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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호정부터 이낙연까지, 이준석 바라보고 달린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 ⓒ뉴스1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에게 손을 내미는 야권 정치인들이 많아지고 있다. 최근 금태섭 전 의원이 주도하는 정치그룹 ‘새로운선택’과 공동 창당에 합의한 류호정 정의당 의원을 시작으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이상민 의원, 가장 최근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같은 중량급 인사까지 다양하고, 성향 폭도 넓다.

정작 이준석 전 대표는 신당에 대한 구상이나 정치 연대의 범위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이 없는데, 야권 인사들의 입에서 ‘이준석’ 세 글자가 계속해서 오르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로선 이 대표가 신당을 창당하면 중도·보수 진영에서 일정한 득표를 얻어 두자리수 비례 의석 확보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많다. 양당 체제가 공고한 한국 정치에서 두자리수 의석으로 제3당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은 상태에서 선거를 치른다는 건 꽤 매력적인 유혹이다.

10일 자로 발행된 세계일보 인터뷰 기사에서 이낙연 전 대표는 “우리 정치를 변화시키는 데 그분이 가진 장점도 필요하다. 시기가 되면 만나겠다”며 이준석 전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내고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까지 했었던 이 전 대표이기에, 많은 이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행보다.

류호정 의원도 이준석 전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류 의원은 지난달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 전 대표가 신당을 창당했으면 한다. 같이 제3지대에서 정치를 바꿔나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류 의원이 주도하는 정의당 의견그룹 ‘세번째권력’ 출범식 때 직접 축사도 했다. 그동안 젠더 및 장애인 권리회복 시위 등 각종 이슈를 놓고 끊임없이 대립해온 두 사람이기에 이러한 흐름은 꽤 주목할 만하다. 이상민 의원 역시 이준석 전 대표의 장애인 시위 비하 발언에 날 선 반응을 하기도 했고, 차별금지법 제정에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등 이 전 대표와는 상반된 정치 행보를 해왔다.
류호정 의원부터 이낙연 전 대표까지, 정체성이나 가치 지향의 측면에서 이준석 전 대표와의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다. 그동안의 궤적에서 알 수 있듯, 이준석 전 대표는 정치·사회 현안과 관련해 진보적이거나 개혁적인 변화 요구에 부정적이었고, 사회적 약자들의 권리회복 운동을 갈라치기로 대응하며 본질을 흐리는 등의 행태로 진보·개혁 진영과 대립해왔다.

이 전 대표가 정치적 ‘전향’이라고 볼 정도의 자기 변화를 전제하지 않는 한, 그가 추진할 신당은 정치·사회 영역의 전향적 변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보다는 장기적으로는 보수 확장 효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일정하게 ‘반윤석열’ 구도의 확장 측면에서 유의미할 순 있다.

따라서 류호정 의원이나 이낙연 전 대표와 같은 인사들이 이준석 전 대표와 연대·연합을 하게 된다면 일시적으로 ‘반윤’ 전선이 외형상 넓게 구축될 여지는 있지만, 그 내용적 측면에서는 공고한 가치 기반을 토대로 한 높은 수준의 ‘반윤 연대’를 기대하기 쉽지 않다. 결과적으로 낮은 수준의 일시적 선거 연합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려울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이준석 전 대표와의 연대·연합으로는 총선 장기 레이스를 과연 버틸 수 있을까, 총선 이후에도 유의미하게 연대·연합이 유지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이 자연스럽다. 윤 대통령과의 대결 구도에서 이 전 대표의 화술이나 전투력을 토대로 일정한 호응을 이끌어낼 순 있겠으나, 이 전 대표의 개인기에 의존해서만 확장성을 담보하긴 어렵다. 또한 가치 기반의 선거 연합이 아닌 만큼, 이른바 ‘이준석 신당’이 유권자들의 표심을 흔들 만한 정책적 비전을 제시하는 데에도 현실적 한계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이런 부분을 고려했는지 알 순 없으나, 류호정 의원이 이 전 대표와 같이 한다는 점을 전제로 “청년 세대의 젠더 갈등과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가치 영역에서의 접점을 찾아보려는 듯한 말을 하기도 했으나, 이 전 대표는 이런 종류의 제기에 반응할 생각이 별로 없어 보인다. 오히려 자신은 젠더 갈라치기나 혐오 정치를 한 적이 없다며 아예 부정해버리는 식의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연대와 공생’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3.11.28. ⓒ뉴스1

이낙연 전 대표가 이준석 전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 어떤 유의미한 움직임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이 전 대표가 강력한 지지 기반으로 삼고 있는 호남 민심이 이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전통적으로 호남 민심은 선거 국면에서 보수 확장을 차단해왔고, 때때로 민주당의 퇴행을 심판했다. 호남의 동요 여부는 당내 전반적인 여론은 물론, ‘원칙과상식’과 같은 비명계 의원들이 이낙연 전 대표를 따라 당을 이탈할 것인지 결정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모든 흐름은 비례 정당의 의석수 확보에 용이한 연동형 비례대표 제도로 총선이 치러진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연동형 도입 이전에 시행되던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돌아가자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고, 표 계산이 복잡해진 민주당도 병립형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병립형으로 돌아가면 ‘이준석 신당’도, 류호정·이낙연의 구상도 별무소용으로 끝난다.
 

“ 강경훈 기자 ”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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