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의 윤석열 탄핵심판이 만에 하나 기각으로 결론 날 가능성과 관련해 지금까지는 주심을 맡은 정형식 재판관에게 주로 초점이 맞춰져 왔으나 김형두‧김복형 재판관도 그 못지않은 복병이라는 시각 또한 적지 않게 존재한다. 모두 윤 대통령이 임명한 이들 재판관 중 김형두 재판관은 대법원장 지명이 유력하게 거론됐을 정도로 현 정권의 신임을 받으며 헌재 결정에서 강한 보수성을 표출해왔다. 그는 '이적행위 찬양·고무'를 금지한 국가보안법 7조에 합헌 의견을 냈고, 공소권을 남용해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의 피해자 유우성 씨를 '보복 기소'했던 안동완 검사 탄핵심판 사건에서는 정형식 재판관과 함께 안 검사의 '결백'을 주장했다.
김복형 재판관은 윤 대통령이 임명한 조희대 대법원장에 의해 지명된 인물이다. 보수적 정체성과 관련해 지난해 9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건국절' 관련 질문에 17초나 침묵한 장면은 상징적이다. 김 재판관은 당시 "대한민국은 1919년 4월에 수립된 나라냐, 1948년 8월에 수립된 나라냐"라는 더불어민주당 이건태 의원의 간단한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법사위 야당 의원들을 아연실색하게 했다. 보다 못한 이 의원이 "헌법상 대한민국은 3·1 운동으로 건립된 게 맞지 않느냐"고 거듭 물었지만 김 재판관은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게 해석하는 것으로 안다"고 남 말하듯 대꾸해 이 의원이 "본인의 생각을 묻는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제야 김 재판관은 "뭐 그런 견해에 동의는 한다"고 마지못한 듯 건성으로 수긍했다.
조한창 재판관은 윤석열 정권 들어 대법관 및 헌법재판관 최종 후보로 여러 차례 하마평에 오르다 국민의힘 추천으로 헌법재판관이 되더니 역시나 보수 본색을 곧바로 드러냈다. 그는 양승태 대법원 시절 사법농단 사건에 연루된 전력 때문에 재판관 지명 때부터 논란이 컸는데, 서울행정법원 수석부장판사로 근무하던 2015년 옛 통합진보당 의원들이 정당 해산 결정 이후 낸 행정소송과 서기호 전 정의당 의원의 판사 재임용 탈락 불복 소송 등에 개입해 각 재판부에 원고 쪽에 불리하게 재판을 진행하라는 법원행정처의 지침을 전달했다는 의심을 받았다.
국회가 탄핵소추를 의결한 공직자 가운데 헌재에서 인용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평가됐던 이진숙 방통위원장 사건마저 이들 4인방이 기각함으로써 한덕수 총리, 박성재 법무장관, 최재해 감사원장,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도 줄줄이 되살아나 직무에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내란 수괴인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은 사안의 중대성과 위헌·위법성이 확실해서 다른 사건들과 다를 것이라고는 하지만 윤석열 측과 정부‧여당, 보수 진영 및 극우 세력의 '백래시'가 갈수록 거세지는 국면에서 이들 재판관이 시류와 압력에 영향받지 않고 평소 성향과도 상관없이 법과 원칙에 따른 판단만 좇을지는 알 수 없다.
특히 국민의힘에서 지도부가 앞장선 채 "헌재가 야당과 짬짜미를 하고 있다" "소장 권한대행이 이재명과 친분을 굉장히 과시하고 이재명 모친상에도 갔다" 등 작정하고 마타도어를 쏟아내며 헌재 내부 갈라치기를 집요하게 시도하고 있어 여권 친화적인 재판관들이 내심 동요하지 않을지 우려된다. 헌법재판관 현황은 진보 성향 3명, 중도·보수 성향 5명으로 구도만 보자면 윤석열 탄핵을 장담하기 어렵다. 과연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때처럼 재판관 8명 전원일치로 윤석열 파면 결정이 나올 수 있을지, 이번 이진숙 탄핵 기각으로 국민들 사이에 일말의 불안감이 가시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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