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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극우의 어이없는 동영상... 의심스러운 배후

[김종성의 히,스토리] 극우 일본제일당 위안부 피해자 모독... 자민당 정권이 진원지

22.05.27 18:56최종 업데이트 22.05.27 18:56
한·일 극우세력들이 위안부 문제에서 보조를 맞추고 있다. 한국 극우세력은 이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수요시위(수요집회)를 적극 훼방하고 있다. 수요시위 장소를 선점하고, 수요시위 양옆에서 맞불집회를 열고, 수요시위 시작에 맞춰 확성기 소음을 내곤 한다.

이들은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를 위증죄로 고발하기까지 했다. 그가 위안부로 착취당하다가 1946년 5월 귀국할 때 <귀국선>이란 가요를 들었다고 증언했는데 이 증언이 거짓이라고 고발했다. 그 노래 초판 음반이 1947년에 나왔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1964년 3월 29일 자 <조선일보>는 그 노래가 해방 직후에 불렸다고 말한다(관련기사: 어이없는 이유로 고발 당한 이용수 할머니 http://omn.kr/1y8dg).
이달 17일, 서울 종로경찰서는 이 사건을 각하했다. 법적 요건이 갖춰져 있지 않다는 이유였다.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고 94세 된 식민 지배 피해자를 경솔하게 고발한 사건이었다. 균형감을 상실한 채로 위안부 문제에 뛰어드는 한국 극우세력의 현실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일본 극우의 수준 낮은 일탈?

일본 극우세력은 더하다. 이들은 자신들의 일이므로 더욱 결사적으로 매달리고 있다.

소녀상 전시회가 열리면 협박 메일도 보내고 공포 분위기도 조성한다. 이들도 맞불집회를 연다. 작년 7월 나고야에서 있었던 것처럼, 시민단체가 소녀상 전시회를 기획하면 이들도 같은 건물 같은 층에서 맞불 전시회를 준비할 때가 있다.

이들의 방해 활동이 이번 주에도 시선을 끌었다. 지난 21일과 22일 일본제일당이 주최한 '2022 도쿄 트리엔날레'가 그것이다. 이 행사에서는 위안부 피해자들을 노골적으로 모독하는 퍼포먼스가 벌어졌다. 유튜브 채널인 '일본제일당 공식 채널(日本第一党公式チャンネル)'의 23일 자 동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이들은 노골적으로 '위안부는 매춘부'라는 메시지를 표현했다.

위 동영상을 열어보면, 교실 같은 공간이 나온다. 유리창에 욱일기가 걸려 있는 모습이 뒤이어 비친다. 그 공간 내에 소녀들이 앉아 있다. 하얀 저고리와 검정 치마 차림의 소녀들이 의자에 앉아 있다. 펌프로 공기를 주입해 부풀린 소녀상이다. 일종의 풍선으로 소녀상을 만든 것이다.

소녀들은 하나같이 다리를 크게 벌린 채 앉아 있다. 그들은 화장을 하고 있다. 게이샤를 연상시키는 화장이다. 옷은 한국 소녀인데 얼굴은 일본 게이샤다. 이 한국 소녀들이 어떤 일을 했는가를 연상케 하기 위한 장치라고 할 수 있다.
  

▲ 노골적으로 '위안부는 매춘부'라는 메시지를 표현한 '일본제일당 공식 채널'의 23일 자 동영상. ⓒ 일본제일당

 
소녀들의 왼쪽 어깨에는 잉꼬가 한 마리씩 얹혀 있다. 잉꼬의 몸을 둘러싼 것은 일본 지폐다. 그들이 화대를 받고자 위안부가 됐다는 거짓 이미지를 그런 식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소녀들의 그림자를 형상화한 것도 있다. 그런데 그림자가 단순하지 않다. 태극기 문양이 그려진 나비가 그림자에 붙어 있다. 안중근의 손가락도 그려져 있고 백범 김구도 그 안에 있다. 위안부 문제가 한국의 혼과 연결된다는 점을 그렇게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기다란 그림자에서 소녀 얼굴에 해당하는 부분이 다소 흉악하다. 일반적인 소녀의 두상과 거리가 멀다. 날카로운 이빨의 악마가 웃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위안부 문제의 배후에 검은 의도라도 있는 듯한 느낌을 풍기는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올해 50세인 사쿠라이 마코토 일본제일당 당수도 소녀들과 똑같은 옷을 입고 그 속에 앉아 있다. 그는 '위안부는 매춘부'라는 메시지를 열심히 설명한다. 일본은 잘못이 없다고 역설한다. 그러면서 웃고 떠들며 흥을 고조시킨다.

사쿠라이는 <아사히신문> 신문지로 포장된 펌프를 눌러대면서 소녀상을 부풀린다. 일본에서 위안부 문제가 크게 알려진 것은 1991년 <아사히신문> 보도의 결과였다. 사쿠라이 당수 같은 극우파들은 그 보도가 거짓이라고 주장한다. 사쿠라이의 행동은 위안부 문제 확산이 허위 보도에 기초해 있다는 주장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쿠라이는 위안부 문제로 인해 일본의 이미지가 나빠졌다고 불평한다. 한국에 대한 그의 증오심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재일한국인들의 권리를 제한하자며 '재일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모임(在日特権を許さない市民の会, 재특회)'을 설립한 그는 '반일 조선인을 때려죽이자', '일본에 있는 한국인을 불태우자' 같은 과격한 주장을 일삼아왔다.

그가 이끄는 일본제일당은 국회 의석이 없다. 하지만 그의 영향력은 상당하다. 2020년 7월 도쿄도지사 선거에서 17만 9천 표를 획득하며 5위를 기록했다. 2016년보다 6만 4천 표 늘어난 성과였다.

일본제일당과 성향이 비슷한 일본유신회는 작년 10월 중의원 선거에서 465석 중 41석을 차지하며 주요 정당으로 올라섰다. 이를 감안하면 사쿠라이나 그 동료들이 정치적 입지를 더 넓혀나갈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사쿠라이의 퍼포먼스를 극우 행동가의 수준 낮은 일탈로 치부해 버릴 수 없는 이유다.

한·일 극우 행동가들 부추기는 세력

위안부 문제 해결을 훼방하는 한·일 양국의 극우 행동가들이 이처럼 저급하고 유치한데도, 적지 않은 수의 지지자들이 응원은 물론 금전 후원까지 보내고 있다. 그것이 양국 극우 행동가들의 발판이 되고 있다.

극우 행동가들이 터무니없는 행동을 벌이고 지지자들이 응원과 후원을 보내는 것은, 정상적이고 학술적인 방법으로는 위안부 문제의 세계적 확산을 막기 어렵다는 판단에 기인하는 측면도 있다. 합리적인 대처가 어렵기 때문에 극단적 행동을 하고, 또 거기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들이 학술적 대응을 전혀 모색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학 교수가 작년 상반기에 이들의 구심점으로 올라선 것은 그들의 그 같은 필요성에 기인한다. 하버드대학의 권위를 빌려 자신들의 주장에 힘을 얹고자 하는 양국 극우세력의 이해관계가 램지어 교수의 팬덤을 형성하는 데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극우들의 우상이 된 램지어 교수는 세계적으로 대형 망신을 당했고 그의 학술적 허점도 크게 드러났다. 그가 위안부들의 실태를 조사하지 않았으며 그가 연구한 것은 일본 유흥업소 여성들이었다는 점이 미국 학계에서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램지어가 이런 망신을 당한 것은 그의 연구 태도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위안부 문제 해결을 학술적으로 방해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한·일 양국의 극우 행동가들은 계속해서 말썽을 일으키고 있다. 하얀 저고리에 검정 치마를 입고 우스꽝스러운 퍼포먼스를 연기하는 사쿠라이 마코토처럼, 세상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 코로나19 긴급사태 전면해제를 선언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2020.5.25 ⓒ 연합뉴스

 
그들을 그렇게 만드는 추동력이 일본에 있다. 아베 신조 전 총리를 비롯한 극우세력들로 둘러싸인 자민당 정권이 그 추동력의 진원지다. 강력한 군사력과 자금력을 지닌 자민당 정권과 일본 극우세력이 한·일 양국의 극우 행동가들을 부추기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일본 극우세력이 중견 정당인 자민당을 앞세워 위와 같은 퍼포먼스를 벌일 수는 없다. 사쿠라이 같은 극우 정당 대표들은 자민당이 하기 힘든 일을 정당 명의로 벌이는 측면이 있다. 크게 보면, 자민당 정권의 2중대라고 할 수 있다.

사쿠라이 마코토의 퍼포먼스는 누가 봐도 우스꽝스럽고 유치하다. 50세가 된 그 자신이 생각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부끄러움을 덜 타는 성격 탓일 수도 있지만, 그런 활동을 장려하는 거대한 세력이 일본 사회를 이끌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이 극우행동가들을 과감하게 만들고 있다. 위안부 문제 해결을 염원하는 우리 한국인들이 얼마나 버거운 세력을 상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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