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연석회의는 25일 오전 광화문 조영래홀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 남북간 적대행위와 군사행동에 대한 시민사회단체 입장을 밝혔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평화연석회의는 25일 오전 광화문 조영래홀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 남북간 적대행위와 군사행동에 대한 시민사회단체 입장을 밝혔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북한은 1월 5일 오전 9시 대규모 포사격훈련을 했고 1월 5일 오후 12시에는 합동참모본부에서 해상사격훈련을 앞두고 주민 대피령을 내렸습니다... 중요한 것은 2010년 연평도 포격 이후 또다시 서해5도 주민들이 생존의 위협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9.19군사합의가 무효화 된 가운데 남북간 군사적 대치 상황을 피부로 느끼고 있는 연평도 주민 박태원 씨는 25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변호사회관 조영래홀에서 ‘평화와 연대를 위한 접경지역 주민, 종교, 시민사회 연석회의’(이하 평화연석회의)가 주최한 기자간담회에서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서해 기상 악화로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못한 채 서면으로 제출한 발언문에서 박태원 씨는 “지난 1월 5일 연평도에 13년 만에 또 다시 대피령이 내려졌고 주민들은 생존의 위협을 느꼈다”며 “연평도 포격 이후 무려 13년이 지난 지금에도 피난 매뉴얼조차 없다는 현실에 서해5도 주민들은 암담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박태원(연평도 주민, 어민) 서면 발언문[전문]

 

연평도를 비롯한 서해5도 지역은 남북 접경지역으로 한국전쟁 이후 남북 간의 국지전이 발생한 군사분쟁지역입니다. 1999년, 2002년 1,2차 연평해전이 벌어졌고 2009년 대청해전, 2010년 연평도 포격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특히 연평도 포격 사건은 한반도에서 한국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고, 분단이라는 현실에 살고 있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게 한 사건입니다. 연평도 포격이 주는 주된 교훈은 남과 북이 군사적 대결만을 추구한다면 서로에게 상처만 남을 뿐이라는 것과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접경지역에 살고 있는 우리 주민들이라는 것입니다. 

 

윤석열 정부 들어 남과 북이 강대강으로 군사 대결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나마 서해에서 안전핀 역할을 하던 9.19 군사 합의 효력 정지 이후 불안하게나마 유지되던 서해 평화는 더욱 불안해졌습니다. 

 

어민들 사이에서 NLL 상의 불법 중국 어선은 남북 관계의 바로미터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남북 관계가 좋으면 중국 어선들이 많이 출몰하고 남과 북의 긴장이 높아지면 중국 어선들이 감소하기 때문입니다. 작년 11월부터 연평도 주변 NLL에 중국 어선들이 빠르게 감소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1월 5일 연평도에 13년 만에 또 다시 대피령이 내려졌고 주민들은 생존의 위협을 느꼈습니다. 북한은 1월 5일 오전 9시 대규모 포사격훈련을 했고 1월 5일 오후 12시에는 합동참모본부에서 해상사격훈련을 앞두고 주민 대피령을 내렸습니다. 합동참모본부에서 계획했던 1월 5일부터 7일까지의 서해안 상설 해상사격훈련 계획이 먼저인지 북의 포사격훈련이 먼저인지 저희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2010년 연평도 포격 이후 또다시 서해5도 주민들이 생존의 위협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남과 북의 서해 포 사격 이후 1월 12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연평도를 찾아와 “주민 보호 태세 강화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행정안전부 장관이 연평도에 찾아온 1월 12일에도 행안부에는 서해5도 유사시 주민 피난 매뉴얼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연평도 포격 당시에도 피난 매뉴얼이 없어 연평도 주민들은 작은 어선을 타고 알아서 피난을 했습니다. 그런데 연평도 포격 이후 무려 13년이 지난 지금에도 피난 매뉴얼조차 없다는 현실에 서해5도 주민들은 암담할 따름입니다. 

 

이제 해상 완충지대가 사라졌고, 서해는 위험지대가 되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지금의 정세를 보고 “한반도에 전쟁이 빌드업 되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정말 공감되는 말입니다. 서해5도를 비롯한 접경지역 주민에게 최고의 주민 보호 태세는 바로 남과 북의 평화, 한반도 평화, 서해 평화입니다. 접경지역에 살고 있는 국민들을 위해 지금 당장 군사훈련을 멈추고 9.19 군사 합의를 복원하고 남북 대화를 시작해야 합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연평도 주민 대피령은 ‘늦장 대응’이 아니라 주민들을 위험에 빠뜨린 무책임한 조치였다고 질타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연평도 주민 대피령은 ‘늦장 대응’이 아니라 주민들을 위험에 빠뜨린 무책임한 조치였다고 질타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연평도 주민 대피령이 ‘늦장 대응’이었다는 보도들에 대해 “그게 늦장 대응이 아니라 사실 11시에 대응이 끝나고 우리가 오후 3시에 대응 사격을 하게 돼 있었고 사실은 그 대응 사격 다음에 북이 또 대응 사격을 어디 할 것인가에 대한 위험이었다”며 “우리 군이 쏠 테니까 그 다음에 일어날 일에 대해서는 나 책임 못 져, 너희들 피해”라는 차원의 대피령이었다는 것.

김 교수는 “그게 과연 국가가 할 짓이냐?”며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해야 할 군이 아무렇지도 않게 그렇게 판단을 하고 지시를 하고 결정을 하고 정말 상대를 위협하는 힘겨루기식 치킨 게임을 하는 것이 과연 국가가 정말 그렇게 결정하고 실행할 수 있는지 정말 의문스럽다”고 강한 어조로 문제를 제기했다.

해양수산부 산하 국립해양조사원 홈페이지에 등재된 ‘항행 경보’. 우리 군과 해경의 해상사격훈련 등이 숱하게 실려있다.  ‘서해안~황해 중부’ 사격장 구역에 1월 4~6일 ‘해상 사격훈련(해경)’이 예고돼 있다.[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해양수산부 산하 국립해양조사원 홈페이지에 등재된 ‘항행 경보’. 우리 군과 해경의 해상사격훈련 등이 숱하게 실려있다. ‘서해안~황해 중부’ 사격장 구역에 1월 1~2일, 4~6일 ‘해상 사격훈련(해경)’이 예고돼 있다.[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또한 남북간 사격과 대응사격의 ‘선후 관계’에 대해서도 국립해양조사원의 ‘항행 경보’를 근거로 “알 수 없다”고 짚었다. 국립해양조사원 홈페이지에 등재된 ‘항행 경보’를 보면, ‘서해안~황해 중부’ 사격장 구역에 1월 4일 오후 1~6시, 1월 5일 오후 1~5시 ‘해상 사격훈련(해경)’이 예고돼 있다.

김 교수는 “9.19 군사합의서 1조 2항에는 분명히 서해 남측 덕적도로부터 북측 초도까지를 소위 완충구역이라고 하면서 포사격 및 해상 기동 훈련을 중지하고 해안포와 함포의 포신을 덮도록 되어 있다”며 “과연 9.19 남북 군사합의 이후부터 지금까지 북한이 3,600번 위반했다고 한 대한민국 국방부에게 묻는다. 항해 경보에 있는 우리의 백령도 연평도의 사격은 과연 무엇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나아가 우리 군 역시 해경의 사격을 제외하더라도 “어마어마한 숫자”라며 국방부에 횟수 공개를 촉구하기도 했다.

경기도 파주시 주민이자 시민사회단체 활동가인 이재희 씨와 강원도 철원군 주민이자 농민인 김용빈 씨가 기자회견에서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연평도 주민은 서해 기상 상황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경기도 파주시 주민이자 시민사회단체 활동가인 이재희 씨와 강원도 철원군 주민이자 농민인 김용빈 씨가 기자회견에서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연평도 주민은 서해 기상 상황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경기도 파주시 주민이자 시민사회단체 활동가인 이재희 씨는 “지금 대성동 마을 출입이 이전보다 되게 까다로워졌다”는 점과 “정찰 무인기나 헬기 비행을 신도시 주변에서 목격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 “스토리 사격장과 무건리 사격장 모두 지금 출입이 일단 많고 훈련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 등을 변화된 상황으로 꼽고 “현장에 와서 기자들이 취재를 좀 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강원도 철원군 주민이자 농민인 김용빈 씨는 “지난 가을 무렵에는 헬기가 한두 대가 아니고 이렇게 집단적으로 기동하는 그런 모습이 보였었다”고 전했다.

접경지역 주민들은 무엇보다도 대북전단 살포와 드론과 무인정찰기 등 대북 정찰비행이 남북간 군사적 충돌의 빌미가 될 것을 우려했다.

북한 인권주간 등에 기자들을 대동하고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것은 지역주민들이 적극 나서서 제지하고 있지만 “밤에 몰래 날리는 것은 너무 (제지하기)어렵다”며 “시민단체들이 현수막을 붙여서 대북 전단을 반대하는 여론 형성을 좀 하려 한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김동엽 교수는 “전단 살포에 대해서는 헌재(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이 났지만 일단 이걸 제한하는 취지는 적당하다 적절하다 그리고 처벌이 과하다 하는 취지였다”며 “북한인권특별보고관도 평화를 위해서 또 안보를 위해서 표현의 자유는 제한할 수 있다, 그래서 제한 자체가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라고 여러 차례에 걸쳐서 밝힌 바 있다”고 상기시키고 “헌재 판결문을 보면 문제가 있다면 얼마든지 경찰이 제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연희 겨레하나 사무총장과 이태호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소장은 평화연석회의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이연희 겨레하나 사무총장과 이태호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소장은 평화연석회의 명의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이연희 겨레하나 사무총장과 이태호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소장은 평화연석회의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접경 지역 주민들은 위기를 피부로 체감하고 있다. 시민들의 불안감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며 “본격적인 대북 전단 살포가 예고되어 있고, 3월에는 대규모 한미연합군사연습도 예정되어 있다”고 현 상황을 위기상황으로 규정했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는 접경 지역에서 무력 충돌 위험을 높일 군사훈련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전쟁을 부르는 모든 적대행위와 군사행동을 감시하고 끊임없이 중단을 촉구할 것이며, 불안에 휩싸인 접경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를 널리 알리기 위해 활동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사회단체 입장(전문)

전쟁을 부르는 모든 적대행위와 군사행동을 즉각 중단하라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특히 서해 일대에서 남북 군사훈련 수위가 높아지며 일촉즉발의 위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남북·북미 사이 대화 채널이 모두 끊긴 가운데, 무력 충돌을 막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였던 9.19 군사 합의마저 무력화된 결과입니다. 지상, 해상, 공중 완충구역이 모두 사라진 상황에서 우발적인 충돌 위험이 매우 커졌습니다. 

현재의 상황은 북한의 군사훈련만으로 발생한 것이 아닙니다. 1월 초 북방한계선(NLL) 일대 북한의 포사격훈련 이전 한국과 미국의 연합전투사격훈련이 있었고, 한국 육군과 해군의 대대적인 사격과 기동훈련도 진행되었습니다. 북한은 포사격훈련이 한국군 훈련에 대한 대응이라고 주장했고, 남한은 이를 ‘도발’이라 간주하고 연평·백령·대청도 주민들을 대피까지 시키며 대응 사격훈련을 감행했습니다. 

지난 연말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남북 관계가 ‘적대적 교전국 관계’로 고착되었다고 밝혔습니다. 남한은 <2022 국방백서>에서 이미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고 규정한 바 있습니다. 대북 군사적 압박과 적대 정책은 군사적 긴장과 대결만을 격화시켰을 뿐입니다. 서로를 적으로 규정한 채 강대강 대결이 이어지는 가운데 어디에서도 위기 관리를 위한 현실적인 대책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접경 지역 주민들은 위기를 피부로 체감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의 불안감도 날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기존의 해상 및 지상의 적대행위 중지구역에서 사격 및 훈련 등을 정상적으로 실시해 나갈 것’이라 밝히고 있습니다. 군사분계선 일대의 정찰 비행은 2023년 11월 이미 재개되었고, 이제 지상과 해상에서 사격훈련과 야외기동훈련도 재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북방한계선(NLL) 규정을 둘러싼 남북의 이견이 존재하기 때문에 특히 해상에서의 충돌 가능성이 심각하게 우려됩니다. 군사분계선 5km 내의 사격장들에서 실사격 훈련이 재개된다면, 지상의 국지전 위험도 그만큼 커질 것입니다. 이에 더해 본격적인 대북 전단 살포가 예고되어 있고, 3월에는 대규모 한미연합군사연습도 예정되어 있습니다. 

전쟁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여기서 멈춰야 합니다. 70년이 넘는 휴전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한반도에서 또다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남북 모두 9.19 군사 합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전쟁을 부르는 모든 적대행위와 군사행동을 즉각 중단하고, 무력 충돌 방지와 대화 채널 복원을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합니다. 

우리는 ‘전쟁 불사’를 외치는 정부를 원하지 않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강조하는 ‘힘에 의한 평화’나 9.19 군사 합의 효력 정지 조치는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방식입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의 “즉시 강력히 끝까지 응징하라” 원칙은 전쟁을 하자는 선포이지 위기 관리 전략이 될 수는 없습니다. 전쟁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전쟁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정부를 원합니다. 군사 위기는 경제와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칩니다. 우발적 충돌이 국지전이나 핵전쟁으로 이어진다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될 것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접경 지역에서 무력 충돌 위험을 높일 군사훈련을 즉각 중단해야 합니다. 군사분계선을 맞대고 있는 남북의 대화와 군사적 신뢰 구축 없이는 한반도 평화와 안전을 절대 담보할 수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정부가 ‘북한 탓’을 멈추고 무력 충돌 예방 대책을 즉각 수립할 것을 촉구합니다. 위험천만한 접경지역 대북 전단 살포 시도도 멈출 것을 촉구합니다. 

한반도가 다시 ‘전쟁’과 ‘평화’의 기로에 놓여있습니다. 이대로 두고 볼 수만은 없습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애써왔던 시민사회단체들은 전쟁 위기를 해소하고 다시 평화의 길을 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전쟁을 부르는 모든 적대행위와 군사행동을 감시하고 끊임없이 중단을 촉구할 것이며, 불안에 휩싸인 접경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를 널리 알리기 위해 활동해 나갈 것입니다.

평화와 연대를 위한 접경지역 주민, 종교, 시민사회 연석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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