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중국의 고단수 외교와 한국의 하수정치(1)

  •  이정훈 편집기획위원
  •  
  •  승인 2023.06.26 09:38
  •  
  •  댓글 0



 

1. 전환시대, 거대 위기의 징후

2. 신냉전, 미국 정치외교의 다급함과 무리수

3. 시진핑 등장과 미국의 반세기 중국전략의 실패

 

1. 전환시대, 거대 위기의 징후

나라의 위기에도 종류와 수준이 있다. 윤석열 정부의 내외정책 실책위기는 세간의 예상을 뛰어넘는다. 가히 망국적이다. 그 무모함도 문제지만 검찰독재의 후안무치와 적반하장의 뻔뻔함은 기시감이 있다. 애써 잊으려던 전두환, 노태우 시절의 기억마저 새삼 돋아난다.

지금 세계는 일대 전환기이다. 소련붕괴에 버금가는 새로운 전환기의 입구에 서있다. 미국이 내부로부터 무너지는 속도가 예상보다 더 빠르다. 소련도 어느 날 갑자기 무너진 것이 아니다. 요즘 미국은 자기부터 살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무너지는 미국 패권 유지와 자신의 기득권을 위해 새로운 적을 만들어 갈라치고, 동맹부터 등쳐먹는 것이 요즘 미국의 행태이다.

유럽과 나토 회원국들조차 앞으로 동맹을 외치고, 뒤로는 중국에 줄 서며 각자도생의 길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낡은 공식을 과감히 버리고 각자 생존을 도모하는 것이 현 국제정세의 뚜렷한 모습이다. 이러한 국제정치 흐름에 역행하는 유일한 정부가 한국의 윤석열 정부다. 가히 ‘맹동주의’ 외교노선이라 볼 수 있다. 급변하는 국제정치에 구태의연한 숭미 의존적인 자세로 임하며, 외교마저 국내용 정치에 활용하고 있다.

국민들은 일찌감치 윤 대통령에게 공정이나 거창한 국정은 기대치 않은지 오래다. 그 인간성의 저열함과 무지함도 이미 헤아리고 있다. 국민들은 이들을 가만히 내버려 둘 경우 발생하는 국가위기와 민생고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전가될 것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윤석열 정권이 미국에 아무리 충성해도,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미국의 윤 정권에 대한 토사구팽(兎死狗烹)은 반복될 것이다. 윤석열 정권의 기대와 다르게 미국은 스스로 만든 신냉전의 세계적 위기 속에서 더 빠르게 추락하고 있다. 미국의 허세와 관계없이 시간이 갈수록 미국 대외정책의 일관성은 떨어지고 변덕과 가변성은 더 높아질 것이다.

차후 몇 차례 칼럼에서 중국과 북한(조선), 러시아, 일본 등의 국가가 미국이 추동하는 현 신냉전 국제정세를 얼마나 심각하게 보고 대비하고 있는지를 차례로 살펴보려 한다. 그리고 윤석열 정부의 망국적 맹동주의 대외정책이 어떻게 한국을 실제 망국의 위기로 몰고 가는 지를 추적해본다. 신냉전 시대 북한(조선)이 위기가 아니라 한국이 정말 위기다.

한국이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화풀이하는’ 만만한(?) 상대인 중국의 대미 전략이 얼마나 장기적이고 치밀한지부터 먼저 살펴보자.

 

2. 신냉전, 미국 정치외교의 다급함과 무리수

최근 ‘다극화’와 ‘신냉전’은 국제정치의 유행어로 되었다. ‘다극화’와 ‘신냉전’이란 무엇이며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가? 이에 대한 해석은 물론 다양하지만, 이는 한마디로 미국이 초래하고 추동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미국 일극체제가 몰락하는 현 국제질서를 흔히 ‘다극화(多極化)시대’라고 표현한다. 일극체제(Unipolar system)의 상대개념이 다극체제(Multipolar system) 또는 다극화이다. 다극화란 개념은 진보만의 용어가 아니라 이미 십수 년 전부터 골드만삭스 같은 민간 경제연구소, OECD, IMF, 세계은행(World Bank) 등 국제기관 보고서에서도 공개적으로 쓰고 있다. 미국몰락과 다극화 현상은 이미 보수, 진보와 관계없이 공유하고 있는 개념이다. 단지 미국의 몰락방식과 속도가 현재 전환기 국제정세의 쟁점일 뿐이란 이야기이다.

다극화와 함께 근래 국제정치의 또 다른 이슈는 ‘신냉전’이란 개념이다. 미소냉전도 소련붕괴로 끝나고 유일패권 미국도 저무는데 왜 신냉전이란 용어가 다시 등장하는 것일까? 신냉전은 지는 해 미국이 순리적 후퇴를 거부하며, 이 추세를 뒤집으려고 마지막까지 저항하며 ‘막판 뒤집기’를 시도하는 무리수 때문에 발생한 국제정치현상이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 이러한 전략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한마디로 이는 제국의 말기적 현상이며 제국은 스스로 후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금 증명한다.

바이든 행정부의 신냉전 전략은 기존 반미국가 북한(조선), 이란, 베네수엘라 등에 대한 적대 정책에 더해, 대만을 자극하며 중국을 노골적으로 포위 봉쇄하고 나토(NATO)의 동진(東進)으로 러시아를 자극하며 적대전선의 세계체제(신냉전체제)를 구축하려 했다. 특히 핵 강국인 중국, 러시아, 북한(조선)에 대한 적대전선을 세계적 차원에서 냉전시대처럼 포위 구축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것이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 우크라이나 전쟁, 대만위기, 한반도 전쟁위기와 한미일 삼각군사동맹 추구로 현실화되었다.

미국은 이미 자신의 힘만으로는 미국 패권전략이 더는 유지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나토, 일본, 호주 등 하위 동맹을 부추겨 오히려 새로운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편 가르기 신냉전 국제체제가 미국과 대서양 기득권 체제에 유리하다는 이기적 계산이다. 이는 본질적으로 절대 미국 혼자 무너질 수 없다는 ‘물귀신 전략’이다. 미국 국내적으로 미국경제와 제조업을 살기기 위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지원법(CHIPS and Science Act), 칩4(Chip4)와 같은 노골적 반중 보호무역 조치를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와 미국 재부흥전략으로 포장하지만 그 본질은 모두 국내외적으로 무너지는 미국을 막기 위한 전략이다.

여하간 미국의 신냉전 전략은 성공하고 있을까? 미국의 의도와 다르게 신냉전 전략은 미국을 더 빨리 몰락시키고 있다. 오판과 무리수는 항상 실패를 초래하는 법이다.

사실상 미국과 러시아의 대리전쟁인 우크라이나전쟁에서 CNN, 뉴욕타임즈 보도를 숭상하는 한국 언론은 젤렌스키가 승리하고 있다고 연일 보도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이다. 현실은 우크라이나의 패전을 어떻게 처리하는가의 문제가 남아있다. 배후 미국이 러시아와 평화협상을 거부하며 우크라이나는 더 많은 희생과 망국의 위기에 처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패색이 짙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전화, 즉 분단 한국과 같은 휴전상태’를 유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전쟁종결이 아닌 휴전상태를 원치 않으며, 미국이 패전과 평화협정을 거부한다면 일단 시작한 전쟁(특수군사작전)을 완전한 승전으로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프가니스탄에 이어 시리아에서도 미국은 결국 졌다. 프랑스, 독일 등 EU 주요국 정상들이 중국과 협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며 나토는 내부로부터 분열되고 있다, 독일은 최근 이례적으로 국가안보전략을 공개하며 중국이 독일의 경쟁자이자 파트너라고 발표했다. 프랑스는 브릭스 가입을 타진 중이라는 보도가 들린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앙숙 관계인 이란, 시리아와 외교관계를 전격 정상화했다. 전통적 종미국가 이스라엘, 사우디아리비아, 튀르키예(터키)도 미국의 중동정책에 반기를 들고 따르지 않는 기이한 풍경이 연이어 벌어지고 있다. 한정된 지면상 미국 달러패권의 몰락은 따로 다루지 않으나, 올 8월 브릭스 회의(BRICS)를 통해 대안 기축통화 준비가 구체적으로 논의되면서 달러패권의 붕괴도 예상보다 더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3. 시진핑 등장과 미국의 반세기 중국전략의 실패

미국의 신냉전 전략이 심화될수록, 그 중심 전선인 중, 러, 북(조선)의 대응도 격렬하며 전략적이며 장기적 대응으로 변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먼저 중국은 신냉전 정세를 어떻게 보고 대응하는지를 거시적 관점에서 살펴보자. 중국의 외교정책 변화를 크게 보면 모택동 노선(1949~1977), 등소평 노선(1978~2021), 20차 중국공산당 대회 이후의 시진핑 노선(2022~)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시대는 1기(18차당대회), 2기(19차 당대회), 3기(20차 당대회)의 각 정책 기조가 조금씩 다르다. 특히 시진핑 집권 3기는 바이든 정부의 신냉전 강화전략과 맞물려 이전과 질적으로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진행된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행사 연설을 인용해보자. 그는 “외부 세력이 중국을 괴롭히면 14억의 강철 만리장성에 머리가 깨지고 피가 흐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올해(2021년) 빈곤의 완전한 퇴치를 통해 공산당의 첫 번째 100년 목표인 전면적인 샤오캉(小康·모두가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 실현을 달성했고, 2049년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건설의 두 번째 100년 목표를 앞두고 있다”라고 선언했다.

신냉전시대 중국의 외교노선도 변하고 있다. 등소평이래 중국의 외교 전략은 도광양회(韜光養晦; 자신의 재능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인내하면서 때를 기다린다)로 요약할 수 있다. 쉽게 말해 미국에 도전하지 않고 와신상담하며 힘을 기르자는 것이다. 중국의 태도는 후진타오 시기 평화적으로 우뚝 서겠다는 ‘화평굴기‘(和平崛起)로 조금 변했지만, 중국의 대미 외교노선은 본질적으로 큰 변화가 없었다. 그러던 중국이 시진핑 집권 3기부터는 질적으로 변하고 있다. 대만의 무력통일 가능성 언급과 중국의 핵심이익을 건드리고 이를 방해한다면 미국과 일전을 불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공식표명하고 있다.

만약 중국이 미국과 전쟁은 벌인다면 그것은 미 본토와의 전쟁이 아니라 대만통일전쟁이다. 중국이 원자탄(1964년)과 수소탄(1967년)을 보유한 이후, 미국은 중국대륙과 전면 핵전쟁으로 승리한다는 가능성을 접었다. 이어 1971년 핑퐁외교가 시작되었고 1979년 중국과 미국은 수교했다.

미국은 모택동 주석 사망 이후 등소평(1978년) 개혁개방노선을 보며 회심의 미소를 띠었다. 미국이 중국을 세계시장 편입을 용인하고 본격 중-미경제협력을 시작한 것이다. 이것이 이른바 동조화(커플링) 전략이다. 쉽게 말해 ‘적과의 동침’이다. 이는 미국이 중소분쟁을 이용하며 소련과 중국을 분리시키기 위함도 있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도 소련처럼 내부로부터 자본주의 돈 바람으로 붕괴시키는 방도를 기대한 측면이 있었다.

미국의 예상대로 자본주의를 활용하는 중국의 사회주의 시장경제와 ‘선부론’(先富論)은 빈부격차와 적지 않은 사회적 부패와 혼돈을 유발했다. 1989년 천안문사태, 2012년 당시 떠들썩했던 보시라이 충칭 당서기 사건은 상징적으로 이를 보여준다. 미국은 중국의 등소평 노선을 주시하면서 중국의 홍콩 문제, 신장 위구르 분리 독립, 대만의 분리 독립 문제 등을 인권과 민주주의라는 명분으로 내세워 외부로부터 간섭하고 자극하려는 시도를 그치지 않았다. 미국이 새로이 열린 중국의 글로벌 교류 협력의 공간에서 공산당 권력 내부에 친미 정치세력을 육성하는데 공을 들이려 한 것은 물론이다.

그러던 중국이 시진핑이 등장 이후, 미국의 기대와 다르게 중국공산당 내부의 구심과 지도력을 확보하며 시진핑 주석을 중심으로 단결하고 있다. 시진핑은 과거 거의 모택동 반열의 지도력을 형성하며 공동부유( (共同富裕= 모두 함께 잘사는 사회)와 당성, 사회주의 사상성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시진핑 2기(2017~2022)를 거치며 중국의 대외관계도 변했다.

특히 북중관계가 한반도 핵문제로 껄그러웠던 과거 북중관계를 정리하고 다시 전통적 혈맹관계로 복원되었다. 특히 북한(조선)이 2017년 국가핵무력을 완성한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북미회담 전후 과정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시진핑 주석과 5차례 연쇄 회담을 진행한 후 북-중관계는 획기적으로 변했다. 이후 중국은 ‘6자 회담’과 같은 미국의 북한(조선) 포위 전략에 편승하는 외교형태를 중지하게 되었다. 미국이 더 이상 북핵문제를 UN안보리에 끌어들일 수 없게 되었다.

표면상 중국은 ‘쌍중단 쌍궤병행’ 방식의 한반도 비핵화를 이야기하지만, 사실상 중국은 북의 핵 전략국가 지위를 인정하고 역으로 미국의 신냉전 기도에 북-중이 연대하며 맞서는 입장으로 극적으로 변했다. 중국은 지금 대 한반도 정책에서도 지난 등소평 식 남북 실리주의 외교를 뒤로하고, 전통적 조-중관계를 중시하며 북(조선) 중심의 외교로 선회하고 있다.

2022년 중국 공산당 20차 대회(전국대표회의)에서 시진핑은 지난 5년 및 10년을 “이례적이고 순탄하지 않으며 세계적으로도 백 년에 있을까 말까 한 대변화의 시기였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현 국제정세를 ‘100년만의 대변혁기’(百年未有之大变局) 로 규정하고 있다. 쉽게 말해 미국이 주도하는 ‘대서양동맹 시대’가 붕괴하며 일대 전환기에 들어섰다는 인식이다. 이 전환기를 적극적으로 대처해 미국의 일방주의를 극복하고 다극화를 추동하겠다는 입장이다. 중국이 주동적으로 다자주의를 실현하여 새로운 21세기의 중심국가로 중국몽을 실현하자는 것이다.

특히, 중국은 100년만의 대변혁기에 중국을 둘러싼 국제정세를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위협’으로 정의하였다. 중국은 미국이 후퇴하는데 왜 국제불안은 가중되며 중국의 안보가 위협받게 된다고 보는 것일까? 중국은 ‘조화’와 ‘평화’를 강조하던 18차 당 대회나 ‘총체적 안보관’을 제시했던 19차 당 대회에 비해 더욱 군사력 강화의 필요성과 군의 현대화를 역설했다.

그것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마찬가지로 신냉전 시기 대만통일을 둘러싼 미-중 격돌은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의 신냉전 추구와 그 구현인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Indo-Pacific Strategy), 오커스(AUKUS)등을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Belt and Road Initiative)과 남중국해, 동중국해 영유권과 대만통일전략에 대한 미국 중심의 전쟁준비 전략이며 대중 적대전략이라고 파악하고 있다.

20차 중국공산당 대회(2022년)는 중국 내정문제인 대만문제에 대해서는 최대한의 노력으로 평화통일을 추구하되 무력 사용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임을 다시 분명히 했다. 이는 동북아에서 조선노동당 8차 당 대회(2021년)의 조국통일노선과 정확히 같은 기조이다. 북중이 대만과 한반도 통일문제에서 수십 년 만에 같은 정세인식과 같은 기조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국이 자본으로 또 무력으로도 중국을 무너뜨리려는 시도는 실패하고 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