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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치’ 4.7조 원어치 구매…한반도에선 ‘무용지물’인데 왜?

방위사업청, '아파치 한반도 지형과 기후에 안 맞다' 이미 판단

‘아파치’, 걸프전에 투입된 사막전쟁용

‘아파치’ 왜 또 구매했을까?

폴란드, 최근 '아파치' 96대 구매

미국 국무부의 승인에 따라 한국 정부가 35억 달러(약 4조6655억원) 규모의 아파치 공격 헬기(AH-64E) 36대 및 관련 물품을 ‘보잉’과 ‘록히드 마틴’에서 구매한다.

그런데 2018년 방위사업청(DAPA) 보고서에 따르면 ‘아파치’는 성능 면에서 심각한 결함을 겪고 있어, 목표물을 제대로 탐지하지 못한다. 특히 이러한 문제의 원인으로 소프트웨어 결함과 해상 탐지 능력의 부재가 지목됐다.

2013년 박근혜 정부는 ‘아파치’ 36대를 약 1.8조 원에 구매했다. 당시 ‘아파치’에는 롱보우 화기 관제 레이더가 장착된 고급 센서 장비를 탑재하고 있어, 최대 12km 거리에서 128개의 목표물을 동시에 탐지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아파치’에 대한 기대와는 달리, 국군은 이 레이더의 성능이 기대 이하였다고 밝혔다. 롱보우 레이더는 공중 공격 작전 테스트에서 제대로 목표물을 인식하지 못하고, 지정된 4개의 목표물을 101개의 목표물로 잘못 인식하는 결함을 보였다고 방위사업청 보고서는 지적했다.

별도의 산악 지형 테스트에서는, 6km 떨어진 18개의 목표물을 9개로, 3km 떨어진 18개의 목표물을 5개로 잘못 인식한 것. 가장 심각한 결함은 해상에서의 테스트 중 발생했는데, 이 레이더가 어떠한 목표물도 탐지하지 못해 아파치 헬기가 사실상 해상 공격에 대해 '눈먼' 상태가 되었다.

3면이 바다인 한반도의 광대한 해안선과 북의 다양한 대공 방어 시스템을 고려할 때, 이는 특히 치명적인 결함으로 여겨진다.

당시 방위사업청은 록히드 마틴에 레이더 성능 향상을 요청했지만, 추가 비용을 요구하는 바람에 뒤로 미뤄진다.

2022년 9월, 윤석열 정부는 예산 4000억원을 투입해 2023년부터 2027년까지 성능 향상 계획을 수립했다. 하지만 이 작업이 완료된 후에도 기존에 제기된 레이더의 탐지 정확도 문제와 해상 탐지 능력 부재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지 여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왜냐하면 문제의 근본 원인이 소프트웨어 결함이나 시스템 설계상의 오류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도입하는 ‘아파치’와 관련 물품 역시 헬기의 일부 성능이 향상됐을 뿐, 탐지 및 레이더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는 않았다.

‘아파치’, 걸프전에 투입된 사막전쟁용

본래 ‘아파치’는 1991년 걸프전에 처음 실전 배치돼 사막 전쟁에서 뛰어난 성능을 발휘했다. 하지만, 70%가 산악지형이고 4계절의 변화가 뚜렷한 한반도에서 ‘아파치’의 효율성은 매우 제한적이다.

‘아파치’는 평지나 개방된 지역에서 최적의 성능을 발휘하지만, 산악 지역에서는 비행경로의 복잡성과 시야 제한으로 인해 적을 탐지하고 공격하기가 어렵다. 또한, 산악 지형은 기복이 심해 레이더의 탐지 및 회피 기동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한반도는 사막과 달리 4계절 기상 변화가 매우 빠르고 극단적이다. 겨울에는 눈과 얼음, 여름에는 장마철의 강한 비바람과 안개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런 악천후는 ‘모래폭풍’만을 대비한 아파치의 비행 안정성을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고성능 전자 장비와 센서의 효과적인 운영을 방해한다. 예를 들어, 비와 눈, 안개는 열화상 시스템의 탐지 능력을 저하시켜 실전에서 무용지물이 되고만다.

더구나 북은 S-300, S-400과 유사한 장거리 방공 미사일 시스템을 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시스템은 매우 높은 고도와 긴 사거리에서 헬기를 탐지하고 요격할 수 있다. 또한, SA-2, SA-3 같은 중거리 방공 미사일뿐만 아니라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MANPADS)과 같은 단거리 시스템도 촘촘하게 배치되어 있어, 저고도로 비행하는 헬기에도 큰 위협이 된다.

이뿐만 아니라 ‘아파치’는 기동력이 떨어져 전방에 배치해야 하지만 기습 공격에 취약하고, 산악 지형의 특성상 ‘아파치’는 쉽게 노출되기 때문에 지상군과 효과적으로 협력하는 데 장애물이 될 수 있다. 또한 ‘아파치’는 고도로 복잡한 기계 및 전자 시스템을 가지고 있어 정비와 유지보수에 많은 비용이 든다. 합동군사훈련에서 ‘아파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없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아파치’ 왜 또 구매했을까?

윤석열 정부는 1대당 약 7,000만 달러(한화 약 1,000억 원)씩이나 주고 ‘아파치’를 왜 구매했을까? 한반도 지형에선 무용지물이란 사실을 몰랐을까. 그럴 수는 없다. 중앙행정기관인 방위사업청이 낸 보고서가 버젓이 존재하는데 어떻게 모를 수 있겠나.

무엇보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가 제작해 연내 육군에 납품하게 될 소형무장헬기(LAH)는 무장력이 뛰어나 ‘아파치’에 비해 규격은 작지만 뛰어난 성능 탓에 ‘한국형 아파치’로 평가받는다.

LAH는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총 6539억원을 투입해 체계개발에 성공함으로써 양산에 들어갔다. 앞으로 육군에서 170여대를 운용할 예정이다. 사실 LAH의 성능을 더 향상하면 미국산 ‘아파치’를 고가에 구매할 이유가 없다.

‘한국형 아파치’로 불리는 국산 소형무장헬기(LAH) 시제기 시험비행 장면. ⓒ한국항공우주산업( KAI) 제공

윤석열 정부가 굳이 ‘아파치’를 구매한 이유는 미국의 강매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이 오랜 기간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에게 자국산 무기를 판매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외교적, 군사적 압력을 행사해 왔다는 사실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미국은 중동 지역에서의 군사 활동을 축소하고, 그에 따라 남은 군 장비와 무기 시스템을 새로운 시장에 판매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아파치’는 그동안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에서 널리 사용되었다. 이 지역에서 미군 철수와 함께 많은 ‘아파치’가 남게 됐다.

미국은 이런 잉여 장비를 동맹국에 판매하고 있다. 지난 13일 폴란드도 미국으로부터 96대의 아파치(AH-64E) 헬기를 100억 달러(13.3조원)에 구매하기로 계약했다. 물론 러시아의 침공을 대비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잉여 장비 강매가 분명하다.

미국의 요청이라면 일본과의 굴종외교도 마다하지 않는 윤석열 정부가 아닌가. 미국의 ‘아파치’ 강매에 혈세 4.7조원을 날려 먹었다는 합리적 의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

강호석 기자sonkang11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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