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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전쟁 10개월, 수렁에 빠진 미국의 신냉전

미국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프랑스와 독일

중동의 대표 친미국가 사우디, 중국과 ‘反달러 동맹’ 추진

힘빠지는 차이잉원, 표류하는 대만 전략

만회 위해 확전 꾀하는 미국

중국과 러시아를 무력화시키려는 미국의 신냉전 전략이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고 있다. 나토 동맹은 분열되고 있고, 중동의 대표적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는 중국과 ‘反달러 동맹’을 향하고 있다. 대만 집권당인 민진당의 지방 선거 패배로 대만을 우크라이나화하려는 미국의 구상도 속도조절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10개월을 경과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 미국의 신냉전 전략은 수렁에 빠지고 있다.

미국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프랑스와 독일

프랑스 대통령 마크롱은 우크라이나 평화협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마크롱은 12월 초 러시아 안전 보장이 러시아를 평화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는 데서 핵심 요소라고 밝혔다. 나토 동진에 대한 러시아의 안보 우려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러시아 안보 우려 해소는 2월 8일 푸틴의 요구였다. 당시 마크롱을 만난 자리에서 푸틴은 “나토의 세력 확장 중단, 국경 인근 미사일 배치 중단, 유럽 내 나토 군사시설 축소”를 요구한 바 있다.

또 다른 나토회원국 독일의 숄츠 총리 역시 12월 12일 “전쟁을 끝낸 러시아는 경제 협력을 다시 시작할 기회를 얻어야 한다”면서 러시아와의 경제협력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한 11월 4일 중국을 방문해 “우리는 중국과 분리를 원치 않는다”며 “희토류 등 주요 원자재와 특정 첨단 기술같은 분야에서 공급망을 더 넓힐 것”이라고 발언했다.

더 나아가 숄츠는 시진핑과의 대화에서 “세계는 다극화된 구도를 필요로 한다”면서 “독일은 진영 대결을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독일은 미국의 대러 제재 요청에 표면적으로는 동참한다고 하면서도 러시아와의 실제 교역량은 줄이지 않았다.

중동의 대표 친미국가 사우디, 중국과 ‘反달러 동맹’ 추진

중동의 대표적 친미국가로 알려져있던 사우디아라비아가 대미의존 외교에서 이탈하여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7월 자국을 직접 방문해 원유를 증산해야 한다는 바이든의 요청을 사우디아라비아가 거부한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3개월 후인 10월 사우디와 러시아가 주도하여 주요 산유국 모임인 오펙플러스(OPEC+)에서 석유 감산을 결정하기도 했다.

▲ 시진핑 중국 주석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 살만 왕세자가 환담을 나누고 있다. 양측은 석유 결제를 위안화로 하는데 동의했다.

그리고 12월, 집권 3기를 시작한 시진핑은 사우디를 방문했다. 사우디는 5개월 전 미국과 달리 시진핑을 극진히 환대했고, 양국은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를 구축했다. 에너지와 정보통신 그리고 인프라 건설 등 34개 분야에서 협정을 체결했다. 중국의 ‘일대일로’와 사우디 국책사업인 ‘비전 2030’이 연결되는 형국이다. 사우디의 발전전략이 친미에서 친중으로 전환하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양국은 석유와 가스를 위안화로 결제하는 방안을 합의했다. 미국 경제 패권의 버팀목이었던 석유 달러 결제에서 벗어나 위안화 결제로의 전환이 시작된 것이다. 사실상 ‘反달러 동맹’을 체결한 셈이다.

힘빠지는 차이잉원, 표류하는 대만 전략

8월 초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대만 방문은 대만의 분쟁지역화 즉 ‘대만의 우크라이나화’를 위한 시도였다. 대만을 분쟁지역화하여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고, 대만과의 군사동맹을 재추진하려는 미국의 신냉전 확대 전략의 일환이었던 것이다.

미 상원 외교위에서는 9월 대만을 군사동맹 체결이 가능한 국가로 승격하는 ‘대만정책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이 제정되면 ‘하나의 중국’ 원칙은 사실상 폐기되는 것으로, 대만 문제는 새로운 대결 국면으로 치닫게 된다. 그러나 11월 대만에서 실시된 지방선거 결과 차이잉원 정부의 집권당인 민진당이 참패하고, 차이잉원은 민진당 주석직을 사퇴하기에 이른다.

이번 지방선거는 2024년 1월 총통선거의 ‘중간평가’ 격이었다. 특히 대만의 수도인 타이베이 시장 선거에서 국민당 후보로 나온 장제스의 증손자 장완완의 당선은 차이잉원과 민진당에게 뼈아픈 것이었다. ‘친미반중 노선, 대만독립 추구’라는 차이잉원의 정책은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대만정책법 역시 미 의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만회 위해 확전 꾀하는 미국

12월 5일 우크라이나가 드론을 이용해 러시아 공군기지 2곳을 공격했다. 이들 공군기지는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480~730km 떨어진 러시아 본토 깊숙한 곳에 위치한다. 뉴욕타임스는 “개전 이후 러시아 본토를 향한 가장 대담한 공격”이라고 평가했다.

▲ 12월 5일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러시아 내륙 쿠르스크 지역의 공군기지가 불타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은 공교롭게도 마크롱이 바이든을 만나 러시아 안보 우려 해소하는 종전 협상을 거론하던 시점이었다. 따라서 러시아에 대한 드론 공격은 종전을 거부하는 젤렌스키의 작품으로 해석되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미국의 동의 없이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영국의 보수일간지 <더 타임즈> 역시 미 국방부 소식통을 인용해 펜타곤의 지지신호(green light)를 받은 결과라고 보도했다.

지금까지 미국은 확전을 우려하여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공격을 통제하고 있었다. 따라서 이번 드론 공격은 미국이 ‘확전’으로 전환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나토-러시아’로의 확전을 통해 흔들리는 나토 동맹을 결속시키려는 것이다. 바이든이 젤렌스키를 워싱턴에 불러 “무한 지원”을 약속한 것도 그 맥락이다. 그동안 꺼려왔던 패트리어트도 제공 목록에 포함되었다.

나토 사무총장 옌스 스톨텐베르그는 12월 12일 “러시아의 전면전은 실제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유럽인으로서(그의 국적인 노르웨이다) 확전에 대한 두려움에서 나온 발언인지, 확전을 시사하는 발언인지는 분명치 않다. 다만 전면전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분위기만큼은 확실히 감지된다.

전쟁이 수렁에 빠지는 만큼, 열세 만회를 위한 군사 공세 강화의 유혹은 더 커지게 마련이다. 그것은 유럽으로의 확전, 나토와 러시아와의 전쟁으로 확대된다. 2023년의 세계는 올 해보다 더 위험할 것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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