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파 '바지사장' 심우정 검찰총장은 법원의 위법적 윤석열 구속 취소 결정을 기다렸다는 듯이 즉각 수용하면서 재항고 또는 항고라는 정상적이고도 정당한 형사소송법 절차를 포기했다. 상황과 대상에 따라 잣대를 달리하는 공권력의 이중성을 잘 보여준 사례다.
조직이 배출한 대통령에 대한 맹목적 충성심에서 비롯된 심 총장의 일탈은 법치에 대한 국민 신뢰를 무너뜨리고 결과적으로 내란 세력에 동조한 셈이 됐다. 내란 우두머리에게 일반인과 완연히 다른 잣대를 들이댄 것은 명백한 특혜였다.
수사기관과 견원지간인 조폭은 검찰 행태가 자신들과 다르지 않다고 비난한다. 과거에 내가 알고 지낸 원로 전국구 주먹은 "우리가 밤의 폭력 집단이라면 검찰은 낮의 폭력 집단"이라며 "똑같이 폭력을 행사하는데 우리만 맨날 당한다"라고 '하소연'했다.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한 강력한 검사동일체 원칙과 조직이기주의, 지독한 제 식구 감싸기는 조폭과 비슷한 면이 있다. 조직의 위상을 흔들거나 이익을 해치거나 검사들에게 '감히' 맞서려는 사람들에 대한 철저한 응징과 보복만 봐도 그렇다.
차이가 있다면 검찰은 합법적인 폭력 조직이고 조폭은 불법적인 폭력 집단이라는 점이다. 조폭 시각에서 하는 얘기지만, 일리가 없지는 않다. 흥미로운 것은 검찰에 그토록 적대적인 조폭들이 틈만 나면 검사들에게 줄을 대려 한다는 사실이다.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한 조폭의 생리다.
접대 문화가 검찰을 지배하던 시절에는 검사들이 기업가형 조폭 두목을 후원자(스폰서)로 두거나 유착관계를 형성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 향응과 뇌물은 기본이고, 이권을 공유하거나, 고소나 고발, 심지어 폭력을 청부한 검사까지 있었다.
검찰과 조폭의 속성이 비슷하다고 해서 직업적 사명감으로 조폭 소탕에 매진했던 조승식, 남기춘 등 전 강력통 검사들의 노고를 폄훼할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검찰 수사권 축소가 시대적 요구인 만큼 경찰의 조폭 수사를 검사가 법률적으로 점검하고 감독하는 구조가 바람직하다고 본다.
무슨 파 따위의 폭력조직 이름은 자체적으로 지은 것도 있지만, 대체로 수사기관에서 임의로 만들었다. 주로 활동 지역이나 근거지, 두목의 이름 또는 별명에서 따왔다. 윤석열을 서초동파 두목이라고 부르는 것은 검찰 지휘부인 대검과 최대 화력인 서울중앙지검이 서초동에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은 평생 단죄권력을 누리며 합법적인 폭력을 행사했다. 무소불위의 수사권과 기소권으로 누군가의 죄는 먼지 털듯이 들춰내고 누군가의 죄는 적당히 덮어줬다. 누구는 멸문지화에 이를 정도로 가혹하게 단죄하고 누구는 관대하게 봐줬다. "검사가 수사권으로 보복하면 깡패"라는 그의 공언은 허언이었다.
서초동파의 이권은 확실하게 챙기고 조직원은 철저하게 보호했다. 검찰이 한국 사회에서 최고 엘리트 집단이고 가장 정의로운 집단이라고 믿는 검찰주의자의 면모를 한껏 과시했다. 정권을 잡고 나서 자신과 가까운 전·현직 검사들을 정부와 권력기관 곳곳에 배치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검찰에서 누군가의 이름을 딴 '사단'은 대형 정치적 수사나 특별한 인사 인연에서 비롯된다. 김영삼 정부 말기 실세인 대통령 아들을 구속했던 심재륜 사단, 노무현 정부 초기 불법 대선자금 수사로 국민적 지지를 받았던 안대희 사단은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반면 박근혜 정부 때 검찰 인사를 좌지우지한 우병우 사단은 부정적 이미지를 풍긴다. 여기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의혹을 거칠게 수사하고 민정수석으로서 박근혜 정권 쇠망에 책임이 있는 우병우 전 검사에 대한 부정적 평가도 작용한다. 윤석열 변호인단으로 활약한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도 우병우 사단의 주요 인물이다.
'서초동파' 두목, 결국 대형 사고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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