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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야 거리농성 시민들 한목소리로 "8:0"

김민주 기자

minju@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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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 입력 2025.04.01 22:35

  • 수정 2025.04.02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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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행동 '윤석열 파면 촉구' 24시간 철야 농성

"선고 일정이 발표돼 너무 기뻐서 집회 나왔다"

"헌재는 양심이 있으면 윤석열을 파면해야 해"

윤 파면 위해 '할 수 있는 것 하자'고 집회 참석

'윤석열 즉각 파면 촉구 전국 시민 서명' 진행

1일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인근 율곡로에서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 24시간 철야 집중행동에 참석한 시민들이 은박지를 두루고 철야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5.4.1. 전국비상시국회의

1일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인근 율곡로에서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 24시간 철야 집중행동에 참석한 시민들이 텐트를 설치했다. 2025.4.1. 전국비상시국회의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되는 게 당연한 거잖아요. 그런데 헌재가 발표를 하지 않으니까 너무 불안했어요. 오늘 파면 선고 일정이 발표됐으니 마음이 너무 좋아요. 이제 8대0으로 파면만 되면 돼요."

"너무 늦었지만, 그래도 선고 일정이 발표됐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윤석열이 파면될 거라 믿어요. 그게 당연한 거잖아요."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하 비상행동)이 1일 오후 개최한 철야 집회에서 만난 시민들은 이구동성으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선고 기일이 뒤늦게나마 정해진 것에 안도했다. 윤석열 파면이 확정될 때까지는 안심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새로운 사회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헌재는 이날 오전 윤석열 탄핵 심판 선고 기일을 오는 4일로 확정했다. '윤석열 파면'만 기다렸던 시민들은 오후 광화문 광장에 모여 헌재가 있는 안국역까지 행진을 한 뒤, 안국역 인근에서 오후 9시부터 24시간 진행되는 철야 집중행동에 참가했다. 집회 분위기는 이전과 사뭇 달랐다. 지금까지 집회가 헌재 선고 기일을 기다리는 '답답한' 분위기였다면 이날은 윤석열 파면을 맞이한 듯 '희망찬' 분위기였다.

 

1일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인근 율곡로에서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 24시간 철야 집중행동이 열리고 있다. 2025.4.1. 연합뉴스

철야 농성은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열린송현 녹지광장(광화문 동십자각)에서 비상행동이 주최한 '헌재를 포위하라! 윤석열을 파면하라! 24시간 철야 집중행동' 집회로 막을 열었다. 시민들은 1시간 전부터 무대 앞에 자리를 잡았다. 앞쪽 자리가 순식간에 채워지고 뒤쪽도 지하철역에서 나오는 시민들이 차례로 앉자 금세 빈 자리가 없어졌다.

한쪽에서는 한복을 입은 두 시민이 '민주주의'와 '내란공범 검찰해제'라고 쓰여 있는 큰 깃발을 흔들고 있었다. 시민들은 동그랗게 모여들었고 이를 보면서 환호성과 함께 박수를 쳤다. 다른 한쪽에서는 캘리그라피 전문가가 길바닥에 빨간색과 검은색 잉크, 종이를 쌓아두고 붓으로 '사무치면 꽃이 핀다 간절하게 파면'이라는 글을 썼다. 시민들은 전문가가 쓴 글자를 받아서 손팻말로 사용했다.

 

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인근에서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 24시간 철야 집중행동에 참가한 시민들이 집회를 준비하고 있다. 2025.4.1. 김민주 기자

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인근에서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 24시간 철야 집중행동에 참가한 한 시민이 직접 손팻말을 집회를 만들고 있다. 2025.4.1. 김민주 기자

집회에서는 어묵과 어묵 국물, 핫팻, 손팻말 등도 무료로 나눠줬다. 커다란 율무차 통을 들고 다니던 중년 여성이 대학생으로 보이는 청년들에게 "추운데 율무차 좀 드실래요? 몸에 좋은 건데…"라고 말하자, 청년들은 일어서서 무거워 보이는 율무차 통을 함께 들고 시민들에게 차를 나눠줬다. 목캔디나 초콜릿 등을 가져온 시민들은 옆 사람과 나눠먹기도 했다. 모두 처음 보는 사이지만 같은 곳을 바라보는 터여서 오래 전 만난 사람들처럼 이물없었다.

오후 8시 15분쯤부터 광화문 광장에서 헌법재판소 인근까지 행진이 시작됐다. 행진이 시작되자 자원봉사자와 시민들은 버려진 페트병, 비닐 과자봉지 등을 주웠고 그들이 떠나고 난 자리는 머문 자취가 없었다.

 

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인근에서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 24시간 철야 집중행동에 참가한 시민들이 그호를 외치고 있다. 2025.4.1. 전국비상시국회의

이날 행진은 '축제'처럼 진행됐다. 시민들은 음악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윤석열 파면"을 외쳤다. 행진 중 만난 시민은 "원래 집회에 나올 생각이 없었는데 헌재가 (윤석열 탄핵 심판 선고 기일을) 발표해서 기분이 좋아서 나왔다"며 "이미 너무 늦은 발표인데 파면이 돼야 양심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행진 대열이 인사동 거리를 지날 때쯤 극우 집회 참가자의 방해로 한때 충돌할 위기도 있었다. 이에 집회 사회자가 "극우 집회를 하고 있는데 무시하라"며 "그냥 웃어 주면 된다. 나머지는 경찰에 맡기자"고 만류했고, 시민들도 성숙한 모습으로 그들과 충돌을 피했다.

오후 9시부터 본격적인 철야 집회가 시작됐다. 시민들은 안국동 사거리를 가득 채웠고 함께 박수를 치며 "만장일치 파면하라" 구호를 외쳤다. 자원봉사자들은 리본에 '8대0 파면'이라는 문구를 적어 도로 안전 펜스에 묶었다. 쌀쌀한 날씨에 시민들은 롱패딩을 여미고 철야를 할 채비를 갖췄다.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 24시간 철야 집중행동에 참가한 시민들 모습. 2025.4.1. 전국비상시국회의

한 시민은 기자에게 "다음 날 일을 해야 하지만 매일 하는 것도 아니고 윤석열을 파면시키는 게 더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가족 단위로 집회를 찾은 시민도 많았고, 친구가 함께 참석하기도 했다. 혼자 참석한 시민도 다른 이들과 어울려 대화를 나눴다. 연대감이 시민들을 하나로 묶었다.

철야 집회에 참석한 한 대학생은 "12월 3일을 기억한다"며 "무척 추운 날이었는데 한 분이 말린 대추를 나눠주었던 따뜻함을 경험하고 그 다음부터 계속 집회에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가 편찮으셔서 개인적인 일도 너무 많고 힘들었지만 그때 나눠준 말린 대추가 항상 기억났다"며 "윤석열 파면까지 집회에 참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 24시간 철야 집중행동에 참석한 시민들 모습. 2025.4.1. 전국비상시국회의

시민들은 연단에서 "윤석열 파면"이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파면"이라고 함께 외쳤다. 입대를 앞둔 한 청년은 "매주 토요일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며 "이제 나이가 27살인데 군대를 미룰 수 없고, 내가 군대에 가서 계엄군이 되고 싶지 않아서 집회에 참석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드디어 4일에 헌재가 윤석열 파면을 선고할 것"이라며 "헌재가 이렇게 시간을 끌 일도 아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판사들이 시민들을 길바닥에 앉게 만든 것이 말이 되느냐"며 "군 생활 제대로 하기 위해서라도 윤석열 파면은 필수"라고 말했다. 발언이 끝나자 시민들이 "군대 잘 다녀와라"라고 화답했다.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 24시간 철야 집중행동에 참석한 대학생들이 은박지를 두루고 철야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5.4.1. 전국비상시국회의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 24시간 철야 집중행동에 동원된 한 시민단체의 난방버스. 2025.4.1. 전국비상시국회의

지역에서 온 시민도 있었다. 한 여학생은 "춘천에서 친구 8명과 함께 왔다"며 "한자리에 모인 이유는 오로지 신속한 윤석열 파면을 위해서"라고 밝혔다. 그는 "선고 기일이 밀리고 윤석열 구속에서 풀려난 건 말이 안 되는 일"이라며 "윤석열이 파면될때까지, 계엄에 동조한 자들이 처벌될 때까지 함께 움직이자"고 외쳤다. 철야 집회는 밤 10시가 넘어가면서 더욱 무르익었다. 시민들은 철야 집회에서 추위를 버티기 위해 텐트를 설치하거나 은박지를 몸에 둘렀다. 일부 시민들은 시민단체에서 제공하는 난방버스에서 몸을 녹이기도 했다.

한편 비상행동은 '윤석열 즉각 파면 촉구 전국 시민 서명'을 받는 중이다. 1일 오전 12시 기준 67만 7054명이 탄원에 참여했다. 비상행동은 "100만 명이 서명할 때까지 멈추지 않겠다"며 "이 목표를 달성해 8대0 파면 선고로 내란 사태를 끝내자"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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