. 검사를 위해 오전 내내 병원 곳곳을 돌아다녔고, 당일 불가능한 것들은 예약으로 이어졌다. 입원을 위한 마지막 절차는 코로나 검사였다. 코로나와 함께 사는 세상 속에서, 코로나는 모든 것의 관문이면서 통과 의례였다.
수술을 마쳤다, 이제 필요한 것은
삶에 대해 절망하지 마라. <br />우리에겐 어려움을 충분히 극복할 만한 힘이 있다.<br />(헨리 데이비드 소로, 1827-1862, 시인)
수술을 마쳤다. 앞으로 항암 치료와 투병의 시간이 이어지겠지만, 평정을 찾아가고 있다. 무엇보다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매일 나를 깨우친다. 늘어지는 마음을 바로 세우고 나태해지려는 나를 재촉한다. 엄격한 식단, 치료의 과정을 위해 흔들리면 안 된다고 나를 다독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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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에 대해 절망하지 마라. 우리에겐 어려움을 충분히 극복할 만한 힘이 있다.(헨리 데이비드 소로) |
ⓒ EBS <파란만장> 방송화면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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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EBS <파란만장>에서는 암과 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왔다. 병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는 것, 전 세계 6명 중 1명이 암에 걸린다는 것(WHO 2020 세계 암 보고서), 그럼에도 '암'이라는 단어 자체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는 것을 방송의 서두에서 얘기했다.
20대 청년 말기암 환자나, 13년간 말기암 투병을 하는 60대 배우나, 40대 폐암 4기 환자나, 그들은 환자의 모습으로 살지 않았다. 삶을 이어가는 노력이 그들을 웃게 한다고 했다. 내일을 기약할 수 없으니 내일을 재지 않아도 된다는 것. 지금 이 순간 행복하기 위해 다만 오늘에 최선을 다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암과 놀며 바쁘게 살아간다고 이야기했다.
이전 같았으면 곧바로 돌렸을 채널을 한 시간 가까이 열심히 시청했다. 암에 걸린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 다른 사람에게도 사랑받는 방법이라고 했다. 인정하기 싫지만 그들의 조언이 행동 지침이 되어야 할 것 같았다. 암과의 동행은 이제 우리 가족의 몫이 되었다. 암을 사랑하는 방법, 사랑할 때 나오는 호르몬이 암의 진행을 막을 거라는 믿음과 확신이 필요하다.
며칠 후면 퇴원이다. 철없는 낙천이 기적을 만들어낼지, 웃음이 불행의 싹을 지울 수 있을지 아직은 모르겠다. 누구에게나 올 수 있으면서 누구에게든 공포인 병, 암. 방송에 출연한 사람들은 그럼에도 몸보다 마음이 먼저 무너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한다.
암 환자의 가족으로서 현실을 무겁고 진지하게만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나도 노력한다. 식사, 수면, 삶의 태도를 바꾸기 위한 노력, 그 시간을 준비하고 있다. 그럼에도 마음 깊은 곳에서는 끊임없이 걱정이 꿈틀거린다. 씩씩하게 살아내기 위해 힘을 내 본다.
암이든 암이 아니든 앞으로의 시간은 내가 가보지 않은 길이다. 다양한 방법으로 살아가는 세상, 암의 세상도 살 만하다는 위로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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