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
1. 독창적인 전략으로 전쟁에서 이긴다
2. 군정배합전략
3. 비대칭전략
1) 적이 예상하지 못하는 시기에 공격한다
2) 적이 예상하지 못한 전법으로 공격한다
3) 적이 방어할 수 없는 무기를 사용한다
4. 집초전략
1. 독창적인 전략으로 전쟁에서 이긴다
고대 중국의 군사전략서인 손자병법(孫子兵法)의 병세편(兵勢篇)에 이르기를 전쟁에서 “기로써 이긴다(以奇勝)”라고 했다. 기(奇)라는 말은 뛰어나다는 뜻이다. 뛰어난 전략으로 전쟁에서 이긴다는 말이다.
군사전략에서 전법도 나오고, 전술도 나오고, 작전계획도 나온다.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군사전략을 갖느냐 갖지 못하느냐 하는 문제는 국가의 운명과 안위를 좌우하는 사활적인 문제다.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뛰어난 전략은 무엇인가? 그것은 적군에게는 없고, 아군에게만 있는 독창적인 전략이다. 적군에게도 있고, 아군에게도 있는 평범한 전략으로는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 또한 아군의 전략을 보완해 적군의 전략보다 좀 더 우세해진 비교우위 전략으로도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 아군만 갖고 있는 독창적인 전략으로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
손자병법에서 말하는 독창적인 전략을 가진 군대가 있다. 조선인민군은 한미연합군이 갖지 못한 독창적인 전략을 가졌다. 조선인민군의 독창적인 전략은 김정은 총비서가 오랜 기간 연구하고, 체계화한 군사전략이다. 김정은 총비서가 독창적인 군사전략을 연구하고, 체계화한 과정을 살펴보자.
일본 마이니찌신붕(每日新聞)이 조선에서 유출된 대외비 문서를 인용해 보도한 2009년 10월 5일부 기사와 2010년 2월 24일 발간된 시사저널 제1062호에 실린 기사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것은 김정은 총비서가 군사전략을 연구하고, 체계화한 과정을 말해주는 중요한 정보다. 이 보도기사들에 들어있는 다음과 같은 정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정은 총비서는 2002년부터 2006년까지 5년 동안 김일성군사종합대학에서 보병지휘관 3년제 과정과 군사연구사 2년제 과정을 거치며 군사전략을 연구하였다. 김정은 총비서의 군사전략 연구는 군사 문제 전반을 포괄하였는데, 그 가운데는 정찰위성 자료와 지구위성항법체계(GPS)를 사용한 새로운 군사전략도 포함되었다. 김정은 총비서는 2007년부터 2009년까지 3년 동안 조선인민군 각급 부대들을 지도하면서 실전화된 군사전략을 연구하였다.
김정은 총비서는 2010년 9월 28일 조선로동당 제3차 대표자회에서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의 중책을 맡았다. 이 사실은 2010년 당시 김정은 총비서가 조선인민군 군사전략을 총괄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음을 말해준다. 김정은 총비서는 2011년 12월 30일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으로 추대된 이후 전군을 지휘, 통제하면서 자신의 군사전략을 체계화하였다. 다른 나라 국가수반들은 군사전략을 연구하고 체계화하는 과업을 군사보좌관들에게 맡기지만, 김정은 총비서는 군사전략을 자신이 직접 연구하고, 체계화하였다.
그런데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김정은 총비서의 군사전략에 관해 전혀 보도하지 않는다. 군사전략은 국가기밀에 속하기 때문에 조선을 비롯한 모든 나라들은 군사전략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
그래서 외부에서는 김정은 총비서의 군사전략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예컨대, 미 제국에서 권위 있는 조선문제 분석가로 알려진 로벗 칼린(Robert L. Carlin) 같은 사람도 김정은 총비서의 군사전략에 관해 알지 못한다. 그는 2024년 1월 25일 뉴욕타임스 보도기사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현 상황이 얼마나 급박하게 돌아가는지 우리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그들(조선을 뜻함-옮긴이)이 1950년에 남측을 침공했을 때 미국인들을 정신적 혼란에 빠뜨리고, 모든 사람을 정신적 혼란에 빠뜨렸던 불시공격(surprise attack)은 오늘 북조선의 군사 기획자들(military planners)에게 유리할 것이다.”
조선인민군이 불시에 공격할 것이라는 그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지만, 그는 조선인민군의 불시공격전술이 김정은 총비서의 군사전략에서 파생된 여러 전술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로벗 칼린은 조선인민군의 특정한 전술만 알고 있을 뿐, 조선인민군의 전략은 알지 못한 것이다. 군사전략을 모르면, 군사 정세를 심층적으로 인식할 수 없다.
최근 한(조선)반도와 주변지역에서 격화되는 군사 정세에 국제적인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주변지역은 중국인민해방군과 미 제국군의 충돌위험이 존재하는 서해, 동중국해, 남중국해, 필리핀해를 가리킨다. 군사 정세에 대한 관심은 군사전략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킨다. 김정은 총비서의 군사전략이 무엇인지 알아야 군사 정세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으며, 조선의 군사 동향을 예측할 수 있다.
이 글은 조선의 언론매체를 통해 세상에 알려진, 군사전략 문제에 관한 김정은 총비서의 발언, 그리고 한국, 일본, 미 제국의 언론매체를 통해 세상에 알려진 조선인민군의 전략적 동향을 종합, 고찰한 시론이다. 자료수집에 한계가 있어 아직 완결하지 못했으니, 시론이다.
2. 군정배합전략
군정배합이란 군사와 정치를 배합한다는 뜻이다. 조선인민군의 군정배합전략은 오랜 역사와 전통 속에서 계승, 발전되어왔다. 군정배합전략은 김일성 주석이 이끈 1930년대 항일무장투쟁에 뿌리를 두고 있다. 역사자료에 의하면, 1936년 2월 27일 김일성 사령관은 남호두에서 진행된 조선인민혁명군 군정간부회의에서 ‘반일민족해방투쟁의 강화 발전을 위한 공산주의자들의 임무’라는 제목으로 보고하였다. 보고에서 김일성 사령관은 “조선인민혁명군 각 부대들, 특히 새로 편성되는 부대들에서는 대원들을 맑스-레닌주의와 조선혁명의 로선, 전략전술로 무장시키기 위한 집중 군정학습, 각종 형태의 정치사상교양사업을 강화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이를 위하여 각 부대 내의 정치사업체계를 일층 완비하며 새로 편성되는 부대들에 유능한 정치일꾼들을 선발 배치하여야” 하고 “부대 내에서 혁명적 학습 기풍을 수립하고 지휘간부들과 전사들이 자체의 정치리론 수준을 높이기 위하여 꾸준히 노력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말하였다.
역사자료에 의하면, 1937년 11월 30일 김일성 사령관은 몽강현 마당거우 밀영에서 진행된 조선인민혁명군 군정간부회의에서 「군정학습을 조직 진행하여 부대의 전투력을 더욱 강화하자」라는 제목으로 연설하였다. 연설에서 김일성 사령관은 “학습은 지휘성원들과 대원들을 자기의 본분을 다할 수 있도록 준비시켜 혁명군대의 전투력을 강화하는 데서 매우 중요한 의의를” 가지는 것이며 “혁명군대 내에서 한시도 소홀히 할 수 없는 문제이며 혁명군대가 언제나 튼튼히 틀어쥐고 나가야 할 중요한 사업”이라고 규정하고, “우리는 조선인민혁명군을 창건한 첫 시기부터 ‘혁명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학습은 첫째가는 의무이다’라는 구호를 높이 들고 강대한 적과 싸우는 간고한 투쟁 속에서도 항상 학습에 일차적인 의의를 부여하고 학습을 강화하기 위한 여러 가지 대책을 취하였”다고 말하였다.
1930년대 조선인민혁명군의 군정배합전략은 1948년 2월 8일 창건된 조선인민군에 계승되었다. 김일성 주석은 조선인민군을 창건할 때 총참모부와 총정치국을 지휘부로 두었다. 총참모부는 군사활동과 군사작전을 지휘하고, 총정치국은 정치학습과 정치사업을 지도한다.
그래서 다른 나라 군대는 전투훈련을 하지만, 조선인민군은 전투정치훈련을 한다. 전투정치훈련이라는 말은 조선인민군이 전통적으로 사용해오는 중요한 개념이다. 조선인민군의 전투정치훈련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살펴보면, 모든 장병들이 매일 첫 일과로 정치학습을 2시간씩 한 다음에 전투훈련을 시작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른 나라 군대는 전투훈련만 하지만, 조선인민군은 전투훈련과 정치학습을 병행한다. 이것은 조선인민군이 다른 나라 군대들과 구별되는 전략적 차별성이며 우월성이다.
조선인민군 전군의 정치학습과 정치사업을 담당하는 지휘부가 총정치국이다. 그들이 말하는 정치학습과 정치사업은 최고사령관에 대한 군대의 절대적 충성, 조선로동당에 대한 군대의 절대적 복종, 군대 내부의 사상정신적 단결, 군대와 인민의 전략적 일체성을 부단히 강화하는 활동인 것이다.
주목되는 것은, 위에 서술한 절대적 충성, 절대적 복종, 사상정신적 단결, 전략적 일체성이 조선에서 말하는 ‘주체의 혁명사상’에서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김정은 총비서는 전군을 ‘주체의 혁명사상’으로 무장시키는 것을 조선인민군이 달성해야 할 총적 목표로 정했다. 그런 전략적 결정에 따라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은 “전군을 김일성-김정일주의화하자!”라는 구호를 들고 모든 장병의 사상교양사업과 정치사업에 힘을 집중하고 있다. 조선인민군의 사상교양사업과 정치사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아보자.
첫째,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은 각급 부대 정치부들에 사상교양사업 방침을 하달한다. 자유아시아방송 2023년 2월 8일 보도에 의하면,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은 각급 부대 정치부들에 “군인들이 훈련하는 현장에 나가 화선식으로 정치사상교양을 진행할 데 대한” 지시를 하달했고, 그 지시에 따라 정치부 지휘관들은 “매일 2시간씩 진행하는 정치상학 외에도 훈련장까지 나와 사상교육을 하고 있다”고 한다. ‘정치상학’이라는 말은 매일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2시간 동안 하루의 첫 일과로 진행되는 사상교양을 뜻한다. 조선인민군 장병들은 누구나 정치상학을 마친 후 군사훈련을 받는다.
둘째,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은 각급 부대 정치부들에 정치사업 방침을 하달한다. 2022년 11월 29일 데일리 NK 보도에 의하면, 2022~2023년도 전투정치훈련을 앞둔 2022년 11월 22일 총정치국이 각급 부대 정치부들에 하달한 정치사업계획서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들어있다고 한다.
“군인들의 정치사상적 단결을 강화하려면 각 부대 정치부가 군인들이 부대를 진정한 전우집단, 정든 고향집으로 여기고 마음 편히 훈련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각 부대 정치부 지휘관들이 하급 부대를 하나씩 맡아 모든 군인의 애로를 청취하고 마음을 안착시키는 사업을 부대의 당적 사업으로 밀고 나가야 한다.”
위에 인용한 보도에 의하면, 2022년 12월 총정치국의 정치사업방침에 따라 각급 부대 정치부 지휘관들은 물론이고 각급 부대 참모부, 작전부, 보위부 지휘관들도 대대와 중대를 하나씩 맡아 훈련 첫날부터 하급 병사들 속에 들어가 그들과 침식을 같이하면서 정치사업을 진행했다고 한다.
김정은 총비서는 2021년 7월 24일부터 27일까지 평양에서 진행된 ‘조선인민군 제1차 지휘관, 정치일군 강습회’를 지도하면서 조선인민군을 “조선로동당의 사상과 령도에 절대 충성, 절대 복종하는 정치사상집단으로 만들며, 모든 작전과 전투, 부대 관리와 지휘관, 병사들의 군무생활을 조선로동당의 정책과 방식대로, 당의 의도대로 진행해나갈 것”을 지시하였다.
김정은 총비서는 사상전이 벌어지는 사상전선과 사상사업이 벌어지는 사상진지를 무엇보다 중시한다. 그래서 김정은 총비서에게 있어서 사상전략과 군사전략은 분리될 수 없게 일체화되었을 뿐 아니라, 사상전략을 우선시하는 군사전략으로 되었다. 김정은 총비서는 2022년 4월 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열병식 연설에서 “정치사상강군화는 우리 군건설의 기본이며 전략적인 제1 대과업”이라고 언명하였다. 사상전략을 첫째가는 대과업으로 규정한 김정은 총비서의 군정배합전략은 바로 이 발언에서 가장 명백하게 표현되었다.
김정은 총비서의 군정배합전략에서 핵심을 이루는 사상전략은 조선의 언론보도에 나온 표현을 빌리면 “선전공세와 정치학습을 통하여 조선인민군 전군에 김정은 총비서의 혁명사상을 파급시켜, 조선인민군의 정신력을 힘있게 불러일으키는” 전략으로 요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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