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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대표, “내 진술 아니다‥경찰, 조작으로 사람 죽여”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3/05/14 09:39
  • 수정일
    2023/05/14 09:39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 기자명 조혜정 기자
  •  
  •  승인 2023.05.12 18:41
  •  
  •  댓글 0

특진 앞에 ‘건설노조 사냥꾼’ 된 경찰

진술서 조작, 강압수사, T/F 가담까지...

건설노조가 하면 ‘협박·강요·공갈죄’

“건설노동자 양회동은 대한민국의 권력자들에 의해 찰나의 순간 ‘건폭(건설폭력배)’이 됐고, ‘공갈협박범’이 됐다.”

여기서 말한 권력자는 윤석열 대통령만이 아니다.

양회동 열사를 잃은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11일 전국 곳곳 경찰청 앞에서 열사를 대신해 억울함과 분노를 폭발했다. 그리고 “윤희근 경찰청장 파면” 목소리를 높였다.

“윤 대통령의 지휘에 따라 경찰은 건설노조만을 특정해 강압수사를 벌였고,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을 ‘조직폭력배’, ‘불법’으로 매도해 양회동 열사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그 경찰 당국 책임자가 바로 윤희근 경찰청장이다.

양회동 열사의 억울한 죽음에 경찰은 어떤 책임이 있을까?

▲ 건설노조가 전국 곳곳 경찰청 앞에서 “노조 탄압 중단, 경찰청장 사퇴, 정권 퇴진” 목소리를 높였다. 대구경찰청 앞. ⓒ뉴시스

특진 앞에 ‘건설노조 사냥꾼’ 된 경찰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12월 경찰, 공정위, 국토부 등을 앞세워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을 위한 200일 단속에 들어갔다. 경찰엔 ‘특진’까지 내걸었다. 실적 올리기에 눈먼 경찰은 사냥꾼이 되었고, 그 재물이자 먹잇감은 건설노동자였다.

양회동 열사가 분신한 5월 1일은 열사의 영장실질심사가 예정된 날이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사유는 ‘폭력 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공갈)’ 혐의였다. 조합원에 대한 채용 및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하고, 현장 집회 등으로 사측을 협박해 고용을 합의한 후, 채용된 현장 간부들의 임금과 노조법에 따른 근로시간 면제자(노동조합 전임자)의 임금을 지급받았다는 이유다.

이는 강원경찰청이 사건을 조작하고 무리한 기소를 해 벌어진 일이다. 건설사 대표와 현장소장이 증인이다.

경찰은 건설사 대표의 진술서를 조작했다.

건설노조에 따르면, 건설사 대표 박 모 씨는 강원경찰청에 전화해 “경찰 진술시 ‘강요는 없었다’고 했는데, 왜 내 진술과 다르게 ‘전임비 갈취’라고 기재되었냐?”며 항의했다. 그는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며 ‘처벌불원서’를 작성해 노조에 보냈다.

박 씨는 양회동 열사 분신 후에도 다시 경찰에 전화해 “내가 그런 이야기를 하지도 않았는데 당신들(경찰) 때문에 사람을 죽인 꼴이 됐다”고 분노했다.

사실 왜곡·날조… ‘공갈범죄’ 낙인

열사가 분신한 당일 조선일보는 “이들은 지난해 4월부터 지난 2월까지 강원지역 공사현장에 공사를 방해, 지연시키는 방법으로 업체들로부터 8000여 만 원을 가로채는 등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보였을 뿐 아니라, 열사에 대한 명예훼손이었다.

열사는 지난해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총 9개월간 강릉 롯데캐슬 현장에서 철근팀장으로 일했다. 현장 ‘안전점검회의(TBM)’에 참석하고, 현장 인력 관리, 공정 관리 등 팀장 업무를 수행했다. 처벌불원서를 제출한 건설사 현장소장도 “팀장으로 고용되어 지급된 임금이었으며, 지대장 업무로 인한 불가피한 현장 이탈은 사측과 합의된 일”이라고 진술했다.

그러나, 검찰은 영장청구서에 양회동 열사가 현장에 일하지 않고 임금만 받았다고 기재했다.

영장청구서에 언급된 업체는 건설노조와 단체협약을 체결해 2023년 현시점에도 그 효력이 유효한 현장이다. 철근콘크리트 서울경기인천 사용자연합회 소속 업체로, 단협에 따라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 지급(타임오프) 의무가 있다. 사측이 단협에 따른 의무를 이행했을 뿐인데, 이 타임오프도 ‘공갈범죄’로 덧씌워졌다.

건설노조는 사실관계와 다른 혐의에 강압수사를 벌인 검경의 행태를 두고 “단체협약 체결이 강요에 의한 것이므로 그에 따른 임금 수령도 ‘공갈의 대가’라는 프레임을 덧씌운 것”이라며 “끼워 맞추기 수사”라고 분개했다.

▲ 건설노조 2021년 단체협약의 일부 ⓒ민주노총 건설노조

‘8000만원을 가로챘다’는 조선일보 보도는 왜곡 날조였다. 양회동 열사는 올해 2~3월엔 20일 치 급여밖에 받지 못했다. 4월엔 조합원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느라 하루 일당(1공수)밖에 벌지 못했다. 열사와 호형호제하는 김기형 강원건설지부 1지대장이 그 사정을 잘 안다.

“지대장 활동을 시작했던 작년부터 일을 많이 못 했을 테니, 지난해엔 2천만원 대출받았다고 했다. 하루 일당으로 4인 가족이 한 달을 살 수가 없으니 지난달에도 800만원 가량 대출받은 걸로 알고 있다.”

노조법·임단협 몰라도… 건설노조가 하면 ‘협박·강요·공갈죄’

특진까지 내걸린 사안에 ‘성과’를 내야 했던 경찰은 건설노조에 대한 거짓·날조 수사에만 그치지 않았다.

사측의 고발이나 민원이 없었음에도 평화적으로 마무리된 노사관계, 단체협약에 개입해 무리한 법 적용으로 건설노조를 강압수사 했다.

경찰과 검찰은 민주노총 조합원 채용과 현장별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집회 등의 수단이 동원되면, ①집회 등을 하겠다는 것이 ‘해악의 고지’가 되어 ‘협박죄’ ②채용을 하게 되면 ‘의무 없는 일을 행하게 한 것’으로 ‘강요죄’ ③단체협약에 따라 임금과 전임비를 지급받으면 ‘재산상의 이익을 취한 것’이므로 ‘공갈죄’를 적용했다.

노조의 단체협약과 근로조건 개선 요구를 공갈, 협박 등으로 취급해 헌법에서 보장하는 노동3권을 무력화하려는 의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능범죄팀에서 담당했던 건설노조 수사는 현재 강력계 형사들이 맞는 형국이다. 강한수 건설노조 수석부위원장은 “노조법도, 임단협도 모르는 강력계 형사들이 왜 노사관계에 끼어들어 정당한 노조활동을 불법으로 모느냐”고 분개했다.

경찰은 정부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 T/F에도 가담했다. 경찰은 불법행위 피해신고서 양식을 각 건설 현장에 배포했다. 교섭 당시 협박 등이 없었음에도 마치 있는 것처럼 진술을 유도하는 내용의 자료도 배포했다. 기획된 진술을 모아 사건을 만들기 위한 의도였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구체적인 혐의 내용도 없이 출석요구서를 보내 소환 조사하기도 했다. 출석요구서엔 협박 등에 관한 구체적인 혐의사실을 특정하지도 않고 ‘노조 활동 방법, 노조원 채용 조건, 순서, 규모 등 전반적인 사항을 문의’한다고 하면서 빈번하게 출석을 요구했다. 건설노조는 “전형적인 투망식 수사”라고 꼬집었다.

경찰청장 책임 없나

경찰은 지난 2월, 건설 현장을 특별단속 중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수사에서 성과를 낸 경찰관 50명을 1계급 특진시키겠다’고 공언했다. 이는 국가수사본부에 배당된 전체 특진자 510명의 10분의 1에 해당한다. 전세사기 특별단속에 30명, 보이스피싱 수사에 25명이 배정된 것과 비교할 때 이례적이고 파격적이라 할만하다. 지휘부의 독려에 일선 경찰은 너도나도 실적 쌓기에 나섰고, 건설노조에 대한 표적·강압수사를 만들었다.

건설노조에 대한 강압수사는 올해 14차례 압수수색, 16명 구속, 1천 명이 넘는 조합원 소환조사로 나타났다. 그리고 아직도 내려놓지 않았다. 12일 새벽에도 건설노조 대전충청세종 전기지부 간부들을 압수수색 했다.

경찰 총책임자 윤희근 경찰청장이 양회동 열사의 죽음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가 곳곳에서 나타난다.

오는 16~17일 1박2일 간 총파업 상경투쟁을 벌이는 건설노조는 용산 대통령실뿐 아니라 경찰청을 향한 총력투쟁도 벌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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