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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조약, 나토 러 침공시 북 파병 가능성도’

이해영, 통일뉴스 월례강좌서 ‘북러조약과 한반도’ 강연

“나토가 러시아 본토를 침공하는 일이 발생하면 아마 이 조약에 따라서 북한군이 파병될 가능성도 논리적, 이론상으로는 배제할 수가 없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6월 19일 평양에서 체결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로씨야련방사이의 포괄적인 전략적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이하 북러조약)을 두고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이같은 해석을 내놓았다.

이해영 교수는 지난달 9일 오후 광화문 변호사회관 조영래홀에서 열린 통일뉴스 월례강좌에서 ‘북러 정상회담과 한반도 정세’를 주제로 강연하며, 북러간 조약을 ‘방위조약’ 보다 포괄적인 ‘기본조약’으로 부르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짚었다.

“분명히 군사적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경제 협정이라고 하는 걸 좀 강조하려고 일부러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다”는 것. 실제로 북러조약은 경제분야는 물론 사법권, 국제협력 등 다양한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이해영 교수는 지난달 9일 오후 광화문 변호사회관 조영래홀에서 열린 통일뉴스 월례강좌에서 ‘북러 정상회담과 한반도 정세’를 주제로 강연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그렇지만 이 교수 역시 ‘방위조약’에 해당하는 조문들에 눈길을 돌렸다. 이 교수는 북러조약 제4조 “쌍방중 어느 일방이 개별적인 국가 또는 여러 국가들로부터 무력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타방은 유엔헌장 제51조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로씨야련방의 법에 준하여 지체없이 자기가 보유하고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를 “61년 흔히 동맹조약이라 일컬어지는, 조소동맹조약 1조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일성 수상과 니키타 흐루쇼프 수상이 1961년 7월 6일 모스크바에서 체결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쏘베트사회주의공화국련맹 간의 우호협조 및 호상원조에 관한 조약’(이하 조소조약) 제1조는 “체약 일방이 어떠한 국가 또는 국가 련합으로부터 무력 침공을 당함으로써 전쟁상태에 처하게되는 경우에 체약 상대방은 지체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온갖 수단으로써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에 비해 백남순 외상과 이고르 이바노프 러시아 연방 외부장관이 2000년 2월 9일 평양에서 서명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소비에트 사회주의연방공화국 간의 우호협조 및 호상원조에 관한 조약’(조소신조약) 제2조는 “쌍방 중 한 곳에 침략당할 위기가 발생할 경우 또는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그리고 협의와 협력이 불가피할 경우 쌍방은 즉각 접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조러조약은 2000년 조소신조약에서 사라진 자동군사개입 규정이 61년 조소조약과 똑같은 문구로 되살아난 셈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해영 교수는 북러조약이 쌍무조약임을 강조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이 교수는 “러시아가 북한에서 일방적으로 뭘 한다기보다는, 동시에 쌍무 조약이기 때문에 북한도 러시아에 대해서 일정한 방위 조약상의 의무를 지게 된다”며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가 러시아 본토를 침공하면 이 조약에 따라서 북한군이 파병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도 이번 조러조약 제3조에 “직접 위협 단계 그 다음에 전쟁 단계가 있는데, 직접 위협 단계를 설정을 해 둔 것”이라며 “61년 조약하고 이번 조약의 가장 중요한 차이”라고 짚었다. “자동 개입이다, 무조건 개입이다, 하는 해석에 대한 조금 거리를 두려고 한다”는 해석이다.

제3조는 “쌍방중 어느 일방에 대한 무력침략행위가 감행될수 있는 직접적인 위협이 조성되는 경우 쌍방은 어느 일방의 요구에 따라 서로의 립장을 조률하며 조성된 위협을 제거하는데 협조를 호상 제공하기 위한 가능한 실천적조치들을 합의할 목적으로 쌍무협상통로를 지체없이 가동시킨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교수는 이번 조러조약의 성격을 ‘자동개입’ 보다는 ‘방어조약’으로 해석하고, 푸틴 대통령이 북러 정상회담 직후 베트남을 방문, “우리가 서명한 조약에 따른 군사 분야 원조는 체약 일방에 대한 침략이 있을 때만 제공”된다며 “한국은 북한에 대한 침략을 시작할 계획이 없다고 알고 있으므로 이 분야에서 우리의 협력에 대해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언급한 점을 들었다.

이 교수는 “알파벳 문화권의 조약문 구성하고 우리말로 조약문을 구성할 때 제일 치명적인 차이가 하나 있는 게 ‘조동사’”라며 “북한하고 러시아 사이에 맺은 방위 조항은 ‘shall’로 표기하고 미국이 우리하고 맺은 건 ‘will’로 표기한다”고 강조했다. “shall로 표기되면 무조건 해야 되는 강행 규범이다. will로 표기하거나 could로 표기하거나 may로 표기하는 건 그런 의미가 아니다”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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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체결된 ‘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간의 상호방위 조약’, 이른바 ‘한미상호방위조약’의 경우 제2조에 “당사국 중 어느 1국의 정치적 독립 또는 안전이 외부로부터의 무력 공격에 의하여 위협을 받고 있다고 어느 당사국이든지 인정할 때에는 언제든지 당사국은 서로 협의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영문본에 ‘will’로 표기돼 있다. 미국이 유럽하고 맺은 ‘나토조약’도 will로 표기되어 있다고.

이 교수는 또한 조러조약 1조에 “국제법적원칙들에 기초한 포괄적인 전략적동반자관계를 항구적으로 유지하고 발전시킨다.”는 규정에 대해 “지금 국제 관계는 한편으로는 미국 주도의 ‘규칙 기반 국제 질서’가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국제법 기반 국제 질서’ 이렇게 나누어진다고 보면 된다”며 미국은 국제법 보다 국내법을 외부에도 적용하는 “국제법 위에 있는” 규칙 기반 국제질서를 강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번 조러조약 체결은 러시아의 입장에서 볼 때 미국 주도의 “지금까지 낡은 ‘유로-아틀란티스트 안보 시스템’이 붕괴”되었고 “지금 러시아 쪽 입장에서 볼 때 제일 중요한 관심사는 ‘유라시아 안보 시스템’이다”라고 짚었다.

특히 “브릭스(BRICS)가 일견 순항하는 것처럼 보여도 지금 인도와 중국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상당히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유라시아 안보 시스템 관련해서 푸틴이 아주 액티브하고 공격적으로 중앙아시아, 유라시아 쪽 담론을 주도하면서 북한도 넣고 베트남도 관계 유지하고 특히 인도를 특별하고 특혜적인 동반자 관계로 설정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러 포괄적 전략동반자조약, 러-베트남 포괄적 전략동반자 공동선언과 사실상 동시에 체결된 러-인 군사파견협정(Military Deployments Pact)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 아울러 “그 다음에 이란하고의 관계가 또 역시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해영 교수는 핵무기 보유국 북한과 러시아가 손잡음으로써 북러와 한미 간의 군사력이 ‘빅장’ 수준에 왔다고 진단했다. [자료 제공 - 이해영]

 

이 교수는 “북러조약을 통해서 이제 한반도는 북러 간의 어떤 군사력, 그 다음에 한국과 미국 간의 군사력 이 ‘빅장’ 수준에 왔다고 본다”며 “분쟁 수준은 동결될 가능성이 있다. 물론 군비 경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빅장’은 장기에서 쓰이는 용어로 서로 무승부로 비기는 경우다.

이 교수는 차기 대선 유력주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의 기류에 대해 “북한도 우리 돈으로 지키라는 것이고 중국하고 미국이 싸울 때 앞줄에 서라는 이야기”라며 “한국군 입장에서 보면 북한 억제와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 견제라는 이중적인 혹은 복합적인 딜레마에 들어갈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구체적으로 “한국이 만일 오커스(AUKUS)에 가입하면 한미 동맹도 동맹인데, 중국으로서는 ‘안보 불가분의 원칙’에 따라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짚었다. ‘안보 불가분의 원칙’은 ‘나의 안보와 너의 안보는 분리되지 않는다’는 것인데, “기존의 미국, 영국, 호주로 되어 있는 앵글로색슨 군사동맹의 오크스에 한국과 일본이 들어간다는 의미는 중국과 싸우자는 이야기”라는 것.

특히 북한과 러시아 모두 핵무기 보유국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여기서 더 나가면 절멸(extermination)”이라며 “유일하고 이성적인 선택지는 평화공존”이라고 강조하고 “이제 평화 공존이라는 화두를 우리가 좀 더 본격적으로 시민사회가 중심이 되어서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북측 입장에서는 “유라시아 대륙이라고 하는 새로운 기회의 창이 이번 조약을 통해서 공식화됐다고 본다”며 “현재로서는 북은 남쪽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본다”고 진단하고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부부장이 “제발 좀 서로 의식하지 말며 살았으면 하는 게 간절한 소망”이라는 언급을 상기시켰다.

 

이해영 교수는 주류 언론의 우크라이나 전쟁 보도에 대한 문제점을 강한 톤으로 비판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이 교수는 “중국이 이번 북러조약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중국이 역할을 하게 하자”,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이 빨리 끝나면 푸틴이 김정은을 팽시킬 거다”, “이제 우리 화났기 때문에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진짜로 보낼 거야”와 같은 보수언론들의 현실성 없는 논조를 예시하며 비판하기도 했다.

아울러 강연 당일 국내 주류언론을 뒤덮은 러시아 군이 우크라이나 어린이 병원을 폭격해서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보도에 대해 “아동병원을 폭격한 것은 미국이 제공한 지대공 미사일이 날아가다가 방향을 헤매버리면서 하필이면 어린이병원에 떨어진 사건”이라고 바로잡고 “북러조약에 대한 보도도 별로 다를 바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평화3000이 후원하는 ‘2024년 통일뉴스 월례강좌’ 9월 강좌는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연구교수가 “중동정세 변화와 국제질서의 재편”을 주제로 9월 10일 오후 6시 30분 전태일기념관 공연장에서 강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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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관 기자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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