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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상에도 오히려 엔 약세 “아베노믹스의 저주”



한승동 에디터

sudohaan@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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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

  • 입력 2025.12.22 20:30

  • 수정 2025.12.23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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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달러=157엔대, 1유로=184.70엔으로 최저치

 

내년 3월 말 1달러=160엔대 전망 많아

 

금리 인상에도 ‘실질실효환율’ –2.15% 최저

 

여전히 살아 있는 ‘아베노믹스의 저주’

 

‘아베노믹스’ 브레인들이 포진한 다카이치 정권

 

다카이치 내각 지지율 67%로 더 올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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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1달러=157엔대 후반을 오가는 도쿄 외환시장의 달러 대비 엔 시세. 일본경제신문 12월 22일

지난 19일 일본은행이 정책금리를 기존 0.5%에서 0.25%p 올린 0.75%로 결정했지만 엔 시세는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금리를 올리면 일반적으로 통화 가치가 올라가 환율은 내려가지만, 엔 환율은 30년만의 최고치라는 0.75%의 정책금리 결정 당일 1달러=155엔대 후반에서 156엔대 전반까지 오르내리면서 금리인상 발표 직전의 1달러=155.80엔 전후에서 오히려 소폭 올랐다. 앞으로도 1달러=160엔 전후로 엔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엔 약세로 인한 수출기업 업적 호조 전망 속에 주식가격은 올라갔다.

 

엔 약세 기조로 흐름이 분명하게 바뀐 것은 당일 오후 3시 40분 무렵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경기를 가열하지도 냉각시키지도 않는 ‘중립금리’에 대해 “특정하는 것은 어렵고, 상당한 폭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발언한 직후 순간적으로 1달러당 40엔 정도로 엔 약세 쪽으로 움직이면서부터다. 시장은 중립금리에 대한 우에다 총재의 이런 모호한 입장 표명을 향후 금리인상 의지가 박약한 것으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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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의 19일 금리인상 관련 기자회견을 계기로 한 엔 약세 지행. 기자회견 전 1달러=156엔대를 오가던 엔 시세는 기자회견 뒤 1달러=157엔대로 계속 내려갔다. 일본경제신문 12월 22일

엔 시세 1달러=157엔대, 1유로=184.70엔으로 최저치

 

이후 엔 매도세가 이어진 가운데 뉴욕 환시장에서 엔 시세는 한때 1달러=157.70엔대로 내려가 1개월만의 최저치를 기록한 뒤 1달러=157.50엔대로 거래를 마쳤다. 엔 시세는 유로에 대해서도 한때 1유로=184.70엔대로, 1999년에 단일통화 유로가 탄생한 이후 가장 낮은 시세를 기록했다.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올리고 내리는 판단을 할 때 중시하는 ‘중립금리’와 관련해 일본은행은 진작부터 1~2.5%의 폭 내에서 추계치를 공표해 왔다. 이번 달 들어 우에다 총재는 중립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발언도 했다. 중립금리 인상은 금리인상 여지를 확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시장 일각에서는 금융완화에서 벗어나 금융긴축에 적극적인 ‘매파 성향’이 강한 금리인상을 전망하는 분위기가 퍼져 있었다. 그 배경에 높은 물가고 등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이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19일의 기자회견에서 우에다 일본은행 총재는 중립금리 폭 축소 등에 대해 밝힌 게 없었을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금리인상 속도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일본은행이 ‘매파적 금리인상’ 쪽으로 움직일 것이라 예상하고 있던 시장 참가자들로선 헛물을 켠 셈이 됐다. “(우에다 총재의 발언이)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이 엔 매도를 불렀다”고 바클레이즈 증권의 가도타 신이치로 외환채권조사부장은 말했다.(아사히신문 12월 22일)

 

내년 3월 말 1달러=160엔대 전망 많아

 

시장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내년 3월 말까지 엔 시세가 1달러=160엔 전후까지 내려갈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스미토모은행의 스즈키 히로후미 수석 환전략가는 일본은행의 다음 금리인상 시기를 2026년 10월로 예상하면서 “(다음) 금리인상까지 시간이 상당히 남아 있어서 엔 약세 쪽으로 계속 흘러가기 쉽다”면서 내년 1~3월 1달러=162엔까지 엔 약세가 진행될 수도 있다고 봤다.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이 19일 “투기적인 움직임까지 포함해서 지나친 움직임에 대해서는 적절한 대응을 하겠다”고 한 것도 엔 약세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견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JP모건체이스 은행의 다나세 준야 수석 환전략가는 “짧은 기간에 160엔을 넘어가는 엔 약세가 진행된다면 급속한 환율변동으로 간주해 (정부가) 개입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미즈호증권의 야마모토 마사후미 수석 환전략가는 “미국은 엔 약세에 대해 환율개입이 아니라 금리인상 쪽의 대응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금방 개입에 나서긴 어려울 것”이라며, 정부와 일본은행의 자세를 떠보는 형태로 엔 약세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어서 엔 시세가 최대 1달러=165엔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노무라증권의 고토 유지로 수석 환전략가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내년 6월까지 추가 금리인하를 단행해 내년 전반기에는 달러가 약세를 보일 것”이라며, 내년 3월 말 엔 시세를 1달러=155엔으로 예측했다.

 

닛케이 평균주가는 올라 5만엔대 회복

 

엔 약세로 주가는 올라갔다. 오사카 주식거래소에서 닛케이 평균주가는 5만엔대를 회복했으며, 5만 2000~5만 5000엔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하는 시장관계자들이 많다고 아사히는 보도했다. 주가에 역풍으로 작용하기 쉬운 금리인상도 지금은 주가 하락의 본격적인 요인이 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다카이치 정권의 적극재정 정책으로 재정 확장에 대한 우려가 주가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필립증권의 기타노 하지메 일본주 수석전략가는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조기에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거를 실시하는 등 재정 확장 쪽으로 더 나아갈 것이라는 것이 현실감을 띠게 되면 주가도 하락하게 될 리스크가 있다”며 그럴 경우 닛케이평균은 4만 5000엔 전후까지로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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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금리인상을 발표한 뒤 기자회견에서 기자들 질문에 대답하고 있는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아사히신문 12월 20일

일본 ‘실질실효환율’-2.15%로 반세기만의 최저

 

일반적으로 금리가 올라가면 통화(엔) 시세도 올라간다. 이번 일본은행의 정책금리 인상은 그런 일반론에 역행했다. 지금 엔 시세는 달러 대비 시세만이 아니라 여러 통화들과의 비교를 통해 종합적으로 산출하는 지표인 ‘실질실효환율’에서 반세기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엔 약세가 진행되면 일본 국내물가는 점점 올라가 서민들 생활은 더 어려워진다. 물가를 잡아야 할 일본은행이 왜 그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일까? 고물가를 잡기 위해 단행한 금리인상이 왜 소기의 성과를 내지 못하는 걸까?

 

아사히신문의 베테랑 기자 하라 마코토 편집위원에 따르면, 일본은행이 정책금리를 0.75%로 올리 뒤에도 ‘실질실효금리’는 마이너스 2.15%로 여전히 아베노믹스 때의 초저금리 금융완화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인들은 상대적 반곤에 시달리고 있다.(아사히 12월 20일)

 

하라 마코토에 따르면, 일본 엔은 세계 주요 통화들에 비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세계의 인플레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022년 2월 24일 이후다. 엔 시세는 그 이후 다른 주요 통화들에 대해 유별난 약세 행보를 지속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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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 중앙은행들의 '실질정책금리'. 일본은 -2.15%, 유로 -0.2%, 그밖의 나라들 실질정책금리는 모두 플러스. 한국은 0.1%. 아사히신문 12월 20일

우크라 전쟁 뒤 달러 대비 26% 싸진 엔

 

우크라전쟁 직전인 2022년 1월엔 1달러=115엔 정도였던 엔 시세는 요즘 155엔대에 거래될 정도로 싸졌다. 그 기간에 엔 시세가 달러 대비 26%나 내려갔다.

 

다른 주요 통화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스위스프랑에 대해서는 37% 싸졌고, 유로에는 29%, 영국 파운드에는 26%, 호주 달러에는 21%, 중국 위안에 대해서도 18%나 가치가 떨어졌다. 엔이 그만큼 싸졌다는 얘기다. 그 때문에 일본인들은 상대적으로 그만큼 더 가난해졌다는 것이 하라 위원의 주장이다.

 

외국인 여행객들이 일본으로 밀려드는 현상이 그런 사정을 상징한다. 같은 돈으로 일본에선 그만큼 더 싸게 호텔을 이용할 수 있고 물건을 싸게 살 수 있다. 올해 일본을 찾는 외국인 여행객 수는 4천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이지만, 일본인들은 그들 여행객처럼 즐겁지 않다.

 

금융정책 조사분석연구기관 도단(東短)리서치에 따르면, 일본의 정식(定食)체인점 ‘오토야’의 시마홋케 야끼(임연수 구이) 정식은 지난 11월 기준으로 뉴욕에서는 팁 포함 7145엔(약 6만 7000원)이었으나, 도쿄의 가게에서는 같은 메뉴가 1240엔(약 1만 1700원)으로, 일본인들은 같은 음식이 미국에서 일본보다 5.8배나 더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는 것으로 느낀다. 도쿄에서 1240엔에 먹을 수 있는 것을 뉴욕에선 7145엔을 내고 먹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 가장 큰 이유는 엔 시세가 그만큼 낮기 때문이다. 하라 마코토는 그만큼 일본인은 상대적으로 빈곤해졌고, 엔 약세가 진행되면 될수록 점점 더 가난해질 것이라고 본다.

 

엔으로 외국 물품을 수입할 경우 엔 시세가 내려가면 그마나큼 더 많은 엔을 지불해야 하고, 수입된 그것은 일본 국내에서 물건값에 전가돼 그만큼 더 비싸진다. 엔 시세가 내려가면 물가가 올라가는 것이다. 일본에선 엔 약세로 상대적 빈곤을 느끼는 터에 수입품의 가격이 올라가면서 다른 물건 값도 올라가는 물가고(인플레)가 심각한 상태다.

 

물가 잡으려는 물가대책 추가예산이 물가 부추길 수도

 

다카이치 정권은 지난 16일 국회에서 통과된 18조 3034억 엔(약 172조 원) 규모의 보정예산(추가경정예산)에서 8.9조 엔(약 83조 원)을 물가대책비로 할당했다. 2.7조 엔(약 25조 원)의 가솔린 감세를 비롯해서 소득세 감세, 겨울철 전기 가스 요금 지원, 아동 1인당 2만엔 지급 등에 쓰인다. 전체 보정예산의 60%가 넘는 11조 6960억 엔(약 110조 원)을 국채 추가발행으로 충당한다. 국채발행은 곧 그만큼 정부부채가 더 늘어난다는 얘기다.

 

보정예산 투입으로 경기가 활성화될 경우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해, 물가를 잡기 위한 보정예산 60% 이상의 물가대책비가 오히려 물가를 더욱 부추기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원래 물가대책으로 가장 효과가 있고 또 가장 많이 활용되는 것은 중앙은행의 금리인상이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전쟁 발발 이후 급등한 물가를 잡기 위해 주요국들은 금리를 인상했다. 미국 FRB는 정책 금리를 최고 5.25~5.5%까지 올렸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유로 탄생 이후 최고치인 4.5%까지 금리를 올렸다. 영국 잉글랜드 은행도 최대 5.25%까지 금리를 올렸다. 그 결과 인플레율이 억제된 뒤 다시 이자를 내려, 대다수 중앙은행들은 경기를 데우지도 식히지도 않는 ‘중립금리’에 가까운 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은 예외적이다. 정책금리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뺀 ‘실질정책금리’의 경우 일본만 유독 큰 폭의 마이너스 금리상태다. 미국의 실질정책금리는 1.15%, 영국은 0.55%, 한국은 0.1%, 캐나다 0.05%, 유로권은 마이너스 0.2% 등인데 비해, 일본은행은 이번에 정책금리를 0.75% 올렸지만 실질정책금리는 마이너스 2.15%나 된다.

 

여전히 살아 있는 ‘아베노믹스의 저주’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19일 기자회견에서 “정책금리 변경 뒤에도 실질금리는 큰 폭의 마이너스가 계속돼 완화적인 금융환경은 유지된다”고 말했다. 하라 마코토는 이를 “아베노믹스의 저주”라고 했다. “일본은행이 왜 이런 물가고에도 물가를 올리기 위한 금융정책을 아직도 계속하고 있는가? 이것은 제2기 아베 신조 정권에서 구로다 하루히코 당시 일본은행 총재 아래 추진된 아베노믹스의 저주 탓이 크다.”

 

아베노믹스의 핵심 개념은 돈(엔)을 대량으로 뿌리면 물가와 임금, 소비가 서로 다투듯 올라가는 ‘선순환’이 시작돼 일본경제의 고질문제인 디플레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행이 장기적인 엔 약세 기조를 유지해 온 근본 이유다. 그것을 위해 아베와 구로다는 일본은행을 통해 초저금리의 금융완화정책을 쓰면서 막대한 돈을 뿌렸고, 그로 인한 재정적자를 대규모 국채발행, 즉 차입금(부채)을 통해 메웠다.

 

그러나 그 결과는 오히려 임금과 물가, 그리고 엔 시세를 서로 끌어내리는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디플레 상태를 심화시켰다. 아베노믹스는 아베가 2020년 8월 총리직에서 사퇴하고 2022년 7월 피살당한 뒤 흔들리기 시작했고, 10년간 총재자리를 지킨 구로다가 2023년 4월 퇴임한 뒤 일본은행 총재가 된 우에다 가즈오가 2024년 3월 초저금리 금융완화정책 탈피, 즉 탈아베노믹스를 선언하면서 공식적으로 청산이 시작됐다. 그렇게 해서 임금을 올리고 물가도 올려 디플레에서 벗어나고 엔 시세를 끌어올리는 작업이 느리지만 꾸준히 진행돼 왔다.

 

‘아베노믹스’ 브레인들이 포진한 다카이치 정권

 

그러나 ‘제2의 아베’라는 다카이치 사나에가 아소 다로 부총재 등 자민당 내 우익세력을 등에 업고 총재에 당선되고 또다른 우익정당 일본유신회와 연립정권을 구성하면서 또 다시 고비를 맞고 있다.

 

하라 마코토가 지적하듯이 “고물가 상태에서도 여전히 ‘물가를 올리는 금융정책’을 계속하는 것은 ‘디플레 탈각’(탈디플레)이라는 문제의식에 집착한 아베노믹스의 브레인들이 지금 다카이치 사나에 정권 브레인으로 다시 영향력을 끼치기 시작한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 아베노믹스의 브레인들은 ‘부국강병’을 위해 재정투입 확대를 통한 성장정책을 추구하기 때문에 금리인상을 바라지 않는다. 올해 10월 기준, 신선식품을 제외한 일본 소비자물가지수(CPI)는지난해 같은 달 대비 3% 상승하는 등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우에다 총재는 금리인상을 통해 이같은 고물가도 잡고 엔 시세도 끌어올려야 한다. 그래야 임금도 오르고 소비와 투자도 늘어 일본경제가 ‘아베노믹스의 저주’로부터 탈출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 10월의 일본은행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우에다 총재는 시장의 기대를 저버리고 금리인상을 미뤘다. 다카이치와 그 브레인들, 자민당과 연립 여당 일본유신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번에 정책금리를 0.25%p 올릴 수밖에 없었던 것은 물가고에 고통당하는 사회와 시장의 압박, 그리고 미국의 압력 때문이었다. 미국은 달러 대비 엔 시세가 올라가야 달러 약세가 돼 무역적자와 재정적자를 줄일 수 있다고 계산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국은 금리를 내리고 일본은 금리를 올려야 한다.

 

다카이치 정권은 이번 한 차례 정책금리 인상을 허용했지만, 앞으로도 계속 그런 자세를 견지할 것으로 보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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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내각 지지율 추이. 왼쪽은 이시바 시게루 내각, 오른쪽이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 푸른선은 지지율, 붉은선은 지지하지 않는다고 한 응답 비율. 마이니치신문 12월 21일

다카이치 내각 지지율 67%로 더 올라가

 

마이니치신문이 20~21일 실시한 일본 전국여론조사에서 다카이치 내각 지지율은 67%로, 한달 전 조사 때의 65%에서 2%p 더 올라갔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 비율은 22%로 한 달 전 조사 때보다 1%p 내려갔다. 10월의 내각 출범 이후 3개월 연속 지지율이 65%를 넘었고, 점점 더 올라가고 있다. 대만 관련 발언으로 중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키고, 그 때문에 중국인 일본여행객들이 급감하는 등 일본 경제와 외교 안보에 악영향을 끼친 다카이치 총리의 대중국 행보와 중국의 강경 대응이 오히려 일본 민족주의를 자극한 영향이 크다. 또한 이에는 적극재정으로 경제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보정예산을 통해 소득세 감면 하한선을 기존 연간소득 160만 엔(약 1500만 원)에서 178만 엔(약 1670만 원)으로 큰 폭으로 높여 세금을 깎아주는 등의 감세 조치를 취한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중국과의 대립을 부른 대만 관련 ‘다카이치 발언’에 대해 조사 대상자의 67%는 그 발언을 ‘철회할 필요가 없다’고 응답했다. 중국이 요구하는 대로 ‘철회해야 한다’고 한 응답은 11%에 그쳤다.

 

연령대별 다카이치 내각 지지율을 보면 18~29세가 75%(지난 조사 때 74%)로 가장 높았고, 30대 69%(76%), 40대 72%(71%), 50대 67%(63%), 60대 69%(62%), 70세 이상 58%(56%)로, 고루 높은 지지율을 보였지만 젊은층의 지지율이 노년층보다 더 높았다.

 

이런 지지를 등에 업은 다카이치 정권이 지지율의 정점에 섰다고 판단한 시기에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거를 실시해 지금의 여소야대 정국을 여대야소로 바꾸는데 성공할 경우, 이베노믹스로부터의 탈각은 더 멀어지고 대규모 국채발행을 통한 적극재정 정책을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그럴 경우 감세 조치로 늘어난 재정적자(정부부채)는 더 늘어날 것이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초저금리와 엔 약세 기조는 유지될 공산이 크다. 이미 GDP(국내총생산)의 260%가 넘는 정부부채를 안고 있는 일본경제가 그것을 버텨낼 수 있을까. 유일한 희망은 다카이치의 적극재정 정책이 추구하는 '신아베노믹스'가 일본경제를 디플레 상태에서 성장궤도에 다시 올려 놓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전망 불투명한 위험한 도박일 수 있다.

 

아사히의 하라 마코토 편집위원이 걱정하는 엔 약세로 인한 일본인들의 상대적 빈곤과 일본경제의 곤경은 다카이치와 그 브레인들의 적극재정을 통한 성장정책이 성공하지 못할 경우 훨씬 더 큰 어려움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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