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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 연루설과 해병대 훈련... 의심스럽다



[정욱식의 진짜안보] 서해 사격훈련, 왜 하필 지금인가

 

24.06.28 06:59최종 업데이트 24.06.28 06:59

제 의견을 피력할 때에는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혹은 '조선'으로 표현하고자 합니다. 조선에 대한 인식은 달라도 윤석열 정부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화의 필요성을 말합니다. 대화는 말 그대로 상대와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인데, 상대가 반감부터 갖게 되는 표현은 대화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무너진 남북관계와 위기에 처한 한반도 평화를 재설계하기 위해서는 적대성의 완화와 대화 재개가 필수적입니다. 서로 '제 이름 부르기'가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독자 여러분의 이해를 구합니다.[기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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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북도서 일대에서 해상사격훈련이 실시된 26일 인천시 옹진군 대연평도에서 K-9 자주포가 화염을 내뿜고 있다. ⓒ 연합뉴스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남북 관계에 또다시 무언가가 떨어졌다. 26일 해병대가 실시한 서북도서 해상사격훈련을 두고 하는 말이다. 서해 북방한계선(NLL)은 '한반도의 화약고'로 불릴 정도로 대단히 예민한 지역이다. 이 수역과 인근에서 세 차례의 해상 교전 및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전이 발생한 것에서도 이를 알 수 있다.

 

그래서 남북은 서해 긴장 완화 방안을 모색했었고 9·19 군사합의를 통해 군사적 완충지대를 설치했던 것이다. 그런데 김정은 정권과 윤석열 정부는 이 합의를 경쟁적으로 파기해 버렸고, 급기야 한국군은 7년 만에 서해 해상사격훈련을 강행했다.

 

예민하고 의아한 시기에 왜?

 

시기적으로도 예민하고 의아하다. 예민한 이유는 최근 남북의 긴장이 고조되어 왔다는 점도 있지만 조선의 예고된 일정도 있다. 조선은 곧 노동당 전원회의를 열 예정이고, 뒤이어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할 가능성도 있다.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칠 관건 가운데 하나는 이들 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올해 초에 언급한 "해상 국경선"을 헌법에 명시할지의 여부에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군의 사격훈련이 조선의 정책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의아한 이유도 있다. 조선은 1월 초에 해상 완충구역을 향해 해상사격 훈련을 한 이후에는 서해 접경 지역에서 도발적인 군사 행동을 보이지 않아왔다. 해병대는 "9·19 군사합의 효력이 전부 정지되고 시행되는 첫 서북도서 해상사격 훈련"이라고 했는데, '왜 하필 지금인가'라는 의문을 품게 한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알 수 없으나 "첫 서북도서 해상사격 훈련"은 채 상병 사망 사건의 석연치 않은 처리로 궁지에 몰린 윤석열 정부와 해병대 일부 지휘관의 처지와 만나고 있다. 최근 들어 윤 대통령의 직접 개입 정황뿐만 아니라 김건희 여사 연루설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 윤 대통령의 임성근 구하기, 도이치 이OO 때문이었나https://omn.kr/2973w)

 

공교롭게도 '대통령 격노설'의 복판에 있는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은 이번 훈련을 주관한 서북도서방위사령부 사령관도 겸직하고 있다. '또다시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게 아닌가'라는 의혹이 드는 까닭이다.

 

권한과 책임성의 불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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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군 12사단 얼차려 가혹행위 사망사건, 고 박 훈련병 추모 시민분향소'가 훈련소 수료식이 열리는 19일 서울 용산역광장에 설치된 가운데, 시민들이 줄을 서 헌화하고 있다. ⓒ 권우성

 

오늘날 한반도 주민의 가장 큰 불행은 남북이 가장 가까운 이웃이면서도 가장 적대적이라는 데에 있다. 남북의 지도자가 싸우면서 닮아가고 있고, 한반도 주민의 생사를 결정할 수 있는 엄청난 권한을 갖고 있으면서 그 권한을 너무 무책임하고 위험하게 행사하고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하여 호소부터 하지 않을 수 없다. 나라의 부름을 받고 국방의 의무에 나선 청년에게 국가가 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책무는 군인을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최근 잇따르고 있는 군 사망 사건과 관련해 되새겨야 할 책무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적이 무력도발을 해오면 단호하게 응징하라'는 지시는 무력충돌을 최대한 방지해 군인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는 국가의 책무와 공존해야 한다. 그래서 "적이 도발하면 준비한 모든 것을 쏟아부어 즉각, 강력히, 끝까지(즉·강·끝) 응징하라"고 지시하기에 앞서, 이러한 지시가 실행되면 우리 군인과 민간인에 어떤 피해를 가져올지도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생각하다 보면 위기 예방과 관리가 최선이라는 결론에 도달하지 않겠는가?

 

그런데도 윤 정부는 서북도서 해상사격훈련의 본격적인 재개를 공언한다. 앞으로도 계속하겠다는 뜻이다. 지금은 거기서 그럴 때가 아니다. 최소한 조선이 먼저 도발적인 군사행동을 하지 않는 한, 사격 훈련을 자제하겠다는 입장 표명이 필요한 시기다.

 

'해상 국경선'을 헌법에 명시할 것인지를 저울질하고 있을 김정은 정권도 자제할 줄 알아야 한다. 일방적인 해상 국경선 선포는 '주권의 수호'가 아니라 '전쟁의 도화선'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2021년 10월에 김정은 위원장 본인이 한 얘기를 떠올려보길 바란다. "우리의 주적은 전쟁 그 자체이지 남조선이나 미국 특정한 그 어느 국가나 세력이 아니다"라고 하지 않았던가?

 

#북방한계선 #채상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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