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한 이준석 대표는 지난 1일 <뉴스핌> 인터뷰를 통해 이 부회장 사면은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만약 대통령께서 지금 사면을 결정하지 않으면, 나중에 상당한 곤란을 겪을 수 있다고 본다"라고 자신의 소신을 언급했다.
그때의 공정과 지금의 공정,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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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왼쪽)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재원 최고위원과 대화하고 있다. |
ⓒ 공동취재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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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적이게도 박근혜와 이재용을 구속한 촛불의 기본 정서 역시 '공정'이었다. 최순실 스캔들의 배경에는 정유라가 있었다. 정유라는 누구인가. 최순실의 딸이었고, 최순실은 대통령 뒤에서 위임받지 않은 권력을 휘두르며 자기 딸을 위해서 무슨 짓이라도 하는 자였다. 삼성의 돈이 정유라의 말값으로 흘러 들어가고, 정유라의 성공을 위해 쓰였다.
이전 정부에서도 부정부패는 있었다. 최순실 국정농단은 어느 점에서 차이가 있을까? 공식 직책을 가져 본 적도 없는 듣도 보도 못한 자에게 국가가 좌지우지된 것에 대한 분노였을까. 머리부터 발끝까지 꼭두각시처럼 놀아난 대통령과 국가기관뿐 아니라, 재벌들까지 썩은 부패의 몸통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뒤의 자괴감이었을까.
많은 원인과 이유 중 두드러진 특징은 '특권과 반칙'에 대한 분노다. 특히 정유라 사건이 핵심적이다. 부정입학 등을 통해 드러난 사건 실체는 '돈도 실력'이고 '부모 잘 만난 것이 실력'이라는 정유라 자신의 말을 입증했다. 이것은 안간힘 쓰며 살아내는 국민 전체의 정서를 건드렸다. 절대다수 사람들이 용서할 수 없는 사건이 됐다.
그래서 2016년 촛불항쟁을 '특권과 반칙'에 대한 '정의와 평등'의 싸움이라 정의했었다. JTBC가 보도한 태블릿PC가 기폭제가 되었지만, 좀 더 근본적인 곳에 원인이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사의 핵심도 그곳에 있었다.
기회는 평등할 것이고,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그리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 공정한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상식대로 해야 이득을 보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이웃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겠습니다. 소외된 국민이 없도록 노심초사하는 마음으로 항상 살피겠습니다. 국민들의 서러운 눈물을 닦아드리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났는데, '공정'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있다. 결국은 이재용 사면이라는 결론으로 치닫고 있다.
미래 위해 결단하라?
이제는 적폐청산의 시간에서 벗어나 국민통합을 이뤄내고, 코로나19 팬데믹과 민생경제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모든 역량을 모아야 할 때다.
지난 4월 23일 <동아일보> 사설 '박근혜 이명박 이재용 사면… 문, 미래 위해 결단하라'는 제목의 글 중 일부다.
"지금 미국과 중국은 반도체를 비롯한 여러 첨단 산업분야에서 불꽃 튀는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위기와 맞물려 각국은 각자도생의 힘겨운 싸움에서 살아남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두 전직 대통령과 삼성전자 총수에 대한 사면을 국격(國格) 제고 차원을 넘어 사분오열된 정치와 사회의 분위기를 일신하는 중요한 모멘텀으로 적극 검토해야 하는 이유"라고 썼다. 범법자를 풀어주자는 데에, 심지어 국격까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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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18일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법원은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고, 불구속 상태이던 이 부회장은 이날 영장이 발부돼 법정에서 구속됐다. |
ⓒ 유성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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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라나 이재용의 직업은 최순실의 딸이거나 이건희의 아들일 뿐이다. 국격까지 동원할 필요는 없다. 이건희의 아들이기에, 삼성의 수장이기에, 권력의 정점에 있는 자이기에 풀어주자는 말이다.
그렇다면 최순실은 왜 못 풀어주고 박근혜는 왜 못 풀어주나. 이재용의 벌은 죄에 비해 지나치게 가벼웠다. 그조차도 형기를 채우지 못해 안달이니, '박근혜들'의 말대로 촛불은 바람 불면 꺼지는 그것일 뿐이다.
하지만 박근혜의 현재는 촛불의 현재가 아니다. 아직도 시퍼런 권력을 휘두르는 이재용이 촛불의 현재 모습이다. 이미 '촛불조차 과거가 된 것'이라 말하면서도 마음은 서걱거린다. 그 바다에서 얻었던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를 아직 나는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나하나 사람이 만들었던 감동의 순간들을 기록하기도 했고, 글보다 더 오래 마음으로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면은 정치적인 행위다. 통치권자의 권한이다. 가석방도 그 범주에 있다. 정치는 국민들 정서를 바탕으로 움직인다. 이재용이 바깥으로 나오길 바라는 정서는 작지 않다. 정작 그의 석방 자체보다 그것에 마음이 더 아프다.
정유라의 특권은 용납할 수 없었는데, 이재용의 특권은 용인되는가. 할아버지가 부유했고 아버지가 권력을 장악했기 때문에 대를 이은 아들은 용서받아도 되는가. 그래서 그후로도 오랫동안, 그 후손들은 대대손손 죄가 있어도 처벌받지 않는 치외법권 지역에서 살아도 되는가.
이재용의 오늘이 천공(天空)에 사는 이들을 위한 천국의 전주곡이 될 것을 우려한다. 아니, 전주곡이 아니라 이미 너무 오래 부른 세레나데일 수 있겠다. 그런 '헬조선'을 벗어나자고 촛불을 들었던 것인데….
고작 여기까지인가. 이것이 정말 '공정'이란 말인가. 서럽고 서럽다.
['이재용 사면을 반대한다' 연속기고]
① 대통령님, 우리가 탄핵한 건 '돈도 실력인 사회'였습니다
② 이재용 사면 대신 가석방? 그는 정말 뉘우치고 있는가
덧붙이는 글 | 기사를 쓴 박진 활동가는 촛불집회 당시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공동상황실장과 대변인으로 활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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