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직접 공격, 중동은 최악의 혼란”
이란이 시리아 주재 자국 영사관 폭격에 대한 보복으로 무인기(드론)와 미사일 수백기를 발사해 처음으로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했다. 지난 1일 이스라엘이 이란 영사관을 폭격하고 이란 혁명수비대 장교들을 피살한 지 12일 만이다. 신문들은 이를 일제히 1면에 보도했다. 이스라엘이 재보복에 나설 시 중동 전체로 전쟁이 확대될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신문들이 현지 언론과 외신을 종합한 보도에 따르면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11시쯤 이란이 공습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시온주의자 정권(이스라엘)의 점령지와 진지를 향해 수십기의 드론과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신문들이 쓴 키워드는 ‘그림자 전쟁’이다. 이란과 이스라엘은 1979년 이란의 이슬람 혁명 뒤 서로를 비공식 공격하는 대리세력 전쟁을 벌여왔으나 이제는 전쟁의 성격이 바뀔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겨레는 이란은 이스라엘의 군시설 타격, 핵개발 과학자 암살, 혁명수비대 기지 공격 등 그림자 전쟁에 직접 대응을 피하고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헤즈볼라, 하마스 등을 지원해왔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지금까지는 이란이 지원하는 헤즈볼라, 후티, 하마스 등 중동 일대의 이슬람 무장 단체와 이스라엘이 충돌하는 ‘그림자 전쟁’ 구도였다”고 했다.
신문들은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한 것은 사상 처음이라고 전했다. 경향신문은 가디언 보도를 인용해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를 겨냥한 사상 초유의 직접 공격으로 중동은 최악의 혼란에 빠졌다”고 했다. 이어 “더 큰 문제는 이란과 이스라엘 모두 국제사회에서 비공식 핵무기 보유국으로 통한다는 사실”이라며 “확전의 관건은 이스라엘의 대응 수준”이라고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우리는 우리를 해치는 그 누구든 해칠 것”이라며 재보복을 예고했다.
이란의 직접 공격은 지난 1일 이스라엘의 공격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시리아 다마스쿠스 내 이란영사관을 공격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모하마드 레자 자헤디 준장 등 7명의 장교를 살해했다. 이에 이란은 보복을 공언해왔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이란 외교부는 공격 직후 성명에서 이번 공격이 유엔 헌장 51조에 따른 ‘자위권 행사’임을 강조했다. 유엔은 이 조항을 통해 공격당한 나라가 개별적·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해 보복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며 “단, 자위권의 행사는 비례의 원칙에 맞아야 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필요한 조처를 취할 때’까지로 한정된다”고 했다.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 지지를 표하면서도 이스라엘이 재보복에 나설 경우 확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이란의) 이들 공격을 규탄한다”며 “이스라엘 방어 지원을 위해 이달 초 역대에 항공기와 탄도미사일 방어 구축함을 파견했다”고 했다. 그러나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백악관 고위당국자 말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미국은 어떤 종류의 대이란 공격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이란에 대한 공세적 작전을 지지하거나 참여할 일은 절대 없을 거라고 밝혔고, 네타냐후 총리도 이를 이해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경향신문과 서울신문, 중앙일보 등이 이 내용을 전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란의 보복 공격을 강하게 규탄했다. 그리고 즉각 적대행위 중지와 확전 방지를 위한 모든 행위자의 “최대한의 자제”를 요구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14일(현지시각) 긴급회의를 소집해 열었다. 이스라엘의 긴급회의 소집 요청에 따른 것이다. 이날 회의 내용은 전날 마감된 지면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이후 보도에 따르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제 벼랑 끝에서 한 발짝 물러설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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