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북도서 일대에서 해상사격훈련이 실시된 26일 인천시 옹진군 대연평도에서 K-9 자주포가 화염을 내뿜고 있다. ⓒ 연합뉴스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남북 관계에 또다시 무언가가 떨어졌다. 26일 해병대가 실시한 서북도서 해상사격훈련을 두고 하는 말이다. 서해 북방한계선(NLL)은 '한반도의 화약고'로 불릴 정도로 대단히 예민한 지역이다. 이 수역과 인근에서 세 차례의 해상 교전 및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전이 발생한 것에서도 이를 알 수 있다.
그래서 남북은 서해 긴장 완화 방안을 모색했었고 9·19 군사합의를 통해 군사적 완충지대를 설치했던 것이다. 그런데 김정은 정권과 윤석열 정부는 이 합의를 경쟁적으로 파기해 버렸고, 급기야 한국군은 7년 만에 서해 해상사격훈련을 강행했다.
예민하고 의아한 시기에 왜?
시기적으로도 예민하고 의아하다. 예민한 이유는 최근 남북의 긴장이 고조되어 왔다는 점도 있지만 조선의 예고된 일정도 있다. 조선은 곧 노동당 전원회의를 열 예정이고, 뒤이어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할 가능성도 있다.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칠 관건 가운데 하나는 이들 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올해 초에 언급한 "해상 국경선"을 헌법에 명시할지의 여부에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군의 사격훈련이 조선의 정책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의아한 이유도 있다. 조선은 1월 초에 해상 완충구역을 향해 해상사격 훈련을 한 이후에는 서해 접경 지역에서 도발적인 군사 행동을 보이지 않아왔다. 해병대는 "9·19 군사합의 효력이 전부 정지되고 시행되는 첫 서북도서 해상사격 훈련"이라고 했는데, '왜 하필 지금인가'라는 의문을 품게 한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알 수 없으나 "첫 서북도서 해상사격 훈련"은 채 상병 사망 사건의 석연치 않은 처리로 궁지에 몰린 윤석열 정부와 해병대 일부 지휘관의 처지와 만나고 있다. 최근 들어 윤 대통령의 직접 개입 정황뿐만 아니라 김건희 여사 연루설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 윤 대통령의 임성근 구하기, 도이치 이OO 때문이었나https://omn.kr/2973w)
공교롭게도 '대통령 격노설'의 복판에 있는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은 이번 훈련을 주관한 서북도서방위사령부 사령관도 겸직하고 있다. '또다시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게 아닌가'라는 의혹이 드는 까닭이다.
권한과 책임성의 불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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