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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은 정말 천화동인1호 ‘숨은 지분’의 주인일까?

물증 없는 검찰의 허술한 논리, 정영학 녹취록과도 배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2023.01.28. ⓒ뉴시스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소환조사했던 검찰이 결국 기소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 대표가 예상을 깨고 검찰의 추가 소환 조사에도 응했지만 당초 검찰이 정해둔 계획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언론은 이미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정사실화하고, 구체적인 시점까지 거론하는 중이다.

검찰의 논리를 요약하면 이렇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대장동 민간업자들에게 특혜를 주고 이에 대한 대가로 대장동 개발 이익의 일부를 받기로 약속받았으며,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대표도 이를 보고 받았다는 것이다. 이 대표가 유 전 본부장을 통해 대장동 개발 의익으로 불법 정치자금을 조성했다고 의심하는 것이다. 대장동 의혹과 관련된 가장 최근의 공소장을 검찰의 의도가 잘 드러나 있는데, 대장동 일당의 범죄 사실을 기재하면서 '성남시장이 승인했다', '결재했다'는 표현이 빠지지 않는다. 이 대표에 대한 공소 제기가 아닌데도, 어떻게든 대장동 의혹과 이 대표를 연관 짓기 위해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건 대장동 개발 이익 일부가 모인 천화동인 1호에 숨은 지분, '428억원'이 정말 이 대표 측에게 흘러 들어간 것인지, 이 대표도 이를 알고 있었는지다. 검찰은 대장동 민간업자 김만배 씨가 유 전 본부장에게 '자신의 천화동인 1호 지분 절반 정도를 주겠다'는 제안을 했으며 이 역시 이 대표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하지만, 공소장은 물론 대장동 관련 재판의 핵심 증거로 꼽히는 '정영학 녹취록'에도 이 대표의 연관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는 찾을 수 없다. 결국 검찰의 논리는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유 전 본부장의 진술 번복에 기초한 것으로 보이는데 여기에는 도무지 설명되지 않는 빈틈이 많다.

'유동규→정진상→이재명' 흐름으로 보고·승인?
검찰이 제시한 논리로는 도저히 풀리지 않는 의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법정에 출석하는 모습. 2022.10.21. 자료사진. ⓒ뉴시스


유동규 전 본부장의 진술은 지난해 11월 전후로 180도 달라진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는 물론 이 대표의 연관성도 일체 부인했던 유 전 본부장은 이 시점 이후 '이 대표 최측근에게 불법 대선자금을 건넸다'라거나 '대장동 민간업자 김만배 씨가 자신의 지분 중 일부는 이 대표 측(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지분이라고 했다'고 진술을 바꿨다.

김 씨는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화천대유)이고, 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 1호는 화천대유가 지분 100%를 갖고 있다. 천화동인 1호의 서류상 주인은 김 씨로 보이지만, 천화동인 1호 지분에는 유 전 본부장을 포함한 이 대표 측의 몫이 숨어 있다는 게 유 전 본부장의 최근 바뀐 주장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천화동인 1호에 숨은 지분 428억원의 주인은 유 전 본부장으로 굳어지는 분위기였는데, 유 전 본부장의 진술 번복을 기점으로 이 대표의 최측근 인사인 김용 전 부원장과 정진상 전 실장이 차례로 구속기소됐다.

또 다른 대장동 민간업자인 남욱 변호사도 비슷한 시기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는 유동규 전 본부장'이라는 기존 진술을 번복하고, "천화동인 1호 지분과 관련해 이 대표 측 지분이라는 걸 김만배 씨에게 들어서 2015년 1월부터 알고 있다"고 말을 바꿨다. 공교롭게도 진술 번복 시점과 유동규 전 본부장, 남욱 변호사는 석방 시점이 맞물리면서 여러 의문을 자아냈다. 진술 번복으로 유 전 본부장 등이 받게 될 형량 역시 줄어들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이들의 진술을 얼마나 믿을 수 있을지가 앞으로 남은 대장동 관련 재판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작 '천화동인 1호에 이 대표 측의 몫이 있다'는 말을 한 당사자로 지목된 김만배 씨는 천화동인 1호는 자신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검찰은 김 씨의 진술보다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의 바뀐 진술이 더 신빙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검찰의 논리에는 큰 허점이 존재한다. 지난 1월 12일 검찰이 유동규 전 본부장,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일당을 공직자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한 공소장을 보면 이 대표와 428억원에 대한 관련성이 설명된 대목은 두 부분이다.

"김만배는 유동규에게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편의 제공 대가로 자신의 지분 절반 정도를 제공하겠다는 의사 표시를 했으며, 유동규는 김만배의 제안을 정진상을 통해 이재명에게 보고했다"는 대목과 "김만배는 향후 진행될 (대장동 개발 사업) 이익배당 과정에서 이재명 측 지분에 상응하는 구체적 금액이 확정되면 그 금액을 교부하겠다는 계획을 설명했으며, 유동규는 이를 정진상을 통해 이재명에게 보고해 승인받았다"는 대목이다.

유동규 전 본부장 역시 자신은 직접 이 대표에게 직접 천화동인 1호와 관련해 직접 보고하지 않고, 정진상 전 실장을 통해 보고했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29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이 대표에게 '우리 지분 몇 %다'라며 직접적으로 돈 얘기를 한 적은 없다. 그건 정진상이 이야기하게 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종합해보면 유 전 본부장이나 유 전 본부장 진술에 기초한 검찰의 논리는 '유동규→정진상→이재명'으로 이르는 과정을 통해 이 대표 역시 대장동 이익 중 숨은 지분에 대해 알고 있었다는 것인데, 유 전 본부장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치더라도 정 전 실장이 알고 있을 가능성까지만 인정될 뿐 이 대표까지 이어지는 화살표는 여전히 모호하다. 더욱이 정 전 실장은 유 전 본부장의 주장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그런데도 검찰은 공소장에 이 대표가 대장동 개발 이익의 숨은 지분의 존재를 알고 이를 승인했을 것이라는 추정을 담았고, 언론은 이 부분을 대서특필해 부각했다.

정작 이 대표 측에게 주기로 했다는 구체적인 금액이 확정된 후에는 이 대표는 물론 정진상 전 실장에게조차 보고했다는 내용은 공소장에서 찾을 수 없다. 검찰은 공소장에 2020년 7월 이 대표가 대선 경선 출마를 준비하게 되자, ‘유 전 본부장 등’이 김만배 씨로부터 받기로 약속 받았던 돈을 대선 준비에 필요한 자금으로 쓰기로 했다는 취지로 적었다.

그러면서 "(유 전 본부장과 대장동 민간업자들은) 유동규 측에 금원을 교부할 방안을 논의하고, 그 과정에서 김만배가 유동규 측에 교부할 구체적인 금액을 428억원으로 특정했으며, 2021년 1월 31일 김만배가 유동규에게 5억원을 지급하기도 했다"고 기재했다. 하지만 이 5억원이 유 전 본부장의 주장대로 이 대표의 대선 자금으로 쓰였는지, 아니면 유 전 본부장이 개인적으로 사용했는지 구체적인 용처도 명시하지 않았다.

유동규의 바뀐 진술,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녹취록상 대화와 어긋나는 주장도 

 

 

 

'정영학 녹취록'에 담긴 녹취 내용을 부연한 정영학 회계사의 메모를 보면, 천화동인 1호의 실질주주로 유동규 전 본부장을 지목하고 있다. ⓒ뉴스타파 제공


검찰 수사가 이뤄지기 전 대장동 일당이 나눴던 대화에서도 이 대표가 428억원의 ‘진짜 주인’이라는 것을 가늠할 수 있는 얘기가 오간 정황이 전혀 없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2019년부터 2021년 4월까지 대장동 일당의 대화가 녹취된 '정영학 녹취록'에는 428억원의 '진짜 주인'이 유 전 본부장이라는 얘기만 나온다.

최근 공개된 정영학 녹취록을 보면, 2020년 10월 30일 유동규 전 본부장과 김만배 씨, 정영학 회계사 등이 만나 지분 배분과 관련된 대화를 나눈다. 여기서 유 전 본부장은 천화동인 1호를 "내꺼"라고 지칭하고, 김만배 씨도 "동규 지분", "네꺼"라고 지칭한다.

김 씨는 지분을 챙길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하는 유 전 본부장을 안심시키려는 듯, "천화동인 1호가 남들은 다 너것으로 알아. 너라는 지칭은 안 하지만 내게 아니란 걸 안다"고 말하자, 유 전 본부장은 이에 대해 부인하지 않는다.

정영학 회계사는 녹취록을 부연설명하기 위해 추가로 적은 메모에 천화동인 1호의 실질주주는 "유동규"라고 적기도 했다. 반면, 수익 배분과 관련해서는 이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전 부원장과 정진상 전 실장에 대한 언급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

이에 대해 유 전 본부장이 내놓는 해명 또한 궁색하기만 하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달 31일 정 전 실장과 함께 기소된 재판의 첫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영학 녹취록에는 천화동인1호의 428억원이 모두 유 전 본부장의 것이라고 나오지 않느냐'는 취지의 질문을 받자 "저도 여러 사건에 연루돼 있고, 거기 담당자들이 따로 있다"며 답하기 곤란하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다만, 유 전 본부장은 "민간업자들한테 이재명이라는 이름을 팔면서 한다는 건 사실상…. 이 대표의 이름은 불문율이랄까, 금기사안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했고, 일반적으로 (대장동 민간업자들도) 다 알고 있었고, 같이 공유했던 내용이다.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 역시 녹취록과는 다소 어긋나는 주장이다. 유 전 본부장이 이 대표의 이름을 거론하며 대장동 일당에게 돈을 요구하는 내용이 녹취록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녹취록을 보면 유 전 본부장은 오히려 자신이 대장동 민간업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개발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시장을 설득할 수 있다며 반복적으로 금품을 요구하고, 민간업자들은 유 전 본부장의 돈 요구에 골머리를 앓는 대화가 자주 등장한다. 2013년 3월 20일, 남욱 변호사는 유 전 본부장이 먼저 '3장(3억으로 추정)이 필요한데 2주면 되겠냐. 그럼 너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주겠다. 내가 해결해 줄 테니 걱정하지 말라. 대장동하고 말 것 아니지 않냐. 내가 그런 사람들 컨트롤하려면 총알이 필요한데, 너를 도와주려면 나도 커야 할 것 아니냐'고 얘기한 내용을 정영학 회계사에 전한다.

남 변호사가 부동산 개발 비리에 연루된 자신을 시장이 싫어하지 않느냐는 취지로 얘기하자, 유 전 본부장은 "그게 리스크면 (내가) 얘기를 하지, 형이 정리할 수 있는 일이고, 정리가 된다고 판단되니까 너한테 얘기 안 하는 거야. 걱정하지 마. 형이 다 알아서 할게"라고 말한다. 유 전 본부장은 금품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성남시장실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이는 '2층'을 언급하며 "2층도 알아서는 안 된다"고 신신당부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

대장동 수익 배분을 논의하던 시점인 2021년 1월 20일에도 김만배 씨는 "유동규가 문제야. 유동규는 요번에 엄청 떼돈을 요구하고 있어. 그래서 내가 그 조건으로 '앞으로 공무원하지 말라'고, '공무원하면, (우리들이 돈 준 게 알려질 경우) 다 몰살한다'"고 말한 대화도 나온다.

대장동 사업 전반에 대해 이 대표가 지시, 승인, 결재했다며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검찰의 주장도 녹취록상 대장동 일당의 대화에 비춰보면 어색하기만 하다.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사업 초반인 2013~2014년, 대장동 업자들에게 금품을 여러 차례 요구하며 '대장동은 니들 마음대로 하고, 돈이나 좀 만들어줘', '니가 다 알아서 짜갖고 완판만 나한테 얘기해줘라. 내가 시장님한테 보고할 테니까', '너(남욱 변호사)랑 나랑 상의해서 정하고 시장님한테 던져만 주면 된다', '내가 최종적으로 결정할 문제'라고 남 변호사에게 말한 것으로 나온다. 정 회계사는 "구체적인 사업 진행 방안까지 유동규가 제시하고 있다"고 녹취록에 부연 설명을 달았다.

대장동 수익 배당이 시작됐던 2020년 3월 13일에도 김만배 씨는 "이걸(대장동 사업권을 지칭하는 것으로 해석됨) 우리가 뺏어갈지 이재명이도 몰랐다"고 설명하는 대목이 나온다. 정 회계사는 여기서 나오는 '우리'란 '김만배+유동규'라고 적었는데, 유 전 본부장이 이 대표를 속인 채 민간업자들에게 도움을 줬다는 의미로 읽힌다. 검찰이 뚜렷한 물증 없이 일부 피의자들의 바뀐 진술에 의존해 수사를 이어가다 보니 앞뒤가 맞지 않은 상황들만 늘어나는 셈이다.

최근 검찰과 기자단 티타임 자리에서도 검찰이 확보한 물증을 묻는 질문이 이어졌다. 검찰 관계자는 "향후 재판 과정에서 증거관계를 하나씩 설명할 것"이라고만 답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8일 검찰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저는 천화동인 1호와 관계가 없고, 언론보도 전까지 존재 자체를 몰랐다"며 "번복된 대장동 일당의 진술을 가지고 저의 소유라고 하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 남소연 기자 ”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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