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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의 직격] 정권의 경찰 장악 시도, 부당하고 불법이다

전국경찰직장협의준비위원회 관계자들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성당 앞에서 행안부 경찰국 신설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07.14 ⓒ민중의소리
 
어떤 나라가 있다. 이 나라에서는 내무부(이후에 행정안전부로 이름이 바뀌었다) 장관이 직접 치안을 관장하다가, 고문치사 등 인권 탄압 사건을 일으킨 역사가 있다. 그래서 민주화 이후에 내무부로부터 경찰청이라는 기관을 따로 떼어내서 설치하게 됐다.

그런데 검찰총장 출신이 대통령이 되더니 자신의 고등학교 후배 변호사를 행정안전부 장관에 앉혔다. 그리고 대통령의 고교 후배는 경찰을 지휘하겠다면서 시행령(행정안전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개정안과 시행규칙(행정안전부 장관의 소속청장 지휘에 관한 규칙안)을 입법예고했다. 내용을 보면, 경찰국이라는 조직을 신설하고, 경찰청 일에 촘촘하게 개입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 총경들이 모여서 회의를 하자, 회의를 제안한 총경을 곧바로 인사조치하고, 회의에 참석한 총경들을 감찰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행정안전부 장관은 시행령, 시행규칙 개정을 밀어붙이겠다고 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검찰총장 출신이 대통령이 되고, 대통령의 고등학교 후배가 행정안전부 장관을 맡게 되면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정권의 경찰 장악 시도

위의 글은 현재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간단하게 정리한 것이다.

사실 평소에 검찰이든 경찰이든 신뢰하지 못하고 있는 필자로서는 처음에는 이 문제에 별로 관심갖고 싶지 않았다. 필자가 현장에서 부딪혀 본 바로는, 검찰이든 경찰이든 기득권세력과 관련된 수사에는 소극적이었고, 약자들의 목소리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23일 오후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에 각 지역 서장(총경)들이 참석해 있다. 2022.7.23 ⓒ뉴스1

그러나 이번 총경회의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보면서, 생각이 좀 바뀌었다. 아무리 평소에 약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던 경찰이지만, 부당한 일들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부당한 일들이 윤석열 정권의 경찰장악 시도 때문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가뜩이나 민생현안들이 쌓여 있는 상황에 고등학교 후배를 장관으로 앉혀놓고, 굳이 이런 일들을 벌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법리적으로도 양쪽 주장을 비교해보면, 행정안전부의 주장이 잘못됐고, 경찰국 신설 반대쪽의 입장이 타당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현재 행정안전부가 입법예고한 내용과 정부조직법을 뜯어보면, 당연히 도출되는 결론이다.

자기 권한도 아닌 ‘치안’에 지휘권 행사?

우선 행정안전부 장관 명의로 입법예고가 된 시행령(행정안전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개정안을 보면, 신설되는 경찰국장은 “정부조직법 제7조에 따른 경찰청장에 대한 지휘ㆍ감독에 관한 사항”을 담당하게 되어 있다.

그리고 시행규칙(행정안전부 장관의 소속청장 지휘에 관한 규칙)에서도 ‘정부조직법 제7조 제4항에 따라 행정안전부 장관이 경찰청장을 지휘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그렇다면 정부조직법 제7조는 도대체 어떤 조문일까?. 우선 정부조직법 제7조를 보면, 제목이 “행정기관의 장의 직무권한”이다. 행정안전부 장관과 경찰청장의 관계에 관한 조항이 아니라, 모든 부처 장관의 권한에 관한 일반적인 조항인 것이다.

그리고 제7조에는 정부부처의 장관과 외청(경찰청, 소방청외에도 국세청, 관세청, 통계청, 농촌진흥청, 산림청 등이 외청이다)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도 일반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데, 제4항이 그것이다. 그 내용을 보면, 이렇다.
 

제7조(행정기관의 장의 직무권한)
④ 제2항과 제2항의 경우에 소속청에 대하여는 중요정책수립에 관하여 그 청의 장을 직접 지휘할 수 있다.


여기까지를 보면, 장관이 외청에 대해 “중요정책의 수립에 관하여” 직접 지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물론 분명히 “중요정책의 수립”으로만 지휘 범위는 제한된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조항이다. 행정안전부 장관과 경찰청장의 관계에 관한 내용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 정부조직법 제34조 제1항을 보면, 행정안전부 장관의 직무범위가 나온다. 문제는 장관의 직무범위에 ‘치안’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박송희 전남자치경찰위원회 총경이 2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행안부 경찰국 신설 추진 철회 촉구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2022.06.23 ⓒ민중의소리

제34조(행정안전부) ① 행정안전부장관은 국무회의의 서무, 법령 및 조약의 공포, 정부조직과 정원, 상훈, 정부혁신, 행정능률, 전자정부, 정부청사의 관리, 지방자치제도,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지원ㆍ재정ㆍ세제, 낙후지역 등 지원, 지방자치단체간 분쟁조정, 선거ㆍ국민투표의 지원, 안전 및 재난에 관한 정책의 수립ㆍ총괄ㆍ조정, 비상대비, 민방위 및 방재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

그리고 제34조 제5항을 보면, “치안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기 위하여 행정안전부 장관 소속으로 경찰청을 둔다”라고 되어 있다.
 

⑤ 치안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기 위하여 행정안전부장관 소속으로 경찰청을 둔다.


여기서 한번 생각을 해 보자. 자기의 직무범위가 아닌 사항에 대해 다른 기관을 지휘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당연히 가능하지 않다.

1990년 ‘치안’은 내무부 장관권한에서 빠져

그리고 행정안전부 장관의 관장사무에서 ‘치안’을 뺀 것은 1990년 12월 27일 정부조직법을 개정하면서 의도적으로 그렇게 한 것이다. 즉 이 때 경찰청을 내무부로부터 독립시키는 내용이 담겼고, 내무부장관의 관장사무에서 ‘치안’을 뺐다.
 
1990년 정부조직법 개정 내용 ⓒ정부조직법


한마디로 소속은 내무부로 두더라도, 내무부장관은 치안에 개입하지 말라는 의미의 입법으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자신의 관장업무가 아닌데, ‘지휘’를 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다른 부처와 외청간의 관계를 봐도, 다른 부처의 경우에는 장관의 관장사무속에 외청의 사무가 포함되어 있다. 물론 그런 경우에도 정부조직법 제7조 제4항에 의거하여 ‘중요정책의 수립’에 관해서만 지휘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가령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국세제나 관세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므로, 국세청/관세청의 중요정책 수립에 대해 지휘할 수 있다. 또한 법무부장관의 관장사무에 검찰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법무부에 검찰국을 두고 일정한 경우에 지휘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행정안전부 장관은 ‘치안’ 자체가 자신의 관장사무가 아니므로, ‘치안’에 대해 지휘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런데도 지휘권을 행사하겠다면서, 경찰국이라는 조직을 신설하고 ‘지휘에 관한 규칙’을 제정하겠다고 하니 문제가 되는 것이다.

게다가 ‘지휘에 관한 규칙(안)’을 보면, ‘중요정책의 수립’에 관해서만 지휘를 하는 것이 아니다. ‘국회나 감사원에 보고하거나 제출하는 자료 중 중요한 사항’도 보고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국회나 감사원에 제출하는 자료가 무슨 ‘중요정책의 수립’에 관한 사항인가? 이렇게 일일이 보고받겠다는 것은 정부조직법 제7조 제4항에서 정한 지휘권의 범위도 넘어서는 것이다.
또한 ‘중요정책의 수립 및 시행에 필요하다고 인정하여 장관이 요청하는 사항’도 보고의무가 있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것은 행정안전부 장관이 시시콜콜하게 보고를 요구하고 관여할 수 있는 근거로 악용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행정안전부가 추진하는 시행령, 시행규칙 개정은 상위법률인 정부조직법 등에 위반될 소지가 높다.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아니라 ‘정권의 통제’ 시도

또한, 이것은 민주화 이후에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장치로 만들어진 국가경찰위원회의 권한도 무시한 것이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보면, “국가경찰사무에 관한 인사, 예산, 장비, 통신 등에 관한 주요정책 및 경찰 업무 발전에 관한 사항”은 국가경찰위원회의 심의ㆍ의결사항이다. 행정안전부 장관은 국가경찰위원회의 심의ㆍ의결에 대해 재의요구를 할 수있을 뿐이다. 그런데 지금 입법예고된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보면, 국가경찰위원회를 제쳐두고 행정안전부 장관이 경찰에 시시콜콜 개입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국가경찰위원회가 그동안 제 역할을 못해 온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행정안전부 장관이 경찰에 개입하는 것은 과거 독재정권 시절로 회귀하는 것에 다름아니다.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려면, 그에 관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윤석열 정권의 의도는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에 있는 것이 아니라, ‘경찰에 대한 정권의 통제’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 하승수(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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