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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관 뚜껑'에 못 박은 '친윤' 정치검사들의 말로

김호경 에디터

haojing610@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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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조

  • 입력 2025.07.26 00:10

  • 수정 2025.07.26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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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들어 '윤석열 사단' 대대적 물갈이

'충복' 정유미·이영림·박영진, 연수원으로 좌천

명태균 게이트 뭉개고, 윤석열과 안중근 동일시

6·3 조기 대선 코앞에 문재인 '벼락 기소' 술수도

허정, 계엄 때 검찰 선관위 출동 의혹 연관된 듯

'대북 송금' 김유철, '고발 사주' 권순정 옷 벗어

'이재명 죽이기' 송경호·신봉수·고형곤 등 줄사표

끝까지 검찰 개혁 비난…민주 "뻔뻔함에 치 떨려"

정성호 법무부 장관(왼쪽)과 봉욱 대통령실 민정수석비서관이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자리로 향하고 있다. 2025.7.22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검찰 조직에 인사 태풍이 몰아지면서 고위 간부들이 대규모로 물갈이됐다. 물론 이재명 정부가 솎아낸 1차 타깃은 소위 '윤석열 사단'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복심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봉욱 민정수석은 정치검찰의 폐해를 극단적으로 증명해온 '친윤 검사'들을 사실상 나가라는 뜻이 담긴 한직으로 좌천시켰다. 인사 발표 전에 스스로 분을 못 이기거나 체념한 채 먼저 옷을 벗는 고위 검사들도 줄을 이었다. 이 역시 이재명 정부가 의도한 대로다.

법무부는 25일 대검 검사급(고등·지방검찰청 검사장) 33명에 대한 신규·전보 인사를 단행했다. 고검장·검사장 자리가 50여 개인 것을 고려하면 절반 이상이 바뀐 것이다. 오는 29일 자로 정식 발령이 이뤄진다. 법무부는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 조직을 쇄신해 국민을 위한 검찰 개혁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첫 대규모 인사"라고 설명했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주요 보직을 거치며 개혁 의지와 역량을 인정받았지만 윤석열 정부에서 '미운털'이 박혔던 간부들은 이번에 대거 승진하거나 중심부로 복귀했다. 반면 윤석열 '검찰독재정권'에 부역하며 민주진보 세력 죽이기에 앞장서는 한편 살아있는 권력에는 굴신으로 일관했던 인물들은 철저히 배제됐다. 이로써 검찰은 일단 인적 구성 측면에서는 면모를 일신하게 됐다.

 

이재명 정부의 첫 검찰 고위 간부 인사가 25일 단행됐다. 사진 왼쪽부터 구자현 서울고검장,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임승철 서울서부지검장, 박재억 수원지검장, 김창진 부산지검장. 2025.7.25 [연합뉴스 자료사진]

전국 최대 서울중앙지검을 관할하는 서울고검장에는 구자현(29기)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전보됐다. 구 신임 고검장은 지난 2020년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립하던 시기 법무부 대변인으로서 추 장관의 '입' 역할을 했다. 이후 서울중앙지검 3차장과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중용됐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대전고검 차장, 광주고검 차장,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등 한직을 전전했는데 이재명 정부에서 '복권'된 셈이다.

현재 공석인 검찰총장의 참모진은 전원 교체됐다. 전국 검찰청의 특수 수사를 지휘하는 대검찰청 반부패부장에는 특수통인 박철우(30기) 부산고검 검사가 승진해 임명됐다. 박 신임 검사장은 2020~2021년 구자현 고검장의 뒤를 이어 문재인 정부 법무부 대변인을 맡아 추미애·박범계 장관의 메신저 역할을 했다. 이후 요직인 서울중앙지검 2차장을 지냈으나 윤석열 정부 출범 뒤 밀려나 대구고검 검사, 부산고검 검사 등 변방에 머물렀다.

김건희 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재기 수사를 담당한 차순길(31기) 서울고검 형사부장은 검찰 개혁 업무를 담당할 대검 기획조정부장으로 승진 임명됐다. 그는 문재인 정부 법무부 정책기획단장 출신이다. 특히 친윤 검사들이 덮었던 도이치모터스 사건을 재수사하면서 김건희가 증권사 직원과 통화하며 수익 배분을 논의한 육성 녹음 파일을 새로 확보하는 등 상당한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밖에 대검 형사부장에는 장동철(30기) 제주지검장, 공공수사부장에는 김도완(31기) 법무부 감찰관, 마약·조직범죄 부장에는 김형석(32기) 대구서부지청장, 과학수사부장에는 최영아(32기 남양주지청장, 공판송무부장에는 차범준(33기) 인천지검 2차장이 각각 승진 임명됐다. 지방검찰청 검사장도 대거 바뀌었다.

 

정유미 창원지검장이 17일 대구지검 신관 7층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구고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2024.10.17. 연합뉴스

이영림(53·사법연수원 30기) 신임 춘천지방검찰청장이 16일 오후 강원 춘천지검 대회의실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2024.5.16. 연합뉴스

이번 인사에서는 누가 승진했는가보다 누가 좌천됐는지가 더 관심을 끈다. 정유미(30기) 창원지검장, 이영림(30기) 춘천지검장, 박영진(31기) 전주지검장 등 윤석열의 충복 노릇을 하며 악명을 떨쳤던 친윤 검사들이 수사 일선에서 배제돼 줄줄이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 난 대목이 가장 상징적이다. '검찰청 폐지'를 자초한 정치검사들의 초라한 말로를 보여준다.

이 가운데 정유미 검사장은 널리 알려진 대로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공천 개입 등을 규명할 명태균 게이트를 어떻게든 축소·은폐하려 창원지검 수사를 파행으로 이끌었던 장본인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추미애 법무장관과 박은정 감찰담당관, 임은정 검사 등 검찰 개혁 편에 선 인사들을 격렬하게 공격하는 글을 검찰 내부망과 페이스북에 숱하게 올렸고, 반면 윤석열 검찰총장 엄호에는 열성적으로 앞장서 골수 검찰주의자이자 '찐윤' 검사로 유명했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는 정유미 검사장을 '윤석열을 위한 저격수'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영림 검사장은 내란 수괴 윤석열을 옹호하겠다고 안중근 의사까지 욕보여 큰 파문을 일으켰던 인물이다. 그는 지난 2월 12일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탄핵심판 심리를 한창 진행할 때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일제 치하 일본인 재판관보다 못한 헌재를 보며>라는 터무니없는 글을 올려 문형배 헌재 소장 권한대행을 허위사실로 맹비난했다. 무엇보다 자신의 궤변에 안중근 의사를 끌어들여 윤석열과 동일시한 작태가 공분을 일으켰다. 헌재가 '반헌법적·불법적' 행위를 한다고 몰아감으로써 윤석열 탄핵을 무산시키려 안간힘을 쓴 것이다.

 

17일 오후 대전 서구 대전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영진 전주지검장이 의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4.10.17. 연합뉴스

박영진 검사장은 전임 이창수 전주지검장(이후 서울중앙지검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문재인 죽이기'를 목표로 온갖 무리수를 감행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 인사들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과 소환조사 끝에 '문재인의 전 사위가 받은 월급은 곧 문재인에 대한 뇌물'이라는 황당무계한 논리를 만들어 기어이 문 전 대통령을 기소했다. 그것도 윤석열 파면으로 치러지는 6·3 조기 대선을 불과 한 달여 앞두고 대면 조사는커녕 서면 조사 한번 없이 '벼락 기소'함으로써 선거에 영향을 미쳐보려는 정치적 노림수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박 검사장은 고위공직자 재산 공개 때 본인과 배우자의 다이아몬드 반지 3개와 다이아몬드 목걸이, 진주 반지, 진주 목걸이 등 보석류의 가격을 모두 '1000원'으로 신고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 난 검사장에는 허정(31기) 대검 과학수사부장도 포함됐는데, 그는 12·3 비상계엄 당시 과학수사부 소속 박모 선임과장(부장검사급)이 방첩사령부 송모 대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이후 과수부 검사들이 중앙선관위 과천청사로 출동했다는 의혹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부정선거' 조작을 위해 선관위 서버를 확보하는 데 검찰도 가담했는지 여부는 내란 특검 수사 대상이다. 허 검사장이 '조국 사태'를 수사했던 이력도 문제가 됐다는 관측도 있다.

 

권순정 법무부 검찰국장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4년 설 특별사면 기자회견에 참석해 세부 사항 설명을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2024.2.6. 연합뉴스

이날 인사 발표에 앞서 법무부는 이틀 전 검사장급 이상 고위 간부들에게 인사 대상자임을 알리는 연락을 미리 돌렸다. 사의 표명 등 거취를 정리하라는 '배려'이자 '압박'이다. 이에 따라 쌍방울 대북 송금 수사를 지휘하고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사건으로 이재명 대통령을 기소했던 김유철(29기) 수원지검장,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대검 대변인이었으며 고발 사주 사건에도 연루된 권순정(29기) 수원고검장이 이날 제 발로 검찰을 나갔다.

앞서 23일에는 윤석열 정부 첫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대장동·백현동 사건과 대선 개입 여론 조작 수사를 지휘했던 송경호(29기) 부산고검장, 대장동과 쌍방울 대북 송금 수사를 지휘한 신봉수(29기) 대구고검장, 12·3 비상계엄 사태 특별수사본부장을 맡았지만 윤석열과 내란 잔당의 눈치를 보는 듯 반쪽 수사에도 못 미치며 용두사미로 끝냈던 박세현(29기) 서울고검장,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비롯해 문재인 정부의 탈북 어민 강제 북송과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수사를 이끈 박기동(30기) 대구지검장, 조국 사태와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 및 대장동·백현동 사건을 담당했던 고형곤(31기) 수원고검 차장검사 등이 줄사표를 냈다. 이진동(28기) 대검 차장, 신응석(28기) 서울남부지검장, 양석조(29기) 서울동부지검장 등은 일찌감치 지난 1일 사의를 표시하고 의원면직됐다.

윤석열의 충견 노릇을 하던 정치검사들 중 일부는 패퇴하는 와중에도 이재명 정부의 검찰 개혁 추진을 비난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 특히 권순정 수원고검장이 이프로스에 "개혁이란 외피만 두른 채 국가의 부패 대응 기능을 무력화하는 선동적 조치"라는 글을 올린 데 대해 박상혁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윤석열의 심복으로 검찰을 '법비 전성시대'로 만드는 데 앞장서 온 권순정 수원고검장이 도망치면서 검찰 개혁에 침을 뱉었다"며 "스스로 '국가의 부패 대응 기능'을 무력화하는데 선봉에 섰던 장본인이 누구인가? 윤석열과 함께 검찰을 권력의 주구로 타락시킨 권순정 고검장 같은 친윤 검사들"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친윤 검사들의 뻔뻔함에 치가 떨린다. '진실과 팩트'를 찾는 대신 '검찰권 사유화'와 '내란 수괴 결사 옹위'에 앞장선 윤석열의 졸개들이 무슨 자격으로 검찰 개혁을 막으려 드는가?"라며 "지난 3년간 검찰권을 남용해 융단폭격하듯 쏟아부은 야당 탄압이 그 잘난 '국가의 부패 대응 기능'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검찰 개혁은 피할 수 없는 국민의 명령이다. 윤석열의 졸개들이 아무리 짖어도 검찰 개혁의 기차는 제 속도로 종착역을 향해 달려갈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맨 왼쪽)이 18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처분과 관련해 질의를 받고 있다. 왼쪽부터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 권순정 수원고검장, 김유철 수원지검장, 양석조 서울동부지검장. 2024.10.18. 연합뉴스

민주당 '정치검찰 조작 기소 대응 TF' 단장인 한준호 최고위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따로 기자회견을 열어 "정치검찰의 볼썽사나운 준동이 계속되고 있다"며 권 고검장을 지목해 "이런 발언이야말로 잔존하는 정치검찰을 선동해 개혁에 반동하라는 내란의 언어가 아니고 무엇이냐"고 질타했다. 또 "윤석열의 검찰은 정적 제거를 위한 표적 수사에 복무하고, 권력의 입맛에 맞는 진술들만 취해서 조작된 기소와 재판으로 민주 진영을 괴롭혔다"면서 "윤석열 정권 3년의 폭망에 부역한 정치검찰에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자초한 검찰개혁의 흐름을 거역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사의를 표명한 정치검찰 일동에 고한다. 지금 여러분은 뻔뻔하게 사표를 내고 전관예우의 길을 찾아나설 때가 아니다"라며 "한동훈 전 법무장관, 권순정 수원고검장,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 등이 관계된 '고발 사주 사건'이 공수처에 의해 재수사에 들어간 상황이고 정치검찰의 각종 억지 수사, 조작 기소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겸허하게 조사받고 수사받는 것, 그리고 검찰 개혁에 협조하는 것만이 정치검찰 앞에 놓인 선택지"라고 강조했다.

조국혁신당 윤재관 대변인은 논평에서 "김건희 특검이 아크로비스타를 압수수색하며 윤건희의 명태균 공천 개입 의혹 사건 적용 혐의를 특가법상 뇌물로 적시했다. 그럼에도 당시 수사를 벌였던 창원지검은 이를 정치자금법 위반으로만 수사했다"며 "오늘 발표된 검찰 간부 인사에서는 대표적 친윤 검사 정유미 창원지검장이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문책성 전보됐다. 국민이 부여한 검찰권을 윤건희를 위한 '싼 티켓' 끊어주기에 올인한 무도한 친윤 검사가 국민의 뜻에 따라 좌천된 것"이라고 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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