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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국 신설 반대’ 전국경찰서장회의 개최, 경찰청 “엄정 조치” 천명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2/07/24 08:06
  • 수정일
    2022/07/24 08:06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회의 참석 총경들 “행안부 장관의 경찰청장 지휘규칙이 법치주의 훼손이자 역사적 퇴행” 지적

 
23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에 앞서 각 지역 경찰서장들이 보내온 무궁화 350여개의 화분에 '국민의 경찰'문구가 적혀 있다. 2022.7.23 ⓒ뉴스1 
 
23일 윤석열 정부의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 등 경찰 직접 통제 시도에 대해 반발하는 경찰서장들의 회의가 개최됐다. 회의 참석자들은 정부의 결정에 대 '법치주의 훼손', '역사적 퇴행'이라고 비판했다. 일선 경찰들은 행사 장소에 현수막 달기, 피켓 시위하기, 커피차 보내기 등을 하며 열렬한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23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최규식 홀에서 '경찰의 민주적 통제방안 마련을 위한 전국 경찰서장회의'가 개최됐다. 이날 회의 안건은 '행안부 경찰국 설치 및 경찰지휘규칙 등 입법예고안에 대한 경찰서장급 간부(총경)들의 의견 취합'이었다. 

회의 참석 총경들, 경찰국 설치 및 지휘규칙 제정 비판
“법치주의 훼손, 역사적 퇴행이므로 부적절”
“의견수렴절차도 미흡..절차 보류하고 숙고해야”


회의 주최측은 회의를 마치고 입장문을 내 "많은 총경들이 행안부장관의 경찰청장에 대한 지휘규칙이 법치주의를 훼손한다는 점에 공감하고 우려를 표했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참석자들이 기본적으로 민주주의 근간인 견제와 균형에 입각한 민주적 통제에는 동의함에도, 경찰국 설치와 지휘규칙 제정 방식의 행정 통제는 역사적 퇴행으로서 부적절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이어 "국민 안전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 사안에 대하여, 국민, 전문가, 현장 경찰관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미흡했다는 점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라며, "법령 제정 절차를 당분간 보류하고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숙고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서장 회의 참석자들은 이날 논의 내용을 "적정 절차를 통해 경찰청장 직무대행에게 전달하겠다"라며, "경찰의 중립성, 책임성, 독립성 확보를 위해 본청 지휘부와 현장경찰관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노력할 것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번 논의가 기회가 돼 "경찰이 오직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직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국민의 통제를 받을 수 있는 근본적인 제도적 개혁이 이루어지길 바란다"는 뜻도 전했다. 

총경급 경찰관 33%, 회의 온·오프라인 참석
무궁화 화분으로 동참한 총경 포함하면 80% 동참


이 회의엔 전국 경찰서장 급 간부 총경 190여명이 온·오프라인을 통해 참석했으며, 비공개로 진행됐다. 직접 행사장에 발걸음한 인원은 50명이 넘었고, 화상으로 참석한 사람은 140명이었다. 전국의 총경급 경찰관이 580여명인 점을 감안하면, 그중 약 33%가 목소리를 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이다. 

이외에도 행사장 앞에는 '국민의 경찰'이란 문구와 명의가 쓰인 리본이 달린 무궁화 화분이 빽빽이 놓였다. 무궁화는 국화임과 동시에 경찰을 상징하는 꽃이기도 하다. 회의 주최측에 따르면, 해당 회의 취지에 동감한 전국의 경찰서장 357명이 보낸 화분이라고 한다. 온·오프라인 회의 참석자 숫자와 이를 합치면 전체 총경의 약 80% 정도가 회의 취지에 공감한 셈이다. 
 
23일 오후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에 각 지역 서장(총경)들이 참석해 있다. 2022.7.23 ⓒ뉴스1


이날 회의는 류삼영 울산중부경찰서 서장이 경찰 내부망에 제안을 올리며 시작됐다.  류 서장은 행안부 경찰국 신설과 관련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이 회의를 제안했다. 회의를 위해 만든 SNS 대화방에는 약 430여명의 총경이 참여해 개최 취지에 공감의 뜻
을 표했다.  

류 서장은 이날 회의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늘 논의는 갑자기 진행된 행안부 내 경찰국 설치에 법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 또는 타당한지 한 번 심도있게 논의해 보는 것"이라며, 회의를 통해 "적합한 대책을 마련해 적절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경찰의 정치적 중립은 1970~80년대 민주투사들의 목숨으로 바꾼 귀한 것이고, 30년 동안 잘 진행돼 왔다. 그런데 두달 만에 이렇게 졸속으로 바꾸려는 시도가 이뤄졌다"면서, "국민 인권과 직결된 경찰 중립을 총경들이 몸으로 지켜내겠다"는 뜻을 표했다. 

경찰 수뇌부가 회의 개최를 만류한 것과 관련해선 "지휘부는 지휘부 나름대로 상황의 위중함을 인식했을 것이다. 국가와 국민을 사랑하는 방식이 저희와 차이가 있는데, 한쪽 이야기만 들을 수는 없다"라며, "경찰에 관한 중대한 변혁은 전체 논의를 거쳐야 하는데 충분하지 못한 의견 수렴 절차를 대신하는 경찰서장 회의를 믿고 지켜봐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류 서장은 해당 사안에 대한 총경들 내부 분위기에 대해 "중대한 일에 대해 우리 목소리 낼 수 있다는 데 상당히 고무돼 있다"라며, "역사적으로 이런 일이 없었다. 경찰 조직은 상명하복이 원칙이라, 그동안은 상사의 명에 복종하는 분위기였다"고 설명했다.
 
23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에 참석한 류삼영 울산중부경찰서장(총경)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7.23 ⓒ뉴스1


앞서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는 전국 총경급 이상 간부들에게 서한문을 보내 '현안이 산적해 있으니 신중한 판단을 해달라'는 뜻을 전했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도 문자메시지로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한 방향을 냉정히 판단하고 숙고하라'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22일 이상민 행안부 장관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회의 개최가)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선 경찰들, 간부들 단체 행동 응원
현수막 게시, 커피차 보내기까지
 
일선 경찰들의 입장은 경찰 수뇌부와 거리가 있다. 전국 경찰공무원 직장협의회(이하, 경찰 직협) 측은 지속적으로 '경찰국 신설 반대' 입장을 표명해왔고, 21일 청장 후보자와의 간담회에서도 이 같은 입장을 고수했다. 경찰 직협 측은 오는 25일부터 5일 간 서울역과 용산역 일대에서 경찰국 신설 반대 홍보전을 펼친다고 알렸다. 

이 같은 의지는 해당 문제를 논의하는 이날 회의장에서도 표출됐다. 경찰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간부들을 응원했다. 각 지역 경찰 직협 명의의 현수막이 행사장 근처에 대거 게시 됐다. 장소 앞엔 응원 화환도 늘어섰다. 울산경찰청 직협은 행사장에 커피차를 보내 성원했고, 부산경찰청 직협은 '응원버스'를 운행해 뜻을 같이하는 동료들을 실어 날랐다. 행사장엔 일선 경찰 100여명이 모였는데, 현장에 삼삼오오 모여 현수막을 들고 '경찰국 신설 반대' 뜻을 전했다. 

경찰 내부의 동의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도,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과 경찰청장 지휘규칙 제정은 목전에 다가와 있다. 지난 21일 차관회의를 거쳤고, 오는 26일 국무회의를 통과하면 내달 2일 공포·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23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전국 경찰서장 회의가 열렸다. 회의가 진행되는 강의동 앞에 울산경찰청 직장협의회가 보낸 커피차량이 운영되고 있다. 2022.7.23 ⓒ뉴스1
 
23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에 앞서 각 지역경찰직장협의회 구성원들이 회의에 참석하는 서장들을 응원하고 있다. 2022.7.23 ⓒ뉴스1


경찰청 “엄중한 상황으로 인식, 엄정 조치할 것”
회의 참여 총경들에 대한 강경 대응 예고
 
 
한편, 이날 경찰청은 경찰 조직에서 실무를 책임지는 총경들이 윤석열 정부 '경찰국 신설'과 관련해 단체행동에 나서자 "참석자에 대해 엄정하게 조치해 나갈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경찰청은 공식입장을 내 "총경급 회의와 관련하여 국민적 우려를 고려하여 모임 자제를 촉구하고 해산을 지시하였음에도 모임을 강행한 점에 대하여 엄중한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다"라며, "유사한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복무 규율 준수사항을 구체화하고 향후 위반행위 등에 대해서도 강력히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빠른 시일 내에 총경급 이상이 참석하는 지휘부 워크숍 및 현장방문 등을 통해 제도개선에 대한 공감대를 확보하고 엄정한 공직기강을 확립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 이소희 기자 ”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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