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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최측근이자 내란 공범 의심받는 이완규 지명도 파장…민주당 법적 조치 예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5.04.08 ⓒ뉴시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지명을 두고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 행사는 최소한의 현상 유지에 머물러야 한다는 게 중론임에도, 한 대행이 8년 전 전례도 스스로의 발언도 뒤집는 전횡을 일삼으면서다.
더욱이 한 대행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내란 공범’으로 지목된 이완규 법제처장을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또 다른 내란행위”라는 비판도 거세게 일고 있다.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의 고유 권한을 권한대행이 행사?
헌법학자들 “위헌·월권” 입 모아 지적
이날 한 대행은 국회가 선출한 마은혁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서 오는 18일 임기가 종료되는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의 후임으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명했다고 밝혔다.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명한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이다.
문제는 대통령 권한대행에 불과한 한 대행이 대통령에게 부여된 인사권을 행사할 권한이 있느냐는 점이다.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에는 헌법재판관 임명에 대해 대통령과 국회, 대법원장이 3명씩 인선해, 국회 인사청문 절차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헌재 구성 권한을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과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 그리고 견제와 균형을 위해 사법부에 각각 부여한 것이다. 권한대행이 대통령의 적극적인 인사권도 행사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규정도 없을 뿐만 아니라, 국민이 선출하지 않은 권한대행은 소극적인 권한 행사에 그쳐야 한다는 게 주된 법 해석이다.
헌법학자인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이날 민중의소리에 “한 대행은 권한대행이지 대통령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한 교수는 “헌법학자들의 일반적인 견해는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은 현상 유지에 그쳐야 한다는 것이고, 여기서 현상 유지란 대통령이 복귀할 경우나 차기 정부의 정책 수행에 부담이나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더욱이 헌법재판관은 임기가 보장돼 있기 때문에 차기 정부에서 해임을 할 수도 없다. 결국 이 상황은 대통령 권한대행이 차기 정부의 인사권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조치를 한 것이고, 권한대행의 직무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이제 50여일 사이에 새 정부가 들어선다”며 “만약 재판관 임명이 절실하다면 정치권에 합의를 먼저 구하는 절차를 밟으며 자신의 월권 행위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이라도 했어야 했는데 그런 것도 전혀 없이 독단적으로 임명한 것은 위헌이라고 봐야 한다”고 직격했다.
100여명의 헌법학자들이 구성한 ‘헌정회복을 위한 헌법학자회의’도 입장을 내고 “헌법분쟁에 관한 최종적 결정권을 가진 헌법재판관 임명과 같이 헌정질서에 중차대한 효과를 초래하는 창설적 결정권은 국민의 신임을 받은 새로운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이 헌법정신에 부합하다”며 “권한대행의 월권적·위헌적 재판관 지명은 주권자 국민이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해 행사하려는 간접적 헌재 구성권과 새로이 선출될 대통령의 직접적 재판관 지명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마은혁 임명 거부 땐 “대통령 고유권한 행사 자제가 헌법 정신”이라더니
3개월여 만에 말 바꾸고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지명한 한덕수
이미 8년 전 지금과 같은 논란 끝에 헌법재판관 지명을 포기한 사례도 존재한다.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대법원장 몫인 헌법재판관은 임명하면서도 대통령 몫이었던 헌재소장 후임자는 지명하지 않았다. 당시 황 전 총리는 “권한대행으로서 헌법기관을 형성하는 직접적 인사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법학자들 의견이 적지 않았기 때문에 하지 않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시기 대통령 탄핵심판 소추위원장이었던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당시에는 “(대통령 몫인) 헌재소장은 대통령이 실질적인 임명권을 행사하기 때문에 권한대행이 임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한 대행의 헌법재판관 지명은 앞선 자신의 기존 입장을 뒤집는 것이기도 하다. 한 대행은 지난해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하며 “대통령 권한대행은 나라가 위기를 넘길 수 있도록 안정적인 국정운영에 전념하되 헌법기관 임명을 포함한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권한 행사는 자제하라는 것이 우리 헌법과 법률에 담긴 일관된 정신”이라고 직접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만약 불가피하게 이러한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면 국민의 대표인 국회에서 여야 합의가 먼저 이뤄지는 것이 지금까지 우리 헌정사에서 단 한 번도 깨진 적 없는 관례라고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한 총리는 헌재가 마은혁 재판관 임명 거부는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린 뒤에도 형식적인 인사권도 행사하지 않은 채 시간만 끌어 왔다. 그런데 돌연 3개월여 전 입장과 달리 국회와 협의하는 절차도 없이 대통령의 실질적인 인사권까지 행사했다.
국회의장 “인사청문 요청 안 받을 것”
민주당 등 야당도 법적 대응 예고
당장 국회에서는 “용납할 수 없는 위헌 행위”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헌법재판관이 임명되려면 국회의 인사청문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청문회 개최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긴급 입장문을 내고 한 대행의 지명 철회를 요구하며 “국회는 인사청문회 요청을 접수받지 않겠다. 국회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한 대행이 자기가 대통령이 된 것으로 착각한 것 같다”며 “토끼가 호랑이굴에 들어간다고 호랑이가 되는 건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이 대표는 “헌재의 구성은 선출된 대통령, 선출된 국회가 3인씩 임명하고 중립적인 대법원이 3인을 임명해 구성하는 것“이라며 ”한덕수 총리에게는 그런 권한이 없다. 오바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더욱이 이완규 법제처장의 경우 윤 전 대통령과 40년 지기이자, ‘내란 공범’으로 의심받는 인물이다. 이 처장은 비상계엄 이튿날 삼청동 안가에서 박성재 법무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김주현 대통령실 민정수석 등과 회동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시민단체로부터 내란방조 및 증거인멸 혐의로 고발까지 됐다.
민주당 한민수 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사태를 “내란 동조세력의 헌재 장악 시도”라고 규정하며, “권한쟁의 심판 및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을 통해 이번 지명이 원천 무효임을 밝힐 것”이라고 예고했다.
조국혁신당 김선민 대표 권한대행도 기자회견을 열고 “한덕수 씨는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랬더니 내란 행위만 대행하고 있다”며 “특히 이완규 처장은 내란 공범으로 의심받고 있는 사람이다. 누가 그를 헌법재판관으로 추천했나. 관저에서 버티는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인가. 아니면 다음 대선에 나가보려고 보수의 눈도장을 받으려는 몸부림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김 대행은 “국회는 법적 권한을 총동원해 한덕수 씨의 망동을 막아야 한다. 즉각 본회의를 열어 한덕수 씨를 탄핵할 것을 촉구한다”며 “권한쟁의 심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직권남용 고발 등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당 윤종오 원내대표도 보도자료를 통해 “한 총리는 대통령 놀음 당장 중단하라”며 “한 총리가 이완규 법제처장을 지명한 것은 내란 세력을 헌재에 심고자 하는 또다른 내란 행위다. 한 총리는 내란세력의 헌법재판관 알박기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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