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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밤거리 50만 응원봉... 이날치의 일갈 "내란'범'은 씨를 말려야"

▲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개혁 4차 범시민대행진’이 28일 오후 서울 광화문앞에서 윤석열퇴진 비상행동 주최로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응원봉 불빛을 밝히며 행진을 시작하고 있다. ⓒ 권우성

화난 시민들의 행진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개혁 4차 범시민대행진’이 28일 오후 서울 광화문앞에서 윤석열퇴진 비상행동 주최로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응원봉 불빛을 밝히며 명동입구까지 행진하고 있다. ⓒ 권우성

'윤석열 퇴진'을 외치는 형형색색 50만 개 응원봉 물결이 세밑 서울 밤거리를 수놓았다.

28일 서울 광화문 앞 동십자각에서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하 비상행동)이 주최한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4차 범시민대행진'(이하 범시민대행진)이 열렸다. 참여인원은 주최 측 추산 50만 명. 이들은 응원봉을 흔들며 한목소리로 "윤석열 퇴진"과 "윤석열 체포"를 외쳤다.

현장에는 파란 모자를 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 김민석 최고위원 등 민주당 지도부가 참여했다. 이 대표는 '내란동조 국민의힘 해체하라' 적힌 손팻말을 들고 응원봉을 흔들며 힘을 보탰다. 이 대표는 따로 연설을 하거나 메시지를 남기진 않았다.

시민들은 집회 후 서울 광화문을 출발해 열린송현녹지광장~조계사~청계천~을지로를 거쳐 명동까지 행진했다. 행진 참여자가 많아 행렬은 길게 이어졌다. 이들의 행진을 지켜본 버스와 택시, 거리를 걷는 시민들도 손을 흔들며 응원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찰은 오후 5시 10분 기준 비공식 추산으로 3만5000명이 참가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퇴진' 집회 참석한 이재명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오후 서울 광화문 앞에서 윤석열퇴진 비상행동 주최로 열린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개혁 4차 범시민대행진' 집회에 참석해 피켓을 들고 있다. ⓒ 남소연

분노한 시민들 "왜 범죄자에게 한없이 너그럽나?"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전날(27일) 검찰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 기소하며 발표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에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검찰은 윤 대통령이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후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에게 직접 전화해 "아직도 못 들어갔어? 본회의장으로 가서 4명이 1명씩 들쳐업고 나오라고 해", "문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에 광화문에 모인 시민들은 즉각적인 윤석열 탄핵과 체포, 국민의힘 해체를 외쳤다.

김은정 참여연대 합동사무처장은 "쿠데타 일어난 지 한 달이 되어가는데도 증거인멸이 명백해 보이는 수괴와 일당의 체포, 구속수사가 이뤄지지 않는다"며 "검찰과 경찰은 어째서 중대하고 엄한 범죄자에 대해선 한없이 너그럽고 신중한가"라고 규탄했다. 김 합동사무처장은 새로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을 향해 "주권자의 준엄한 명령 아래 한낱 관료의 선택권은 없다"며 "헌법재판관을 임명하고, 내란특검법을 공포해 이들의 범죄를 낱낱이 드러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민발언을 위해 무대에 오른 이가은씨는 "윤석열이 총을 쏴서라도 국회의원들 끌어내라고 했다. 역사로만 알던 군부독재가 재연될뻔했다. 다시 생각해도 등골이 오싹하고 소름이 돋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은 자신의 권력을 위해 민주주의를 파괴했고, 이를 합리화하기 위해 국민의 생명과 한반도 평화를 놓고 도박을 했다. 이런 자가 대통령인 나라에서 살다가는 국민 모두가 피가 말라죽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언제까지 불안 속에 살아야 하냐"며 "윤석열 파면시키고 구속시켜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28일 오후 서울 광화문 앞에서 윤석열퇴진 비상행동 주최로 열린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개혁 4차 범시민대행진'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남소연

지난 21일부터 22일까지 28시간 동안 이어진 소위 '남태령대첩'을 소셜미디어에 적극 알린 여성농민 김우주(트위터리안 '향연')씨도 시민들의 뜨거운 환영 속에 무대에 올랐다. 김씨는 남태령대첩은 "'국민의힘 장례식에서 상여를 하면 좋겠다'는 트윗에서 시작됐다"며 그날의 승리 후 벌어진 뒷이야기를 전했다.

"우리는 긴긴 동짓날 밤을 지나서 역사의 한 장면을 남긴 남태령 대첩 승자가 됐다. 우금티에서 쓰러진 동학농민들의 한을 조금이나마 풀어냈다. 이번만큼은 산자들이 죽은자를 돕고 위로해 드렸다. 물론 익일특급으로 (농민들은) 방배경찰서의 집시법 위반 출석요구서를 받았다. 윤석열은 내란 이후 25일이 넘도록 따뜻한 방에서 먹고 자는데, 농민들은 로켓배송으로 출석요구서를 받고 뒷목을 잡고 있다. 이게 나라냐. 내란동조범들의 적반하장도 너무하지 않나."

김씨는 "농민 선배들은 지금 천군만마를 얻은 거 같다고 한다"며 "피 흘리고 목숨 바친 농사 아스팔트 농사가 헛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남태령 불꽃이 전장연으로 동덕여대로 곳곳에 농성현장으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남태령의 승리는 결코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치 "우리는 독재의 망령과 싸워서 져본 일이 없다"

광화문에서 뭉친 이날치 &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 '이날치 &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가 28일 오후 서울 광화문 앞에서 윤석열퇴진 비상행동 주최로 열린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개혁 4차 범시민대행진' 집회에서 공연하고 있다. ⓒ 남소연

광화문에서 뭉친 이날치 &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 '이날치 &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가 28일 오후 서울 광화문 앞에서 윤석열퇴진 비상행동 주최로 열린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개혁 4차 범시민대행진' 집회에서 공연하고 있다. ⓒ 남소연

한국 판소리와 춤을 재해석한 곡 '범 내려온다'로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킨 이날치&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도 이날 무대에 올랐다. 이들은 응원봉을 흔드는 50만 명 시민들과 함께 3곡을 불렀다.

이날치 멤버 안이호씨는 내란 세력을 향해 "호랑이도 호랑이 나름이다"면서 "내란'범'은 씨를 말려야 한다"라고 꼬집었다.

"그런 말이 있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고. 우리는 독재의 망령들과 싸워서 져본 일이 없다. 3.1절이 그랬고, 4.19혁명과 부마항쟁, 5.18도 그랬다. 가까이로는 촛불혁명이 그랬다. 그런데 그때는 우리가 급했나 보다. 얘네들이 그렇게 질긴 고기인 줄 모르고 적당히 육즙만 빼먹었다. 이번에는 턱이 아프고 젓가락질 하나 손이 아프지만 남김없이 잘근잘근 씹어 삼키자. 그렇게 꼭꼭 씹어 삼키면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의 피와 살이 되고 뼈대가 되어줄 거다."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반짝반짝 빛나는 응원봉을 흔들며 명동으로 행진했다. 이들이 걸음을 잇는 동안 로제 '아파트', 김연자 '아모르파티', 소녀시대 '소원을 말해봐', 부석순 '거침없이'와 같은 대중가요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민중가요 '헌법 제1조' 등이 흘러나왔다. 시민들은 중간중간 "윤석열 탄핵"을 외치며 함께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다.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31일 오후 8시 광화문에서 '아듀 윤석열 송년콘서트'를 열 예정이다.

한편 이날 비슷한 시각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인근에선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와 자유통일당 주관으로 윤석열 탄핵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태극기와 성조기 등을 흔들며 "계엄 합법, 탄핵 무효" 등 구호를 외쳤다. 주최 측은 300만 명이 참가했다 밝혔지만, 경찰은 비공식 추산 3만 5000명이 참가했다고 발표했다.

▲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개혁 4차 범시민대행진’이 28일 오후 서울 광화문앞에서 윤석열퇴진 비상행동 주최로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응원봉 불빛을 밝히며 행진을 시작하고 있다. ⓒ 권우성

▲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개혁 4차 범시민대행진’이 28일 오후 서울 광화문앞에서 윤석열퇴진 비상행동 주최로 열렸다. 한 시민이 직접 제작한 '단두대'(작동하지 않음)를 광화문앞에 설치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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