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당시 계엄군이 선거관리위원회 직원 30여명을 포승줄로 묶고 얼굴에 복면을 씌운 후 구금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검찰수사에서 드러났다. 그런데 당시 선관위 직원 체포를 담당한 국군정보사령부 요원들이 준비한 체포·구금용 장비 중에는 포승줄과 안대뿐만 아니라 야구방망이와 망치, 송곳 등 고문 또는 위협용으로 보이는 도구도 확인됐다.
검찰 ‘12·3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은 27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하면서 일부 수사내용과 확보한 증거물 사진을 공개했다.
특별수사본부가 공개한 증거물품 사진을 보면, ‘선관위 직원 체포조’는 ▲ 송곳 ▲ 가위 ▲ 니퍼 ▲ 십자·일자 드라이버 ▲ 안대 ▲ 포승줄 ▲ 케이블타이 ▲ 야구방망이 ▲ 망치 등을 준비했다.
이 중에서 포승줄, 안대 등은 직원들을 포박하기 위한 도구로 추정된다. 그리고 야구방망이와 망치, 송곳 등은 고문도구 또는 위협용으로 추정된다.
‘선관위 점검·서버 반출 및 직원 체포 시도’와 관련한 특별수사본부의 수사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먼저 김용현 전 장관은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 문상호 정보사령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에게 선관위 장악 및 전산자료 확보를 지시했다. 이에, 문상호 사령관은 11월경 A 정보사 대령과 B 정보사 대령에게 정보사 요원 30여 명을 선발하도록 했다. 그리고 정보사령관 출신 민간인인 노상원은 이들 정보사 요원들에게 선관위 직원들을 체포·감금하라는 임무를 부여했다.
문상호 국군정보사령관이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4.12.20 ⓒ뉴스1 이후 문상호 사령관과 민간인 노상원은 12월 1일 안산 롯데리아에서 A·B 대령을 만나 비상계엄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을 알렸다. 문상호 사령관은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알려주고, 대통령과 김용현 전 장관의 지시임을 밝혔다. 그리고 노상원은 “부정선거 의혹이 크다”면서 “너희가 중앙선관위 전산 서버실로 가면 된다”고 지시했다.
비상계엄 당일인 12월 3일, 문상호 사령관은 C 정보사 계획처장에게 중앙선관위 서버실 확보를 위해 침투할 1개 팀(10명)을 무장하도록 지시했다. 또 A·B 대령에게 “저번에 추천한 요원을 2개 팀으로 꾸려 8시까지 소집하라”고 지시했다. 이날 안산 롯데리아를 다시 찾은 민간인 노상원은 D 2기갑여단장, E 전시작전통제권전환TF팀장, 김용군 전 제3야전군사령부 헌병대장 등을 만나 “합동수사본부 수사단이 구성되는데 D 장군이 단장, E 장군이 부단장을 맡으면 되고, 상황을 종합해서 장관께 보고하는 임무를 수행하면 된다”고 했다.
문상호 사령관은 비상계엄 전 C 계획처장에게 미리 중앙선관위로 출동하라고 한 뒤, C 처장이 보내온 중앙선관위 조직도를 보고 붙잡아 감금할 직원 30여 명을 최종적으로 정했다. 이후 B 정보사 대령은 36명의 정보사 요원에게 감금할 선관위 직원 명단을 불러주면서, 포승줄 등으로 묶은 뒤 얼굴에 복면을 씌워 수도방위사령부 B1벙커 구금시설로 이송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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