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일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일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검찰의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 항소 포기 논란이 계속 커지는 가운데, 10일 검찰 내부에서는 검사들의 집단반발이 나왔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항소를 포기한 이유에 대해 지난 9일 “법무부 의견 참고 후 항소 제기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했다”라고 밝힌 것이 납득이 안 간다는 입장이다. 이에 박재억 수원지검장이 18개 지검장과 공동명의로 작성한 입장문에서 “검찰총장 권한대행께서 밝힌 입장은 항소 포기의 구체적인 경위와 법리적 이유가 전혀 포함돼 있지 않아 납득이 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대검에서 근무하는 평검사들인 검찰연구관들은 노만석 대행을 향해 “거취 표명을 포함한 합당한 책임을 다하시기를 요구한다”라며 사실상 사퇴를 요구했다.

11일 자 아침신문들은 일제히 이 소식을 1면에 보도했다. 검찰의 이례적인 항소포기를 두고 신문들은 “납득이 안 된다”라고 대체로 공통된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검사들의 집단반발을 두고 조선일보와 한겨레는 정반대의 사설을 썼다. 한겨레는 “검찰의 반성 없는 집단 행동에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공감하겠냐”라고 했고, 조선일보는 “검찰을 힘으로만 누르면 검란(檢亂)은 국민적 반발로 확산할 수 있다”라고 했다.

▲11일 조선일보 1면.
▲11일 조선일보 1면.

조선일보 “李대통령이 항소 포기 지시하지 않았다면 국민 앞에 해명해야”

조선일보는 검찰의 이번 항소 포기에 대통령실이 어느 정도 관여했을 것이라 주장하는 국민의힘의 입장을 주요하게 다뤘다. 조선일보는 “대통령실도 법무부가 민정수석실에 사전에 관련 내용을 공유했지만 어떤 지침도 내린 바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야권은 이재명 대통령 변호인 출신 인사들이 대통령실 민정 라인과 법무부 등에 포진해 있으면서 어느 정도 역할을 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이어 “일선 검찰청은 주요 사건의 수사·재판 경과를 수시로 대검에 보고하고, 대검은 법무부에 보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법무부는 대통령실 민정수석실에 보고하는 게 관행”이라고 덧붙였다.

▲11일 조선일보 2면.
▲11일 조선일보 2면.

국민의힘은 “법무부와 대검, 민정수석실까지 대통령 관련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법무부·검찰청·민정수석실이 다 관여됐을 수밖에 없다”라고 주장한다.

조선일보는 “실제 봉욱 대통령실 민정수석 밑에 있는 비서관 4명 중 3명이 이 대통령 변호인 출신이다. 이태형 민정비서관은 대장동 사건을 비롯해 쌍방울의 불법 대북 송금 사건의 변호인이었다. 부장검사 출신인 그는 검찰 내 인맥도 여럿 있다. 이 비서관은 2018년 이 대통령이 경기지사 시절 기소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변호인으로도 일했다. 이 사건에서 ‘변호사비 대납 의혹’이 파생되기도 했다. 이장형 법무비서관은 쌍방울 사건의 변호인 출신이다. 전치영 공직기강비서관은 대법원이 지난 5월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이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사건의 변호인이었다. 법무부에도 대장동 변호인이 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을 가장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고 있는 조상호 장관 정책 보좌관이 대장동·쌍방울·위증교사 사건의 변호인 출신”이라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검사들로부터 사퇴를 요구받고 있는 노만석 직무대행과 직접 통화했다. 중앙일보는 1면 기사에서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10일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항소 포기를 결정한 것과 관련해 사의 표명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라며 “노 대행이 사퇴할 경우 2012년 대검 중앙수사부 폐지를 놓고 촉발된 한상대 검찰총장 사퇴 이후 13년 만에 검찰 내부의 요구에 의해 검찰 수장이 물러나게 된다”라고 보도했다.

▲11일 중앙일보 1면.
▲11일 중앙일보 1면.

노만석 직무대행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몸이 좋지 않아 하루(11일) 쉬면서 여러 가지 고민을 할 것이다. 홀가분한 심정이다. 검사 노만석이 아닌 인간 노만석으로 살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청 폐지를 앞두고) 검찰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그리(항소 포기를 지휘) 했는데 후배들은 동의를 안 하는 것 같다. (용산 언급은) 검찰총장으로서 구체적인 사건이 아니라 모든 일 처리에서 용산과 법무부는 항상 염두에 두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조선일보는 이재명 대통령이 이번 항소 포기를 지시하지 않았다면 국민 앞에 나와 해명해야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검찰 ‘대장동’ 항소 포기, 이 대통령 뜻인가> 사설에서 “정 장관은 공식적으로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노만석 검찰총장 대행에게 항소 포기를 지휘하는 법적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 사실상 뒤에서 수사 지휘를 했다. 그 자체로 검찰청법 위반이자 직권남용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한 뒤 “가장 큰 의문은 이 충격적인 지시를 정 장관 단독으로 했겠느냐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 신문은 “대장동 항소 포기를 하면 대장동 일당이 검사의 손발을 묶어 놓고 재판을 할 수 있다. 재판이 일방적으로 흘러간다는 뜻이다. 대장동 일당에게 수천억 원의 돈이 그대로 흘러들어 가게 된다. 이런 결과를 낳을 항소 포기가 국민적 반발을 살 것이란 사실도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 이런 큰 일을 정 장관 한 사람이 결정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11일 조선일보 사설.
▲11일 조선일보 사설.

이어 “현재 이 대통령이 관여했다는 증거는 없다”라면서도 “하지만 정황상 아니라고 하기도 어렵다. 대장동 항소 포기로 이득을 보는 사람이 대장동 일당과 이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정 장관은 이 대통령 최측근 인사이고, 현재 검찰을 담당하는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비서관 4명 중 3명이 이 대통령 변호인 출신이다. 이 대통령이 항소 포기 문제를 몰랐다고 한다면 상식 밖이다. 대통령실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현황 보고는 받았지만 지침을 대통령실이 내린 것은 아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이 지시하지 않았다면 의혹이 더 커지기 전에 국민 앞에 나와 해명해야 한다”라고 했다.

한겨레 “반성 없는 선택적 집단행동” 조선 “힘으로만 누르면 검란 국민적 확산”

한겨레와 조선일보는 검사들의 집단반발에 정반대 사설을 보도했다.

한겨레는 윤석열 정부 당시 검찰의 행동을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검찰의 선택적 반발, 부끄럽진 않은가> 사설에서 “국민들은 이보다 더한 사건에서도 지금 이 검사들이 침묵했던 사실을 잊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한 반성이 없는 선택적 집단 행동에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공감하겠는가”라고 비판했다.

▲11일 한겨레 사설.
▲11일 한겨레 사설.

이어 “검찰 수뇌부가 담당 검사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독단적 결정을 내렸다면, 검사들이 합당한 설명과 책임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검찰의 존재 이유를 의심케 하는 사건들이 부지기수였던 윤석열 정권에서는 왜 이런 요구가 없었나. 지금 기준이라면 범죄 혐의가 명백한 김건희씨를 무혐의 처분했을 때나, 윤석열 구속취소 결정에 대해 즉시항고를 포기했을 때도 들고일어났어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검사들 반발, 힘으로 누르면 국민 반발로 확대될 것> 사설에서 “(노만석 직무대행을 향한) 입장문을 발표한 검사장 18명과 노 대행 사퇴를 요구한 대검 부장 7명은 현 정부 출범 후 이재명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 간부들이다. 여기엔 이 대통령이 임명한 요직인 전국 지검장 15명도 포함돼 있다”라고 한 뒤 “민주당은 이번에도 막강한 권력을 앞세워 정치적 편 가르기와 검찰 악마화로 국면을 바꿔보려고 한다. 하지만 대장동 항소 포기는 국민의 법 상식과 정의감에 너무도 동떨어졌다. 대장동 일당이 6000억원 이상을 차지하게 만들어준다면 법치가 어디에 있나. 힘으로만 누르면 검란(檢亂)은 국민적 반발로 확산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11일 조선일보 사설.
▲11일 조선일보 사설.

대체로 11일 자 아침신문들 사설은 항소 포기가 납득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특히 노만석 직무대행은 지난 9일 “법무부 의견 참고 후 항소 제기하지 않는 것이 판단했다”라고 말했는데, 정성호 법무장관은 지난 10일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의견만 전달했다”라고 말한 뒤 외압 행사는 부인했다.

한국일보는 <대장동 항소 포기 일파만파… 대통령 관련 아니어도 그랬겠나> 사설에서 “정 장관 설명을 받아들이더라도, 하필 왜 이런 결정이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에서 이뤄졌느냐 하는 문제가 남는다. 정 장관은 ‘이 대통령은 이 사건과 관계 없다’고 했지만, 이 대통령이 대장동 별도 재판(배임 혐의)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무관하다고 보긴 어렵다. 헌법은 현직 대통령이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했을 뿐 소추 자체를 무효로 간주하지 않는다. 대통령 사건에서 이런 예외가 계속된다면, 국민은 여권이 이 대통령 기소 자체를 무효로 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버리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한겨레도 <대장동 항소 포기, 현명한 결정 아니다> 사설에서 “윤석열 정부 때는 침묵하던 검찰이 이번 일에 집단 반발하는 모습은 볼썽사납지만, 실익이 뭔지 알 수 없는 항소 포기를 해서 이 혼란이 벌어진 상황 또한 납득하기 어렵다”라고 한 뒤 “항소 포기의 실익은 무엇인가. 표면적으로는 대장동 일당이 검찰을 상대하지 않고 2심 재판을 하게 됐다. 검찰이 그간의 무리한 수사·기소나 기계적 상소 관행을 바로잡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모범 사례는 결코 될 수 없다. 정 장관은 남욱 변호사가 ‘검사가 배를 가른다고 했다’고 한 점을 언급하며 ‘사건이 계속되면 오히려 더 정치적인 문제가 될 것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검찰이 ‘정치 사건’에 매달리지 말고 혁신·개혁에 집중해야 한다는 말도 했다. 하지만 오히려 항소 포기로 정치적 문제가 더 커졌다. 그만큼 이 대통령의 부담도 커지게 만들었다”라고 지적했다.

▲11일 한겨레 사설.
▲11일 한겨레 사설.

종묘 앞 고층 건물 이슈로 오세훈·김민석 서울시장 선거 전초전?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하는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이 정부와 대립으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가 고시를 바꿔 종묘 인근 건물의 최고 높이를 기존 71.9m에서 141.9m로 두 배 올린 사업계획을 세우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그러나 지난 6일 대법원은 서울시의회가 문화재 인근 개발 공사를 규제하는 조례를 일방 폐지한 것에 반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제기한 소송을 각하해 절차적 정당성을 인정했다.

지난 10일 김민석 국무총리가 서울시 종묘 일대를 직접 방문하면서 “국익과 국부를 해치는 근시안적 단견”이라고 비판에 나섰고, 오세훈 서울시장은 “정부와 서울시의 입장 중 무엇이 근시안적 단견인지 공개토론을 제안한다”라며 반박했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두 후보가 선거 전초전을 벌인다는 해석이 나왔다.

▲11일 경향신문 5면.
▲11일 경향신문 5면.
▲11일 조선일보 5면.
▲11일 조선일보 5면.

경향신문은 빌딩을 세우려고 한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142m 개발 앞의 종묘, 세계유산영향 평가 받았어야> 사설에서 “김건희식의 무도한 차담회나 초고층 건물 피해로부터 종묘를 보존하는 건 문화·역사의 가치와 미래를 중시하는 결정이다. 이제라도 유네스코 권고를 받아들여야 한다. 서울시는 눈앞의 개발이익 논리보다 문화유산과 공존하고 그 가치를 소중히 키워가는 도시계획을 짜기 바란다”라고 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與, 문화재 문제 이슈 만들어 서울시장 선거운동 하나> 사설에서 “문화재 보호를 주무로 하는 부처들의 입장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정도가 있고 상충하는 가치는 서로 조화를 이뤄야 한다. 지금은 문화재 쪽에 너무 치우쳐 도시의 정상적 발전과 시민의 재산권 행사를 가로막는 지경”이라며 “이상한 것은 이 문제에 갑자기 장관이 나서 아무 상관 없는 ‘김건희’까지 들먹이며 격하게 반응하더니 이제 총리까지 나선 사실이다. 이들도 대법원 판결을 부정할 수 없다는 사실은 잘 알 것이다. 결국 내년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현직 오세훈 시장을 공격할 소재가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