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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지옥' 한국이 맞는 초고령사회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4/05/12 09:21
  • 수정일
    2024/05/12 09:21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인권학의 프런티어] 초고령사회의 '사회권 선진국'을 위한 과제들

황준서 함부르크대학교 지속가능성미래센터 연구원 | 기사입력 2024.05.11. 17:13:35

인권에 대한 물음이 쏟아지는 나날이다. 인권보장을 외치는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가 커져가는 사이, 한편에선 그 목소리의 정당성을 두고 격론이 펼쳐진다. 갖은 물음에 답하기 위해 <프레시안>과 한국인권학회가 만났다. 인권은 사회적 화두인 동시에 연구와 학문의 대상이다. 학계가 쌓아온 '인권학' 연구를 사회적 화두로 다시 던진다. 평화-인권-환경 연구자인 황준서 박사가 글을 쓴다. 편집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 참여자격이 있는 총 4425만 1919명의 유권자(재외국민 포함) 중 50대 이상이 사상 처음으로 절반을 넘었다고 발표했다. 60세 이상 유권자 비중은 210만 명 가량 증가한 31.89%로 20~30대(28.64%)를 합친 비중보다 높다.

선거 때마다 정치인들은 "민심은 천심"이라며 지지를 호소한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정작 민(民)이 직면한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한 채 여러모로 많은 논란과 고민거리를 남겼다. 그 중에서도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을 앞두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노인의 삶은 "정권심판" 구호에 가려져 제대로 다뤄지지 않는 한국사회의 중대한 문제이다.

초고령사회라는 터널

국제연합(UN)은 65세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7% 이상 차지하면 '고령사회'로,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본다. 한국은 2018년에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14.3%에 달해 고령사회로 진입했으며, 그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2025년에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예정이다.

초고령사회는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과도 같다. 이탈리아, 포르투갈,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과 캐나다, 일본, 뉴질랜드 등 여러 나라들이 초고령사회 국가이기는 하지만, 각자 다른 모습으로 앞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헤쳐가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나라들이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국제사회에서 흥미로운 변화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동안 국내외에서 인권 관점에 기반하여 노인의 삶에 대한 논의가 꾸준히 이루어져왔지만, 사실 여성, 아동, 장애인, 이주민 등 다른 사회집단과 달리 노인의 권리를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국제협약은 없다.

사람은 당연히 늙기 때문에, 그동안 '노인'을 독자적인 사회집단으로 간주할 필요를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권사각지대에 놓인 노인들이 점점 증가하면서 2022년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GANHRI)에서 스위스 제네바에서 '노인권리협약'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었다. 또한 한국 국가인권위원회도 '노인인권포럼'을 개최하여 노인인권협약의 필요성과 찬반의견에 대해 청취한 자리가 열었다.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사회권 선진국'을 만들겠다는 공약이 등장하기도 했지만, 오늘 우리 사회의 사회권 보장 상황이 어떠한지, 사회권을 보호 및 증진하기 위해 어떤 구조적 전환과 입법적 노력이 필요한지, 어떤 기준으로 '선진국'을 결정할 수 있는지 등 심도 있는 논의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우리나라 노인들은 특히나 인권침해에 취약한 집단이다. 2020년 기준 한국의 만 65세 이상 노인의 빈곤율은 40%를 기록하여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서 1위를 기록했다. OECD가 처음 노인빈곤율 순위를 공개한 2009년 이래 이 순위는 대한민국은 1등 자리를 놓쳐본 적이 없다. OECD 평균 노인빈곤율은 14.2%이며, 앞서 언급한 다른 초고령사회 국가들의 노인빈곤율은 4%~20%대 사이였다.

낮은 노인고용율, 낮은 사회복지지출 등 여러 노인의 삶을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들을 살펴볼수록 한국이 진입한 초고령사회라는 터널을 지나 '노인의 지옥'이라는 종착지에 다다르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 일자리 찾는 고령자 노동자들. ⓒ연합뉴스

노인의 사회적 돌봄 문제

고령화사회에서 노인 돌봄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최근 가족 단위 빈곤층의 극단적 선택 기사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대부분 고령의 부모를 부양하던 가구임을 확인할 수 있다. 노인 인구 부양에 대한 책임이 개인 또는 개별 가구에게 전가될수록 이러한 사태는 더욱 악화될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노인 장기요양보험 및 맞춤형 돌봄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러한 정책들은 가정 내 돌봄 부담을 줄이고 노인들에게 필요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동시에 민간 사업자의 참여 확대, 사회화된 돌봄 서비스의 확대, 노인 장기요양보험 제도화 등과 관련하여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모두 고려하여 신중하게 논의해야 할 과제도 존재한다.

전통적으로 한국 사회에서는 여성 가족 구성원이 노인 돌봄을 담당해 왔다. 하지만 최근 여성의 사회 진출 증가와 더불어 가정 내 돌봄 부담이 심각해지고 있다. 송인재 연구자는 노인 장기요양보험 및 맞춤형 돌봄 서비스가 전문적인 돌봄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가정 내 돌봄 부담을 줄이고 여성들의 사회 참여를 촉진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노인들에게 필요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노인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하는 장점이 있다.

한편 노인 장기요양보험 및 맞춤형 돌봄 서비스 시장에 민간 사업자의 참여가 확대되고 있다. 민간 사업자의 참여는 서비스의 질 향상과 경쟁 심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윤 추구를 위한 서비스 저하나 노인 권리 침해 가능성도 존재한다.

따라서 정부는 민간 사업자의 적절한 참여를 유도하고, 서비스의 질을 관리하며, 노인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의무로써 적극적인 감독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노인들이 수동적인 서비스 수혜자 위치가 아니라 적극적인 서비스 '공동생산 (co-production)' 참여자로 행동할 수 있도록 역량강화를 지원해야 한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사회권 선진국'을 향하여

'사회화된 돌봄 서비스'는 가족 내 돌봄에 의존하지 않고 전문적인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화된 돌봄 서비스의 확대는 노인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고, 서비스의 질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다.

하지만 사회화된 돌봄 서비스의 비용 부담이 증가하고, 가족 간 소통이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따라서 정부는 사회화된 돌봄 서비스의 확대를 위한 재정적 지원을 확대하는 동시에, 가족 간 소통을 유도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와 맞물려 재정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존재하는 상황에서 사회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노인들의 인권을 보호 및 증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장기요양보험의 유지 방안을 마련하고, 서비스 이용자들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새해 첫 날인 1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원각사 노인 무료급식소에 노인들이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초고령사회로 진입할수록 국가의 존립은 결국 노인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노인 인권의 관점을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노인들의 존엄한 삶을 보장하기 위해 보다 급진적인 개혁들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부자 감세나 부정부패로 인한 손실, 솜방망이 경제범죄 처벌, 군비경쟁을 부추기는 무기생산 재검토 등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노인 장기요양보험 및 맞춤형 돌봄 서비스는 노인 인권 문제의 여러 측면 중 하나인 노인 돌봄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정책이다. 다만 동시에 민간 사업자의 참여 확대, 사회화된 돌봄 서비스의 확대, 노인 장기요양보험 제도화 등과 관련하여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모두 고려하여 신중하게 논의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정부와 국회, 그리고 지방자치단체는 이러한 과제들을 해결하고, 노인들이 안전하고 품격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시민사회도 노인 돌봄 문제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사회권 선진국 시대를 열어야 한다.

<소개논문>

송인재. 2019. “돌봄의 사회화와 노인 인권의 주변화”. 『인권연구』 2(2): 93-119.

<다운로드 방법>

링크 클릭→첨부파일 클릭

http://kahrs.or.kr/?page_id=716&mod=document&pageid=1&keyword=%EC%86%A1%EC%9D%B8%EC%9E%AC&uid=26#kboard-document

황준서 함부르크대학교 지속가능성미래센터 연구원

퀸즈벨파스트대학교(Queen's University Belfast)에서 북아일랜드 지속가능한 평화를 위한 삼중 전환을 주제로 박사논문을 쓰고, 2022년에 졸업하였다. 생태정의, 환경범죄, 지속가능한 평화, 탈인간중심적 인권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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