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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해결할 방법은 무엇인가?

  • 장창준 객원기자
  •  
  •  승인 2023.04.20 08: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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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전쟁’ 위기의 원인과 대책 ③

북의 핵무장을 한반도 전쟁 위기의 원인으로 지목한다. 가장 게으르고 가장 무책임한 진단이다. 잘못된 진단은 잘못된 처방을 낳고, 정권의 잘못된 처방은 국민의 생명을 위협한다.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한반도 ‘핵전쟁’ 위기의 원인과 대책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편집자주]

(3) 위기를 해결할 방법은 무엇인가?

국가안보실 도청 문건이 유출되었을 때 윤석열 정부의 첫 반응은 “상당수 위조된 문서”라는 발언이었다. 국방부에 보고되었던 공식 문서가 유출되었다고 미국 정부가 인정하자 윤석열 정부는 “미국 관리들의 유감 표명을 들었다”는 거짓 정보를 흘렸다. 누가, 어디서 유감을 표명했는지 논란이 일자 나온 세 번째 반응은 "한국과 미국은 이해가 대립하거나 문제가 생겨도 충분히 조정할 수 있는 회복력 있는 가치 동맹이므로 문제 될 것이 없다"였다.

▲ 미국 방문 길에 "상당수 위조" 운운했던 김태효 국가안보실 차장은 귀국길에선 "미국 관리들로부터 유감표명을 들었다"며 오락가락 해명을 했다.

논란이 가라앉을 기미가 없자 결국 꺼내든 카드는 ‘전가의 보도’인 동맹의 가치였다.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은 북의 군사적 위협 아래에서 미국의 안보 지원이 절실한 상황에서 도청이라는 ‘하잘것없는 문제’로 한미동맹이 흔들려서야 되겠냐는 뜻이다. 그러니 문제 삼지 말라는 주문이기도 하다.

한미동맹이 우리의 안보를 지켜준다는 사고는 오랫동안 우리 사회를 지배해 왔다. 우리가 한미동맹 ‘덕분에’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고, 한미동맹 ‘덕분에’ 경제 번영을 구가할 수 있었다는 사고는 믿음의 수준을 넘어 거의 ‘신화’가 되어있다. 우리의 안보를 위한 수단으로 출발한 동맹이, 어느 순간 목적이 되어 신성불가침의 가치가 되어 버렸다. 도청 문제가 발생하자 미국에 항의 한번 못하고 대통령 집무실을 졸속하게 이전한 것만 문제 삼는 민주당 역시 한미동맹을 신화로 여기고 있는 셈이다.

한반도의 전쟁 위기가 고조된 것은 분명한 현실이다. 단순한 전쟁 위기가 아니라 ‘핵전쟁’ 위기로까지 비화하고 있다. 이 위기를 해소할 수단을 찾고 그것을 강화하는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문제는 한미동맹이 그 수단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이제 그 ‘불편한 진실’을 직시할 때가 되었다.

한미 군사훈련, 긴장을 고조시키고 평화 협상을 파탄하는 효과 낼 뿐

동맹은 두 가지 기능을 통해 안보를 제공한다. 첫째는 억지 기능이고, 둘째는 방어 기능이다.

억지는 전쟁이 일어나지 못하는 기능이다. 억지력이 제 기능을 발휘하려면 ▲ 억지력의 보유 ▲ 억지력의 과시 ▲ 억지력 사용 의지의 천명 등 3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누군가가 나를 공격하면 더 큰 보복을 가할 무기를 보유하고, 그 무기를 상대방에게 보여주고, 그것을 사용할 의지가 있음을 상대방에게 효과적으로 전달시켜야 한다. 그래야 공격하면 더 큰 보복을 당한다는 사실을 상대방이 깨닫게 해 공격을 단념시키는 것이 억지의 기본 논리이다.

한미동맹을 맹신하는 자들은 한미 군사훈련을 하는 이유를 억지 기능에서 찾는다. 즉 북이 남쪽을 공격하면 더 강력한 보복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전달하기 위해 군사훈련은 필수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한미 군사훈련이 필수라는 주장은 두 가지 점에서 잘못되었다.

첫째, 한미 양국이 하는 군사훈련은 통상적 훈련이 아니다. 북에 침투하여 북 지역을 점령하고, 북의 지도부를 제거하는 이른바 공격적이고 침략적인 군사훈련이다. 이는 억지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반발을 초래하여 긴장을 고조시키는 효과를 발생한다.

▲ 한미 해군과 해병대는 3월 29일 오전 포항 훈련장에서 ‘23 쌍룡훈련, 결정적 행동’ 을 실시했다. 이 상륙훈련은 북에 해병대를 침투하는 군사연습이다.

둘째, 평화를 위해 훈련이 필요하다는 사고에 집착하게 되면 평화 협상 중에도 훈련을 지속하여 협상을 파탄시키는 효과가 발생한다. 그러나 북미 대화 과정에서 한미 군사훈련이 실시됨으로써 협상이 실패하는 경우를 여러 번 발견했다.

따라서 한미동맹 논리 하에서 진행되는 군사훈련은 억지 기능을 하지 않고, 긴장 유발 기능, 평화 협상 파탄 기능을 할 뿐이다.

북미 전쟁 발발 시, 한미동맹은 작동하지 않아

방어는 전쟁 시 적국을 영토 밖으로 ‘격퇴’하는 개념이다. 억지는 전쟁을 단념시키는 군사 행위이고, 방어는 격퇴하여 전쟁 세력을 밖으로 몰아내는 군사 행위이다. 한미동맹이 억지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면 방어 기능은 효과적으로 발휘할 수 있을까.

한미동맹의 방어 기능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실제 전쟁 시나리오를 검토해 보아야 한다. 한반도 전쟁은 크게 북미 사이의 군사적 충돌이 전쟁으로 비화하는 경우, 남북 사이의 군사적 충돌이 전쟁으로 비화하는 경우로 나뉜다.

우선 북미 전쟁시나리오부터 검토해 본다. 북미 전쟁은 규모에 따라 전면전과 제한전, 기간에 따라 장기전과 단기전으로 나뉜다. 제한전에 그치고 협상하면 단기전이 되고, 제한전이 지속하면 장기전이 된다. 북미 양측이 핵 수단까지 동원하는 총력전에 돌입하면 전면전이다.

제한전의 경우 협상의 결정권은 미국이 쥔다. 한국의 이해관계가 반영될 여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경우 한미동맹은 작동하지 않는다. 미국의 전쟁 교리, 미국의 협상 교리가 작동할 뿐이다.

장기전의 경우 전쟁 정책 결정권은 미국이 쥔다. 한국 정부는 어떤 전쟁 결정권을 갖지 못한다. 이 경우에도 한미동맹은 작동하지 않는다. 오직 미국의 전쟁 교리만 작동할 뿐이다. 한국 군대는 미국의 전쟁 교리를 집행하는 ‘총알받이’로 전락한다. 미국의 전쟁에 한국이 동원되는 꼴이다.

전면전은 핵전쟁이다. 또한 북미 전면전은 3차 세계대전으로 비화할 것이다. 검토 자체가 불가능하다.

제한전이건, 장기전이건, 전면전이건, 북미 사이에 전쟁이 발발하면 한미동맹은 어떤 기능도 수행할 수 없다. 미국이 모든 것을 좌우한다. 한미동맹은 사실상 사라진다.

남북 전쟁 발발 시에도 한미동맹의 방어 기능 존재하지 않아

남북 전쟁도 전면전과 국지전으로 나뉘어 검토할 수 있는데, 미국의 지원 여부에 따라 보다 복잡한 양상을 갖는다.

첫째, 남북 사이에 전면전이 발생하고 미국이 동맹 조약을 발동하여 참전하는 경우이다. 그러나 미국이 지원하는 순간 남북 전쟁은 북미 전쟁으로 그 성격이 바뀐다. 전쟁의 모든 주도권과 결정권은 미국이 갖는다. 이는 한국을 방어하는 전쟁이 아니다. 미국의 전쟁일 뿐이다.

둘째, 남북 사이에 전면전이 발생했으나 미국이 동맹 조약을 발동하지 않아 참전하지 않는 경우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듯이 미국은 군사적 지원은 할지언정 직접 참여하지 않는다. 핵보유국 러시아와 전면전을 치를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북 역시 핵보유국이다. 미국은 자국의 헌법 절차에 따라 동맹 조약을 발동하지 않을 수 있다. 이 경우 한미동맹은 사라진다.

셋째, 남북 사이에 국지전이 발생하고 주한미군이 개입하여 참전하는 경우이다. 이 경우 남북 국지전은 남북 전면전 혹은 북미 전면전으로 발전한다.

▲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이명박 정부는 대대적인 대북 보복 포사격 훈련을 기획했으나 주한미군이 개입하여 실행하지 못했다.

넷째, 남북 사이에 국지전이 발생했으나 주한미군이 개입하여 한국 군대를 통제하는 경우이다. 2010년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이 상황이 발생했다. 미국은 남북 군사적 충돌에 연루될 가능성을 우려하여 한국군 통제에 나섰다. 한국군 포사격 훈련에 주한미군 요원을 파견하여 포사격의 방향을 남쪽으로 바꾸고, 포사격 규모를 축소했다. 미국의 이런 개입으로 남북 군사적 충돌은 더 커지지 않았다.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한국군을 통제한 것이다. 이는 한미동맹의 방어 기능이 아니라 한국군 통제 기능이다. 따라서 이 시나리오에서도 방어 기능으로서의 한미동맹은 존재하지 않았다.

▲ 전쟁 시나리오별 동맹의 작동. 어느 경우에도 한미동맹은 우리를 방어하지 않는다.

윤석열의 선택, 노동자 민중의 선택

한미동맹은 억지 기능도 발휘하지 못하고, 방어 기능도 발휘하지 못한다. 따라서 한미동맹은 지금의 위기를 해결할 합리적 수단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위기를 증폭시키거나 군사적 충돌을 부추기는 기능을 수행할 뿐이다. 한미동맹이 우리의 안보를 제공할 것이라는 기대는 헛된 망상에 불과하다.

한미동맹을 고수했을 때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은 전쟁 위기의 반복뿐이다. 상시적 전쟁 위기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국방비는 증가할 것이고, 사회복지비는 감소할 것이다. 한반도 위기뿐 아니라 대만과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와 같은 동북아 지역에서의 분쟁에 말려드는 위험성을 안고 살아야 한다. 중국과의 관계는 악화하여 한국의 경제 역시 타격을 받을 것이다.

또한 이는 한국의 글로벌 호구의 신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한미동맹 논리 속에서 한미일 군사협력이 강화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윤석열 정부는 강제 동원 문제에서 굴욕적인 대일 외교를 펼쳤다. 지난 3월 일본의 호구로 전락한 대한민국의 민낯이 드러났다.

미국은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 부품을 2024년부터 중국 등 우려 국가에서 조달해서는 안 되며, 보조금 지급 대상 전기차에서 현대차와 기아차를 배제하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부 지침을 발표했다. 지난해 5월 방한 당시 “실망시키지 않겠다”라는 바이든의 말을 믿고 13조를 투자했던 현대자동차, 우리 기업의 투자를 종용했던 윤석열 정부는 속수무책일 뿐이다.

대화를 도둑질당하고 자동차 산업이 수탈당하는 현실, 이것이 현재 한미관계의 현주소이다. 한국은 미국의 호구가 되고 있다.

다른 선택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전쟁 위기의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다. 한미 군사훈련을 중단하고 한미 핵 정책을 폐기하는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이 선택지는 문재인 정부도 선택하지 않았고, 윤석열 정부도 선택하지 않았다. 보수 양당 체제에서 이 선택을 하는 정부는 출현할 수 없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윤석열 정부는 한미동맹 강화 더 나아가 한미일 동맹 강화를 향해 돌진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전쟁을 머리에 이고, 미국과 일본의 호구가 되어 살아가는 길을 선택했다.

이제 노동자 민중의 선택만이 남았다. 만약 노동자 민중이 전쟁을 머리에 이고, 미국, 일본의 호구가 되어 살아갈 것이 아니라면 우선 윤석열이라는 ‘돌덩이’부터 치우고 볼 일이다.

‘돌덩이’를 치우는 과정에서 노동자 민중은 보수 정치를 갈아엎고, 자주를 지향하는 노동자 민중의 정치를 실현할 정치적 힘을 구축하게 될 것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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