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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화 칼럼] ‘저출산고령화’ 정책에 빠진 지방 청년 현실

윤석열 대통령이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3.3.28 ⓒ뉴시스
지난 달 말에 윤석열 정부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저출산 고령사회 정책 과제 및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다자녀 가구의 기준을 3명에서 2명으로 낮추고,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의 연령을 만 8세에서 12세로 올리고, 난임 시술비의 소득 기준을 완화하는’ 등이 주요정책에 포함된다. 이에 대하여 야권과 시민사회단체는 비판을 즉각 쏟아냈다. 가족 형성을 어렵게 만드는 구조적인 요인을 피해간 정책이라는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불안한 고용불안과 이중적 고용시장, 그리고 젠더 불평등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따라서 정부의 정책이 노동자의 다수를 차지하는 중소기업·비정규직·플랫폼 노동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란 비판이다.

 

 

 
그런데 이러한 비판에 빠진 것이 있다. 비수도권 측면에서 볼 때 다른 비판이 가능하다. 전체 국가 차원의 인구 증감과 지방소멸 현상은 서로 얽혀 있다. 지방에서 청년이 줄어드는 이유를 동시에 살펴보아야 한다. 우리나라의 인구 문제는 수도권으로의 지나친 인구집중과 관련이 깊다. 지방 청년이 일자리와 기회를 찾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으로 이주하고, 수도권의 높은 인구집중은 주거 문제를 수반하고, 안정적인 삶을 누리기 힘들어서 결혼, 출산을 포기하게 되는 현상은 오래되었다.

“여기는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이에요.”

수도권에서 이주한 사람끼리 만나면 종종 지금 사는 곳에 대한 호불호를 나눈다. 사실 바삐 움직이면 서울과 하루 생활권인 지역에 살면, 서울과의 거리감을 많이 느끼지 못한다. 지역 도시에도 생활편의시설이 웬만큼은 있지만, 번잡하지 않다. 권역별 중심도시라 하더라도 서울 변두리보다 한가하다. 생활비를 봐도 나쁘지 않다. 식비나 기타 비용이 수도권과 차이가 많이 나지는 않지만 비슷하거나 적게 든다. 그 중에서 가장 큰 차이를 만드는 것은 주거비이다.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전세 값이면 강원도 도시에 속하는 지역, 원주나 춘천 시에서 제법 이름난 브랜드 아파트를 살 수 있다. 나와 같은 연령대, 은퇴한 사람들은 이런 좋은 점 때문에 지방으로 삶을 이주하는 것이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된다.

초중고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집은 상대적으로 학비 걱정이 줄 수 있다고 말한다. 학생 수가 적으니 큰 도시의 학교보다 각종 장학금 혜택의 기회가 많을 수 있다. 특히 ‘작은 학교 살리기 운동’의 일환으로 작은 학교에 대한 지원이 늘어나고 있다. 서울에서 이주한 지인은 자신의 자녀가 가져오는 상장이나 선물에 놀랐다. 학생 수가 많고 경쟁이 높은 서울보다 상을 받을 기회가 많다. 대학교도 마찬가지이다. 한국장학재단이 제공하는 국가 장학금을 주로 받는다. 즉 저소득층 가족의 학생이면 대학교의 학비가 전액 면제되기도 한다. 거기에 생활비 지원까지 포함되는 경우도 있다. 서울이나 수도권도 저소득층 가정의 자녀는 장학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이곳은 주택 등 자산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으니 혜택의 기회가 많다. 그리고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지자체 차원에서 학비 지원도 있다.

이런 이점들이 있으나, 경제활동의 비중이 높은 연령대의 사람들에게 지방은 미래를 준비하는 측면에서 적합한 곳은 아니다. 우선 일자리가 부족하다. 비수도권 지역일수록 자영업 비율이 높다. 큰 사업장이 적다는 이야기다. 공공기관이 가장 많은 인원을 고용하는 곳이 된다. 다음으로 일자리의 질 문제이다. 가장 두드러진 것이 임금의 차이가 크다. “내가 서울에서 받은 월급이 260만원 정도였는데, 여기는 180만원이었다.” 7-8년 전에 이주한 지인의 말이다. 자신은 일과 관련한 자격증이 있어서 그나마 많이 받는 것이었다고 한다. 서울을 비롯한 지역과 차별 없이 임금 대우를 받는 것은 공무원밖에 없다. 대학생 두 명의 자녀를 둔 지인은 말한다. “장학금도 중요하지만 지역 월급이나 올랐으면 좋겠다. 학자금 대출을 받아도 사회에 나가 대출을 변제할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이 생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 대학 졸업자는 양산하지만 그 이후는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일자리가 부족한 것은 물론이고, 그들이 받는 임금은 최저임금이다. 일자리 질의 문제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성평등적 환경이다. 성차별적 관행에 대하여 제재할 제도나 기구, 활동을 찾기 힘드니, 지방에서는 성평등적 대우를 기대하기 힘들다. 또한 불평등한 환경에 직언을 하는 것이 힘들다. 작은 지역이다 보니, 눈 밖에 나면 다른 일자리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대전관내 한 대학교에서 대전시교육청 주최로 열린 2023학년도 정시 대전·충청지역 대학입학정보박람회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2022.12.12 ⓒ뉴스1

지방에서 자신의 미래를 꿈꿀 수 없는 청년

“청년들의 미래 인식은 국회미래연구원이 2022년 수행한 ‘미래정책의 국민선호 연구’에서도 드러난다. 전국 3천명 시민을 대상으로 ‘15년 뒤 미래는 지금보다 더 좋아질까’ ‘개인이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 ‘15년 뒤 내가 바라는 미래가 실현될까’라는 세 가지 질문을 한 결과, 20~30대 청년들의 대답은 다른 세대와 매우 달랐다. 20대는 미래 낙관, 참여, 기대에 6.5%, 30대는 10%만 동의했다. 이는 40대 21.9%, 50대 24.5%, 60대 이상이 37.1%로 동의한 것과 대비된다.” (박성원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한겨레, 3.20)

이런 보고서가 아니더라도 청년세대가 그들의 부모세대보다 행복하지 않다는 말은 여러 번 들었다. 대학 진학이 일반화해, 청년세대는 부모세대보다 학력은 높다. 해외여행을 부모보다 더 많이 하고, 더 멋진 문화생활도 누릴 수 있다. 그러나 자신들의 미래에 대한 기대는 아주 낮다. 부모세대는 현재보다 빈부 격차가 크지 않았으며, 노력하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신화가 사회적으로 먹히던 시기였다. 미래의 청사진을 그려보는 것이 어려운 현실을 견디는 데 도움이 되었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현재의 청년들은 미래를 꿈꾸는 것이 현실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한다. 미래의 꿈은 지금으로부터 멀지 않은 시기의 직업적 미래를 준비하는 데 그친다. 생존이 가능한 안정된 일자리를 얻는 것이 미래의 꿈이다. 자신의 학력도 모두 이를 위한 준비일 뿐이다.

앞서 본 청년세대의 미래에 대한 기대치가 지방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데 지방 청년들의 독특한 문제가 존재한다. 정도의 차이로 치부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서울 등 대도시에 비해 일자리가 적을 뿐더러, 장학금을 받으며 대학 졸업을 해도, 졸업장이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을 이미 청년들은 알고 있다. 지방의 대학 졸업자를 전문성을 가진 인재로 보지 않는다. 지방 대학에 다니는 학생은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는 학생에 비해서 다양한 경험의 기회가 적다고 생각한다. 대학생 이상 성인을 위한 전문기술을 교육하는 사설기관도 만나기 쉽지 않다. 이것이 지방 청년들이 서울로 향하는 이유를 만든다. 서울과 격차가 더 커지는 지역에서 청년의 미래에 대한 기대는 낮을 수밖에 없다. 이 곳에 사는 청년들에게 지방의 성장동력, 스스로 성장해야 한다는 주문은 무리하다.

이런 청년들이 겪는 어려움을 부모가 모를 리 없다. 그래서 청년들의 문제는 부모의 문제가 된다. 자녀를 위하여, 자녀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수 있는 환경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자신은 아니더라도, 자녀를 현재 사는 곳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는 통로를 고민하게 된다. 따라서 저출생의 원인을 지방에서 볼 때, 인재 유출이란 문제가 있다. 수도권과 지방의 불평등한 관계, 문화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런 지방의 현실을 기반하지 않은 윤석열 정부의 저출생 정책은 비수도권 지역민에게도 그림의 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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