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 윤석열을 부정하고 있다.
모두가 기억하는 문제의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은 TV 화면에 나와 "지금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되었고, 입법 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다"며 "파렴치한 종북반국가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말했다. 국회, 사실상 야권을 "범죄자"라 했고, "종북반국가세력"이라고 칭하며 "반드시 척결하겠다"는 말까지 남겼다. '야권 등 반대세력=반국가세력'이란 인식은 이후 윤 대통령 탄핵심판 법률대리인단의 변론 곳곳에서도 드러난다. 이들은 "반국가세력이 내란죄로 몰아서 대통령까지 구속"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 측은 '새로운 질서'를 꿈꾼 일이 없다고 부정한다. 법률대리인단은 헌재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포고령 1호 1항 '국회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는 대목을 '정치활동을 전면 금지한 게 아니라 반국가적 활동을 못하게 막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 스스로도 21일 탄핵심판 3차 변론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가결을 막기 위해 국회에 군을 투입했다는 혐의에 대해 "아까 (CCTV 영상을 보면) 군인들이 본청사에 진입했는데 직원들이 저항하니까 스스로 나오지 않나"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군인들은 정확히 어떤 상황인지 모르고 국회에 투입됐다가, 현장에서 '이상하다'고 감지했을 뿐이다. '경고성 계엄이니 살살 움직이라'는 대통령의 지시 같은 것이 존재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1월의 윤석열'은 '12월 12일의 윤석열'도 부정한다. 계엄 선포 후 두번째 대국민 담화에서 윤 대통령은 "그동안 차마 밝히지 못했던 더 심각한 일들이 많이 있다"며 부정선거 의혹을 전면에 내세웠다. 각종 보고를 받았다며 "어떻게 국민들이 선거 결과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라는 말도 남겼다.
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탄핵심판에선 "선거가 너무 부정이어서 믿을 수 없다는 음모론을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 팩트를 확인하는 차원이었다는 걸로 이해해달라"며 그 의미를 축소했다.
12월 3일의 윤, 12월 12일의 윤, 그리고 1월의 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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