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신문 솎아보기] 민주·정의, 자료제출 부족 한덕수 청문회 연기 요구…국민의힘, ‘몽니’라며 반박
검찰 수사권 중재안, 이준석 반대로 재검토 ‘졸속합의’ 비판 나와…관저 이전 졸속처리 비판

25일과 26일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를 시작으로 윤석열 1기 내각 인사청문회가 본격 시작한다. 청문회를 하루 앞둔 24일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한 후보자의 자료제출 부족을 이유로 청문회 연기를 요구했고, 국민의힘은 “몽니도 이런 몽니가 없다”고 반박했다. 한 후보자의 고액급여·고문료와 이해충돌 사안들, 대기업과 미술품 거래 등 도덕성 논란이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한 후보자를 지난 3일 지명 이후 약 3주간 인사 검증 보도가 이어진 가운데 윤석열 정부 조각 인사의 키워드는 ‘공정’ 대신 ‘찬스’였다. 후보자들의 사회적 지위나 경제력 등을 이용해 자녀가 입시·병역·취업 등에서 혜택을 본 ‘아빠찬스’뿐 아니라 ‘남편찬스’, ‘엄마찬스’, 스스로 이득을 본 ‘셀프찬스’ 등도 나타났다. 

여야가 합의한 박병석 국회의장의 검찰 수사권 분리(검수완박) 입법 중재안이 다시 흔들리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최고위원회에서 재논의를 거론하며 중재안을 수용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일부 신문들은 중재안에 대해 ‘졸속합의’라고 비판했다. 

졸속처리에 대한 비판은 윤 당선자가 취임 이후 거주할 관사 문제를 정하는데도 등장했다. 윤 당선자가 서울 용산구 한남동 외교부 장관 공관으로 관저를 변경하면서 집무실 용산 이전 자체가 졸속으로 처리하면서 벌어진 일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당초 윤 당선자 측은 육군 참모총장 관사를 검토했지만 너무 노후하다며 외교장관 공관으로 변경했다는 입장인데 김건희씨가 외교부 공관을 둘러보고 변경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논란이 커졌다. 

▲ 25일 주요 일간지 1면 모음
▲ 25일 주요 일간지 1면 모음

 

한덕수, 청문회 자료 부실제출 논란

민주당과 정의당이 한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하루 앞두고 일정 연기를 요구하며 국민의힘이 일정 연기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청문회 불참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이들은 “한 후보자 측은 개인정보 제공 미동의, 사생활 침해 우려, 서류 보존기간 만료, 영업상 비밀 등을 이유로 자료를 주지 않는다”며 “필수적인 자료가 부재한 상태에서 청문회를 진행한다면 국민 여러분이 고위공직자를 철저히 검증하라며 국회에 위임해준 권한은 유명무실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25일 아침신문에서도 이 사안이 비중있게 다뤄졌다. 한겨레는 사설 “청문회 자료 부실 제출 한덕수, 검증 피하려는 건가”에서 “새 정부 첫 총리 후보자의 적격 여부를 검증할 인사청문회가 불성실한 자료 제출 때문에 하나마나 한 요식행위로 끝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동시에 여야 한쪽이 빠진 채 열리거나 장기간 열리지 못하는 파행으로 흘러가서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 후보자는 공직에서 물러난 뒤 한국무역협회장과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등을 지내며 43억원의 수입을 얻었고, 김앤장과 공직을 번갈아 옮기는 회전문 인사로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김앤장 고문으로 2002~2003년 활동하면서는 미국 헤지펀드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인수를 도운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공직 퇴임 후 부인 최아무개씨가 미술 작품을 대기업에 수천만원어치 판매해 ‘남편 찬스’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한겨레는 “한 후보자는 2007년 총리 인사청문회에서 걸러진 사안이라고 해명하지만 이번에 또 고문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원점에서 검증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고가 피트니스클럽 무상 이용과 화가인 부인의 대기업 그림 매각 경위 등도 꼼꼼히 따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 25일자 한겨레 만평
▲ 25일자 한겨레 만평

 

한겨레는 “한 후보자는 그동안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청문회에서 다 말하겠다’며 구체적 소명을 피해왔는데 그래 놓고 정작 국회의 자료 요구에 제대로 응하지 않았따면 한 입으로 두말한 것과 다를 게 없다”며 “지금이라고 최선을 다해 자료를 내는 게 도리”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도 사설에서 “역대 정부의 국정난맥을 초래했던 인사 실패가 윤석열 정부 조각 과정에서부터 재연되는 것 아닌가 우려스럽다”고 했다. 

한편 이 신문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 측은 변호사 시절 청탁사건 연루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 기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밝혔는데, 검증 보도를 위축시키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반면 중앙일보는 “민주·정의당의 총리 후보자 청문회 불참, 부적절하다”란 사설에서 “다른 국무위원과 달리 국무총리는 국회 인준을 받지 못하면 임명이 불가능하다”며 “윤 당선자가 책임총리제 구현을 공약한 만큼 국무총리의 역할과 위상은 새 정부에서 더 커질 전망이니 국민이 청문회 과정을 지켜보며 총리 후보자의 자질과 국정 방향 등을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한덕수 후보자는 최대한 자료 제공에 협조하고, 정치권은 일정을 바꿔서라도 청문회를 열어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철저한 검증을 촉구했다. 그러면서도 “코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를 의힉새 여야 정치권이 인사청문회를 기싸움의 장으로 변질시킬까 우려스럽다”며 “새 정부가 약 2주 후 내각 진용조차 갖추지 못한 채 출범한다면 국민이 피해를 본다”고 주장했다. 

한국일보도 사설에서 “여야는 6·1 지방선거를 앞둔 공방의 장으로만 여기지 말고 역량 있는 정부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철저한 검증을 하기 바란다”고 했다. 

경향, 찬스에 사라져가는 공정

경향신문은 1면 톱기사 “‘찬스’에 사라져가는 ‘공정’”에서 “장관 후보자들에게 불거진 ‘찬스 논란’은 한국 사회의 주류가 인맥, 학맥, 경력을 고리로 ‘그들만의 특혜’를 누리고 있으며, 그것이 대물림되는 현실이 투영돼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며 “‘공정’이라는 윤 당선자의 표어가 무색하다”고 보도했다. 이어 “전체 총리·장관 후보자 19명 중 여성 3명을 제외한 16명이 남성인 ‘남초 내각’인 까닭에 ‘아빠 찬스’ 논란이 유독 많았다”고 전했다. 

▲ 25일 경향신문 만평
▲ 25일 경향신문 만평

 

가장 논란은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다. 두 자녀의 경북대 의대 편입 사실에서 시작한 의혹은 ‘아들의 불합격 후 이듬해 지역출신 특별전형 신설’ ‘딸 특정고사실 면접 만점’ ‘아들 공저 논문 표절’ 등 의혹이 이어졌다. 정 후보자의 아들은 경북대병원 진단서를 통해 사회복무요원으로 재판정 받으면서 ‘셀프 재검’ 의혹이 불거졌다. 

김인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자신이 한국풀브라이트동문회 회장으로 있던 시절 딸이 2년간 1억원에 이르는 장학금을 수령해 ‘아빠찬스’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는 본인이 사외이사로 있는 회사 계열사에 아들이 취업했다.   

▲ 25일 국민일보 만평
▲ 25일 국민일보 만평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국회는 국민의 눈높이에서 각 후보자들의 도덕성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며 “윤 당선자는 명확한 결격 사유가 드러난 후보자에 대해선 지명철회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선자 본인이 기치로 내건 ‘공정·상식’에 어긋나는 후보자를 ‘측근’ ‘친구’ ‘후배’라는 이유만으로 임명해선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검수완박 ‘졸속합의’ 비판 쏟아져

검찰 수사권 문제를 두고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가운데 검찰과 양측 지지자들의 반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재검토 의지를 드러내며 합의가 무산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대체로 신문들은 이번 합의를 ‘졸속합의’라는 입장이다. 

서울신문은 사설 “검수완박 졸속 추진과 합의 번복, 이게 정치인가”에서 “민주당이 새 정부 출범을 코앞에 두고 위헌 소지까지 있는 검수완박 입법을 강행하는 데 따른 국민들 우려와 비판은 그동안 거듭 지적한 바 있다”며 “민주당의 입법 강행만큼이나 권 원내대표의 합의 또한 졸속이었던 셈”이라고 비판했다. 

▲ 25일 한국일보 만평
▲ 25일 한국일보 만평

 

세계일보는 1면 “검수완박 ‘졸속합의’ 정치권 거센 후폭풍”이란 기사에서 “박 의장 중재안은 검찰의 기존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수사권 중 부패·경제사건 수사권만 한시적으로 남기고 나머지를 삭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데, 정치인들이 검찰 수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도록 여야가 ‘야합’을 했다는 비판이 일었다”고 보도했다. 

세계일보는 사설 “국민 신뢰 못 얻은 검수완박 합의, 졸속 추진 안 된다”에서 “여야의 정치적 거래로 70여년간 유지해 온 국가 형사·사법 체계를 뒤흔들어선 안 된다는 비판이 거세다”라며 “여야는 민심을 확인한 만큼 4월 국회에서 중재안을 졸속 처리해선 안 된다”고 했다. 

집무실 용산이전 졸속 추진에 관저문제도 논란

윤 당선자가 취임 후 거주할 관저로 기존 육군참모총장 관사를 배제하고 외교장관 공관으로 변경했다. 동아일보는 “대통령관저 외교장관 공관으로 다시 변경…이래도 되나”라는 사설에서 “취임을 보름 앞두고서야 나온 새 대통령 관저 결정 과정을 보면 신구 권력 간 갈등까지 낳았던 집무실 이전만큼이나 주먹구구식”이라며 “윤 당선자가 관저로 육참총장 공관을 쓰겠다고 발표한 게 지난달 20일이고 그로부터 한달만인 20일 외교장관 공관을 관저로 다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한달 간이나 시간만 허송한 것”이라며 “어제 새 관저 확정 발표가 났는데 그것도 언론보도를 부인하는 과정에서 나왔다”고 지적했다. 윤 당선자의 부인 김건희씨가 외교장관 공관을 둘러본 뒤 변경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당선자 측이 “(공관 방문은) 실무진 결정이 난 이후 확인하는 수순”이라고 해명하며 기정사실화 한 것이다. 

▲ 25일자 동아일보 1면 사진기사
▲ 25일자 동아일보 1면 사진기사

 

동아일보는 “외교장관은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하고 해외 방한 인사나 주한 외교단을 위한 외교행사를 여는데 사용했던 대체 공간도 필요하다”며 “그런 후속 계획도 없이 관저 이전부터 확정한 것이 정상적 절차일 수 없다”고 한 뒤 “앞으로 국정 일처리가 계속 이런 식이어선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도 사설 “대통령 집무실 이어 또다시 졸속으로 결정된 관저 이전”에서 “집무실·관저 이전을 둘러싼 혼란은 모두 윤 당선자 측이 여론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서 벌어진 일”이라며 “당선자 측은 졸속과 불통으로 초래된 혼란을 어떻게 최소화할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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