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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약값 5만 원에 휘청... 훨씬 더 비싸질 수도

14일 광주 북구보건소에서 감염병관리팀 직원들이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개인위생 수칙이 적힌 홍보물을 부착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방학과 휴가가 끝난 이달 말 코로나19가 절정에 이를 수 있다고 보고 대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

끝난 줄 알았던 코로나19 유행이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8월 둘째 주 코로나19로 입원한 환자가 4주 전보다 9배 늘어난 1359명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사람들의 이동이 늘어나고, 여름 휴가철이 겹치면서 미국 등 외국에서 유행했던 변이 바이러스가 국내에 유입돼 확산한 것으로 보인다. 더위로 인해 마스크 착용이 소홀해진 것도 재유행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여러 이유가 겹치면서 코로나19 유행이 확산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코로나19 재유행 현상은 약국 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코로나19 감염으로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면서 기침 가래약이나 목감기약을 구매하거나 자가검사키트를 찾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예전처럼 자가검사키트와 어린이용 감기약 등 일부 감기약의 품귀현상도 재연된다.

그런데 감기약이나 자가검사키트와 함께 품귀현상을 겪는 다른 약이 있다. 바로 경구용 코로나 치료제인 화이자의 '팍스로비드(성분명: 니르마트렙비르·리토나비르)'와 MSD의 '라게브리오(성분명: 몰누피라비르)'이다. 팍스로비드와 라게브리오의 사용량이 최근 크게 증가하면서 품귀현상을 겪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2년 만에 팍스로비드와 라게브리오가 다시 주목 받고 있다.

먹는 코로나 치료제는 누가 사용해야 하나?

먼저 팍스로비드와 라게브리오는 코로나19의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사용조건에 따라 복용을 권고할 수도 있고 권고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첫째, 경구용 치료제는 중등증 및 경증 증상을 보이는 환자에게 써야 한다. 산소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중증인 경우 경구용 치료제의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에 이때는 면역조절 효과를 가진 바리시티닙 또는 토파시티닙, 덱사메타손 등을 사용해야 한다.

둘째, 이 약들은 증상 발현 5일 이내에 사용해야 한다. 팍스로비드, 라게브리오 모두 바이러스의 증식을 막아 감염자의 건강 악화를 막는 작용기전을 가진 항바이러스제이다. 이미 몸에서 바이러스 증식이 많이 나타난 환자에게는 약의 효과가 크게 떨어진다. 그러므로 증상이 발현되자마자 사용하는 게 가장 효과가 좋다.

셋째, 코로나19 고위험군에만 사용해야 한다. 경구용 치료제의 최대 장점은 환자의 중증화를 막고 입원을 예방하는 것이다. 그런데 코로나19는 사람의 특성에 따라 증상 발현 정도가 매우 다르다. 지금까지 수집된 자료에 따르면 면역저하자의 경우 입원율이 5%로 가장 높고, 고령이거나 당뇨 등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 입원율은 3%에 달한다.

하지만 연령이 낮고 특별한 기저질환을 가지지 않은 감염자는 입원할 정도로 증상이 악화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입원 위험이 낮은 사람에게는 팍스로비드나 라게브리오 같은 항바이러스제를 쓸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치료제 개발 당시엔 주로 코로나 백신 미접종자를 대상으로 했던 임상자료들이었지만, 시간이 지나 코로나 백신 접종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임상자료들이 업데이트되면서 팍스로비드와 라게브리오의 효과성에 대해 의심을 가진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 몇몇 해외 연구에서 고령자 및 기저질환자에 대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도 작년 11월 코로나19 치료지침을 개정하면서 기존에 비해 팍스로비드와 라게브리오의 권고 수준을 크게 낮췄다. 특히 고령이거나 기저질환자에 대한 라게브리오 사용을 권고하지 않는 것으로 변경하였으며, 팍스로비드도 약한 권고 수준의 조건부 사용을 권하고 있다.

2023년 11월판 코로나19 치료지침

ⓒ 세계보건기구

코로나 약이 소수를 위한 사치재?

정부는 지난 5월부터 경구용 치료제의 환자부담금을 5만 원으로 변경하였다. 기존에는 무상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하였기 때문에, 최근 경구용 치료제를 처방 받아 약값을 계산하면서 5만 원이라는 가격에 깜짝 놀라는 환자들이 많다.

그런데 경구용 치료제의 가격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비싸다. 팍스로비드와 라게브리오의 국내 가격이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지만 해외 사례를 참고하면 팍스로비드는 한 명 치료(5일분)에 약 70만 원, 라게브리오는 약 80만 원 수준이다.

관련된 정부 예산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2022년에 팍스로비드 176만 명분과 라게브리오 24만 명분 등 경구용 치료제 약 200만 명분을 구매 계약했기 때문에 추정가격과 계약된 구매량을 이용하면 정부 예산이 약 1조 4200억 원가량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치료제 구매계약이 있었던 2022년에 한국화이자와 한국MSD 매출액이 전년에 비해 각각 약 1조 6000억 원, 약 3000억 원가량 증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추정된 예산 1조 4200억 원이라는 숫자가 크게 부풀려진 수치는 아닐 것이다.

지난해 10월 화이자는 팍스로비드의 판매가격을 1390달러(약 190만 원)로 한다고 발표하였다. 이는 기존에 비해 2.5배 높은 가격이었다. 퍼블릭시티즌이라는 미국 시민단체는 화이자의 일방적 가격 발표에 대해 환자를 치료해야 할 약을 두고 제약사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가격을 올리고 있다며 비판 성명을 발표하였다.

퍼블릭시티즌은 팍스로비드의 새로운 가격이 생산비용 13달러의 100배가 넘는다고 밝히고 화이자는 그동안 정부의 대형 구매계약으로 이미 수백억 달러를 벌어들였음에도 변이 바이러스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 가격을 2배 올리기로 한 것은 보건의료 예산을 압박하고 환자들의 치료접근권을 위협한다고 비판하였다.

그러면서 화이자가 팍스로비드를 프라다 핸드백처럼 취급하고 있다며, 많은 사람들을 위한 감염병 치료제를 소수를 위한 사치재로 다루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화이자가 생산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 경구용 치료제 '팍스로비드'

ⓒ 오마이뉴스

경구용 치료제의 접근성에 대한 종합적 대책 마련 나서야

경구용 치료제의 주간 사용량은 7월 5주 차에 4만 2000명 분에 달했다. 5주 사이 사용량이 33배 증가했다. 8월에는 사용량이 더 증가했을 것이다. 최근 질병관리청은 코로나 치료제 수급불균형에 사과하면서, 26만 명분 이상을 추가로 수급하겠다고 대책을 발표하였다. 하지만 26만 명분은 최근 사용량을 감안하면 1달가량 버틸 수 있는 재고에 불과하다.

한편으로 코로나 감염으로 지불해야 하는 약값 5만 원은 사람에 따라 굉장히 부담되는 가격이다. 최근 팍스로비드가 건강보험으로 전환될 것을 예상하는 소식도 들린다.

현재 대부분의 구매비용을 질병관리청이 지불하는 팍스로비드가 다른 약과 마찬가지로 건강보험 하에 급여의약품으로 전환되면, 환자는 약값의 30%를 직접 부담해야 한다. 팍스로비드의 국내 가격을 해외 거래가격인 70~190만 원 수준으로 가정한다면 환자가 약을 받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돈은 21~57만 원에 달할 것이다.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개정된 세계보건기구 지침에 따라 고령자나 기저질환자의 경구용 치료제 사용에 대한 효과성 논란도 남아있다.

정부는 코로나 치료제 문제를 단순히 재고 확보 측면에서만 열을 올리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땜질식 대응이다. 코로나는 지금이 아니더라도 앞으로 풍토병처럼 주기적으로 재유행할 것이다. 이번이 마지막이 아니라는 뜻이다.

코로나 치료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종합적인 의약품 접근권 관점의 논의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 누구나 이용 가능하고, 감당할 만한 가격에 좋은 품질을 유지해야 하며, 적절한 사람에게 적절한 방법으로 사용하기 위한 조건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이를 놓친다면, 우리는 지금과 같은 문제를 연례행사처럼 맞이해야 할지도 모른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이동근 사무국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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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코로나치료제, #코로나19, #팍스로비드, #라게브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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