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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그 어떤 방식도 테러다"

[후쿠시마 핵사고 11주년] ③ 일본, 2023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

 

 

후쿠시마 방사능 유출 사고가 발생한 지 11년이다. 2011년 3월 11일 진도 9.0 지진으로 발생한 지진해일이 일본 동북 지방 해안가를 덮치면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하여 방사능이 누출된 사고이다. 체르노빌 사고와 함께 국제 원자력 사고등급의 최고 단계인 7단계인 대형 사고로서 현재도 원자로에서 계속 방사능 물질이 누출되고 있다. 사고로 인해 부서진 원자로를 식히기 위해서 바닷물을 끌어들여 원전을 냉각시키고 있는데 이로 인해 방사능 오염수가 계속 발생한다. 원자로를 식힌 오염수는 저장탱크에 옮겨 육지에 보관하는데 그 양이 130만 톤 을 이미 넘었고 매일 150톤씩 늘어나고 있다. 하루에 200리터 드럼통 750개 분량이 늘어나는 셈이다. 일본 정부는 저장능력이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판단하여 방사능 오염수를 해양 방류하겠다는 입장이다. 방류 시기는 2023년으로 잡고 있으며, 주변 국가들과 회의를 통해 의견을 계속 조율 중이다.

▲ 환경연합 등 시민사회로 구성된 '일본 방사성 오염수 방류 저지 공동행동'은 지난해 12월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해양 방류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환경운동연합

그 어떤 방식의 해양 방류도 테러다 

일본 정부는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배출한다는 기본 입장을 정해놓고 어떻게 해양 배출할 것인가를 논의하고 있다. 오염수를 낮은 농도로 희석해 하루에 500톤씩 방출하는 계획, 해저터널 1km를 통해 방류하는 계획 등을 계속 발표하고 있다. 문제의 본질을 도외시한 채 방사능 처리의 책임을 바다에게 떠넘기는 무책임한 행동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국가는 해양방류를 전제로 한 논의에 대해 상당히 우려를 표하고 있다. 후쿠시마 방사능 문제를 일본 정부에게만 맡겨서는 안 된다. 우리 정부의 대책은 국민의 건강을 보호함과 동시에 일본 정부의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과학적인 증거를 찾는 방향으로 설정되어야 한다. 핵심은 먹이사슬 농축과 수산물 안전에 있다. 

인체가 방사능 물질에 노출되면 백내장, 심혈관 질환, 선천성 기형, 암 등의 발생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 특히, 체르노빌에서 발생한 방사능이 주변 지역의 식물, 포유류, 조류, 양서류, 어류, 무척추 동물에 영향을 주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방사선을 발견한 퀴리 박사는 라듐 방사능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노년에 건강이 많이 악화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방사능 물질이 위험한 이유는 먹이사슬에 농축되어 생물 체내에 흡수되기 때문이다. 특히, 후쿠시마 오염수에 들어있는 C-14(탄소-14)는 탄소이면서 방사선을 내는데, 이렇게 동일한 원자기호를 가지면서 방사선을 내는 원소를 방사성 동위원소라 부른다. 원소 주기율표에서 볼 수 있는 원소는 대부분 방사성 동위원소를 갖는다고 보면 되며, 반감기가 수초~수분에서 수천~수만 년에 이르는 다양한 원소들이 있다. 이 중에서 C-14는 광합성을 통해 식물플랑크톤에 저장되고, 이를 먹이로 삼는 동물플랑크톤, 어류를 거쳐 먹이사슬의 상위단계로 쉽게 축적된다. 인체에 흡수된 C-14는 다른 탄소들과 동일하게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등으로 합성되며 원소 주변에 있는 세포나 DNA를 끊임없이 공격하여 DNA를 변형시키고 암을 유발한다. C-14 원자 한 개가 내는 방사선 양은 기준치 이하로 매우 낮지만, C-14 바로 옆에 있는 세포들은 권투선수가 날리는 펀치를 평생 계속해서 맞는다고 보면 된다. C-14 방사능이 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는 약 5000년이므로 이 원소가 해양생태계 먹이사슬로 들어와서 생물체 내에 일단 자리를 잡게 되면 수천 년 동안 계속 피해를 주게 된다. 이러한 점 때문에 오염수를 희석해서 바다로 방류하는 것은 신중해야 하며, 대안이 없을 때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하는 최후의 보루로 생각해야 한다. 

해저터널을 통해 방류하겠다는 것 또한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방사능 오염수가 해저터널 1km를 통해 흘러가면서 터널 암반 틈을 따라 스며들어 지하수를 오염시킬 수 있다. 오염된 지하수는 다시 퇴적층을 따라 흐르면서 주변 바다로 흘러나온다. 이 과정에서 해저퇴적물에 살고 있는 갯지렁이, 게, 단각류 등 저서동물이 다시 오염된다. 저서동물은 물고기의 좋은 먹이이기 때문에 방사능에 오염된 저서동물은 해양생태계 먹이사슬을 빠르게 오염시킬 수 있다. 먹이사슬로 들어온 방사능에 물질은 해류와는 관계없이 우리나라 바다와 우리 식탁을 위협할 수 있다.

오염수 농도를 묽게 해서 해양으로 방류하는 것은 방사능 문제의 본질을 고려하지 않고 문제의 책임을 바다에 넘기는 것이다. 예전에는 비가 오면 공장 폐수를 빗물에 희석해서 버리곤 했다. 비가 올 때 개천에 나가면 하수 냄새가 많이 나는 이유는 이 때문이며 비가 그치고 나면 물고기들이 떼죽음 당하곤 한다. 방사능은 농도의 문제가 아니라 양의 문제이다. 그래서 오염수 농도를 기준치 이하로 희석해서 배출한다는 것은 나쁜 방법이다. 

▲ IAEA가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앞 바다에서 샘플링 작업을 하고 있다. ⓒIAEA

수산물 방사능 오염 감시 능력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일본 정부가 자국 영해에 오염수를 버리겠다고 억지를 부리면 우리가 이를 막기는 어렵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후쿠시마에서 배출된 방사능이 우리나라 바다로 흘러들어 온다는 과학적인 증거를 확보해서 국제 소송을 하거나, 국제 사회의 여론을 환기시키는 정도일 것이다. 과학적인 정보를 확보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해수 방사능 검사와 수산물 방사능 검사가 있다. 해수 방사능 검사를 통해 우리나라 주변 바닷물에서 방사능 농도를 주기적으로 측정하는데, 이를 통해 후쿠시마 방사능이 해류를 따라 유입되는지의 여부를 추적할 수 있다. 수산물 방사능 검사는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수산물의 방사능 농도를 측정하여 시민들이 안전하게 수산물을 소비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데 목적이 있다. 이 중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수산물 방사능 감시이며, 이를 획기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미국은 후쿠시마 사고가 발생한 이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후쿠시마를 통과하는 쿠로시오 해류가 미국 알래스카로 직접 흘러가는 것을 감안하면 아주 이례적인 반응으로 생각된다. 미국 해양연구소에서 일하는 지인의 이야기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후쿠시마와 관련된 방사능 정보를 잘 공개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는 쿠로시오 해류에 의해 미국 바다가 방사능으로 심하게 오염되지 않을 것이라는 과학적인 정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도 알래스카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모니터링을 엄격하게 실시하고 있다. 이는 미국 시민들에게 알래스카 수산물이 안전하다는 것을 보여줌과 동시에 후쿠시마 해양 방류에 대비하여 배경자료를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해양 방류 이전과 이후의 수산물 방사능 농도를 비교하면 해양 방류에 의한 방사능 오염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후쿠시마 해양 방류 이후에 알래스카 수산물의 방사능 농도가 높아지고, 이로 인해 수산물 소비가 감소하여 수산업이 타격을 받는 경우가 생겼다고 가정해 보자. 미국 정부가 축적한 수산물 모니터링 정보는 일본 정부를 외교적으로 압박함과 동시에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근거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바다는 상당히 넓고 깊어서 바다에서 벌어지는 일을 우리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먹이사슬의 최상부에 위치한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검사를 엄격하고 강도 높게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은 이를 통해서 후쿠시마 해양 방류 시행을 견제하고 수산물 안전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다.

수산물 방사능 오염상 시민이 알 수 있는 정보체계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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