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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NLL 준수’로 입장 정리한 국방부, 출구전략인가?

NLL 푹 고아먹은 저들, 보신 좀 했나?
 
‘노무현 NLL 준수’로 입장 정리한 국방부, 출구전략인가?
 
육근성 | 2013-10-10 09:49:12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인쇄하기메일보내기
 
 


 

새누리당이 고 노무현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건 지난 대선 때였다. 국정원 댓글 사건이 터지자 NLL을 야당의 기세를 꺾는 도구로 활용하더니 정권 재창출에 성공한 이후에는 온갖 방법을 총동원해 국면 전환용으로 우려먹었다.

대선 때 고아먹은 NLL, ‘부정선거’ 논란일자 재탕

정문헌 의원이 NLL 포기 주장을 한 것을 시작으로 대선 막바지에는 김무성 의원이 대화록 전문 중 일부를 아예 그대로 낭독을 한 바 있다. 국정원과 경찰의 불법 대선개입과 축소수사가 이슈화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국정원 대선개입 국정조사 실시 요구에 더 이상 버티기로 시간을 끌기 어렵게 되자 NLL 대화록을 다시 들고 나온다. 일단 대화록 발췌본을 공개한 국정원은 전문을 공개해도 좋다는 듯한 박 대통령의 발언이 있은 다음 날 대화록 전체를 불법 공개한다.

한번 고아먹었던 NLL 대화록을 재탕한 셈이다. 국정원 국정조사와 원세훈-김용판이 선거법위반으로 기소돼 여론의 시선이 ‘12.19부정선거’로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한 시도였다.

‘NLL 포기’에서 ‘사초 실종’으로, 검찰 개입 효과

두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또 고아먹는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 찍어내기, 진영 전 복지부장관의 ‘정치적 항명’, 기초노령연금 등 복지공약 대폭 후퇴로 인한 ‘먹튀 선거’ 논란이 불거지고 국정원의 수사파트를 없애야 한다는 개혁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다시 NLL을 들고 나왔다.

세 번째는 좀 달랐다. 대화록 공개 이후 국정원과 새누리당이 기대했던 수준으로 여론이 움직여 주지 않았기 때문에 전략을 달리한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는 저들의 억측이 여론의 설득력을 얻는데 실패로 끝나자 이제는 검찰을 내세워 공작을 폈다.

검찰이 대화록이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되지 않았으며 봉하 이지원에서 수정본만 발견됐을 뿐 초본이 삭제된 상태라는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자, 국정원와 여당은 기다렸다는 듯이 ‘대화록 초본이 불순한 정치적 의도에 의해 파기된 것’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국정원이 '노무현 NLL 포기' 소설 쓰기 위해 조작한 사진 (위)

▲2007년 남북국방장관 회담 당시 노무현 정부가 제안한 등면적안 (아래)

진영 ‘항명’, 기초연금 ‘먹튀’ 논란 일자 ‘대화록 삼탕’

고 노무현 대통령이 무엇인가를 은폐하기 위해 대화록 초본(원본) 삭제를 지시하고 내용이 수정된 대화록을 이지원에 보관해 둔 것이 확실한 만큼 ‘사초 실종’ 책임이 야당과 문재인 의원에게 있다며 대대적인 공세를 취했다.

논쟁의 핵심을 ‘NLL 포기’에서 ‘사초 실종’으로 옮겨 야당을 공격하는 동시에 여론을 호도함으로써 국면을 전환시켜 보겠겠다는 게 세 번째 공작의 목표였다.

NLL 대화록을 무려 세 차례나 고아먹은 저들이다. 불법 댓글 의혹, 국정원 대선개입 국정조사, ‘먹튀 공약’ 논란 등 자신들을 허약하게 만드는 국면이 도래할 때마다 대화록을 마치 사골이나 쇠꼬리 고듯 그렇게 우려먹었다. 재탕, 삼탕을 하면서 말이다.

재탕, 삼탕 효과? 아주 잠시뿐

푹 고아 드셨으니 몸보신이 좀 됐을까. 그렇지 못했다. 보수언론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대화록 논란을 최대한 부풀려 불리한 이슈들을 덮으려 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터뜨릴 때마다 잠시 여론분산 효과가 있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국부적 마취효과에 불과했다. ‘노무현 NLL 포기’라는 타이틀 기사가 보수신문과 종편, KBS, MBC 등의 메인을 연일 화려하게 장식하며 여론을 두드릴 때도 잠시 주춤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금세 이성을 회복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NLL 포기 아니다’라고 보는 의견이 더 많게 나왔다.

NLL 포기에서 ‘사초 실종’으로 전략을 바꿔 공세를 폈지만 이 또한 새누리당과 국정원의 욕구를 채워줄 만한 ‘약발’은 없었다. ‘초본 삭제’ ‘노무현 삭제 지시’ ‘초본과 수정본 내용 다르다’ 이런 투의 기사가 신문과 방송의 메인을 장식하던 초반 며칠간 잠시 흔들렸던 여론은 다시 중심을 잡으며 사안을 제대로 보기 시작했다.

국민에게 피로감만 안겨줘

삭제라고 보기도 어렵고, 실종은 더더욱 아니라는 여론의 판단이 확산되는 추세다. 이대로라면 검찰의 수사도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다. ‘대화록 세 번째 고아먹기’ 역시 기력을 회복할 만한 영양가를 새누리당과 청와대에게 제공해 주지 못할 게 분명해 보인다.

‘대화록 고아먹기’로는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다고 판단한 걸까. 노 대통령의 'NLL 포기' 주장에 대한 국방부의 입장이 바뀌었다.

그동안 국방부는 남북 국방장관 회담 당시 ‘NLL 준수’와 ‘NLL을 기준으로 등면적 공동어로수역 설정’이라는 두 가지 협상원칙을 노 대통령이 승인했는지 여부를 묻는 민주당의 질문에 “어떤 지시나 대화가 있었는지 아는 바 없으며 전임 대통령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 국방부가 평가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답변을 회피해 왔다.

‘노무현 NLL 준수’로 입장 정리한 국방부, 출구전략인가?

국방부 김민석 대변인은 지난 7월 국정원이 ‘NLL 포기’의 증거로 왜곡된 지도를 들고 나오자 “NLL 밑으로 우리가 관리하는 수역에 공동어로구역을 만들자는 내용이라면, 그 결과는 NLL 포기로 해석될 수 있다”며 국정원 편을 들기도 했다.

이러던 국방부가 지난 8일 ‘2007년 남북 국방장관 회담과 관련해 노 전 대통령이 NLL 준수와 등거리 공동어로수역 설정이라는 두 가지 원칙을 승인한 바 있다고 공식 확인했다.

지난 4일 남북정상회담 당시 국방부장관으로 노 전 대통령을 수행했던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은 국회 운영위에 나와 NLL 문제에 대해 노 전 대통령과 이견이 없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김 실장은 또 남북 국방장관 회담 당시 노 대통령이 자신에게 “국방부 장관이 소신껏 하고 와라” 고 말했고 “그래서 소신껏 NLL을 지킬 수 있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국방부가 공식 입장을 밝힘에 따라 국정원과 새누리당이 야당에 대한 공격무기로 활용해온 ‘노무현 NLL 포기’ 주장이 설 땅을 잃은 셈이다.

대화록 너무 고아먹은 여권, 부작용으로 건강 해칠 것

국방부의 이 같은 태도변화는 하나의 신호탄일 수 있다. ‘NLL 포기 주장’으로는 국민에게 피로감만 더 할 뿐 얻어 낼 게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저들이다. 국방부의 입장 변화는 여권이 출구전략을 펴고 있다는 것을 방증해 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노무현 NLL 포기’라는 소설을 써가며 대화록을 세 차례나 푹 고아먹은 새누리당과 국정원. 이렇게 하면 수세에 몰린 국면을 타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었나 보다. 어림도 없는 수작이었다.

너무 고아먹었으니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몸보신은커녕 과다 복용으로 건강을 해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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