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기가 길어졌다. 오늘은 중요한 회의가 하나 있어 어제 집으로 갔다가 잡혀가면 안될 것 같아 근처 여관에서 잠을 청했다. 거금 5만 원이 들었다. 잡혀가는 건 별 화나지 않았는데 생각지도 않았던 5만 원을 써야 하는 것은 괜스레 열받는다. 4.19혁명이 좌절되고 김수영 시인이 '저 왕궁'에는 화를 못 내고 '50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 30원을 받으러 세 번씩 네 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 자신의 옹졸함에 화를 내던 것처럼 나도 그렇게 이 정부에는 화를 못 내고, 5만 원에만 화를 내고 있는 건 아닌지 우습다.
하여튼 나도 이젠 집에서 편히 자고 싶은데 잘 안된다. 내일도 경남 창녕에서 열리는 경남문학인대회에 참석하는 약속된 역할이 있어 잡혀가면 안 되는데 오늘은 어디에서 잠을 청해야 할까. 모두 이해해 줄테니 그냥 빨리 와서 잡아가던가. 일하는 사무실이 어딘지도 알텐데 아직도 안 온다. 공교롭게 근래 일하고 있는 <익천문화재단 길동무> 사무실이 민변 4층에 있다. 이렇게 알려줘도 되나.
참, 경찰들이 집으로 잡으러 왔던 어제는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이 있었다. 송미령(농림축산식품부장관)을 그대로 보고 있어야 하는 농민들 마음과 비슷한 마음이었다. 지난 이명박 정권 시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연루 의혹이 있는 유인촌이 내란까지 겪으면서도 아직도 문체부 장관인 것도 견딜 수 없는 일인데, 갑자기 놀유니버스(구 야놀자 합병) 사장인 최휘영씨를 문체부 장관으로 임명하겠다고 했다.
자산만 수백억 원인 기업인을 갑자기 문체부 장관이라니. 지난 윤석열 정부하에서도 자행되었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재실행 등에 대한 특별법 요구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단 한 번의 내부 항명이나 고발도 없이, 내란 세력과 유인촌에게 충성해왔던 문체부 개혁의 방향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 말도 없이, 문화예술을 상품화해서 돈벌이를 하라는 건가.
그냥 문체부를 '플랫폼 기업부'로 바꾸면 될 일이다. 어쩔 수 없이 재고를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대통령 면담 요청서를 접수하고 왔다. 이런 우리의 간곡한 요청에도 국가수사본부가 빠르게 움직이듯이 빠른 답을 내주기를 기대해 본다.
다시 한번 얘기하지만 국가수사본부는 힘없는 문화예술인, 주권자의 역할에 충실했던 시민들을 말도 안 되는 법꼬투리를 빌미로 때려잡을 생각 말고, 헌법을 유린하고도 버젓이 활개 치고 다니는 저 내란수괴나 내란 종사·동조·옹호자들, 그 내란 연장 지속의 몸통 역할로 여전히 기능하고 있는 이들부터 조속히 잡기 바란다.
※ 다음은 앞서 이야기한 '국민의힘 해체쇼' 관련 <오마이뉴스> 기사 내용이다.
(관련 기사: "예술인이 요구한다, 내란공범 국민의힘 해체하라")
"2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 수많은 예술인과 시민들이 모여 "국민의힘 해체"를 외쳤다.
윤석열퇴진예술행동과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 대개혁 비상행동은 이날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야! 내란공범 국민의힘 해체쇼'를 열었다. 오후 3시에 시작한 행사는 뜨거운 열기 속에 다음 날 새벽 5시가 돼서야 막을 내렸다.
오후 6시 45분경 국민의힘 당사 벽에는 레이저를 이용해 쏜 '국민의힘 해체' 글씨가 떴고, 시민들의 환호는 극에 달했다. 이들은 "예술인이 요구한다 국민의힘 해체하라", "윤석열을 파면하고 국민의힘 박살내자", "내란몸통 국민의힘 정당해산 심판하라" 등 구호를 외치며 국민의힘 해체를 기원했다.
예술인들은 노래, 춤, 마임, 오카리나 연주, 디제잉, 샌드아트, 막춤 워크샵, 시낭송, 풍물공연, 합창, 국민의힘 장례굿 등으로 시민들과 함께했다. 한쪽에서는 타로, 캐리커처, 실크스크린 깃발꾸미기 등 예술부스가 꾸려져 참가자들에게 즐길 거리를 제공했다.
#송경동#국가수사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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