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학의 프런티어] 초고령사회의 '사회권 선진국'을 위한 과제들
황준서 함부르크대학교 지속가능성미래센터 연구원 | 기사입력 2024.05.11. 17:13:35
인권에 대한 물음이 쏟아지는 나날이다. 인권보장을 외치는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가 커져가는 사이, 한편에선 그 목소리의 정당성을 두고 격론이 펼쳐진다. 갖은 물음에 답하기 위해 <프레시안>과 한국인권학회가 만났다. 인권은 사회적 화두인 동시에 연구와 학문의 대상이다. 학계가 쌓아온 '인권학' 연구를 사회적 화두로 다시 던진다. 평화-인권-환경 연구자인 황준서 박사가 글을 쓴다. 편집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 참여자격이 있는 총 4425만 1919명의 유권자(재외국민 포함) 중 50대 이상이 사상 처음으로 절반을 넘었다고 발표했다. 60세 이상 유권자 비중은 210만 명 가량 증가한 31.89%로 20~30대(28.64%)를 합친 비중보다 높다.
선거 때마다 정치인들은 "민심은 천심"이라며 지지를 호소한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정작 민(民)이 직면한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한 채 여러모로 많은 논란과 고민거리를 남겼다. 그 중에서도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을 앞두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노인의 삶은 "정권심판" 구호에 가려져 제대로 다뤄지지 않는 한국사회의 중대한 문제이다.
초고령사회라는 터널
국제연합(UN)은 65세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7% 이상 차지하면 '고령사회'로,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본다. 한국은 2018년에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14.3%에 달해 고령사회로 진입했으며, 그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2025년에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예정이다.
초고령사회는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과도 같다. 이탈리아, 포르투갈,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과 캐나다, 일본, 뉴질랜드 등 여러 나라들이 초고령사회 국가이기는 하지만, 각자 다른 모습으로 앞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헤쳐가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나라들이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국제사회에서 흥미로운 변화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동안 국내외에서 인권 관점에 기반하여 노인의 삶에 대한 논의가 꾸준히 이루어져왔지만, 사실 여성, 아동, 장애인, 이주민 등 다른 사회집단과 달리 노인의 권리를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국제협약은 없다.
사람은 당연히 늙기 때문에, 그동안 '노인'을 독자적인 사회집단으로 간주할 필요를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권사각지대에 놓인 노인들이 점점 증가하면서 2022년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GANHRI)에서 스위스 제네바에서 '노인권리협약'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었다. 또한 한국 국가인권위원회도 '노인인권포럼'을 개최하여 노인인권협약의 필요성과 찬반의견에 대해 청취한 자리가 열었다.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사회권 선진국'을 만들겠다는 공약이 등장하기도 했지만, 오늘 우리 사회의 사회권 보장 상황이 어떠한지, 사회권을 보호 및 증진하기 위해 어떤 구조적 전환과 입법적 노력이 필요한지, 어떤 기준으로 '선진국'을 결정할 수 있는지 등 심도 있는 논의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우리나라 노인들은 특히나 인권침해에 취약한 집단이다. 2020년 기준 한국의 만 65세 이상 노인의 빈곤율은 40%를 기록하여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서 1위를 기록했다. OECD가 처음 노인빈곤율 순위를 공개한 2009년 이래 이 순위는 대한민국은 1등 자리를 놓쳐본 적이 없다. OECD 평균 노인빈곤율은 14.2%이며, 앞서 언급한 다른 초고령사회 국가들의 노인빈곤율은 4%~20%대 사이였다.
낮은 노인고용율, 낮은 사회복지지출 등 여러 노인의 삶을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들을 살펴볼수록 한국이 진입한 초고령사회라는 터널을 지나 '노인의 지옥'이라는 종착지에 다다르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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