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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 며칠 안에 수사하라? 김건희는 공범 기소 2년 넘게 ‘수사 진행 중’

“한동훈, 참으로 비겁하고 비루한 제 식구 감싸기”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1일 대구 달서구 윤재옥 대구 달서구을 후보 선거사무실 개소식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03.21. ⓒ뉴시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22일 ‘해병대원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과 관련해 압수물에 대한 디지털포렌식·자료분석·참고인조사가 충분히 이루어진 후 이종섭 전 장관 등 사건관계인 소환조사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런데, 여당은 이 전 장관의 일정에 맞춰 공수처가 이 전 장관을 당장 소환조사하지 않으면 “공수처와 민주당이 총선 앞두고 정치질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1일 ‘윤재옥 대구 달서구을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대통령실도 “소환 준비도 안 된 채로 출금을 두 차례 연기하는 수사기관을 본 적 없다”면서 공수처를 압박했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제는 공수처가 답변해야 할 시간”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하지만 대통령실과 한 위원장의 주장은 자신들의 과거 발언이나 일반적 수사관행과 상충된다.

한 위원장은 지난 2023년 6월 7일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으로 검찰에 자진 출석을 시도한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에 대해 “수사는 일정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면서 “마음이 다급하더라도 절차에 따라 수사에 잘 응하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지난해 8월 검찰에 출석하면서 검찰에 영장을 청구할 계획이면 국회회기에 맞춰 민주당의 분열을 유도하지 말고 비회기 때 하라고 요구한 바 있는데, 당시 법무부 장관이던 한 위원장은 “피의자가 마치 식당 예약하듯 자기를 언제 구속해 달라 하는 것은 비정상”이라며 “희한한 특별 대접 요구가 참 많다”고 비아냥거렸다.

실제 수사는 피의자의 편의에만 맞춰서 진행되기 어렵다. 압수물 분석과 참고인 조사가 충분히 이루어진 뒤 피의자를 소환하여 조사하는 게 순리다. 그렇지 않고 압수물 분석 및 참고인 조사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피의자를 불러 조사하면,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질 리 없다. 한 위원장이 과거 했던 말들을 보면, 당장 소환조사하라고 요구하는 검찰 특수부 출신 한동훈 위원장도 이를 잘 알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황당한 점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피의자들이 기소된 지 2년이 넘은 상황인데도 김건희 여사에 대한 소환조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점에 대해, 한 위원장이 침묵한다는 점이다.

 

 

 
거부권을 거부하는 전국비상행동 관계자들과 정의당, 진보당, 녹색당, 노동당 등이 지난해 12월 2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거부권 남발 윤석열정권 규탄! 쌍특검, 이태원 특별법 신속 처리 촉구! 기자회견에서 김건희 특검 거부권을 규탄하고 있다. 2023.12.27 ⓒ민중의소리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은 지난 2021년 12월 주가조작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혐의는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주가조작 선수와 전현직 증권사 임직원 등과 짜고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조작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2023년 2월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억원을 선고받았다.

해당 사건 주가조작에는 김건희 여사 통장 3개가 사용됐는데, 1심 재판부는 김 여사 계좌 거래 가운데 49건을 “유죄”라고 판단했다. 또 권 회장 재판 과정에서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종합의견서에는 김건희 여사 측이 22억원의 수익을 올렸다는 의견이 적혀 있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했던 말과 비교된다. 윤 대통령은 대선 때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로 이익은커녕 손실만 봤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검찰은 김건희 여사에 대해 소환조사조차 진행하지 않고 있다. 김 여사가 주가조작에 가담한 게 아니라고 판단했다면 혐의가 없다는 수사결과라도 발표해야 하지만, 수사결과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은 “수사를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말만 거듭하고 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에 대한 항소심은 4월 10일 총선 이후로 미루어졌다.

이에, 이종섭 대사에 대한 소환조사가 당장 이루어져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김 여사 소환조사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녹색정의당 김수영 선임대변인은 22일 한 위원장이 과거 이재명 대표에게 했던 말과 최근 이종섭 대사와 관련해 한 발언을 비교하며 “참으로 비겁하고 비루한 제 식구 감싸기”라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이종섭 대사 조사가 늦어지는 게 공수처 탓이라면, 이재명 대표 조사가 늦어지는 것은 검찰 탓인가? 검찰이 이재명 대표를 두고 정치질했다고 실토하시는 건가?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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