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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km행군’ 나선 해병의 어머니, 그리고 야6당의 채상병 특검 ‘수용 압박’

‘생명·정의·자유를 위한 해병대 700km 연대의 행군’ 4차···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조국 대표 등 야6당 동참, 특검법 수용 압박

 

‘생명·정의·자유를 위한 해병대 700km 연대의 행군’을 11일 함께했다. 해병대 2사단이 있는 경기도 김포에서 출발해, 해병대 사령부가 있는 경북 포항까지 700km 국토를 종단한다. 매주 주말 조금씩 걷는다. 이날로 4회차를 맞았다. 계획대로라면, 2년 뒤인 2026년 1월, 24차 행군에서 해병대 1사단에 닿는다.
 

11일 오후 ‘생명·정의·자유를 위한 해병대 700km 연대의 행군’에 참석한 최선영(가명·가운데)씨. ⓒ민중의소리

행군 대열에서 최선영(52·여·가명)씨를 만났다. 최씨 아들은 지난해 6월 해병이 됐다. 입대 한 달 뒤, 한반도 전역엔 폭우가 내렸다. 7월 15일, 단 하루 동안 경북에서 실종된 사람이 20여명에 달했다. 해병대는 수해 복구·실종자 수색에 병력을 투입했다. 최씨 아들은 3주차 훈련병이었다. 참호격투·격투봉 훈련을 받고 있었다. 수해복구에도, 실종자 수색에도 동원되지 않았다. 최씨 아들보다 3개월 일찍 입대한 채 해병은 달랐다. 7월 19일, 내성천에서 실종자 수색에 떠밀렸고 급류에 휩쓸렸다.

최선영씨는 “채 해병 엄마를 생각하니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죄인이 된 것 같았다. 그의 아들은 제대를 앞두고 있지만, 채 해병은 영원히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다. 4번의 행군 중 3번을 동참했다. 그는 붉은 ‘해병대’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행군 주최측인 해병대사관 81기 동기회가 연대의 마음을 담아 선물했다. 최씨 손에는 ‘채해병 순직, 진상규명’이라고 적힌 피켓이 들려 있었다. 행군 대열을 둘러보니 최씨와 비슷한 연배의 여성 참가자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이태원참사와 채해병 순직 “불편하고 안타까운 공통점”


서울시청 광장에서 출발한 행군 대열은 2시간 뒤, 5.3km 떨어진 이태원 참사 현장에 도착했다. 20명가량으로 시작한 행군 대열은 그사이 80여명으로 불어났다. 이태원동 119-3번지. 해밀톤호텔 옆 골목은 불과 80명의 행군 대열로도 비좁은 듯 보였다.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행군 대열을 맞았다. 약식 추모식에서 마이크를 잡은 이정민 위원장은 “이태원 참사와 채해병 순직은 안타깝게도 불편한 공통점이 있다”고 했다. 너무나 젊고 아까운 청춘이 꿈과 희망을 뺏겨버렸다고 했고,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안전에 대한 대비가 없었다고 그는 말했다.

해마다 해오던 이태원할로윈축제에는 인파관리경력이 없었고, 홍수에 불어난 급물살에 병력을 투입하면서 구명조끼조차 입히지 않았다고 그는 강조했다. 참사 당일, 경찰은 이태원파출소에 마약수사 실적을 알리기 위해 취재기자들을 모아뒀고, 군은 대민봉사활동을 언론에 부각시키려고 병사들의 안전을 무시했다고 그는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임을 져야 하는 책임자들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오히려 뻔뻔하게 그 직을 유지하는 황당하고 분노스러운 현실이 슬프게도 동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비극의 현주소”라고 말했다.

추모식이 진행되는 동안 대표자들 앞에는 ‘국가의 책무는 시민의 안전과 제때 치료를 보장하는 것이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렸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기자회견에서 한 말을 인용한 것이다. 


 
11일 오후 ‘생명·정의·자유를 위한 해병대 700km 연대의 행군’ 참석자들이 이태원참사 현장에서 추모식을 진행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함께 행군한 여섯 야당, '채해병 특검' 수용 압박


추모식이 끝나고, 행군은 대통령실로 향했다. 대통령실에 가까워질수록 대열은 더 불어났다. 정치인이 대거 합류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김준우 정의당 대표, 강성희 진보당 원내대표, 윤종호 진보당 당선인, 새로운미래 김종민 원내대표, 박경애 개혁신당 비례대표 후보 등이 함께 걷고 있었다(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오전 출정식에 함께했다). 행군 대열에 여섯 개 야당이 모두 있었다.

대통령실 건너편 도로에서 기자회견이 열렸다. ‘채해병 특검법’을 대표 발의한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가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역대 특검법마다 있었던 ‘수사 진행 상황 브리핑’ 조항이 이번에만 갑작스레 ‘독소조항’으로 둔갑했다고 황당해했고, 얼마 전까지 ‘공수처는 정치적이다. 무용지물이다’라고 주장한 여당이 ‘공수처 수사를 지켜봐야 한다’고 “180도 말을 뒤집은” 행태를 비판했다.

조국 대표는 “진실이 문제다. 누가 보호장구 없이 해병을 강물에 넣었는지, 수사과정에서 벌어진 이해할 수 없는 일을 누가 지시했는지, 격분한 것으로 알려진 윤 대통령이 격분 후 무슨 말을 누구에게 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고 진실을 가릴 수 없다. 감당해야 할 책임만 더 커질 것”이라며 “그럼에도 거부권을 행사하면 국민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똑똑히 경고한다. 민주당은 특검법을 반드시 관철하라는 국민의 명령을 반드시 받들겠다”고 말했다.

강성희 진보당 원내대표는 “항쟁을 준비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강 원내대표는 “국민이 언제까지 ‘국정기조를 바꿔주십시오’, ‘특검을 수용해 주십시오’, ‘민생을 살려주십시오’라고 애원해야 하나. 이제 더 이상 기다림은 부질없다”고 했다. 그는 “국민과 싸워 이긴 독재자를 본 적이 없다. 우리는 7년 전 박근혜를 끌어내린 경험을 가지고 있다. 국회 탄핵뿐 아니라 온국민 항쟁이 있었음을 우리는 기억한다”며 “국민과 함께 독재에 맞선 항쟁을 준비해 나가자”고 말했다. 

행군은 주말에만 매주 조금씩 진행된다. 하루 15~6km를 걷는다. 하루 이동 거리도 구간별로 나눠 참석할 수 있다. 박정훈 대령과 동기인 김태성 행군단장은 “많은 국민들이 채수근 상병 순직 진상규명, 박정훈 대령 명예 회복을 위한 행군에 동참해 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채해병 특검법은 지난 2일, 민주당 등 야당을 중심으로 국회를 통과했다. 정부는 지난 7일 채해병 특검법을 접수했다. 법상, 법안을 접수한 정부(대통령)는15일이내에(오는 22일까지) 법률안을 공포하거나 재의 요구 이의서를(거부권) 국회로 보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사실상 거부권 표명을 공식화 했다. 야 6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시 오는 28일 본회의를 열어 특검법을 재의결한다는 계획이다. 재의 요건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찬성이다. 


 
야당 의원들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해병대 채해병 특검 수용 촉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제공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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