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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심 2심 선고 D-3] 표창장 혐의서 검찰의 ‘증거 선별’ 인정된다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 2020.08.27.ⓒ뉴시스

 오는 11일 선고를 앞둔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항소심에서 표창장 위조 도구로 지목된 컴퓨터(이하 PC1)의 범행 당일 위치가 새 쟁점으로 떠올랐다.

검찰은 정 교수가 2013년 6월 16일 서울 방배동 자택에서 PC1을 사용해 딸 조 씨의 동양대 표창장을 위조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 교수 측은 그날 PC1이 경북 영주시 동양대에 있었다고 맞선다. 정 교수가 같은 날 방배동 자택에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하고 있으니 결국 제3자가 PC1으로 표창장을 재발급했다는 주장이다.

정 교수 측은 이러한 주장을 항소심에서 처음 제기했다. 검찰이 그동안 밝히지 않았던, 그러나 정 교수에게 유리한 디지털 포렌식 정보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 사건 시작부터 ‘표적 수사’ 의혹을 받은 검찰은 ‘증거 선별’ 의심까지 피할 수 없게 됐다. ‘공익의 대표자’로서 객관 의무를 저버린 검찰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검찰이 PC1을 확보하게 된 경위부터 통상 사건과 달랐다. 검찰은 2019년 9월 10일 동양대 강사휴게실에서 PC1과 PC2를 동양대 직원으로부터 임의제출 받았다. 전원도 연결되지 않고 모니터와 키보드도 없이 본체만 방치돼 있던 컴퓨터들이었다.

나흘 전인 9월 6일 검찰은 정 교수가 총장 직인을 직접 찍어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혐의로 기소한 상태였다. 그런데 다음 날 SBS에서 ‘정 교수의 연구실 PC에서 총장 직인 파일이 발견됐다’는 단독 기사가 보도됐고, 검찰은 사흘 뒤 압수한 PC1에서 총장 직인 파일을 찾아낸다. 검찰은 정 교수가 총장 직인 파일을 붙여넣는 방법으로 위조했다며 두 번째 기소를 단행했다. 검찰이 예단했다고 의심받는 정황이다.

 

항소심 재판부가 1심과 달리 PC1이 그날 동양대에 있었다고 판단하면, 표창장 위조 혐의는 무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 장관 청문회 중 배우자가 기소된 초유의 사태는 검찰개혁 저지를 위한 검찰의 ‘부실 기소’로 막을 내리게 되는 셈이다. 이와 관련 항소심에서 쟁점이 됐던 부분들을 살펴본다.

서울중앙지검의 검찰 로고ⓒ뉴시스

검찰, 공소사실과 반대되는 포렌식 정보 숨겼나

정 교수 측은 검찰이 제시하지 않았던 다른 사설 IP주소들의 존재를 드러내면서 새 국면을 만들어냈다. 대표적으로 ‘192.168.123.112’(이하 112) IP. 2012년 11월 30일부터 2013년 5월 18일 사이에 기록된 IP주소다. 정 교수 측은 “당시 동양대에 설치된 와이파이 공유기의 사설 IP 대역에 포함된다”라며 교수들이 개인적으로 공유기를 사용한 정황을 제시했다.

검찰은 공인 IP와 달리 사설 IP로 컴퓨터 위치를 특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사설 IP로 위치를 특정한 건 오히려 검찰이었다. 검찰은 PC1에서 “2012년 7월 17일경부터 2014년 4월 6일경 사이에 ‘192.168.123.137’(137) IP가 할당된 흔적 22건이 복원”됐다는 디지털 포렌식 분석보고서를 PC1이 방배동에서 사용됐다는 주장의 주요 근거로 들어왔다. 하나의 IP주소만 발견됐으니 PC1의 위치는 방배동 자택에서 바뀌지 않았다는 취지다. 정 교수 측 주장은 이를 반박하는 차원에서 새로운 사설 IP를 내세운 것이다.

정 교수 측은 2013년 6월 16일과 근접한 시기에 나타난 사설 IP주소를 포렌식 보고서에서 빠뜨린 검찰의 의도를 따져 물었다. 공소사실과 반대되는 결과가 나와 의도적으로 증거를 숨긴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검찰은 최종 할당받은 137 IP를 확인하고 해당 IP를 사용한 흔적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포렌식을 진행했다며 ‘증거 누락’ 의혹을 부인했다.

정 교수 측은 PC1의 IP주소가 137 IP에서 112 IP로 바뀌었다가 다시 137 IP로 돌아온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통 공유기가 바뀌면 IP주소가 변경된다”라는 설명이다.

IP주소 변경을 염두에 두면, PC1과 PC2가 모두 방배동 자택에서 계속 사용됐다는 검찰 주장에 의문이 생긴다. PC2는 2012년 말부터 2013년 11월까지 IP 변동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 교수 측은 “두 컴퓨터가 방배동에 있었다면 PC1만 IP주소가 바뀌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 집에서 공유기 몇 대를 두고 썼다는 건데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 측은 PC1이 2013년 5월과 8월에 동양대에서 사용된 구체적 정황도 제시했다. 매주 월요일 수업이 있는 정 교수가 5월 20일과 27일 수업 직전 PC1에서 수업 관련 자료를 열람한 기록, 정 교수가 8월 22일 동양대 인근 우체국을 다녀온 전후 컴퓨터 사용 기록 등이다.

이를 종합해 정 교수 측은 2013년 5월부터 같은 해 8월까지 PC1이 동양대에 있었다고 주장한다.

ⓒ뉴시스

이를 뒷받침하는 포렌식 정보가 또 있다. 네트워크가 변경될 때 기록되는 이벤트 아이디 ‘4201’이다. 정 교수 측은 “보통 컴퓨터는 접속하던 IP로 신호를 보낸다. 네트워크 변경은 (기존 접속 IP와 새 IP 사이) 충돌이 있고 조정하다가 (새 IP에) 연결되면서 이뤄진다”라고 설명했다. 4201은 공유기가 바뀌어 IP주소가 변경됐다는 주장의 근거다.

정 교수 측은 2013년 5월 26일부터 2013년 8월 21일까지 네트워크 변경 이벤트 기록이 없다는 점을 이유로 “112 IP가 계속 이어졌다”, 즉 동양대에 계속 있었다고 보고 있다. 2013년 8월 22일 4201이 기록되고 다시 137 IP가 나타난 점을 들어 동양대에 있던 PC1이 8월 말쯤 방배동 자택으로 이동했다고 추정한다.

이러한 포렌식 분석에 따르면, 1심 재판부가 강조했던 2013년 11월 심야 시간 한국투자신탁 홈페이지 접속기록, 2014년 3월 마비노기 게임 접속기록 등은 정 교수의 유죄 근거가 될 수 없다.

검찰이 PC1 위치를 특정한 근거로 들었던 심야 시간 접속기록이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 교수 측이 검찰의 포렌식 분석을 신뢰하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다.

1심 재판부는 검찰 포렌식 보고서에서 나타난 2013년 3월 27~29일, 6월 15~17일까지 PC1의 심야 접속기록을 토대로 이 시간대 동양대 직원이 컴퓨터를 사용할 가능성이 작아 PC1이 방배동에 있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정 교수 측은 “접속시간이 아니라 서버수정시간”이라고 강조했다. 서버관리자가 파일을 올린 시간인 서버수정시간을 접속시간인 것처럼 검찰이 속인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정 교수 측은 “(검찰 포렌식 보고서는) PC1과 PC2의 서버수정시간을 합쳐놔 같은 공간에서 두 컴퓨터가 사용된 것처럼 착각을 불러일으켰다”라며 “실제 PC1 사용 흔적이 있는 건 6월 16일 단 하루”라고 말했다.

경북 영주시 동양대학교 정 교수 연구실2019.09.17.ⓒ뉴시스

검찰이 언급하지 않은 또 다른 가능성

검찰은 범행 당일 PC1이 방배동에 있었다는 결정적 증거로 정 교수의 동양대 웹메일 접속기록을 제시했다. 정 교수가 2013년 6월 16일 오후 4시 34분경 동양대 웹메일에 접속했는데, IP가 방배동 자택의 공인 IP주소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정 교수 측은 포렌식 분석 결과를 토대로 “PC1에는 같은 시각 인터넷 접속 활동기록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반박했다.

검찰의 표창장 위조 타임라인에 비춰봐도 정 교수가 PC1에서 웹메일에 접속했다는 점은 앞뒤가 안 맞는다고 정 교수 측은 지적했다. PC1에는 그날 오후 2시 23분경부터 오후 5시 30분경까지 표창장을 만들고 각종 입시자료를 열람한 기록이 남아있다. 정 교수 측은 “같은 시간대 문서 작업을 했다는 이벤트 로그만 남아있을 뿐”이라며 PC1에서는 문서 작업만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그날 오후 PC2를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PC2 포렌식 분석에서 오후 3시 14분경부터 오후 3시 37분경까지 현대증권 웹사이트에 접속하고, 영어 영재교육센터 관련 파일을 열람하거나 쇼핑몰에서 여성 의류와 액세서리를 웹서핑한 기록 등이 나왔다. 정 교수 측은 “방배동에서 범행이 일어났다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다. PC2에서 주로 작업하던 정 교수가 PC1을 켜서 왔다 갔다 했겠나”라고 지적했다.

표창장을 만들기 전후 자녀 입시서류 파일을 열어 본 흔적이 있다는 점은 검찰의 강력한 무기다. PC1에서 6월 16일 오후 2시 23분경부터 오후 5시 30분경 사이 ‘조○ 인턴십 확인서(호텔3).doc’, ‘조○ KIST 확인서.rtf’, ‘조○ 자기소개서2013-6-16.hwp’, ‘연구활동확인서-조○ 2013.hwp’ 등을 열람한 기록이 발견됐다.

정 교수 측은 당시 방배동 자택에 있던 PC2에서 표창장 작업과 근접한 시간대 프린터 에러 흔적들이 여러 번 발견된 점을 근거로 “표창장 작업자에게 입시서류 출력도 함께 부탁했을 가능성도 있다”라고 추론했다.

자녀 입시비리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공판에 출석해, 취재진에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1.07.09.ⓒ뉴시스

PC1이 위법수집증거라면?

정 교수 측은 검찰의 디지털 포렌식 결과로도 공소사실을 입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PC1과 PC2에 ▲서울대·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제출한 동양대 표창장 원본 파일이 없다는 점 ▲파일이 출력됐다는 흔적이 없는 점 ▲빨간색 총장 직인이 인쇄될 수 있는 컬러 프린터가 연결돼 출력된 흔적이 없는 점 등이 이유다.

정 교수 측은 “PC1이 표창장 위조 혐의 유죄를 증명할 수 있는 직접 증거가 아니기에 핵심쟁점은 PC1의 위치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정 교수 측은 PC1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기 때문에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1심부터 강조하고 있다.

정 교수 측은 “보통 컴퓨터 자료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으려면 전속적인 공간에서 전원이 켜진 컴퓨터와 모니터를 피고인이 사용했다는 사실이 인정될 수 있는 관계에서 압수돼야 한다”라며 “이 사건 경우 압수된 곳은 동양대인데, 검찰은 굳이 방배동에서 사용했다고 한다. 누가 어떻게 사용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모든 모니터와 컴퓨터 전원을 연결한 뒤 본체를 가져가 다 끄집어내 조각을 맞추고 피고인에게 뒤집어씌우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다만 1심 재판부는 PC1이 위법수집증거라고 해도 최성해 총장의 진술 등을 근거로 표창장 위조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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