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채의 종말 예고, 청년에게 득일까 실일까
청년 고용의 악화에 대한 원인 진단은 구직 과정, 재직- 이직 과정, 구직 단념 과정에서 모두 확인할 수 있다. 구직 단계에서 짚어 볼 원인은 기업의 채용방식 변화다. 최근 국내 기업은 기존 대규모 정기공개채용 방식, 즉 공채 방식의 채용을 줄이고 있다. 그 동안 기업의 공채는 신입사원의 등용문으로 기능해 왔다. 또 매년 일자리 규모와 채용 시기를 예측할 수 있어 청년들은 공개채용 시기에 맞춰 구직활동을 준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기업에서 공개채용보다 수시채용 방식을 선호하면서 청년구직자의 구직준비 영역은 각 기업의 채용 시기와 규모 예측까지 더 넓어지게 되었다. 무엇보다 기업의 채용방식 변화는 신입직원 등용문 자체를 좁히고 있기 때문에 청년들은 어디에선가 경력을 쌓기 위한 문턱을 먼저 넘어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필요한 인력을 수시로 채용하고, 또 해당 직무에 경험이 있는 경력자를 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이점이 많은 방식이다. 그러나 구직을 준비하는 청년의 입장에서 수시채용 방식의 확대는 구직 정보를 찾고 직무에 따른 역량을 키우는 일, 게다가 해당 기업이 원하는 직무의 경력을 알아서 쌓아둬야 하는 난이도 높은 과정을 알아서 헤쳐나가야 한다. 사회적 관점에서 보면, 그 동안 기업에서 자사에 필요한 인력을 뽑고, 해당 직무에 맞는 역량 교육과 훈련 등 인력개발 투자를 고스란히 청년 개인 몫으로 떠 넘겼으니 청년의 고용촉진을 위해서는 사회 또한 부담을 지게 되었다.
한국노동연구원에서 발간한 '공채의 종말과 노동시장의 변화' 보고서(이상준 외, 2023)에서 전문가들은 국내기업의 공채 시스템의 종말을 예고했다. 공채 방식에도 장단점이 있지만, 수시채용 방식은 인력에 대한 교육은 OJT(on-the-job) 방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노동자가 스스로 일하면서 배우기를 기대해 결국 기업의 책무를 더 낮추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기업들은 인력관리 비용 절감 차원에서 노동자들을 단기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목적으로 채용 규모도 줄이고, 수시채용을 늘리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대졸 청년 재직자 4명 중 1명이 이직을 원한다고 하니 일자리의 안정성과 미래 전망은 재직자라고 충족하는 조건은 아니다. 수시채용의 증가는 이직의 유연함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경력자 선호 기업 문화는 경력을 쌓기 위해 청년 스스로가 끊임없이 스스로를 증명해야 하는데 경력이 없어서 일을 구하지 못하고, 일을 할 수 없어서 경력을 쌓지 못하는 뫼비우스 띠에 놓이는 모순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에 놓이게 된다. 그렇다보니 공채에 비해 수시채용은 학교, 지역, 성별의 다양성이 더 낮아 채용공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수시채용은 기업 채용 방식의 주류로 진입하고 있다. 대학교를 졸업한 청년의 40% 이상은 국내외 민간 기업으로 취업하길 희망한다. 공채의 종말은 청년들에게 기회가 될까? 아마 대부분의 청년들에게는 기회보다는 진입 장벽이 되지 않겠는가.
힘 못 쓰는 정부 대책
정부도 마냥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지난해 11월, 정부는 청년들의 구직 준비 유형에 따른 단계별 대응방안으로 청년층 고용시장 유입 촉진방안을 발표했다. 재학, 재직, 구직, 취약청년 등 청년의 취업 단계와 특성에 맞는 노동시장 유입 촉진 방안을 단계별로 제시했다. 재학 중인 청년은 학교에서 노동시장 이행 단계에서 고교생 맞춤 고용서비스를 확대하고, 거점형 대학일자리플러스 센터를 통해 진로상담과 경력개발 경로를 마련하고자 했다. 별도의 일경험 대책을 통해 일경험 플랫폼을 올해까지 구축하기로 했다. 재직자 청년을 대상으로 직장 적응을 지원하기 위한 온보딩 프로그램을 지원하거나 일생활 균형 인프라 확대 등을 제시했다. 구직 청년을 대상으로 청년카페 등을 통한 자조모임과 상담 프로그램 지원과 청년도전지원사업 확대, 니트 특화형 일경험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고립은둔 상태, 가족돌봄, 자립준비 등 취약청년 대상으로 사례별 맞춤형 프로그램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물론 정부의 대책이 아직 시행 중으로 정책 효과가 즉자적이지 않은 면이 있다. 그러나 청년 고용의 악화 양상은 정책 효과를 기다릴만큼 느긋하지 않은 게 문제다.
정부는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 것이라고 선을 그어놓고, 일자리에서 탈락한 뒤에 청년들만 사회안전망으로 일부 보호하겠다는 입장은 아닌가? 쉬었음 청년의 증가는 구직 과정에서의 어려움, 재직과 이직 과정에서의 어려움이 중첩된 결과다. 그렇다면 정책의 개입 또한 구직 과정의 어려움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안, 그리고 재직과 이직 과정에서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기업은 공채를 줄이고 수시채용으로 양질의 일자리 마련이라는 사회적 책무를 내려놓고 있는데, 일자리는 기업의 몫이라고 정부는 그저 방관하고만 있지 않은가.
상용직 임금 일자리에 진입하는 청년이 줄고, 'N잡러'로 내몰리는 현실에서 청년 뿐만 아니라 불안정 노동에 놓은 시민들이 의지할 최소한의 안전망인 전국민고용보험제 도입 추진 계획은 찾아 볼 수가 없다. 청년의 일경험과 일자리의 최저선을 부양하던 공공부문 일자리는 대폭 줄였다. 정부가 믿고 있는 민간 기업은 신규 채용을 늘리지 않는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문제는 더욱 양극단으로 치닫고 있는데, 이에 대한 중재안은 찾기 어렵다. 정부의 대책이 아직 힘을 못 쓰고 있는 원인은 문제 진단은 해 놓고, 적합한 개입 전략을 쓰고 있지 않기 때문은 아닌가.
청년 고용지표의 해석을 두고, 계절노동 특성이나 공휴일이 많은 5월 조사라는 점을 감안해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정부의 입장을 수용하더라도 기업 채용 환경의 변화, 청년 구직자와 이직자들이 겪고 있는 경쟁 압박 부담의 심화, 청년의 구직 단념 원인과 구직 단념 기간의 장기화 등의 현실은 단시간에 회복될 가능성이 낮다. 청년 고용 경고등을 직면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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