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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병원비, 왜 오를까 봤더니

한국의 국민건강보험… 국고 부담 어기고, 보험료는 올리고

윤 정부, 국고지원 일몰도 모자라 ‘건강보험 보장성 축소’

“아픈 국민이 아닌 “병원·기업·정부가 문제”

2023년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은 부자와 기업에 맞춰있다. 서민과 노동자의 주머니를 털어 이들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다. 정책방향은 영역을 가리지 않는다. ‘국민 건강’ 영역조차 그러하다.

문재인 정부 시절 추진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문케어)’이 단번에 철회되면서 병원비가 무서운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 사진 : 뉴시스

다주택자 세제와 기업 법인세를 감면한 윤 정부. 반면, 공공임대 주택 예산은 5조 원 넘게 삭감하고, 전기요금 3배 인상, 가스요금 최대 2만 원 인상, 그것도 부족해 대중교통 요금 300원 인상안까지 마련했다.

‘국민건강보험’은 더 심하다. 국가의 책임을 높이기는커녕 사설보험기업들의 이윤만 키울 계획이다. 돈이 없으면 치료받지 말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먼저, 건강보험에 국고 지원을 일몰시켰다. 윤 정부는 ‘건강보험 정부 지원법’에 있던 한시 지원(일몰제) 조항을 폐지함으로써 국고지원의 법적 근거 자체가 사라졌다.

그리고 윤 대통령은 지난 12월13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폐기를 선언했다. 대통령이 직접 건강보험 보장성을 공격한 사례는 역사상 최초다. 역대 어떤 정부도 보장성을 강화했지 줄인 적은 없었다.

국민건강보험, 국고부담 줄이고 보험료는 올리고

“정부가 지원하겠다고 한 건강보험 재정은 그동안 한 번도 제대로 집행되지 않았다. 건강보험 정부 지원이 종료되면 국민들은 17.6% 인상된 보험료를 부담해야 현재까지 받았던 수준만큼 보장받을 수 있다.”

‘의료민영화저지와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의 분석이다.

정부는 법으로 명시된 건강보험 재정 국고 부담 20% 규정을 매년 어겨왔다. 지난해엔 20%는커녕 14%대에 지나지 않았다. 올해도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 프랑스의 건강보험 국고지원율은 52.2%, 일본은 38.8%다. 이와 비교하면 한국정부의 건강보험 국고지원율은 이미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국가 지출은 아끼면서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 ‘지속가능성’ 운운해가며 국민 보험료 부담은 올리겠다고 한다.

2023년 건강보험료율 결정 과정에 정부는 국고 부담은 14~15%로 낮추고 보험료 인상안을 제시했다. 국민이 내는 보험료는 매년 인상하고, 보험료를 체납하면 보험 자격을 빼앗아 의료권을 박탈한다. 그러나 정작 정부는 법을 무시하는 꼴이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2023년도 건강보험료율을 1.49% 인상했다. 직장가입자 보험료율은 현행 6.99%에서 내년 7.09%로 인상된다. 보험료율이 7%를 넘긴건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부터 국고지원은 사라지고 건보 인상율 법정 상한(8%)는 높인다는 소리까지 들린다.

정부가 건강보험료 인상을 주장하는 이유는 “주요국 보험료율이 프랑스 13.0%, 일본 9.21% 등”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프랑스는 보험료율은 비록 13%지만 전액 사용자가 낸다. 우리와 달리 많은 나라들은 보험료를 기업과 부자들이 더 많이 낸다.

건강보험 ‘지속가능성’이라 쓰고 “보장성축소” 드러내

역사상 최초로 건강보험 보장성을 낮추겠다고 선언한 윤석열 정부. 정부가 지켜야 할 법도 무시하고, 국고 부담 줄이기에만 급급해 본인부담은 높이려 한다. “낮은 본인부담이 환자 도덕적 해이를 발생시켜 과잉진료를 유발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2월8일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 및 필수의료 지원 대책안”을 발표했다.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이라고 포장한 “보장성축소” 방안에 불과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문재인 정권 지우기’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2017년 8월 문재인 정부는 질병으로 인한 국민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5년간 30조6천억원을 투자해 건강보험 보장률 70% 달성” 목표를 세우고, 환자가 100% 비용을 부담하던 3800여개 비급여 진료 항목에 대한 건보 적용을 단계적으로 추진했다. 일명 ‘문재인 케어(문케어)’다.

윤 정부는 “문케어가 건보 재정을 파탄내고 국가 재정에 심각한 타격을 준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지난달 건강보험 보장성 축소대책을 발표했다. 보장성을 강화해도 모자랄 상황에 ‘비급여의 급여화가 과잉진료를 유발한다’며 보장 수준을 낮추고 있다.

암은 비급여 부담이 높고, 뇌·심장질환은 특례기간이 짧아 치료와 재활을 다 보장하지 못하는 현실임에도 오히려 ‘산정특례보장’ 혜택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이미 급여화된 자기공명영상(MRI)·초음파 진단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적용은 대폭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또, 외래의료 이용량을 기반으로 본인부담률을 차등적용하는 제도도 검토하겠다고 한다. 건강보험 본인부담 상한제 혜택도 줄인다.

▲ 문재인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문재인케어) 시행 이후 환자 3600만명이 의료비 부담 2조2000억원을 덜었다는 중간결과가 나왔다. [그래픽 : 뉴시스]

“건강보다 이윤”, “국민보다 돈”

돈이 없어 치료를 못받는 국민이 있다면 그 국가는 제 역할을 못 한 것이다. 현재 한국의 건강보험 보장성은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역대 정부들이 부족하나마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한국의 보장성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OECD 국가들은 대부분 입원 보장성이 90% 이상이고 많은 나라들이 100% 가까이 보장한다. 반면, 한국은 생명과 건강에 필수인 입원 진료도 단 67%만 보장한다. 그래서 가계 지출 중 의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높다. 정부의 주장대로 과잉진료의 원인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때문이라면 무상의료에 가까운 유럽 국가들은 과잉진료 천국이어야 한다.

보건의료노조와 ‘의료민영화저지 운동본부’는 과잉진료 원인에 대해 “민간의료기관이 95%인 현실을 정부가 조장하고 행위별 수가제를 유지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아픈 국민이 문제가 아니라 이윤을 남겨야 하는 민간병원을 확산하고, 민간병원은 의료행위별로 수가를 매겨 이윤을 남기는 등 병원과 병원을 운영하는 기업, 그리고 공공의료 대신 민간의료 강화하는 정부가 문제라는 것이다.

운동본부는 “병원의 수가 인상은 환자 본인부담금 인상과도 연결되며, 건보 보장성을 후퇴시키는 것은 환자들에게 앞으로도 더욱 실손보험에 의존하라는 신호나 다름없다”고 비판한다. 결국 보험을 운영하는 대기업들의 주머니를 채우는 방향이다.

이태원 참사,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완화, 국민건강보험 보장성 축소 등에서 확인되듯, 윤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엔 무관심하다.

윤석열 정부 8개월, 병원비가 대폭 오를 조짐이다. 병원비가 무서워 조용히 세상을 떠나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조혜정 기자jhllk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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