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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미사 “박근혜 정권, 정당성 세울 마지막 기회 놓치지 말아야”

 

천주교 부산교구 시국미사 “박근혜 정권, 정당성 세울 마지막 기회 놓치지 말아야”

 

“부정선거, 밀양 송전탑 등 총체적 ‘거짓’ 공세에 ‘진실’로 맞설 것”

정현진 기자 | regina@catholicnews.co.kr

 

 

 
▲ 4일 부산 서면성당에서 ‘부정선거 규탄,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천주교 부산교구 시국미사’가 봉헌됐다. ⓒ정현진 기자

 

“거짓의 어둠에 맞서 진리의 빛으로 답합니다.”

4일 저녁, 부산 서면성당에서 ‘부정선거 규탄,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천주교 부산교구 시국미사’가 박승원 신부(전 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장) 주례로 봉헌됐다.

부산교구에서 두 번째로 봉헌된 이번 시국미사에서는, 지난 9월 시국미사 이후 새롭게 드러난 시국 문제들을 짚으며 박근혜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이동화 신부는 이번 시국미사에 대해 “국정원은 물론 검찰과 국방부, 국가보훈처까지 개입된 것으로 드러난 ‘부정선거’ 진상은 물론, 현재 부산교구 최대 시국 사안인 밀양 송전탑 건설 문제, 이와 관련된 핵 발전 문제 등 현 정권의 총체적 ‘거짓’ 공세에 진실로 맞서기 위한 자리로 마련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거짓을 어둠으로 덮을 수 없으며, 어둠을 거짓으로 덮을 수는 없습니다. 아무도 몰랐던 거짓이 이제 하나씩 하나씩 드러나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어둠이 하나씩 하나씩 물러가고 있습니다. 하나씩 하나씩 드러나고 밝혀질 것입니다. 새벽은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는 순간에, 그러나 한순간에, 단박에, 눈부시게 찾아옵니다. 오늘 우리가 봉헌하는 이 미사는 어둠을 뒤엎는 빛을 위한 것입니다.” (이동화 신부 발언)

 

   
▲ 4일 부산 서면성당에서 ‘부정선거 규탄,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천주교 부산교구 시국미사’에 참석한 신자들이 기도하고 있다. ⓒ정현진 기자

 

이번 미사에서는 평신도와 수도자, 사제가 각각 현 시국에 대한 발언과 강론에 나섰다.

평신도 대표로 강론대에 선 이규정 교수(전 부산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는 현 정권의 대표적 ‘거짓’으로 대선 공약의 축소, 철회를 지적했다. 이 교수는 “지금 이 나라는 거짓에 의한 어둠에 갇혀 있다. 국민은 어둠 속에서 기댈 언덕을 찾지 못하고 있다”면서 “거짓으로 일관된 대선 결과를 비판하는 것은 대선 불복이 아니라 어둠 속에서 빛을 찾아 외치는 소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김영미 수녀(한국 천주교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생명평화분과장)는 밀양 송전탑 건설 문제와 그 배경인 핵발전 정책에 대한 ‘거짓’이 무엇인지 지적하면서, 수도자들이 왜 이 문제에 나서야 하는지를 역설했다.

“밀양의 문제는 사회적인 문제 이전에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삶의 기반, 존재의 기반이 무너지는 문제입니다. 평생을 살아온 터전과 삶과 생명을 잃는 그 슬픔을 어떻게 알아들을 수 있을까요? … 세상을 위해 충분히 기도한다고 말하지만, 현장을 보고 난 후 드리는 기도의 무게는 다를 것입니다. 밀양에 연대하는 우리에게 보수언론에서 외부세력이라고 하지만, 이는 나와 너를 가르는 말입니다. 우리는 불법적이고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해 기도로 비폭력 직접행동을 하는 것입니다.”

김영미 수녀는 “송전탑 계획이 시작될 때부터 이권과 탐욕에 눈이 어두워 합법적인 민주적 절차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음은 물론, 거짓으로 노인들을 기만하고 있다”면서 “밀양은 무절제한 탐욕과 욕망이 얼마나 폭력적인지 여실히 보여주는 곳”이라고 꼬집었다.

김영미 수녀는 “우리를 더 나은 세상으로 나가도록 하는 가장 강력한 힘은 기도와 연대이며, 8년간 지치지 않은 이 싸움은 생명의 소중함을 알게 해주는 지표”라면서, “수도자의 정체성은 시대의 징표를 탐구하고 복음의 빛으로 해석하여 길을 제시하는 예언자적 소명을 실천하는 것이다. 우리가 있어야 할 곳은 천상의 예루살렘이 아니라 가장 고통 받는 권위에 순명하는 것, 함께 통곡에 응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4일 부산 서면성당에서 ‘부정선거 규탄,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천주교 부산교구 시국미사’가 봉헌됐다. ⓒ정현진 기자

 

마지막으로 이동화 신부는 “그동안 우리는 부정선거에 가담한 이들에 대한 처벌과 대책 마련,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지만, 대통령은 그동안 어둠을 덮기 위한 거짓, 거짓을 덮기 위한 어둠을 부를 뿐”이었다고 비판했다. 이 신부는 “오늘 우리의 기도는 거짓을 밝히는 진리를 위한 것이며, 이 미사는 어둠을 뒤엎은 빛을 위한 것”이라면서 “진리의 빛은 우리의 양심과 상식의 목소리, 작은 촛불, 함께 맞잡는 손과, 함께 거는 어깨 너머로 단박에, 눈부시게 찾아올 것”이라고 독려했다.

미사를 마친 후 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세 번째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부산 정평위는 “정권의 정당성을 세울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말라. 거짓을 버리고 진실을 선택, 쇄신할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말라”면서, “대선 불법 개입 관련자 특검 실시와 처벌, 불법 개입 수사에 대한 외압과 방해 중단, 불법 개입 수사를 방해하는 관련자 해임, 총체적 불법 선거 개입과 수사 방해에 대한 대통령의 합당한 책임” 등을 촉구했다.

 

천주교 부산교구 제3차 시국선언문 (전문)

거짓의 암흑에 진리의 빛으로 답한다

“거짓을 일삼은 자야,
너는 파멸을 꾸미고 네 혀는 날카로운 칼과 같구나.”(시편 52,4)

과거 국가권력 기관에 의해 선거와 민주주의의 훼손을 수없이 목격한 우리는 2013년 현재, 잊었던 과거를 또 다시 눈앞에서 볼 수밖에 없는 놀랍고도 슬픈 현실 안에 있습니다. 또한 부도덕한 방법으로 정권을 잡은 이들의 결말이 어떠했는지도 지난 역사를 통해 이미 경험하였습니다. 이에 우리들은 민주주의의 역사적 퇴행에 심히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한 그렇게 세워진 정권이 결국 불행과 파멸로 가리라는 우려와 그로 인해 갈등과 고통을 받아야 할 국민들의 상처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미 밝혀진 국정원과 경찰청 그리고 새누리당의 불법 행위에 이어 국군 사이버 사령부, 국가보훈처, 통일부, 노동부 등 끊임없이 드러나고 있는 국가 기관의 조직적이고 총제적인 불법행위를 보면서 과연 불법적인 대선개입이 어디에서부터 어디까지 또 그 결정권자가 어디에 이르는지 의문케 합니다. 더 나아가 대선과 관련된 여러 가지 불법적인 선거개입을 조사함에 있어 진실 규명의 책임이 있는 이들이 오히려 진실을 은폐·축소하고 수사팀을 외압‧방해 심지어 수사팀장을 수사에서 배제시키는 지금의 사태는 현 정권의 정당성까지 의심케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의 문제가 자신과 관련이 없으며, 최근 이 문제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언급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그 말에 진정성이 있기 위해서는 현재 수사를 방해하는 모든 이들을 우선 물러나게 하는 것이 먼저가 아닙니까? 수사 의지도 없고, 오히려 수사를 방해하고 수사팀을 흔드는 이들을 그대로 둔다면 그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말장난에 불과합니다.

정권의 정당성을 세울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마십시오. 거짓을 버리고 진실을 그리고 쇄신할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마십시오. 슬픔과 의로운 분노를 느끼며 요구하는 우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를 바랍니다.

1. 박근혜 대통령과 국회는 지난 대선에 불법적으로 개입한 국가기관과 관련자에 대해 즉각 특검을 실시하여 성역 없이 조사하고, 처벌하라.
2.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그리고 수사 기관 책임자들은 대선 불법개입 수사에 대한 그 어떠한 외압과 방해를 중단하라.
3.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불법개입 수사를 방해하는 관련자들을 즉각 해임하라.
4.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조직에 의한 총체적 불법 선거개입과 수사 방해 행위에 대하여 합당한 책임을 져라.

2013년 11월 4일
천주교 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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