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 지역은 '새들의 국제공항'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철새들이 많이 오가는 곳입니다. 구좌읍 하도, 종달에서 성산읍 고성오조, 고성리 하수종말처리장, 신양, 온평, 신산, 삼달신풍, 신천을 지나 표선(읍)에 이르기까지 약 40㎞에 걸쳐 공항 예정지를 따라 조류 서식지 벨트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곳에 서식하고 있는 새들은 60여 종으로 각종 오리류, 갈매기류, 가마우지, 저어새, 왜가리 등 15만 마리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이중 겨울 철새들은 10월 중순쯤 이 지역을 찾아 월동하고 오리는 이듬해 3월 말, 갈매기류는 4월 중순쯤 떠납니다.
사실 새들의 개체 수가 너무 많아 정확히 헤아리기가 힘듭니다. 가장 널리 알려진 하도 철새도래지는 20만 평이 넘는데, 한창 새들이 많을 때는 물 위를 덮다시피 많습니다. 하도리 습지 지역은 청둥오리를 비롯한 오리류가 가장 많고 가마우지류 저어새 물수리 등 다양한 철새들이 겨울을 나고 있습니다. 저어새, 쇠가마우지, 민물가마우지와 같은 법정보호종도 많고요.
이곳은 겨울을 나기에 기온이 적합해 북쪽의 추운 지방에서 날아오는 철새들의 종착지가 됩니다. 겨울에 북쪽 지역은 호수나 해수면이 얼면 먹이가 없으니까 따뜻한 제주도 남쪽으로 와서 겨울을 나는 것이지요. 성산 일대에는 습지가 많아 새들이 좋아합니다. 습지에는 갈대숲이 우거져 있고 먹이사슬이 풍부하게 형성돼 있거든요. 해안가에는 치어 떼가 몰려들고 멸치가 떼를 지어 나타나기도 합니다. 플랑크톤도 형성돼 있고, 겨울에도 밭에서는 농작물이 자라므로 푸른 이파리도 뜯어 먹습니다. 바닷가의 해조류도 먹고요."
이렇게 많은 새들이 밀집해 있는 만큼 성산 지역에 제2공항이 들어서면 비행기와의 충돌사고가 발생할 위험성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건 지극히 당연해 보인다. 조류충돌 사고는 주로 비행고도가 낮은 이착륙과정에서 발생한다. 대부분의 조류충돌 사고가 비행고도 2000피트(약 610m) 이하에서 발생한다는 것이 국제적으로도 통설이다. 비행고도 2000피트를 역산하면 공항에서 반경 13㎞ 이내 지역이 된다. 고도 1500피트(약 457m)는 반경 8㎞로 완충구역, 500피트(약 152m)는 반경 3㎞로 핵심구역으로 분류된다. 반경 3㎞ 구역에서 새가 150m로 높이로 날 때 비행기와 충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속 370㎞로 운항 중인 항공기에 0.9㎏의 오리가 충돌할 때 항공기가 순간적으로 받는 충격은 4.8t에 이른다고 한다. 새가 엔진의 공기흡입구에 빨려 들어가면 팬 블레이드를 망가뜨리거나 엔진 작동에 치명적 영향을 초래할 수도 있다.
제2공항 예정부지 반경 3㎞에는 신산리와 오조리, 8㎞ 반경에는 종달리와 신천리, 13㎞ 반경에는 하도리가 있다. 모두 '버드 스트라이크 존'에 해당한다. 강석호씨가 가장 우려하는 대목도 바로 비행경로 주변에 새들이 밀집해 있다는 사실이다. 자세한 설명을 들어보자.
"제가 사는 여기 신산리는 공항이 들어서면 비행기 이착륙지가 되는데요, 비행기 고도가 100m 이하가 될 겁니다. 새들이 많은 신산리 포구는 이착륙지에서 1㎞ 남짓한 가까운 거리입니다. 조류충돌 핵심구역인 반경 3㎞ 안에 조류 서식지가 있는 것이지요.
제가 찍은 영상에서도 나타나듯이 새들이 200∼300m 이상까지 날아오르는 것을 자주 목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새들의 활동 범위가 반경 8㎞가 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어요. 그런데 하도 철새도래지부터 오조, 하수종말처리장, 신산, 그리고 서쪽으로 신양, 표선에 이르기까지 모두 새들의 밀집지역이니까 충돌위험구역이 그만큼 넓다는 이야기입니다. 앞에서 말한 40㎞에 달하는 겨울 철새 서식지가 항공기 이착륙 지역과 동일선상에 있다는 겁니다."
강석호씨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성산 제2공항은 조류충돌 사고로부터 한시도 안심할 수 없는 화약고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국토부는 전략환경영향평가를 통해 별문제가 없다는 듯 매우 낙관적인 조사 결과를 내놓은 바가 있다. 어떤 과정을 거쳐 이런 결론을 내린 것일까.
" 2022년 4월 26일부터 6월 10일 사이에 조류 조사를 시행하면서 미처 떠나지 못한 잔류 철새에 한해서 3㎞ 범위 내 갈매기류, 오리류, 가마우지, 저어새, 도요새, 물떼새 등 총 8종 76개체만 조사했고, 3∼8㎞ 범위 내 겨울철새도래지에서 총 30종 730여 개체에 한해서 조사한 내용을 평가서에 반영한 것이에요. 이런 사실들은 실제 제가 월동 기간에 조사한 내용의 고작 1∼2% 수준에 불과한 것입니다. 조사 기간에 새가 가장 많은 겨울철이 빠진 허술하기 짝이 없는 내용입니다.
평가서를 보면 겨울 철새들이 항공기 이착륙 지역과 동일 지역에 집단으로 서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리류는 하도 해안 지역 등에 다수 서식하고, 갈매기류는 해안선을 따라 이동하고 있어 모두 항공기 소음지역 바깥에 서식하므로 공항 운영에 영향이 없다는, 그리고 새들이 100m 이하로 날아다닌다는, 사실과는 다른 상황으로 기술하고 있습니다.
겨울 철새들의 활동 범위를 살펴보면, 해안가나 넓은 바다, 습지, 저수지를 비롯하여 내륙 깊숙한 곳까지 광범위한 지역을 넘나들면서 먹이 사냥을 하다가 주로 습지나 해안가 등지에서 휴식을 취합니다. 천적이나 거센 바람, 소음, 진동을 느꼈을 때 상공으로 급상승하여 선회하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기를 반복하며 무리를 지어 이동하는 습성이 있습니다. 가마우지와 갈매기류는 주로 낮에 활동하고, 오리류는 어두워지면 이동을 많이 하고요. 그만큼 위험한 것입니다. 국토부는 이런 새들의 습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어요."
국토부와는 달리 강석호 씨는 조류충돌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제2공항이 들어선다면 조류충돌 위험성이 가장 큰 새를 그는 어떤 종으로 보고 있을까?
"가마우지나 갈매기류가 몸피가 큰 데다가 떼를 지어 날기 때문에 가장 충돌 위험이 크다고 봅니다. 이것들은 100마리에서 많게는 한 200∼300마리가 한꺼번에 움직이거든요. 50마리만 뭉쳐서 날아도 엄청납니다. 높이 날기도 하고요. 오리도 떼 지어 납니다. 떼를 이루어 난다는 점이 무엇보다도 위험요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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