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정 재판관은 지엽적인 대목에 집착해 같은 질문을 집요하게 되풀이하며 증언의 신빙성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몰아갔다. 다음은 정 재판관과 곽 전 사령관의 문답 요지다.
-(윤 대통령 대리인단의) 반대신문에서 계속 얘기하는 게, 증인의 진술이 달라집니다. 처음에는 '사람'이라고 그랬다가, 나중에 '의원'이라고 그랬다가, 또 '데리고 나와라' 그랬다가 '끄집어내라'고 그랬다가. 이런 것들이 지금 혼재가 되어 있어요. 법률가들은 그 말이 움직이는 것에 따라서 신빙성을 다시 판단합니다. 말이 달라지니까. 증인은 아까 그것을 순화시켜서 얘기했다고 했습니다. 말이 달라지니까 자꾸 문제가 되는 거예요. 몇 번 답을 하긴 하셨는데 명확하게 다시 한번 확인하겠습니다. (의결정족수) 150명 얘기했습니까?
"12월 3일 당시에는 150명이라는 기억이 없었는데 나중에 제가 그 말을 했다고 누가 그렇게 얘기를 해 줘서 150명이라는 상황을 다시 인식했습니다."
-그러면 지금 기억에는 그 150명이 안 채워진 것 같다고 들었다는 얘기입니까?
"아닙니다. 의결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은 것 같다, 이렇게 이해했습니다."
-그러니까 오로지 증인의 기억에 의해서만 말하라는 겁니다. 자꾸 말이 이렇게 달라지는 거예요. 150명 얘기는 들은 기억이 없다?
"12월 3일 당시에는 제가 경황이 없어서 (잊었다가) 이후에 제가 그렇게 말했다고 들었습니다."
-들었다고요?
"아직 의결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은 것 같다, 이게 정확하게 제가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알고 있는 게 아니라 들은 얘기냐고요.
"네, 맞습니다."
-그러면 150명도 들은 얘기입니까?
"150명은 나중에 제가 그렇게 얘기했다는 것을 들은 겁니다."
-들은 얘기가 '인원'입니까?
"네, 인원을 끄집어내라."
-인원을 끄집어내라. 국회의원을 끄집어내라, 이랬습니까?
"안에 있는 인원을 끄집어내라, 그랬습니다."
-국회의원이라는 말은 안 했습니까? 들은 기억이 없습니까? 있습니까? 전화로.
"전화로 들었던 표현은 안에 있는 인원을 밖으로 끄집어내라, 이렇게 들었습니다."
-그러면 다시 정리하면 국회 내에 의결정족수가 안 채워진 것 같으니 문을 부수고라도 안으로 들어가서 의원을 다 끄집어내라?
"제가 표현한 내용하고 말씀이 또 다른데 아직 의결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은 것 같다. 빨리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밖으로 끄집어내라. 인원, 인원들을 밖으로 끄집어내라."
-150명 얘기는 언제 했어요?
"150명 얘기는 대통령 얘기가 아닙니다."
-자꾸 말이 달라지잖아요. 아까 분명히 대통령으로부터 들었냐고 했더니 150명 들은 기억이 생각났다, 나중에 들어보니.
"그건 김용현 장관하고 했던 얘기고 대통령님 워딩은 제가 방금 말했던 세 마디 그게 (다입니다)."
-그러면 150명 이야기는 들은 바는 없습니까?
"네, 그때 당시 제가 나중에 기억했다고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대통령이 말씀하신 워딩은 딱 그 세 줄이었습니다."
정 재판관은 150명이라는 말을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들었는지 구분해서 질문한 적이 없다. 그냥 "150명 얘기했느냐?"고 물으니까 곽 전 사령관은 당시 윤 대통령과 김 장관 전화를 교대로 받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단지 150명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만 답한 것이다. 처음부터 150명 얘기를 누구한테 들었는지 구분해서 물었다면 곽 전 사령관은 '김용현 장관으로부터' 들었다고 명확하게 답했을 텐데 정 재판관은 도리어 곽 전 사령관이 자꾸 말을 바꿨다고 역정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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