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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전 수사단장, 국방부 수사 거부...“대통령은 한 군인 억울함 외면 말라”

지난달 집중호우 피해 실종자 수색작전 중 순직한 고(故) 채수근 상병 사고 조사결과 보고서를 경찰에 이첩했던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11일 오전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에 출석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박 전 해병대 수사단장은 이날 국방부 검찰단의 소환조사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2023.8.11 ⓒ뉴스1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 과정에서 순직한 해병대 고 채수근 상병 사망 경위를 수사하다가 집단항명수괴죄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11일 국방부 검찰단 수사를 거부했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에 채 상병의 억울함을 외면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박 전 수사단장은 군 검찰단 소환 통보를 받은 날인 이날 오전 입장문을 내 “오늘 저는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를 명백히 거부한다”고 전했다.

이어 “국방부 검찰단은 적법하게 경찰에 이첩된 사건 서류를 불법적으로 회수했고, 수사의 외압을 행사하고 부당한 지시를 한 국방부 예하조직으로 공정한 수사가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박 전 수사단장은 “저는 정치도 모르고 정무적 판단도 알지 못한다. 다만 채수근 상병의 시신 앞에서 ‘너의 죽음에 억울함이 남지 않도록 철저히 조사하고 재발 방지가 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하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건 발생 초기 윤석열 대통령께서 엄정하고 철저하게 수사하여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하셨고, 장례식장에서 여야 국회의원 및 국방부 장관마저도 유가족에게 철저한 진상을 규명해 엄정하게 처벌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하는 모습을 제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봤다”고 했다.
박 전 수사단장은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수사에 최선을 다했고, 그 결과를 해병대 사령관, 해군참모총장, 국방부 장관에게 직접 대면 보고했다. 그런데 알 수 없는 이유로 국방부 법무관리관으로부터 수차례 수사 외압과 부당한 지시를 받았다”고 상황을 알렸다.

또한 “저는 제가 왜 오늘 이 자리까지 와 있는지 모르겠지만, 다시 그 순간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똑같은 결정을 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존경하는 대통령님, 국군통수권자로서 한 군인의 억울함을 외면하지 마시고, 제가 제3의 수사기관에서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청원한다”고 밝혔다.

앞서 해병대 수사단은 고 채 상병 사망 경위 수사 과정에서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 등에 대한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하기로 했다. 해당 내용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과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결재도 거쳤으나, 국가안보실 요청으로 대통령실에 보고된 이후 상부로부터 임 사단장 혐의를 빼고 수사 결과 이첩을 보류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수사단장이 이를 거부하자 국방부는 박 전 사단장 보직을 해임하고, 집단항명수괴죄를 적용해 그를 수사하기 시작했다.

다음은 박 전 수사단장의 입장문 전문이다.

 

 

 

박정훈 전 수사단장 입장문 전문

저는 전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입니다.

먼저 고 채수근 상병의 명복을 빕니다. 또한 이 자리를 빌어 저를 많이 응원해 주시는 국민 여러분들과 대한미국 해병대 가족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정치도 모르고 정무적 판단도 알지 못합니다. 다만 채수근 상병의 시신 앞에서 너의 죽음에 억울함이 남지 않도록 철저히 조사하고 재발 방지가 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하고 다짐하였습니다.

또한 사건 발생 초기 윤석열 대통령께서 엄정하고 철저하게 수사하여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하셨고, 장례식장에서 여야 국회의원 및 국방부 장관마저도 유가족에게 철저한 진상을 규명하여 엄정하게 처벌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하는 모습을 제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보았습니다.

도대체 왜 무엇 때문에 젊은 해병이 죽어야만 하는가? 도대체 누가 이 죽음에 책임이 있는가?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수사에 최선을 다하였고, 그 결과를 해병대 사령관, 해군참모총장, 국방부 장관에게 직접 대면 보고했습니다.

그런데 알 수 없는 이유로 국방부 법무관리관으로부터 수차례 수사외압과 부당한 지시를 받았습니다. 이에 수십 차례 해병대 사령관에게 적법하게 처리할 것을 건의 드렸습니다.

또한 저는 경찰에 사건을 이첩한다는 사실을 이첩하기 전 해병대 사령관에게 보고하였고 그에 따라 적법하게 사건을 이첩하였습니다.

저는 제가 왜 오늘 이 자리까지 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다시 그 순간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똑같은 결정을 하였을 것입니다.

대한민국 해병대는 충성과 정의를 목숨처럼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해병대 정신을 실천했을 뿐입니다.

오늘 저는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를 명백히 거부합니다.

국방부 검찰단은 적법하게 경찰에 이첩된 사건 서류를 불법적으로 회수하였고, 수사의 외압을 행사하고 부당한 지시를 한 국방부 예하조직으로 공정한 수사가 이뤄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존경하는 대통령님!

국군통수권자로서 한 군인의 억울함을 외면하지 마시고, 제가 제3의 수사기관에서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청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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