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마음은 안녕하십니까?"
26일 열린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 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이 질문으로 발언을 시작했습니다. 시민의 정신건강을 국가가 챙기는 정책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습니다.
먼저 저의 마음부터 얘기하자면, 안녕하지 못합니다. 어제 밤에 아내와 다툰 일 때문에 마음 한 구석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세우고 있지만, 여러 사회적인 문제들, 리튬 배터리 공장 화재로 대규모 인명 피해를 보면서 마음이 무겁습니다. 개발도상국도 아니고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는 나라에서 아직도 이런 참사가 일어나고 있다니, 믿기 어렵습니다.
저뿐만 아닐 것입니다. 비슷한 업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물론이고, 아직도 '안전 제일'은 구호일뿐, 현장에 뿌리내리지 못했다는 점에서, 일터로 향하는 이들과 그들의 가족들도 다시 한 번 마음을 졸이고 있을 것입니다. 정도는 다르겠지만 그런 현장과 관련이 없는 많은 시민들도 이번 참사에 가슴 아파합니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각자의 가정이나 직장, 학교 등에서 일어나는 일뿐 아니라 멀리 떨어진 곳, 자신과 직접 연결되지 않은 분야에서 일어나는 일들로 정신적 고통을 받습니다. 이태원 참사, 세월호 참사가 이 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준 일을 생각하면 이해되실 겁니다.
공공의 영역에서 무거운 책임과 권한을 맡은 사람들이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을 할 때에도 사회는 정신적인 고통을 받습니다. 최근에는 대통령님의 배우자인 김건희씨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을 조사하고 처리해야 할 국민권익위원회가 사건을 종결하겠다고 한 일이 많은 이들의 조롱을 받았습니다.
권익위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온 "300만 원 상당의 우리 전통 엿을 선물 드려도 문제가 되지 않을지 문의드립니다"라는 글은 문의가 아니라 조롱입니다. 조롱이지만 권익위가 잘못된 결정을 내린 것에서 일어난 울분에서 출발한 것이지요. 권익위가 "청탁금지법은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이 없는 경우에는, 배우자의 금품 수수를 제한하지 않는다"고 답변한 것은 더욱 울화를 치밀게 하는 일입니다. '민주주의의 퇴보'를 걱정해야 할 판입니다. 국민권익위가 시민들에게 정신적인 고통을 가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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