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조선일보>가 원전업계 돈 받는 로비스트를 '그린피스 창립자'로 세탁하다

<조선일보> 패트릭 무어 인터뷰에…그린피스는 진작 "무어는 원전 로비스트" 지적

그러나 해당 발언자는 이미 오랜 기간 원전업체와 유전자변형 농수산물(GMO) 제조 대기업체의 주장을 사실상 홍보해 온 인물이라는 지적이다. 신재생에너지 전환을 비판하기 위해 사실상 원전 세력의 대변인의 목소리를 '그린피스 창립자'로 세탁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법한 부분이다.

 

이날 <조선일보>의 '그린피스 창립자 "한국 탈원전은 폰지 사기극"'이라는 제목 기사는 그린피스 출신으로 알려진 패트릭 무어 박사와의 이메일 인터뷰 내용을 전달했다.

 

해당 인터뷰에서 무어 박사는 "원전 없이 재생에너지로만 (화석 연료를) 대체한다는 건 심각한 망상" "재생에너지는 막대한 정부 보조금과 세금 감면, 에너지 저장 장치(ESS) 설치 등 비용이 많이 들어가지만 원전은 '덜 비싼 기술'"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태양광과 풍력은 경제 전반의 '기생충'" "(탈원전 정책은) 근거 없는 공포가 올바른 과학을 침몰시킨 결과"라고도 주장했다. 

 

무어 박사의 이 같은 주장은 처음이 아니다. 무어 박사는 지난 2011년에도 후쿠시마 이후를 다루는 <매일경제> 대담에 '환경·생태 전문가'로 소개된 바 있다. 당시 무어 박사는 "앞으로 원자력 사용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원전을 완전히 없애기로 하고 재생에너지 투자를 대폭 늘려 재생에너지 발전 비용이 크게 낮아진 독일 사례만 봐도 그의 주장은 사실과 다름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주장의 근거는 1986년 그린피스를 탈퇴한 그가 2006년 원전 지원 단체를 만들 정도로 오랜 기간 원전 세력의 대변인 역할을 해 왔기에 가능했다.


 

무어 박사가 '그린피스 창립자 경력을 이용'해 원전을 홍보하는 모습에 당장 그린피스도 우려의 입장을 드러낸 바 있다.

지난 2012년 그린피스는 무어 박사의 국내 강연을 두고 "패트릭 무어는 그린피스의 설립자가 아니"라고 강력하게 주장한 바 있다.


 

▲<조선일보> 기사 화면 갈무리 

당시 그린피스는 서울사무소는 "그린피스는 필 코테즈, 어빙 스토우, 짐 볼렌 등 세 명의 인물에 의해 1970년 창립되었고, 패트릭 무어는 1년 뒤 필리스 코맥 호 승선을 위해 지원서를 제출하며 비로소 그린피스 활동을 시작했다"며 "그는 그린피스 활동을 접고 환경론자라는 이름으로 환경오염을 주도하는 산업계를 대변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그린피스 측은 무어 박사의 친원전 주장을 소개하며 원전에서 일어날 위협은 전혀 소개하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무어 박사는 과거 "체르노빌 사고 피해자 수는 부풀려졌고, 관련 사망자는 56명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으나, 당장 "국제원자력기구(IAEA)조차도 체르노빌 사망자를 4000여 명으로 집계하고 있다"고 그린피스는 지적했다.

 

무어 박사의 '그린피스 출신 경력' 활용이 논란이 자주된 듯, 아예 그린피스는 홈페이지 '자주하는 질문' 란에 '그린피스의 창립자라고 보도된 패트릭 무어는 누구입니까?'라는 문답 내역까지 만들어뒀다. (☞관련 페이지 바로 보기) 

 

해당 내용을 보면, 그린피스는 무어 박사를 "언론 신뢰를 얻기 위해 아주 오래전 그린피스와 활동한 이력을 자주 언급하며 원자력, 벌목, GMO 산업을 대변하는 목소리를 내"는 인물로 "독립적인 활동가가 아니라 각종 산업계 지원을 받는 로비스트라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지만 실제로는 "원자력 업계에서 돈을 받고 일하는 대변인"이라고 소개했다.

 

더 자세히 그린피스는 "2006년 4월, 원자력 업계의 주 로비창구인 원자력에너지협회(Nuclear Energy Institute)는 청정 및 안전 에너지 연합(Clean And Safe Energy Coalition, CSEC)을 발족하고 전 부시 행정부의 환경보호청장(EPA Administrator)이었던 크리스틴 토드 휘트먼(Christine Todd Whitman)과 패트릭 무어를 공동 회장으로 임명했다"며 "청정 및 안전 에너지 연합은 약 8백만 달러로 추산되는 원자력 업계와 계약의 일부로 거대 홍보회사 힐앤놀튼(Hill & Knowlton)이 주도하여 진행된 홍보단체"라고 설명했다.


 

무어 박사의 원전업체 홍보는 <조선일보> 인터뷰에서도 강조됐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두고 ESS의 필요성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원전 가동에 필요한 우라늄 채굴 및 수송에 드는 화석에너지, 원전폐기물을 초장기간 보관하는데 따르는 금전 및 사회적 비용은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원전을 순수한 친환경에너지인양 홍보하고 있다. 원전 사고 위험성을 이야기하지 않은 것도 현실과 크게 괴리되는 부분이다.


 

무어 박사의 주장대로 국내에서 태양광 사업 지원이 정책화하면서 멀쩡한 산을 태양광 패널로 덮는 모습이 한동안 연출된 바 있다. 이는 친환경 운동가들도 비판을 제기하는 대목이다. 일부 오류를 근거로 마치 재생에너지사업이 환경을 파괴하는 사업인양 부풀리는 태도는 전형적인 원전 찬성론자들의 입장이다. 오히려 상당수 재생에너지 찬성론자는 재생에너지 전환의 필수 조건으로 에너지 분산화와 수요가 있는 곳에서 직접 에너지를 생산한다는 개념의 그리드화(Greed化)를 꼽는다. 원전을 에너지 수요가 가장 큰 서울시내 한복판에 짓자면 찬성할 이가 거의 없겠지만, 신재생에너지 전환의 중요 핵심 아이디어는 시민 모두가 에너지 발전소가 되는 모습이다. 이 같은 에너지 민주화 이상은 무어 박사를 비롯한 원전 찬성론자들의 주장에서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원전 필요성을 주장하려면 그 핵심은 지금도 크고작은 사고가 나는 원전을 정말 서울시내 한복판에 지어도 안전한지, 안전 필요성으로 인해 도심에서 떨어뜨릴 경우 송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소모량이 신재생에너지 전환으로 장기간 이어질 비용 감소 효과를 상쇄할 수 있는지, 이미 태양광 에너지 발전비용이 크게 낮아진 현실을 덮을 정도로 원전이 앞으로도 값싸고 효과적인 에너지 생산 방식인지부터 설명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120615295114921#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