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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아니고, 남북 평화체제 먼저

북미 아니고, 남북 평화체제 먼저

<기고> 오인동, ‘나의 꿈 - 남북 연합방’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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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9.08 23:5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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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인동 / 6.15미국위원회 공동위원장, 정형외과 의사

 

미국에서 인공관절 수술 전문 정형외과 의사로 일하고 있는 오인동 6.15미국위원회 공동위원장이 ‘나의 꿈 - 남북 연합방’이라는 제목의 연재 기고문을 보내왔다. 이번 연재에서 그는 경제 문제를 통일과 연계해서 자신의 구상을 펼치고 있다. 남북을 오가며 왕성한 필력을 구사하고 있는 그가 이번 연재에서 펼칠 ‘나의 꿈’은 무엇일까? 이 기고는 아래와 같은 순서로 5회에 걸쳐 연재된다. / 편집자 주

‘나의 꿈 - 남북 연합방’

(1) 남북 경제공동체 청사진
(2) 남북 함께 이루는 경제대박
(3) 우리 겨레에 강요된 핵미사일

(4) 북미 아니고, 남북 평화체제 먼저
(5) 풍요 자유 평등 자주 통일조국

 

조국의 평화를 위해선 남과 북이 아니라 북과 미국이 평화협정을 해야 한다고 남도 북도 말한다. 남의 군사주권을 장악하고 있는 주체가 남이 아니고 미국이기 때문이란다. 어처구니 없는 일이고 현실적으로는 서글프고 초라한 조국의 모습 이다. 그렇다고 해서 북핵 때문에 평화협정이 안 된 것도 아니다. 살펴본 대로 핵 없던 40년(1953-1993), 핵 의혹만 있던 15년(1994-2009)에도 평화체제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북.미, 남북, 북.미.중 또는 남북.미.중 어느 사이에 합의 되어도 평화체제는 이뤄질 수도 있다. 그런데 아무 것도 되지 않았다. 왜?

나는 재미동포로 남과 북에 드나들면서 양측을 보아왔고 또 미국을 안과 밖에서 볼 수 있었다. 한 마디로 미국은 북과 평화 할 필요도 뜻도 없었다는 모습이다. Korea에 관한 한 가만히 있어도 국익이 되었고 또 미군 주둔을 적극 지원하며 혹시라도 철수할까 두려워 매달리는 남녘의 애원은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과도 잘 맞아 왔다. 더 나아가 미국은 평화협정 요구를 외면하기 위해 북에 생화학무기, 테러지원국, 악의 축이라는 멍에도 씌웠었다. 또 북에 대한 정치제재와 극심한 경제봉쇄로 북을 빈곤으로 몰아서 인민들의 아사사태가 생기자 인권유린이라는 고귀한 인도적 명제로 규탄도 해왔다.

세계질서를 주도하느라 바쁜 미국은 사실 Korea에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할 이유도 여유도 없다. 미국시민은 거의 다 Korea반도황에 별로 관심이 없다. 정부의 안보담당자나 소수의 보수 두뇌집단에 의해 악마화 된 북의 행태에 때마다 희화적 평가나 찰나적 조소를 보내는 정도이다. 미국으로서는 큰 손해 나는 일이 없으면 그저 그런 상태로 세월은 가면서 때때로 북을 비난해 주며 남의 종미 사대세력의 비위를 맞춰 주면 되는 것이다. 미국을 이끌고 가는 소수 위정자의 눈에 남은 이렇게 자신의 주권마저도 포기하고 매달리는 이상한 나라이지만 귀엽고 말 잘 듣고 미국에 이익을 안겨주는 충직한 동맹이며 봉이다.

나는 미국에서 6.15선언실천 위원들과 상•하원 외교위원회를 방문해 모국의 평화문제를 면담•논의했고, 국무부에 찾아가 성 김(S. Kim) 6자회담 대사, 로버트 킹(R. King) 북 인권대사와도 면담•건의를 해보았다. 클린턴•오바마 대통령에게 보낸 Korea 정책건의서에 대한 답신도 받아 보았고, 미국 시민단체와 북미평화협정 체결을 촉구도 해보았다.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현 미 국무장관 케리(J. Kerry) 전 상원외교위원장 주선으로 국회의사당에서 민주당(F. Jannuzi)•공화당(D. Halpin) Korea전문위원과 평화체제토론회 사회도 했다(<통일의 날이 참다운 광복의 날이다> - 밖에서 본 한반도 – 오인동, 솔문, 2010). 미국의 국익 앞에 여당과 야당의 차이는 없었다. 부러운 일이고 또 숭미사대 하는 모국의 남이 본 받아야 할 좋은 예이다.

가만히 보니 미국은 분단된 남과 북을 무척 좋아한다. 북은 말 안 들어 좋고, 남은 너무 잘 들어 좋다. 미국의 핵 위협 때문에 강요된 선택으로 갖게 된 핵미사일을 북이 포기하지 않을 것을 아는 미국이다. 또 북핵이 있어야 미국은 폐기나 비핵화를 주장할 수 있다. 그러면 남은 더 크게 복창해 주니, 미군 주둔을 계속할 수 있고, 군사기지도, 대규모 미군실전 연습장도 무상으로 제공받으며, 최신 재래식 무기판매는 물론, 놀랍게도 주둔비용도 받는다. 한편 더 중요하게는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쉽게 되고 일본에서 국익을 챙기며 계속 동북아 질서를 주도하면 되는 것이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받을 수 없는 남한의 이런 극진한 대우를 나의 제2 조국 미국이 왜 마다해야 하겠는가. 그러니 평화협정은 미국의 국익에 반하는 일이고 전쟁연습이나 위기조성은 국익에 기여한다고 위정자는 생각을 했음직하다.

그런데 이렇게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을 정전상태를 끝내라고 찾아 다니며 주장하는 나 자신이 바보스럽고 초라하고 씁쓸하기까지 했다. 하여 남북문제는 남북이 풀어야 한다는 만고의 진리에 다시 돌아왔다. 남과 북이 정신 차려야 할 때이다. 돌이켜 보건대 2000년 6.15공동선언은 결국 남북 지도자가 겨레의 이익을 위해 나서서 해낸 것이지 김대중 대통령이 미국에 빌지도, 김정일 총비서가 중국에 빌어서 한 것도 아니다. 남북이 의기투합해서 해 냈고 또 2007년 10.4평화.번영선언으로 이어졌다. 남북이 함께 하는 일을 큰 나라 미국은 그대로 지켜봐 주는 여유도 있다. 또한 분단된 나라의 남북자신이 화해협력하며 통일 하겠다는데 나서서 반대하면 국제적 지탄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남북 자신이 해결해야 한다는 진리이고 또 서로 소통 해서 마음 먹으면 해낼 수 있다는 증거이다. 남북 연합방 평화체제, 남북평화협정도 이와 다를 바 없다.

1953년 정전협정은 유엔•미국군, 조선인민군, 중국인민지원군 사령관이 서명했다. 북진통일 없는 정전을 반대한다며 남은 협정에 참여하지 않았다. 오늘의 남•북•미•중 군사경제 형세로 보아 평화협정 문제도 남북이 해결하면 된다. 10.4선언에서도 ‘남과 북은 현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합의한 대로 남북 연합방을 확고하게 하면 된다. 전쟁 당사자였고 앞으로도 북과 평화를 지켜나가야 할 상대인 남이 빠진 정전협정 서명국 북•중•미 사이의 평화협정은 남에게는 굴욕이고 현실적으로도 불합리하다. 그렇다고 평화협정을 60년 기피해 온 미국을 이제 와서 남북평화체제에 끼어들게 할 이유는 없다. 또 사태를 지켜만 본 중국을 새삼스럽게 들어오게 할 필요도 없다. 끼워 주면 문제만 더 생긴다.

그러니 남북이 서로 평화하기로 합의하고 ‘연합방’을 선언하면 되는 것이지 미국이 보장해야 하고 중국이 추인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나서 주변 4대국을 연합방 조국의 이익에 맞게 대처하면 된다. 그런데 남녘 정부와 재야 통일논객들조차 6자회담을 재개해서 평화체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이다. 각기 자국의 국익을 추구하는 미•중•러•일이 조국에 무슨 좋은 일을 안겨 줄 것이라 생각하기에 그렇게 하자고 하는지 알 수 없다. 한편 신통하게도 남녘 사람들은 누구나 주변 4대국은 남북의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거 정말 맞는 말이다. 그런데 통일하려는 남북이 왜 통일을 원하지 않는 주변 4개국들과 함께 무엇을 의논하자는 것인가? 6자 회담 여러 합의의 파행을 겪은 우리 겨레가 아닌가?

북은 미국이 원하지 않는 평화협정을 더 이상 추구하지 말고 이제 남과 평화하자 해야 한다. 이에 남은 적극적으로 화답하면 된다. 아니 경제강국 남이 자신들의 넘치는 역량과 위세를 자각하고 북에게 평화를 선도해도 될 것이다. 남은 미군을 업고 매해 몇 번씩 전쟁연습하며 늘 북을 위협하고 있지 않은가. 북이 중국군과 합동으로 대남 전쟁연습을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공세를 취하고 있는 남이 도발을 중지하고 먼저 남북평화를 하자고 해야 할 것 아닌가?

국제사회에서 분단국의 초라함, 어리석음, 서러움, 불이익을 67년 겪어온 남과 북이다. 그런 가운데도 겨레의 슬기로 남•북은 각기 민족역사상 최고조에 이른 경제•군사•과학적 성취를 이뤘다. 남북은 각기 자신들의 역량과 위세를 자각하고 우리 겨레의 이익에 맞게 먼저 남북평화체제 구축할 때가 되었다. 진정/진솔하게 역지사지하며 겨레의 앞날을 담판 짓자고 결의해야 한다. 이렇게 얘기하면 사대사고가 뼛속까지 절은 남녘 종미사대하는 친구는, 자주와 주체의 화신인 북녘 친구 말대로 조건반사를 넘어 자동 또는 자발반사처럼 주변 강대국들의 국제관계역학을 모르는 현실성 없는 순진한 몽상이라고 꾸짖는다. 그래, 그러면 그런 현실은 누가 만드나. 결국 남과 북이 만들어 주고 있지 않는가? 남북 연합방 평화체제 먼저 합의하고 한 목소리로 지겨운 주변국들을 대처하자. 이게 남북이 해야 할 오로지 하나의 진정한 국제관계이다.

2013년 봄, 북미 핵 대 핵 대결상황을 보며 남에서는 자체 핵무장 주장도 나왔다. 남에서는 자못 자주적이고 민족주의적인 진정한 보수의 갸륵한 발상이다. 그렇다면 민망하게도 늘, 미국 핵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것이고 북핵은 평화를 위협하는 것이라고 해온 수구세력의 논리를 뒤엎는 자가당착에도 빠지게 되지 않겠는가. 하지만 남이 혼자 무슨 실력과 배짱으로 미국을 넘어설 수 있겠는가. 단군이래 최고조에 이른 남북의 역량과 위세, 주변국의 군사경제형세의 현실로 보아 조국의 한편에 존재하는 핵을 북 혼자가 아니고 남북이 합심해 공유하고 공동관리 하는 것을 숙의해 보면 어떨까? 그리고 겨레가 원하는 바에 따라 비핵화 하던지 비확산 하던지 또는 폐기하면 될 것이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뿌듯하지 않은가. 더구나 굳건한 동맹 미국과 세계 열강들로부터 국제적 신용과 신망을 받고 있다고 자부하는 남측이 아닌가. 이럴 때 진짜 실력 발휘해 보여줄 만하다. 세계유일 초강대국 미국에도 정면 대결하는 북도 그 실력을 남과 함께 발휘해 보면 효과는 대단할 것이다.

헌법에 핵 보유를 명기한 북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을 미국은 알고 있다. 그래서 미국은 비핵화나 비확산 주장이나 하면서 미국의 국익에 맞게 남을 적절히 조정해 갈 것이고, 중국은 6자 회담 주도국의 위세를 마음껏 즐기면서 북을 지원하다 압박도 하며 지내면 되는 것이다. 결국 미국도 중국도 북핵을 구실로 계속 비핵화를 주장할 테고 북은 핵을 포기할 수 없으니 남녘 동포들이 이 문제에 대해 깊이 성찰해야 한다. 분단된 자신의 나라 일도 해결하지 못하는 남한 보수/진보 논객들이 주변국 핵개발 경쟁을 걱정할 계제는 아니다. 세계 3대부국 일본도 4대부국 독일도 전범국으로 핵국가가 못 되었다. 가난한 인도와 파키스탄, 그리고 이스라엘은 저마다 독특한 처지와 이유로 핵 국가가 되었다. 이러한 형세에 남이 북에게 핵 폐기나 비핵화 같은 헛소리를 해서 남북관계 악화 이외에는 무엇을 성취할 수 있겠는가. 보라 세계에서 가장 안락한 풍요와 평화를 느긋하게 누리며 걱정 없이 사는 편안한 선진대국 영국과 프랑스가 핵국가이다. 이 두 나라의 덩치는 남북연합방 조국보다 작다. 통일조국은 세계적 반열의 국가가 되는 앞날에 눈을 주기 바란다. 그때 조국도 남의 나라 핵 걱정해 주며 세계평화에 기여해 주기 바란다.

남녘 국민의 사고가, 남북 위정자의 통일조국의 미래에 대한 철학과 신념이 청천벽력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6.15선언실천위원회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적극 나서서 민중들의 역사인식, 시대인식, 민족의식을 쉬운 말과 글로 바로 잡게 해 주는데 더 진력해 주기 바란다.

남북 경제공동체 운영이 가져다 줄 찬란한 겨레의 앞날을 살펴본 남•북•해외의 한 겨레이다. 이를 실행할 수 있게 해 주는 남북 연합방이야말로 조국의 평화체제가 아닌가. 북•미가 아니고, 남북평화체제를 먼저 구축해야 한다. 우리 겨레의 새 역사는 이렇게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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