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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 총선참패의 원인 “비아냥이 아니다 국민의힘은 ‘영남의힘’이다”

보수 시사평론가 “100% 윤석열 대통령 책임이다”

 

“국민의힘이 정말 ‘국민의 힘’인가?”

국민의힘이 2024년 총선에서 참패한 원인과 대책을 찾는 토론회에서, 토론회에 초청받아 참석한 박상병 시사평론가가 한 말이다. 박 평론가는 이같이 물으며 “저는 (‘국민의 힘’이 아니라) ‘영남의 힘’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그는 “비아냥거리는 게 아니다”라며, 지금 국민의힘은 수도권 정서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도권 민심에서 멀어지면서
“영남의힘”이 되어버린 ‘국민의힘’
참패 뒤에도 정신 못 차린 여당
“5석 늘었다...가랑비전략으로 대선 이긴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가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4 총선 참패와 보수 재건의 길 세미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4.4.18. ⓒ뉴스1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2024 총선 참패와 보수 재건의 길 세미나’가 열렸다. 국민의힘에서 몇 안 되는 수도권 당선인 중 한명인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했다, 윤상현 의원은 이번 제22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상대 후보와 0.8%p(1025표)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이기면서 5선에 성공했다. 그는 지난해 여름부터 수도권 민심이 심상치 않다는 경고의 목소리를 낸 의원이기도 하다. 윤상현 의원은 이번 총선 참패에 대해 “예견된 참패였다”면서 “저는 작년 여름부터 수도권 위기론을 말하면서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수도권에 맞는 인물을 전략 배치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당 지도부는 그러지) 못했다”라고 탄식했다.

윤 의원이 세미나를 연 이유는 참패한 정당의 모습이 너무 여유로워 보이기 때문이다. 윤 의원은 “지금 우리는 집권당 사상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대참패를 했다. 그런데 우리 당 모습이 위기임을 제대로 느끼고 있느냐? 국민들이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다. 192석을 야권에 갖다 바친 것 아닌가? 그래 놓고 이렇게 한가로울 수 있나?”라고 말했다.

실제, 보수당 텃밭이라 할 수 있는 부산 남구에 출마해 당선된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5일 페이스북에 “참패는 했지만 4년 전보다 의석은 5석이 늘었고 득표율 격차는 5.4%로 줄었다”면서 “가랑비 전략으로 3%만 가져오면 대선에 이긴다”고 적었다. 이날 토론 발제를 맡은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박 의원의 글을 언급하며 “탄핵 저지선을 겨우 지켰는데 그런 인식이라는 게 놀랍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토론회에서 여러 번 나온 지적은 ‘여당인 국민의힘이 영남의 민심에만 기대면서 전체 민심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토론회 패널들은 이구동성으로 총선 패배의 가장 큰 원인도 여기에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박상병 시사평론가가 국민의힘을 두고 “영남의힘”이라고 비판한 것 또한 이런 이유에서였다. 이는 윤상현 의원이 지난해부터 반복해서 말한 수도권 위기론과도 맥을 같이한다. 서성교 건국대 행정대학원 특임교수 또한 “수도권 무당층은 대부분 20·30대”라며, 국민의힘이 “20·30대 견인하는 선거운동에서 완전히 실패했다. 2년 전 대통령선거 때 윤석열 대통령을 찍었던 20대 남성의 10%p 이상이 이탈했고, 30대 남성도 4.5%가량이 이탈했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두 번의 위기는 튜닝 잘 해서 극복...이번은 솔직히 회의적”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가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열린 2024 총선 참패와 보수 재건의 길 세미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4.04.18. ⓒ뉴시스


박성민 대표는 국민의힘이 변하지 않으면 앞으로의 선거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한국의 보수정당이 3연속 패배한 것, 집권당이 이렇게 참패한 것은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3번 참패하면서 이렇게 당명을 많이 바꾼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과거 보수가 주류일 때는 당명을 잘 안 바꿨다. 그때는 민주당이 바꿨다”며 “지금은 민주당이 주류가 됐다. 정치의 주류 교체가 완전히 성공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서 두 번 위기 때는 튜닝을 잘 해서 극복했다”면서도 “이번은 솔직히 말하면 회의적”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박 대표는, 과거 국민의힘이 위기를 극복할 때는 대대적인 혁신이 이루어졌다고 짚었다. 그 예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홍준표 현 대구시장을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했을 때를 들었다. 그는 이때 “영남과 노년층, 부자에 기반을 둔 구보수를 극복하자는 흐름이 만들어졌다”면서 덕분에 이후 선거에서 보수가 승리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100% 윤 대통령 책임이다”
“윤 대통령 정치 모르는 사람”

(자료사진)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9월 26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제75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3.09.26. ⓒ사진=뉴시스

서성교 건국대 교수는 이번 총선 참패에 대해 “100% 대통령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정운영 여론조사 결과에 곱하기 3을 하면 총선 결과가 나온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실제 이번 총선 전 여론조사에서 국정 지지도가 “36%”였고 “여기에 곱하기 3을 하면 108석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라 함은 ‘대통령이 싫은가 좋은가 문제’가 아니라, ‘대통령이 열심히 했느냐 안 했느냐 문제’가 아니라, 국정운영의 결과”라며 “결과에 대해 국민이 총체적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열심히 했는데 방식이 좀 잘못됐다’라거나 ‘당이 선거를 치렀으니 당이 책임져야 한다’는 식의 평가는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박상병 평론가는 이번 총선 패배의 책임을 윤 대통령에게 묻는 것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동의하지 않는 이유는 윤 대통령이 잘 해서가 아니었다.

박 평론가는 “윤 대통령은 정치를 모르는 사람”이라면서 “윤 대통령은 최선을 다했다. 제대로 윤 대통령에게 말해준 사람이 없었다. 주변에 환관만 자리 차지하고 대통령 눈을 가린 것”이라고 했다. 이는 윤 대통령이 정치를 모르기 때문에 책임을 묻기도 힘들다는 취지로 보인다.
 

“윤 대통령과의 정을 떼라”
“백서는 철저한 자기 반성”
“전당대회, 최소한 5대5로 개정”

18일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한 '2024 총선 참패와 보수 재건의 길 세미나'에 참석했다가 일정 때문에 이동 중인 김재섭 국민의힘 서울 도봉구갑 당선인. 2024.04.18. ⓒ민중의소리


박상병 평론가는 국민의힘에 “3가지만 당부하겠다”면서 첫째로 “윤석열 대통령과의 정을 떼라”라고 권고했다. 그는 “그래야 국민이 국민의힘을 바라볼 것”이라며 “만약 또 ‘친윤’인사들이 와서 당과 대통령 관계가 어떻다느니 그 얘기 하면 야당도 우습게 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성민 대표는 “대통령에게 휘둘리지 않는 지도부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집단지도체제를 만들어서 당대표가 대통령에게 끌려다니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박상병 평론가는 “백서는 철저한 자기반성이고 국민에 대한 예의”라며 총선에 관한 백서를 작성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의사가 환자 진단도 하지 않고 수술부터 하면 돌팔이가 된다. 환자가 그런 의사한테 생명을 맡기겠나? 국민의 안전을 그런 정당에 맡기겠나?”라며 백서를 통해 참패의 원인에 대해 진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섭 국민의힘 서울 도봉구갑 당선인 또한 “궤멸하듯 패배했음에도 대선과 지선에서 이겼기에 앞으로 있을 대선에서도 이길 수 있다는 것은 신앙의 영역”이라며 “냉철한 복기가 먼저 되어야 한다”고 했다.

박성민 대표는 당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규칙을 최소한 ‘당원 50% 여론조사 50%’로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야만 민심과 멀어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재섭 당선자도 “당원들에게 호소력 있는 목소리와 국민에게 호소력 있는 메시지는 때에 따라 다르다. 지켜보는 제3자인 국민은 가슴이 아플 수 있다”라며, 현재처럼 ‘당원 100%’ 방식으로 전당대회를 치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 이승훈 기자 ”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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