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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 유발 물질이 아파트에... 국민 속인 시멘트업체들

[최병성 리포트] 방사능 폐기물 사용 방조해 온 환경부

22.06.09 06:03최종 업데이트 22.06.09 06:03

▲ 모내기 위해 물을 대놓은 것처럼, 여수 바닷가에 인산석고가 가득 쌓여 있다. 방사능 라돈 폐기물로 시멘트를 만드는 현실을 추적해보자. ⓒ 최병성

 
폐암을 유발하는 방사능 라돈이 들어있는 폐기물로 시멘트를 만드는 나라. 대한민국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이 가능한 것일까? 방사능 라돈이 함유된 폐기물을 집을 짓는 시멘트 제조에 사용하는 충격적인 현실을 추적했다.

이곳은 여수 바닷가에 위치한 비료를 만드는 남해화학이다. 바닷가에 검은색 비닐로 덮인 거대한 산이 있다. 자동차로 한참을 달려야 끝에서 끝에 이를 만큼 엄청난 양이다. 검은 비닐로 덮어 놓은 것의 정체는 인광석에서 인을 추출하고 남은 폐기물 인산석고다.
  

▲ 검은 비닐로 덮인 거대한 산. 끝이 보이지 않는다. ⓒ 최병성

 
인구 증가에 따라 식량 증산을 위해 1960년대부터 화학비료의 생산이 급증했다. 화학비료의 주성분은 질소, 인산, 칼륨이다. 이 중 인산은 인광석에서 인을 추출해서 만들어지는데 이 과정에 '인산석고'라는 폐기물이 발생한다.

국내에는 인광석이 없다. 인을 만드는 인광석은 모로코와 이스라엘 등 외국에서 전량 수입한다. 문제는 인광석에 우라늄, 라듐, 토륨 등의 방사능이 함유되어 있으며, 인을 추출한 후 발생하는 인산석고에도 다량의 라돈이 잔류한다는 사실이다.

폐암 유발하는 방사능 라돈

방사능 중 하나인 라돈은 인체에 얼마나 위험한 물질일까? '인산석고 취급공정에서의 라돈농도 및 유효선량 수준 평가'(2018년 한국산업안전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는 라돈이 폐암을 일으키는 유력한 원인 중 하나라며 그 위험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경고한다.
 
국제암연구소(IARC)는 라돈을 흡연 다음으로 폐암을 일으키는 인체발암물질로 설정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라돈을 담배에 이어 폐암 발병원인 인자로 보고 있으며 폐암 발병의 3-14%를 차지하는 것으로 발표하였다. 우리나라 폐암 사망자는 2005년 1만 3천명으로 이중 4-15%가 라돈노출로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미국에서 라돈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매년 20,000명으로 폐암사망자의 10%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특히 이 보고서는 '라돈은 우라늄이 몇 번의 방사성 붕괴를 거듭한 후 생성되는 무색·무취의 가스 상 물질로써 먼지 등에 잘 흡착되며 폐에 흡입된 후 붕괴되면서 알파선 등을 방출한다'고 라돈의 특징을 설명한다.

남해화학 공장 앞 바닷가에 쌓여 있는 인산석고는 무려 2800만 톤에 이른다. 방사능 라돈이 포함된 인산석고를 처리할 곳이 마땅치 않아 시간이 갈수록 거대한 산을 이룰 수밖에 없는 것이다.
    

▲ 검은 비닐 아래 2800만 톤이 넘는 인산석고가 가득 쌓여 있고, 중장비들이 작업 중이다. ⓒ 최병성

 
석고보드 공장들은 인산석고 사용 중단했지만

지난 2014년 3월 22일과 29일, KBS <추적 60분>은 고층아파트에서 방사능 라돈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되었다고 보도했다. 환경부 권고 기준이 4피코큐리인데 기준치를 초과한 5.2피코큐리가 검출되었으며, 석고보드와 레미콘 골재가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실내 건축마감재로 많이 사용되는 석고보드가 라돈이 함유된 인산석고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보도 이후 석고보드 공장들은 비료공장에서 나오는 인산석고 사용을 중단하고, 탈황석고로 석고보드를 만들고 있다. 발전소에서 발생하는 탈황석고는 라돈 농도가 인산석고에 비해 훨씬 적다.
  
그러나 시멘트공장들은 2022년 현재까지도 라돈이 함유된 인산석고로 시멘트를 만들고 있다. 폐암을 유발하는 방사능 라돈으로 만들어진 쓰레기시멘트로 지은 아파트가 오늘도 전국 곳곳에서 쑥쑥 올라가고 있다.
  

▲ 오늘도 전국에서 쑥쑥 올라가는 아파트 대부분은 방사능 라돈이 함유된 인산석고가 들어간 시멘트로 지어지고 있다. ⓒ 최병성

 
시멘트 기업들은 인산석고에 방사능 라돈이 함유되었다는 것을 모르는 걸까? 아니다. 한국시멘트협회가 <추적 60분> 방송 직후인 2014년 11월 만든 '시멘트산업 공정 특성과 순환자원 재활용'이라는 해명자료를 입수했다.

이 자료엔 '원료대체' '연료대체'라는 이름으로 온갖 가연성 쓰레기와 비가연성쓰레기로 시멘트를 만드는 제조공정을 그림으로 소개하며 첨가제 대체에 '탈황석고'라고 기록했다. 시멘트협회도 인산석고엔 방사능 라돈이 많아 위험하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 시멘트기업들은 시멘트협회 자료에 탈황석고를 사용한다고 해놓고는 라돈이 함유된 인산석고를 사용하여 국민을 속였다. ⓒ 한국시멘트협회

    
특히 한국시멘트협회는 해당 자료에서 <추적 60분 - '라돈의 공포'> 방송을 소개하며, '방송에서 문제가 된 아파트의 라돈 검출은 인산석고를 사용한 석고보드와 골재가 원인으로 확인'되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 아파트에서 라돈이 기준치 초과 검출된 것은 인산석고로 만든 석고보드 때문이라는 시멘트협회 해명자료 ⓒ 한국시멘트협회

 
한국시멘트협회가 2015년 1월 제작한 '시멘트 유해성 논란 설명자료'라는 것도 입수했다. 한국시멘트협회는 이 설명자료 '아파트와 방사능'에서 '아파트(콘크리트)에서 방사선량이 높게 나오는 것은 시멘트와 상관성이 없다'며, 인산석고를 사용한 석고보드가 원인이라는 KBS <추적 60분> 방송내용을 자세히 소개했다.
   

▲ 아파트에서의 라돈은 시멘트와 상관없으며, 인산석고로 만든 석고보드 때문이라는 시멘트협회 해명자료. 그러나 현실은 시멘트공장들이 인산석고를 사용하고 있다. ⓒ 한국시멘트협회

 
'인산석고로 만든 석고보드 때문'이라는 한국시멘트협회의 해명은 인산석고가 방사능 라돈 위험이 높은 유해 폐기물임을 시멘트공장들도 이미 잘 알고 있음을 의미한다. 또 '인산석고로 만든 석고보드 때문'이라는 해명은 시멘트공장들은 '시멘트 제조에 인산석고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말과 같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런 해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민 기만하는 시멘트공장들

그러나 한국시멘트협회의 해명은 국민을 속이는 거짓말이었다. <국민일보>는 지난 2018년 7월 9일 문진국 자유한국당 의원의 자료를 받아 '원자력안전위 관리·감독 구멍... 수입 인광석에서 기준치 초과 방사능 검출'이란 기사를 보도했다.
 

▲ 석고보드공장은 2014년 KBS <추적 60분> 방송 이후 인산석고 사용을 중단했는데, 시멘트공장은 오히려 50만톤에서 70만톤으로 사용량이 증가했다. ⓒ 국민일보

 
시멘트 공장들은 <추적 60분> 방송 이전인 2013년 51만 톤, 2014년 66만 9천 톤의 인산석고를 사용했다. 그런데 방송 이후인 2015년 60만 톤, 2016년 70만 5천 톤, 2017년 70만 톤으로 인산석고 사용량이 증가했다.

그리고 지난 4월 17일 남해화학 관계자와의 통화에서 2022년 현재도 연간 70만 톤의 인산석고를 남해화학으로부터 가져다 시멘트 제조에 사용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석고보드 공장들은 2013년 11만 3천 톤에서 2014년 2만 5천 톤으로 급격히 사용량이 축소되었고, 2015년부터는 인산석고 사용량이 없다. 한국산업안전공단도 2018년 작성한 '인산석고 취급공정에서의 라돈농도 및 유효선량 수준 평가' 보고서에 '인산석고가 들어간 석고보드가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석고보드 제조공정에 인산석고 사용이 중지한 상태'라고 확인해주고 있다.
 

▲ 시멘트공장들은 방사능 라돈이 함유된 인산석고를 시멘트 제조에 사용하고 있다. ⓒ 최병성

 
그런데 시멘트공장들은 한국시멘트협회의 해명 이전뿐 아니라 2022년 현재까지도 폐암을 유발하는 방사능 라돈이 함유된 인산석고를 시멘트 제조에 사용 중이다.

시멘트기업의 부도덕함은 한국산업안전공단의 '인산석고 취급공정에서의 라돈농도 및 유효선량 수준 평가'(2018)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한국산업안전공단은 이 보고서에서 '과거에는 석고보드 주원료가 인산석고였으나 지금은 화력발전소 등에서 발생하는 배연탈황석고를 사용하지만, 시멘트공장들은 아직도 인산석고가 시멘트 제조에 사용된다'고 지적했다. 그 증거로 석고보드공장 2곳과 인산석고를 사용하는 시멘트공장 7곳을 조사하여 시멘트공장의 라돈 농도가 더 높다는 결과를 공개했다.
   

▲ 석고보드 공장보다 시멘트공장 안의 라돈 농도가 더 높다는 한국산업안전보건연구원 조사 결과 ⓒ 한국산업안전보건연구원

 
특히 한국산업안전공단은 '시멘트공장의 근로자들은 라돈으로 인해 연간 평균 0.63 mSv/yr, 최대 3.81 mSv/yr의 유효선량에 노출된다고 할 수 있다'며 '방사능 라돈에 노출된 시멘트공장의 근로자들이 원자력안전법에서 규정하는 방사선 작업종사자로 관리되고 있는지 궁금하다'며 인산석고로 시멘트를 만들고 있는 시멘트공장 작업 환경의 방사능 라돈의 위험성을 지적하였다.

방사능 폐기물 사용 방조해 온 환경부

시멘트는 국민들이 살아가는 거주공간인 집을 짓는 건축 재료다. 국민의 건강을 위해 최대한 안전한 재료들로 만들어져야 한다. 그러나 시멘트는 폐타이어, 폐플라스틱, 폐합성수지, 폐페인트, 하수슬러지, 각종 공장의 오니와 슬러지 등 온갖 쓰레기로 만들어지고 있다. 때문에 시멘트 안에 발암물질과 중금속이 많다. 여기에 폐암을 유발하는 방사능 라돈 함유 인산석고까지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 환경부의 잘못된 쓰레기시멘트 정책으로 인해 시멘트공장이 있는 지역 주민들은 환경오염에 시달리고, 국민들은 발암물질과 중금속 가득한 시멘트로 지은 아파트에 살아가는 고통을 당하고 있다. ⓒ 최병성

 
시멘트공장들이 쓰레기로 시멘트를 만들도록 허가한 것은 환경부다. 환경부는 방사능 라돈 폐기물인 인산석고가 시멘트에 들어가는 사실과 그 위험성을 몰랐을까.

'석고보드 잘못 사용하면 실내 라돈 농도 높여'라는 환경부 브리핑 자료를 입수했다. 환경부는 이 보고서가 '2009년 국정감사에서 방사성 물질의 함량이 높은 석고보드가 대량 유통됨으로써 국민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사항에 따라 1년간 수행한 결과'라며 그 위험성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 2011년 환경부의 라돈이 함유된 인산석고로 만든 석고보드의 위험성 브리핑 자료. 환경부는 이미 라돈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었다. ⓒ 환경부

 
석고보드에서 방출될 수 있는 라돈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전체 폐암환자 중에서 3~14%가 라돈에서 기인한 것으로 추정하고, 라돈을 주요 실내공기 오염물질로 취급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 국제암센터(IARC)에서는 라돈을 사람에 대해서 발암성이 있는 물질(category 1)으로 규정하고 있다.<br style="box-sizing: inherit;" /><br style="box-sizing: inherit;" />이러한 라돈에 의한 위험성 때문에 국내 유통 중인 17종의 석고보드에 대한 라돈 방출량을 조사한 결과, 인산부산석고를 원료로 한 석고보드가 배연탈황석고를 사용한 석고보드보다 25배 높은 라돈 방출량을 나타낸 것으로 나타났고, 석고보드 제품 내에 있는 자연 방사성 물질인 라듐, 토륨(232Th), 칼륨(40K)에 대한 농도를 조사한 결과, 인산부산석고에서 배연탈황석고의 약 16배에 해당하는 높은 라듐 농도를 나타냈다.

 
환경부가 인산석고로 만든 석고보드의 위험성을 브리핑한 건 2011년 6월 21일이다. 2014년 3월 KBS <추적 60분> 방송보다 3년이나 빠르다.

 만약 환경부가 2011년 6월 브리핑 이후 방사능 라돈이 함유된 인산석고의 건축 재료 사용을 금지했다면, <추적 60분> 방송도 필요 없었다. 시멘트 기업들이 오늘까지 인산석고로 시멘트를 만들어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관련기사] 폐암 유발 독성 쓰레기로 아파트 짓는다? 5시간 추격전 (http://omn.kr/1rfy1)

그러나 환경부는 인산석고가 건축재로 사용되어 국민 건강에 위해를 가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방치했다. 심지어 지금까지도 국민 건강을 위한 제대로 된 쓰레기 사용 기준이나 시멘트 제품의 안전 기준도 마련하지 않았다.

환경부 산하기관인 국립환경과학원은 2009년 '시멘트 소성로 투입폐기물의 중금속기준(안) 설정에 관한 연구'에서 시멘트 제조에 사용하는 쓰레기들이 독일, 프랑스, 스위스 등과 비교하여 Ni, Sb, V, Cd, Sb, Pb, As 등이 기준치를 초과함을 확인했다. 또 시멘트제품에 영향을 미치는 중금속 항목을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환경부는 2009년부터 시멘트 제조에 사용되는 쓰레기들이 유럽의 여러 나라들의 기준을 초과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지금까지 제대로 된 기준을 마련하지 않아 환경을 오염시키고 국민 건강을 병들도록 방치해왔다. ⓒ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은 2015년엔 '시멘트 제품 중 유해물질 기준(안) 마련연구'에서 시멘트에 사용되는 쓰레기 사용량에 따라 시멘트 제품의 중금속 농도가 증가한다는 상관관계가 있다며 국민 건강을 위해 시멘트 제품 중 중금속 함량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결론을 제시했다.

그러나 7년이 지난 오늘까지 환경부는 어떤 기준도 만들지 않았다. 이런 환경부 탓에 시멘트 공장들이 폐암을 유발하는 방사능 라돈이 함유된 인산석고로 시멘트를 만들면서도 국민을 속일 수 있었던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이제라도 국민 건강의 관점에서 쓰레기 시멘트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시멘트공장들은 그동안 온간 쓰레기로 시멘트를 만들어 오면서도 어린이 놀이터 모래보다 안전하다, 유럽은 친환경시멘트라 부른다는 등의 거짓말로 국민을 속여왔습니다. 앞으로 국민의 건강을 위해 시멘트 기업의 거짓말을 하나하나 밝혀내겠습니다. 관련하여 시멘트공장 관계자들이나 시멘트공장에 쓰레기를 납품하는 운전자분들의 내부 제보를 받습니다. 제보 해주실 분은 cbs5012@hanmail.net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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