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에는 우리의 관심인 남북대화나 북미대화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지만 한반도를 둘러싸고 굵직한 사건이 몇 개나 발생해 향후 한반도 정세에 우려와 기대를 갖게 만들고 있습니다. 새해 벽두에 터져 나온 김정은 위원장의 ‘남북관계는 동족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선언은 민족통일을 염원하는 이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으며,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은 향후 남한과 북한의 상황과 관련 은연중에 희비의 쌍곡선을 긋게 만들었으며, 그리고 윤석열의 12.3내란과 탄핵안 통과, 특히 ‘내란 우두머리’ 혐의 구속 후 전개될 향후 정치 일정에서 남측의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여전히 진행 중에 있는 2024년에 발생한 몇 개의 굵직한 사안들이 2025년 새해에는 한반도 정세와 남북관계에 부정적이기보다는 긍정적으로 작용하기를 기대하면서 통일뉴스가 선정한 ‘2024년 한반도 10대뉴스’를 발표합니다. / 편집자 주

 

1. 윤석열, 12.3비상계엄 선포 (12월 3일) 및 탄핵안 통과 (12월 14일)

12월 14일 국회 앞에서 열린 윤석열 탄핵 촉구 집회. 추위 속에서도 200만명이 운집했다. 이날 국회에서 윤석열 탄핵안이 통과됐다. [통일뉴스 자료사진]
12월 14일 국회 앞에서 열린 윤석열 탄핵 촉구 집회. 추위 속에서도 200만명이 운집했다. 이날 국회에서 윤석열 탄핵안이 통과됐다. [통일뉴스 자료사진]

우여곡절 속에서도 민주주의가 진행되고 있는 21세기 한국사회에서 초현실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 사실 이는 친위 쿠데타나 내란에 가까웠다. 내란은 국회 현장에 미리 도착해 방어를 친 시민들의 저항과 국회에 투입된 계엄군의 미적거림 등으로 실패했다. 이후 국민적 저항이 거세게 일어나 12월 14일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특히 내란세력은 오물풍선 원점타격과 드론 평양 상공 침투 등을 통해 북측을 인계철선화해 계엄령 발동의 명분으로 삼으려 했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더했다. 윤석열 탄핵안은 통과됐지만 광범한 내란세력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며 정부와 여당은 내란을 방조하는 일조차 서슴지 않고 있다. 내란은 진행 중에 있고 윤석열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하기 위한 국민적 저항도 진행 중에 있다.

2. 트럼프, 미국 제47대 대통령 당선 (11월 5일)

7월 18일 미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을 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 트럼프는 이날 ‘후보 수락 연설’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나를 그리워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해, 당선 후 북미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시사했다. [사진-Fox 유튜브 갈무리]
7월 18일 미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을 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 트럼프는 이날 ‘후보 수락 연설’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나를 그리워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해, 당선 후 북미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시사했다. [사진-Fox 유튜브 갈무리]

‘트럼프-312표, 해리스-226표’. 유세 기간 중 두 차례의 암살 미수 사건을 겪은 트럼프가 박빙일 것이라는 예측을 일축하고 승부처인 경합주 7곳에서 모두 승리하며 압도적인 표 차이로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문제적 인물’ 트럼프의 귀환은 세계 정세와 한반도 정세에도 커다란 반향을 일으킬 전망이다. 남한에는 경각심을, 북한에는 기대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남한을 현금인출기란 뜻의 ‘머니머신(Money Machine)’으로 지칭하며 주한미군 주둔 비용으로 연간 100억 달러 지불을 요구할 정도다. 북한에 대해서는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의향을 비치면서 대북 라인에 북미 대화론자들을 중용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1월 20일 제47대 대통령으로 취임한다.

3. 김정은, ‘적대적 두 국가’ 선언 (1월 1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월 15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남북관계는 동족관계가 아니며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라고 선언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월 15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남북관계는 동족관계가 아니며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라고 선언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연말연시 당 전원회의와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남북관계는 동족관계가 아니며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라고 선언했다. 이는 북측이 80년간 주장해온 ‘하나의 민족’과 ‘하나의 국가’를 부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남측에 커다란 충격파를 던졌다. 나아가 전쟁 발발시 ‘대한민국 점령, 평정, 수복, 편입’을 주장했고 ‘대한민국을 불변의 주적’으로 규정했다. 이어 조국통일3대헌장기념탑 철거,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등 대남기구 해체,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 표현 삭제, ‘통일’·‘화해’·‘동족’ 개념 제거, 북쪽 경의선 구간 폭파 등이 이뤄졌다. 특히 김 위원장은 남쪽 국경선과 관련 헌법을 개정하겠다고 언명했으나 그 실행 진위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남북관계가 원상태로의 복귀가 아닌 전혀 새로운 차원, ‘암흑의 시기’로 들어섰다.

4. 북-러 사실상 ‘동맹관계’ 수립 (6월 19일)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을 방문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6월 19일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을 방문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6월 19일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김정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지난해 2023년 9월 러시아 극동지역 소재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의 정상회담 이후 올해 6월 평양에서 다시 만났다. 결과는 놀라웠다.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의 제4조가 ‘유사시 자동군사개입조항’으로 해석되어 사실상 ‘북러 동맹관계’로 평가됐다. 이후 두 나라는 정치·군사·경제를 비롯해 다방면에서 왕성한 교류와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두 나라는 11월 들어 위 조약을 상호 비준했으며 12월 초에 비준서를 교환함으로써 효력을 발생했다. 북러 조약 비준에 따라 러-우크라 전쟁에서 북한군의 러시아전선 파병설과 우크라군과의 교전설 등이 두서없이 유포되고 있다.

5. 남북 충돌 위기.. 전단 살포부터 평양 상공 무인기 침투까지

북한이 공개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구역 상공에서 삐라를 살포하는 ‘적 무인기’.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북한이 공개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구역 상공에서 삐라를 살포하는 ‘적 무인기’.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남북관계가 몇 년째 경색되면서 간헐적으로 갈등 국면으로 접어든 적은 있었지만 2024년에는 갈등을 넘어 충돌 위기로까지 나아갔다. 남측이 2018년 이후 그나마 남북관계 유지의 실낱같은 안전핀인 ‘9.19 남북군사합의’ 효력을 정지하자 남과 북은 남측의 대북 전단 살포를 기점으로 끝모를 충돌 분위기를 향해 질주했다. 여기에 윤석열의 8.15경축사에서 ‘자유의 북진’을 통한 ‘자유통일’, 사실상 ‘흡수통일’ 주장이 기름을 부었다. 이후 북측의 대남 오물풍선 부양-상호 확성기 방송-평양 상공 ‘적 무인기’ 침투로 상승했다. 특히 북측은 평양 무인기 침범의 주범이 남측이라며 지목했으나, 남측 합참은 “사실여부를 확인해 줄 수 없다”며 NCND를 취했다. 그러나 ‘윤석열 내란 사건’이 터지면서 무인기를 내란세력이 조종했음이 드러나고 있다.

6. 북, 최종 완결판 ICBM ‘화성포-19’형 시험발사 (10월 31일)

북한이 10월 31일 시험 발사한 최종 완결판 ICBM ‘화성포-19’형. 북한은 성공 후 “핵무력 강화 노선을 절대로 바꾸지 않을 것임을 확언한다”고 못박았다.
북한이 10월 31일 시험 발사한 최종 완결판 ICBM ‘화성포-19’형. 북한은 성공 후 “핵무력 강화 노선을 절대로 바꾸지 않을 것임을 확언한다”고 못박았다.

북측은 ‘국방력 발전 5개년계획’의 4년차인 2024년에도 핵무력 강화를 계속 추진해, 2021년 1월 8차 당대회에서 과제로 제시한 △대남 공격을 위한 전술핵무기,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ICBM 명중률 제고, △미사일 방어망을 뚫을 극초음속 미사일, △기습공격이 가능한 고체연료 ICBM, △핵잠수함과 물속에서 발사할 수 있는 핵무기, △상대 진영을 살피기 위한 정찰위성 등의 전략무기 개발이 마무리됐다고 선언했다. 그 결정판은 ‘화성포-19’형. 북측은 10월 31일 ‘새로운 초강력 공격수단’, ‘최종 완결판’ 대륙간탄도미사일로 호칭한 ‘화성포-19’형의 시험발사 성공 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핵무력 강화 노선을 절대로 바꾸지 않을 것임을 확언한다”고 못박았다.

7. 남측 통일운동단체들 명칭 변경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가 6월 15일 총회(임시공동대표회의)를 통해 ‘자주통일평화연대’로의 명칭 변경과 함께 조직을 전환하고 출범식을 개최했다. [통일뉴스 자료사진]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가 6월 15일 총회(임시공동대표회의)를 통해 ‘자주통일평화연대’로의 명칭 변경과 함께 조직을 전환하고 출범식을 개최했다. [통일뉴스 자료사진]

북측이 올해 초 ‘남북관계는 적대적인 두 개 국가관계’라고 선언한 후 대남기구와 남북공동기구 등을 변경·해체하자 대북 파트너가 없어진 해당 남측 단체들도 변화를 모색했다. 북측은 통일전선부를 노동당 ’중앙위 10국’으로 개편했으며, 6.15북측위원회와 범민련 북측본부,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 민족화해협의회, 단군민족통일협의회 등을 해산했다. 이에 남측에서는 6.15남측위원회가 자주통일평화연대로 범민련 남측본부가 자주연합(준)으로 각각 단체명을 바꿨다. 해외에서는 6.15해외측위원회 해산, 재미 통일학연구소의 정세연구소로 개편, 재일 평화통일협회 해체 등이 진행됐다. 남북해외 민간단체들이 정체성과 역할에서 새로운 좌표를 모색하고 있다.

8. 윤석열, '뉴라이트' 성향 인물 대거 발탁.. 8.15행사 두쪽 (8월 15일)

윤석열 대통령은 주요 정부 기관들에 ‘뉴라이트’ 성향 인물들을 대거 발탁했다. 이에 민족문제연구소 등이 12월 17일 ‘뉴라이트 기관장 자진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뉴라이트 인사들의 공직 사퇴를 요구했다. [통일뉴스 자료사진]
윤석열 대통령은 주요 정부 기관들에 ‘뉴라이트’ 성향 인물들을 대거 발탁했다. 이에 민족문제연구소 등이 12월 17일 ‘뉴라이트 기관장 자진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뉴라이트 인사들의 공직 사퇴를 요구했다. [통일뉴스 자료사진]

윤석열 대통령은 내각과 주요 정부 기관들에 일제 강점기를 미화하고 항일독립운동을 폄훼하는 ‘뉴라이트’ 성향 인물들을 수장으로 대거 발탁했다. 민족연구소는 구체적으로 이배용 국가교육위원장, 김영호 통일부 장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허동현 국사편찬위원장, 김주성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사장, 김낙년 한국학중앙연구원장,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김채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 그리고 ‘12.3내란’ 이후 임명된 박선영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장 등을 지목했다. 특히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을 둘러싸고 사상 처음으로 광복절에 정부 주최 경축식과 독립운동단체 기념식이 따로 열리는 ‘진귀한’(?) 일까지 발생했다.

9. 임종석, ‘통일 버리고 평화 선택하자’ 주장 (9월 19일)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 연설에서 ‘통일을 버리고 평화를 선택하자’고 주장해 파장이 일었다. 사진은 임 전 비서실장이 2021년 6월 ‘다시 시작하는 남북합의 이행’ 주제 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모습. [통일뉴스 자료사진]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 연설에서 ‘통일을 버리고 평화를 선택하자’고 주장해 파장이 일었다. 사진은 임 전 비서실장이 2021년 6월 ‘다시 시작하는 남북합의 이행’ 주제 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모습. [통일뉴스 자료사진]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 연설에서 “통일, 하지 말자”로 시작하는 파격적인 발언과 함께 “두 개의 국가를 수용하자”고 주장해 파장이 일었다. 나아가 그는 ‘두 개 국가론’을 위해 영토조항을 규정한 헌법 3조의 삭제와 국가보안법 폐지 및 통일부 정리도 주장했다. 이는 남측의 현재 통일 분위기를 감안하고 특히 연초 김정은 위원장의 ‘적대적 두 국가론’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진보성향 전문가들은 ‘부적절’하다고 입을 모았으며, 윤석열 대통령은 임종석을 겨냥해 “통일이 인생목표라더니 급선회했다”고 비난했다. 임종석의 주장은 ‘통일을 버리고 평화를 선택하자’는 간단명료한 문제제기였지만 역으로 ‘통일이 안 된다면 평화는 왜 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했다. 한반도에서 ‘평화문제’와 ‘통일문제’의 상호관계와 선차성에 대한 성찰이 요구되고 있다.

10. 북 여자축구, ‘20세 이하’와 ‘17세 이하’ 여자 월드컵 우승

북한 여자축구가 ‘2024 FIFA U-17 여자 월드컵’에서 스페인을 누르고 우승했다. 사진은 시상대에서 우승의 기쁨을 나누는 북한 선수들. [사진-FIFA 홈페이지 갈무리]
북한 여자축구가 ‘2024 FIFA U-17 여자 월드컵’에서 스페인을 누르고 우승했다. 사진은 시상대에서 우승의 기쁨을 나누는 북한 선수들. [사진-FIFA 홈페이지 갈무리]

북측 여자축구는 강했다. 지난 9월 ‘2024 FIFA U-20 여자 월드컵’ 결승전에서 일본을 1-0으로 제압한 북측 여자축구는 11월 ‘2024 FIFA U-17 여자 월드컵’에서는 스페인을 누르고 각각 우승했다. 두 월드컵 모두 역대 세 번째 우승이다. 이에 앞서 북한 여자축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U-20 아시안컵’과 ‘AFC U-17 아시안컵’에서도 각각 1위를 한 바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국제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던 북측 여자축구는 올해 아시아와 세계 무대에 등장해 ‘흙 속에서 진주 찾듯’ 세계 최강 수준의 독보적 실력을 발휘했다. 이와 관련 재일 [조선신보]는 17세 이하에서 우승하자 “조선 여자축구의 승승장구하는 전진행로는 이제 시작”이라며 미래를 낙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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