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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헌’ 비상계엄 문제는 덮어두고 대선 열차부터 탑승, 윤과 절연 목소리도 소수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사무처당직자 조회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2025.4.7 ⓒ뉴스1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뒤에도 국민의힘은 제대로 된 사과나 후속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조기대선 열차에 오르고 있다. 헌재의 선고 직후 사흘이나 지난 시점에도 당 지도부는 “사과드린다”, “책임지겠다”는 말만 반복할 뿐 구체적으로 무엇을 사과하는 것인지,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내란 동조·옹호로 일관한 국민의힘을 겨냥해 대선 후보를 내서는 안 된다는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지만, 당 지도부는 거리낌 없이 ‘대선 승리’까지 운운하고 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7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집권 여당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엄중한 사태를 불러온 것에 책임을 통감하며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 역시 “헌재의 결정을 무겁게 수용하면서 국민의힘 원내대표로서 국민 여러분과 당원 동지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다시 한번 드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이후 대부분의 발언은 헌법재판소의 결정문 속 극히 일부분에 해당하는 야당에 대한 언급을 확대해석하며, 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파상공세로 채워졌다. 심지어 권 원내대표는 “다가오는 조기 대선은 이재명과 민주당을 심판하는 선거가 돼야 한다”며 “국민의힘은 이재명 세력의 폭주를 막아낼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사과를 하면서도 위헌으로 결론 난 비상계엄에 대한 언급은 철저히 피하고 있다. 이들이 하는 사과의 진정성이 의심되는 이유다.
탄핵 인용 선고가 나온 지난 4일에도 당 지도부는 “여당으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데 대한 책임(권영세 비대위원장)”과 “국민의 손으로 선출한 대통령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 물러나게(권성동 원내대표)” 된 부분을 사과했다. 대통령이 자신의 권한을 남용해 민주주의를 짓밟은 점이나 비상계엄이 사회 전 분야에 미친 악영향, 무엇보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지난 4개월을 광장에서 싸워야 했던 시민에 대한 사과는 전혀 없었다.
사과에 따른 후속 조치도 전무한 실정이다. 지난해 비상계엄 직후 추진됐던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제명·출당 조치는 비대위 출범 후 없던 일이 됐고, 대통령 파면 뒤에도 이 같은 분위기는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 전날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당 차원의 조치를 언급한 목소리는 극소수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전히 조경태, 김상욱 의원 등 일부 의원만 윤 전 대통령의 출당 등 당 차원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이날 비대위 회의 후 기들과 만나 “저희 당의 주류적인 분위기는 대통령과의 관계를 정리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며 “대통령과의 관계는 명시적으로 하는 것보다 물 흐르는 대로 갈 것이다. 여론과 지지자들의 마음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지를 보고 저희도 결단할 부분이 있으면 그때 가서 판단하는 것이고, 윤 전 대통령 본인 생각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더욱이 권 비대위원장은 “해당 행위에 대해 아주 엄격하고 가혹하게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했는데, 신 대변인은 ‘해당행위’의 예시로 “당의 공식 입장에 현저히 반하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하거나, 대선 과정에서 우리 후보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해 왔던 일부 의원들을 겨냥한 경고성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비상계엄 국면에서 ‘윤석열 호위무사’로 거듭난 윤상현 의원은 아예 ‘윤 전 대통령의 선택에 맡기자’는 주장을 폈다. 윤 의원은 같은 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에게 시간을 드리면 그분이 다 알아서 한다”며 “탈당하라 뭐 하라 그렇게 얘기하지 않는 게 우리가 모셨던 대통령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라고 말했다.
극우단체 집회에 참석해 비상계엄을 옹호하고, ‘헌재 등을 때려 부수자’고 선동한 의원들에 대한 조치가 이뤄질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당 의원총회에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찬성 의견을 밝혔던 의원들이 당론을 어겼다며 탈당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김상욱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윤 전 대통령이야말로 우리 당의 당헌에 정면으로 위배한 경우”라며 “당연히 징계가 이뤄져야 할 최우선 대상자”라고 꼬집었다. 조경태 의원 역시 같은 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당헌·당규에 법률을 위반할 경우 제명 또는 탈당을 권유하게 돼 있는데 법률보다 상위에 있는 헌법을 위반한 대통령에 대해서는 좀 더 단호함이 있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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