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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탄핵' 헌법재판관 믿을 수 있을까…'보수 4인방' 불안

  • 법조

  • 입력 2025.01.24 03:15

  • 수정 2025.01.24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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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두·정형식·김복형·조한창, 판결 경향성 뚜렷

'윤석열 분신' 이진숙 방통위원장 기어이 되살려

정권의 조직적 방송 장악이란 전체 맥락 도외시

현 정권과 강한 동질성 가진 보수 엘리트층 일원

정형식 못잖은 강성 김형두, 안동완 검사 면죄부

김복형, '건국절' 관련 질문에 17초 침묵 상징적

국힘 추천 조한창, 곧바로 본색…사법농단 연루

여권 거센 압박 속 윤 탄핵은? 전원일치 불투명

헌재의 탄핵안 기각으로 직무에 복귀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23일 경기 과천시 방송통신위원회에 출근하며 미소 짓고 있다. 2025.1.23. 연합뉴스

내란 사태 와중에도 윤석열의 대표적 분신(分身)이자 '보수 여전사'라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기어이 되살아났다. 많은 국민과 야권은 '헌법재판소가 이번엔 설마' 했지만 요지부동인 헌재 내 보수파에 의해 뒤통수를 맞은 꼴이 됐다.

'보수 4인방' 김형두·정형식·김복형·조한창 재판관이 이진숙 탄핵을 기어이 가로막고 직무에 복귀시킴으로써 이러다 윤석열도 대통령 직무에 복귀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싹틀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본적으로 현 정권과 강한 동질성을 갖고 있으며 수구보수 엘리트층의 일원인 이들 4인방이 그 경향성을 다시금 확인시킴으로써 '헌법재판관 만장일치 윤석열 탄핵'을 갈망하는 시민들은 다시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이 됐다.

헌법재판소는 23일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이진숙 방통위원장 탄핵 사건 선고기일을 열고 재판관 4대 4 의견으로 기각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재판관 9명 중 7명 이상이 출석해 6명 이상이 동의하는 것으로 파면 여부를 결정한다. 탄핵소추안이 기각되면서 이 위원장은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 174일 만에 업무에 복귀했다.

문형배 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정정미·정계선 재판관은 "방송의 공익성과 공공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했다. 피청구인의 법 위반은 임명권자인 대통령을 통하여 피청구인에게 간접적으로 부여된 국민의 신임을 박탈하여야 할 정도로 중대하다"면서 파면이 마땅하다는 의견을 냈지만, 김형두·정형식·김복형·조한창 재판관은 법규범의 문리적 해석에만 집착해 "방통위의 재적 위원은 피청구인과 김태규 2인뿐"이라며 '방통위 2인 체제'가 적법하다고 이 위원장 손을 들어줬다.

 

이 위원장이 KBS와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후보자를 부실하게 심사해 부적격 후보자를 임명했다는 소추 사유에 대해서도 '보수 4인방'은 "후보자 면접을 실시하지 않았다거나 회의에 소요된 시간이 1시간 45분 정도였다는 것만으로는 추천·임명 과정에서 대표성과 전문성이 고려되지 않았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상식과 논리에 맞지 않는 비합리적 주장을 아무렇지도 않게 설시했다. 이 위원장이 취임 당일 곧바로 비공개 회의를 열고 김태규 부위원장과 함께 단둘이 KBS 52명, 방문진 31명 등 무려 83명의 이사 후보자에 대해 1시간여 만에 그야말로 날림으로 심사를 마친 게 '대표성과 전문성이 고려'된 과정이라는 것이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왼쪽)과 조한창, 정형식, 김형두 등 재판관들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탄핵심판 사건 선고기일에 입장하고 있다. 2025.1.23 [공동취재] 연합뉴스

이 같은 탄핵 기각 사유는 사실관계와 법리상으로도 납득하기 어렵지만, 이 위원장을 앞세운 윤석열 정권의 조직적인 언론 탄압과 방송 장악이라는 전체 맥락을 도외시하고 나아가 이를 헌법의 이름으로 용인해줬다는 차원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민주화 이후 방통위를 독임제가 아닌 합의제 기관으로 만든 입법 취지가 명백함에도 헌재의 보수파 재판관들이 현 정권과 동일한 인식을 갖고 이미 정해진 결론에 따라 이번 탄핵 사건 심리에 나선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는다. 차기 방문진 이사 6명의 임명을 효력 정지하는 등 법원의 잇따른 제동으로 동력이 상실되는 듯했던 방통위 2인 체제에 헌재가 다시 날개를 달아줌으로써 방송 농단이 전방위적으로 재개되는 건 시간 문제가 됐다.

더욱이 이 위원장은 헌재의 탄핵심판이 한창 진행 중인데도 극우 유튜브 채널에 잇따라 출연해 "가짜 좌파들과 싸우는 전사들이 필요하다" "더불어민주당이나 좌파 집단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는 집단" 등의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헌법과 국가공무원법이 규정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는 처음부터 안중에 없었다. 12‧3 비상계엄 이후에는 자신의 SNS에 "현직 대통령은 오직 한 명뿐" "유죄가 확정되기 전까진 무죄" 등의 게시글을 올리며 윤석열을 옹호해왔다.

이 때문에 언론노조 MBC 본부는 <윤석열 정권의 방송 장악에 눈감은 헌재 결정 규탄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한동안 잠잠했던 윤석열 정권의 방송장악 망령을 다시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특히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이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를 짓밟고 유례없는 극도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는 현실에서, 윤석열 정권의 방송 장악 선봉이자 극우 편향성의 끝판왕인 이진숙의 방통위원장 복귀는 더욱 심각한 사회적 비극을 야기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이번 헌재의 결정은 윤석열 정권의 위헌적인 방송장악 음모의 맥락을 외면하고, 그로 인해 벌어질 위헌적 상황에 대한 고려도 부족했다는 점에서 심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어 "방통위 2인 체제의 위법성에 대한 지적은 유사한 거의 대부분의 재판에서 지적해왔다. 헌재의 이번 결정은 지금까지의 사법적 안정성을 해치는 동시에 법률 해석에 대한 혼란만 키우게 됐다"면서 "이진숙‧김태규 방통위는 이 혼란을 악용해 말도 안 되는 의결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다. 이진숙은 물론 방송 장악에 목매고 있는 적폐 세력들, 그리고 극우 세력에 의지해 정권 연장을 기대하고 있는 윤석열 일당에게 헌재가 불러온 이 혼란은 반갑기 그지없을 것"이라고 개탄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도 성명을 통해 "내란 세력이 준동하는 가운데 이번 탄핵 기각이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위협하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킬 것으로 크게 우려된다"며 "탄핵 기각 의견 재판관들은 이진숙 이전부터 윤석열 대통령 지명 2인 체제가 헌법이 보장하는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독립성을 파괴했다는 사실을 제대로 살펴봤어야 한다. 그 맥락에서 이진숙이 공영방송을 장악하기 위해 저지른 만행을 판단하는 게 마땅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진숙 위원장의 심각한 헌법 및 실정법 위반 행위를 외면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소추안 기각 결정에 대해서는 언론 자유의 역사가 심판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오른쪽 위에서 시계 방향으로 조한창, 김형두, 문형배, 정형식, 이미선, 정정미, 김복형, 정계선 헌법재판관

헌재의 윤석열 탄핵심판이 만에 하나 기각으로 결론 날 가능성과 관련해 지금까지는 주심을 맡은 정형식 재판관에게 주로 초점이 맞춰져 왔으나 김형두‧김복형 재판관도 그 못지않은 복병이라는 시각 또한 적지 않게 존재한다. 모두 윤 대통령이 임명한 이들 재판관 중 김형두 재판관은 대법원장 지명이 유력하게 거론됐을 정도로 현 정권의 신임을 받으며 헌재 결정에서 강한 보수성을 표출해왔다. 그는 '이적행위 찬양·고무'를 금지한 국가보안법 7조에 합헌 의견을 냈고, 공소권을 남용해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의 피해자 유우성 씨를 '보복 기소'했던 안동완 검사 탄핵심판 사건에서는 정형식 재판관과 함께 안 검사의 '결백'을 주장했다.

김복형 재판관은 윤 대통령이 임명한 조희대 대법원장에 의해 지명된 인물이다. 보수적 정체성과 관련해 지난해 9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건국절' 관련 질문에 17초나 침묵한 장면은 상징적이다. 김 재판관은 당시 "대한민국은 1919년 4월에 수립된 나라냐, 1948년 8월에 수립된 나라냐"라는 더불어민주당 이건태 의원의 간단한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법사위 야당 의원들을 아연실색하게 했다. 보다 못한 이 의원이 "헌법상 대한민국은 3·1 운동으로 건립된 게 맞지 않느냐"고 거듭 물었지만 김 재판관은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게 해석하는 것으로 안다"고 남 말하듯 대꾸해 이 의원이 "본인의 생각을 묻는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제야 김 재판관은 "뭐 그런 견해에 동의는 한다"고 마지못한 듯 건성으로 수긍했다.

조한창 재판관은 윤석열 정권 들어 대법관 및 헌법재판관 최종 후보로 여러 차례 하마평에 오르다 국민의힘 추천으로 헌법재판관이 되더니 역시나 보수 본색을 곧바로 드러냈다. 그는 양승태 대법원 시절 사법농단 사건에 연루된 전력 때문에 재판관 지명 때부터 논란이 컸는데, 서울행정법원 수석부장판사로 근무하던 2015년 옛 통합진보당 의원들이 정당 해산 결정 이후 낸 행정소송과 서기호 전 정의당 의원의 판사 재임용 탈락 불복 소송 등에 개입해 각 재판부에 원고 쪽에 불리하게 재판을 진행하라는 법원행정처의 지침을 전달했다는 의심을 받았다.

국회가 탄핵소추를 의결한 공직자 가운데 헌재에서 인용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평가됐던 이진숙 방통위원장 사건마저 이들 4인방이 기각함으로써 한덕수 총리, 박성재 법무장관, 최재해 감사원장,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도 줄줄이 되살아나 직무에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내란 수괴인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은 사안의 중대성과 위헌·위법성이 확실해서 다른 사건들과 다를 것이라고는 하지만 윤석열 측과 정부‧여당, 보수 진영 및 극우 세력의 '백래시'가 갈수록 거세지는 국면에서 이들 재판관이 시류와 압력에 영향받지 않고 평소 성향과도 상관없이 법과 원칙에 따른 판단만 좇을지는 알 수 없다.

특히 국민의힘에서 지도부가 앞장선 채 "헌재가 야당과 짬짜미를 하고 있다" "소장 권한대행이 이재명과 친분을 굉장히 과시하고 이재명 모친상에도 갔다" 등 작정하고 마타도어를 쏟아내며 헌재 내부 갈라치기를 집요하게 시도하고 있어 여권 친화적인 재판관들이 내심 동요하지 않을지 우려된다. 헌법재판관 현황은 진보 성향 3명, 중도·보수 성향 5명으로 구도만 보자면 윤석열 탄핵을 장담하기 어렵다. 과연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때처럼 재판관 8명 전원일치로 윤석열 파면 결정이 나올 수 있을지, 이번 이진숙 탄핵 기각으로 국민들 사이에 일말의 불안감이 가시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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